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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시간 길고 고약한 영화, 돈 안 되지만 다른 가치 있죠"

유운성·조지훈·맹수진 프로그래머의 독특한 취향

▲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조지훈·맹수진·유운성 씨.(왼쪽부터 )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유운성(38) 조지훈(37) 맹수진(41)씨는 '자본주의가 깜빡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자본과 제도와 시간의 폭력에 선택받지 못한, 돈이 안 되는 영화를 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주영화제는 유독 3시간이 넘는, 긴 영화를 사랑한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많은 티켓을 팔고, 더 많은 관객들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쓴다면, 3시간이 넘는 영화를 상영하는 건 무모한 일이다. "영화가 아무리 좋아도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할 수 없고, 러닝 타임을 할애해야 하고, 영화가 길다고 티켓 가격을 더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는 3시간 이상 되는 영화가 7편이나 된다.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올해 각별한 애정을 쏟은 불면의 밤(첫번째 밤)에는 최초로 뮤지션들에 관한 화제 음악 다큐멘터리 2편( <조지 해리슨> , <말리> )과 독일을 대표하는 중견 감독 크리스티안 펫졸트·도미닉 그라프·크리스토프 호흐호이슬러 등의 옴니버스 영화( <드라이레벤> )에 기대가 남다르다.

 

반면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올해 누구나 보고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자부했던 '우치다 도무 회고전' 예매율 성적이 아직 좋진 않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재일 한국인 문제를 맨 처음 다룬 감독이기도 하거니와 모든 일본적인 장르를 건드리면서도 다 뒤틀어놓아 이렇게까지 일본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그러나 숨은 거장"이라고 '강추'했다.

 

지난해보다 6편이 줄어든, 그러나 4개국이 늘어난 올해 상영작은 총 42개국 184편. 올해 전주영화제는 '되찾은 시간', '비엔나 영화제 특별전', '게스트 큐레이터' 등 세 섹션을 신설하면서 더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영화는 언짢고, 또 어떤 영화는 고약하다. 소위 '짜증 지대로'인 캐릭터나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들도 있다. 그러나 세 프로그래머들의 개성 강한 취향이 의외로 장르를 초월해 쉽게 합의된다는 점에서 영화제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다만 몇 가지 예외 상황을 제외하곤 말이다.

 

"가령 너무 귀엽거나 어른스러운, 아이 같지 않은 아이가 나오는 영화는 미치도록 싫어하는" 유 프로그래머는 "아이들의 살인 미소만 나오는 영화만 보면 '껌뻑' 죽는" 조 프로그래머와는 평행선을 달린다. 2010년 폐막작 <알라마르> 는 두 프로그래머가 옥신각신한 끝에 조 프로그래머에 의해 소개된 영화. "더러운(?) 영화를 좋아한다"고 충격 고백한 맹 프로그래머는 "똥이 나오는 영화를 이유 없이 좋아한다."

 

아마도 남성과 여성의 심리 상태를 깨부숴 어떻게든 길을 잃게 만드는 메타 영화 <비밀의 문> (국제 경쟁)가 올해의 화제작이라고 한다면, 맹 프로그래머의 독특한 취향 또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어쩌면 그는 고향별과 교신하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일 수도 있겠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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