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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쓰면서 진짜 나를 만나다…전북대 평생교육원 '다시 쓰는 인생노트'

40~80대 13명 참여 글쓰기 통해 삶 정리 마음의 병 치유하고 가족에겐 유산으로

▲ 고 이귀남 씨 자서전 '구십년을 살아온 이귀남 이야기'에 삽입된 팔남매와 함께한 가족 사진.

고통은 때론 전염된다. 사람은 상처를 받으면 타인에게 그 고통을 전가하려고 든다. 어머니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딸의 경우 자신의 딸에게도 비슷한 상처를 주는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흔하게 발생된다. 김성례(75)씨가 바로 그런 케이스. 늘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을 갈구했던 그가 뒤늦게 딸과 며느리에게 같은 고민을 안겨준 주인공이 됐다. 그가 쓴 자서전'뒤돌아본 삶의 풍경'엔 "이런 나를 잘 보듬어준 속 깊은 딸과 데면데면하는 며느리와 이제는 화해를 하고 싶다"는 고백이 담겨있다.

 

2011년 작고한 이귀남(90)씨는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았다. 전주우체국을 평생 직장으로 팔남매를 낳아 대학 교육까지 가르쳐 남들이 부러워하는 일가를 이뤘다. 아버지가 구순 때에는 가족들이 떠들썩한 잔치 대신 세 번째 가족문집을 발간했을 정도로 화목했다. 여섯 째 딸은 2년 전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의 음성을 기록해 자서전'구십년을 살아온 이귀남 이야기'으로 연결시켰다.

 

방남주(62)씨는 '준비된 작가'에 가까웠다. 교직에 있었던 방씨는 의사인 남편을 헌신적으로 보필하면서 자녀 셋을 성공적으로 키웠다. 혼수 문제로 첫 단추를 잘못 꽤 껄끄러웠던 시부모님, 화목했던 가정을 이끌어주신 친정부모님과의 추억까지도 자서전에 꼼꼼히 정리한 방씨는 살아오면서 정리한 그만의 레시피도 첨부했다. '내 삶의 터, 신나게 가꿨다'는 혹시나 가족들을 두고 이 세상을 먼저 떠나게 될까봐 남편과 세 딸을 위해 남겨둔 기록이다.

 

전북대 평생교육원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다시 쓰는 인생노트'는 글쓰기를 통한 자신의 치유이면서 비슷한 슬픔과 우울을 겪었던 이들에게 내미는 간절한 손짓이다. 40대부터 80대까지 자신의 삶을 정리하기 위해 선뜻 와준, 열성을 보여준 고마운 13명의 참가자들을 강사 이금주씨는 자랑스러워했다. 전북 지역에서는 별로 활성화되지 못한 자서전 쓰기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지원금까지 줄 정도로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스스로의 삶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거니와 복잡한 일상에 치어 방치됐던 스스로의 내면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악화일로(惡化一路)의 삶을 거듭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고 싶었을 만큼 고통스런 삶을 살았던 이부터 남부러울 것 없이 안온한 삶을 기록한 이까지 사연은 제각각 달랐다. 자신감 부족으로 다들 초반엔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머쓱해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전의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면서 술술 써내려갔다. 이금주씨는 "한 번도 글을 써보지 않았던 70대 중반 어르신도 40쪽 분량의 자서전을 멋지게 완성했다"고 거들었다. 감추고 싶은 치부까지 다 들춰낸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있었으나 당초 1권만 내놓려던 책을 며느리와 딸 몫으로 더 찍었을 만큼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체온을 높여줬다.

 

이씨는 "자서전은 성공한 사람이나 잘난 사람들만 쓸 수 있다는 선입관을 버려달라. 내면의 목소리가 이끄는 대로 쓰고 싶은 것을 쓰면 된다"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가졌던 콤플렉스를 극복하게 되고 상처 입었던 마음의 병을 스스로 치유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잊혀지고 죽는다는 걸 두려워하는 노년이 대부분인 시대, 이들은 행복하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삶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준비할 수 있어서다. 이들은 "젊음도 언젠가 늙음과 만날 것이다. 살아보면 멀리 있는 것 같았는데 늘 먼 시간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1950년대 대한부인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앞서가는 삶을 산 어머니의 흔적을 자서전으로 남긴 최은애(67)씨는 "자서전은 나와 후손을 연결해주는 실질적인 삶의 고리"라면서 "이는 살아있는 가족의 역사책이나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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