쉬쉬하며 사들여, 눈 깜짝할 새 흡수합병…인수 영세업체 법인화 '법적 하자' 없애…지역업체들 뾰족한 대책없어 발만 동동
속보= 도내 식자재 유통업계를 삼키려는 대기업의 진출은 그야말로 전시작전보다 더욱 치밀했고 암암리에 전개됐다. (본보 2월17일자 1면 보도)
한솥밥을 먹었던 지역 동종업계의 그 누구도 대기업의 이번 침투 작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도내 시장을 점령 당하게 되면서 그들 대기업의 전략이 얼마나 비밀스럽고 치밀하게 진행됐는지 새삼 혀를 차게하고 있다.
결국 대기업으로 하여금 허를 찔려 하루아침에 도내 식자재 공급 시장을 몽땅 빼았기게 된 지역의 영세 식자재 도·소매업체들은 그저 허탈한 심정으로 발만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진출= 우선 전주와 익산, 군산으로 뻗어 나가려는 미원과 청정원 등으로 유명한 (주)대상은 자회사 대상베스트코(주)와 함께 전국의 식자재 업계를 잠식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전국에 자신들이 납품해 왔던 식자재 유통업체 인수를 시작했다.
일반과세자나 간이과세자에 속하는 지역 영세 식자재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대상베스트코는 인수할 업체를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화로 전환하며 법적인 문제를 해소했다. 법인화를 진행하며 기존 사업자 대표를 사내이사로 등재하고, 대상베스트코의 사내이사인 A모씨를 감사로 등재하는 식이다.
여기까지 진행되면 지역 골목 식자재 유통업계 잠식이 마무리단계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순식간= 대상베스트코의 사내이사 A씨가 익산시 모현동의 한 식자재 유통업체를 법인화해서 감사로 등재한 건 지난 1월3일. 영업을 계속하며 인수 작전이 진행되는 탓에 주변 식자재 업체들도 아무런 낌새를 채지 못하고 영역을 빼앗기고 있다.
이와 함께 대상베스트코는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식자재 유통업체 인수도 같은 방식을 취했다. 이곳의 유통업체도 지난 1월 13일 법인으로 전환한 뒤 익산과 같은 A씨를 감사로 등재하면서 전주 진출도 마무리단계에 있다.
지역 중소상인들은 골목식당을 대상으로 하는 식자재 유통업에까지 나선 대기업이 영역을 확장해 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딱한 신세가 된 셈이다.
△흡수합병= 대상베스트코는 이렇게 법인화 한 지역의 영세 유통업체를 이용해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방법을 취한다. 지역 여건과 반발을 고려해 일시에 점포 규모를 대형화하지 않으면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분위기를 이끄는 영업방식을 취한다고 업계는 전한다. 이후 점포 대형화와 함께 본격적인 시장 잠식에 뛰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잠식과 함께 지역에서 법인화했던 사업자들을 대상베스트코에 흡수 합병시키면서 모든 법적 절차와 지역 진출을 마무리한다.
실제, 지난해 말 대구의 한 식자재 업체 흡수합병을 시작으로 지난 1일에도 서울과 경기지역의 7개 식자재 업체 등을 흡수 합병했다.
△속수무책= 대상베스트코가 지역의 영세 식자재 업체를 법인화 형태로 인수하는 과정을 뒤늦게 알아챈 지역 업계는 한숨과 하소연 속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집단행동을 통한 불만 표출과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관심과 협조를 요구하는데 그치고 있다. 영세업체들이 대기업의 법적 하자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익산지역 200여명의 식자재 유통업체들로 꾸려진 익산시 중소식자재연합회 이영철 회장은 "대상 등의 상품을 소규모 점포를 통해 판매해오던 상인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파렴치한 처사"라며 "대기업의 골목시장 진출은 그들을 배불려온 상인들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다"며 도덕적 상도의를 헌신짝처럼 내팽겨친 대기업들의 그릇된 영업 행태에 대해 다시한번 분통을 터뜨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