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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할머니' 동화구연 봉사】"'까르르~' 아이들 웃음소리 들으면 흐뭇"

주 3~4회 도내 유치원 돌며 전래동화 들려줘 / 어린이 호응·어르신 일자리 만족 '일석이조'

▲ 지난 13일 전주동북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이야기 할머니' 홍계숙씨의 이야기에 아이들이 환호하며 듣고 있다. 이강민기자

지난 13일 오전 10시40분 전주동북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유치원생들보다 키가 조금 더 큰 '이야기 할머니' 홍계숙씨(62)가 생글생글 웃으며 교실에 들어섰다. 분위기가 일 순간 조용해질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 처음 유치원에 입학한 서무호군(3)은 빽빽 울면서 선생님 품에서 안 떨어지느라 산만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재잘재잘 이야기 나누기에 바빴다. 그러나 홍 할머니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분위기를 압도하자 아이들의 눈과 귀는 할머니에게 쏠렸다.

 

"자, 여러분! 할머니가 들려주는 '즐거운 모험' 들어볼까요."

 

첫 장면 오른손 엄지손가락 '뚱뚱이'와 왼쪽 새끼 손가락'날씬이'가 부딪쳐 티격태격하면서 시작. 이 때 김서환군(4)의 돌직구. "에이, 그건 '날씬이'가 잘못했어요."

 

그러나 이날 '진짜' 이야기는 '뚱뚱이'와 '키다리','콧바람','백발명중'의 모험담이었다. 바짝 곁에 앉은 아이들은 홍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온 '이야기 책'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즐거운 모험' 속으로 빠져들었다.

 

3년차 최장수 이야기 할머니인 그의 별명은 '아이디어 할머니'. 이야기 책을 만드는 것처럼 아이들을 이야기에 더 집중시키는 방법 등에 관해 늘 연구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려 애쓰기 때문이다. 홍 할머니는 "이런 물건을 만드는 건 치매 예방에도 좋다니 일석이조 아니냐"고 말했다.

 

첫 만남이었으나 아이들은 친할머니를 대하듯 허물이 없었고, 할머니는 그런 아이들을 일일이 쓰다듬으며 노래를 불러주고 '칭찬 화살'을 마구 쏘아줬다.

 

이른바 '할머니 부대'가 뜨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이야기 보따리. '이야기 할머니'는 58세 이상 여성들이 유치원을 찾아가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할머니·할아버지가 손자·손녀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던 '무릎 교육'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원장 김병일)이 2009년 대구·경북 지역에서 첫 선을 보였다가 반응이 뜨겁자 2011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TV와 인터넷 등 전자기기에 찌들어 있는 어린이들이 이야기꾼에게서 재미와 감동을 선사받을 자격이 충분해서다.

 

'이야기 할머니'들은 1주일에 3~4회 유치원들을 돌아다니며 '콩 한 알과 송아지','은혜 갚은 구렁이' 등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 할머니'가 오시는 날엔 아이들 입에선 유치원에 꼭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을 모시려는 유치원 요청이 쇄도하는 상황.

 

현장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평생 자식 키우며 주부로 살았는데 요즘엔 유치원에 가면 아이들이 치맛자락에 매달리고 안아달라고 하니까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흡족해했다. 10년 넘게 민요·손체조·실버 레크리에이션을 배운 덕분에 연기력이 뛰어난 홍 할머니는 "결혼 후 살림만 한 나로서는 이게 첫 사회생활인데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게 뿌듯하고 힘들지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유치원에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다니는 김혜자 할머니(68)도 "정작 내 손자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보챌 때 어떻게 해줘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서 손자 돌보기가 참 좋다"고 했다. 올해로 3년 차 '이야기 할머니'로 활동 중인 송정희 할머니(63) 역시 "딴짓하는 것 같은 아이들도 이야기를 다 듣고 있을 때가 많다"면서 "이야기가 재밌는지 아닌지 더 잘 안다"고 훈수를 뒀다.

 

전주동북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정혜순 교사(48)는 "단순히 구연동화를 하는 게 아니라 할머니가 터득한 삶의 지혜를 이야기 안에 녹여 넣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고 와선 아이들이 덜 다투고 더 많이 양보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매주 아이들 웃음 소리를 들으니 우리도 어린 시절을 한 번 더 사는 기분"이라며 할머니들은 소녀처럼 깔깔 웃었다. 할머니에게나 아이들에게나 '마음의 온도'를 올려주는 따뜻한 시간으로 기억될 듯.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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