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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해원무용단 아움의 ‘단오장’은 한층 깊어진 완숙미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작품을 이끈 이해원(49·군산) 대표는 “지나간 작품을 다시 올릴 수 있다는 건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큰 축복”이라며 “특히 전주문화재단의 공연예술지원으로 관객 앞에 다시 설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재공연에서 가장 중점을 둔 변화로 ‘본질로의 회귀’를 꼽았다. 초연 당시에는 영상과 무대장치 등 시각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이번 공연은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춤 자체가 가진 선과 호흡, 움직임의 힘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또 초연에서는 무대에 여성 무용수만 올랐지만, 이번에는 남성 무용수를 ‘제사장’의 이미지로 참여시켜 음양의 조화를 무대에서 구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지역 무용계에서는 이번 ‘단오장’을 두고 “담백함을 넘어선 독창적인 색채가 드러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자신만의 ‘색’을 묻는 말에 “전통과 컨템퍼러리(동시대)를 넘나드는 균형”을 이야기했다. 그는 “전통 하는 사람이 컨템퍼러리를, 컨템퍼러리를 하는 사람이 전통을 제대로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며 “두 장르를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지점을 찾는 것이 나만의 색이자 이번 작품이 주목받은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전통을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하는 데에는 창작자로서의 책임감도 크다고 했다. 그는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동초 수건춤, 강강술래, 부포 등 전통 요소를 가져오되, 이를 현대적 언어로 다시 해석해 녹여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너무 현대에 기울면 한국무용인지 모호해지고, 전통을 많이 담으면 표현의 폭이 좁아진다”며 “그 사이 지점을 찾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왔다”고도 했다. ‘단오장’에는 전주 단오제라는 지역적 맥락도 깊게 배어 있다. 그는 “젊을 때는 개인적인 철학과 고민을 작품에 담았지만, 이제는 지역의 문화·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팔복동 여공 이야기 등 지역의 잊힌 서사를 무용으로 되살려낸 작업 역시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사명”이라고 표현했다. 공연예술지원사업 선정의 의미에 대해 그는 “지원금 그 자체보다 ‘작품을 해야 하는 당위성을 준다’는 점이 가장 크다”며 “지역이 내 작품을 인정해 줬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되고, 그 힘은 다시 도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작품 지원도 좋지만, 기존에 사랑받았던 작품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은 예술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원무용단 아움이 앞으로 추구할 방향에 대해 그는 “관객과 진짜로 소통하고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지역의 숨겨진 문화와 역사를 몸으로 다시 이야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전북대학교에서 무용학 학사와 무용학 석사를 취득하고,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일반대학원에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사)대한무용협회 전북특별자치도지회 이사이자 전주시지부 부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전북대학교·진주교육대학교·전주교육대학교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호남살풀이춤’ 이수자로서 전통 춤 전승에 힘쓰고 있으며, 예술전문단체 널마루무용단 부단장과 이해원무용단 아움의 대표 겸 예술감독으로 창작 및 무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현아 기자
제26회 익산한국공예대전 전국공모전에서 금속공예 부문 김민경(경기‧26)씨 작품 ‘한계이론’이 대상에 선정됐다. 상금은 3000만원. (사)한국공예문화협회(이사장 이광진)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대전운영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한국공예대전에는 금속, 도자, 목칠‧ 가구, 섬유공예 등 4개 부문에 총 325점이 출품됐다. 한국공예대전 운영위원회는 1차 심사를 거쳐 83점을 입상작으로 선정했고, 4일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2차 본상 심사를 열었다. 이날 심사위원장은 목칠공예 심사위원 정영환 전 대구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수가 맡았으며, 섬유공예 신영옥 공예가, 금속공예 김재영 전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도자공예 권영식 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각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는 각 부문별로 1점씩 모두 4점이 대상후보로 올랐으며 심사위원들은 선정된 4점 중에 비밀 투표를 통해 대상을 선정했다. 또 최우수상은 도자공예부문 임충현(경기‧46) 씨 작품 ‘달그림자’가 꼽혔다. 우수상은 목칠‧ 가구공예부문 김예일(강원‧23) 씨의 ‘유구화’, 섬유공예부문 성유민(서울·23) 씨의 ‘마주하다’가 차지했다. 최우수상 상금은 1000만원, 우수상 상금은 각각 500만원이다. 대상으로 선정된 ‘한계이론’은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금속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형기법이 독창적이고 난도가 높음에도 섬세한 형태로 완성돼 조형성과 정교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게 심사위원들의 설명이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전통 공예기법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작품과 실용적이고 테크닉적으로 유려한 작품이 많아 전반적으로 작품 수준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정영환 심사위원장은 “학과 폐지로 공예가 사멸의 위기에 처한 시대에도 공예대전은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어 공예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올해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다. 특히 대상을 받은 금속공예 작품은 제작기법도 상당히 어렵고 대형작품임에도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한국공예대전 수상작 전시는 10일까지 익산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시상식은 전시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 제26회 익산한국공예대전 전국 공모전 수상자 △대상=김민경(금속) △최우수상=임충현(도자) △우수상=김예일(목칠·가구) 성유민(섬유) △특별상=한상덕(금속), 김인숙(도자), 신정우(도자), 정세한(목칠·가구), 김현숙(섬유), 김동현(금속) 박은 기자
많은 날을 올라왔습니다. 굳은 의지는 보슬보슬 날아갔습니다. 통제사 벼슬이라도 할 것 같았던 통제력도 바닥을 쳤고요. 황유원의 『하얀 사슴 연못』을 듣고 싶습니다. “세상은 소음으로 가득하다”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그래서 “존재의 소음을 최대한 증폭시켜보는 길과 최대한 잠재워보는 길을 모두 가보기로” 했다고. 잠재워본 게 이 시집이라고. 음악은 소음을 줄여 적막을 늘리는 방식이겠죠. 말이 끝나는 곳에 음악이 있겠죠. 맑은 날, 땀을 벽력같이 흘려 하루에도 옷을 몇 번이나 갈아입어야 했습니다. 잠이 오지 않았지요. 이런 날은 「명동대성당」에 나오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듣습니다. “나는 거기 없었고/ 나는 거기 있었지만/ 내 숨소리는 아무래도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은” 음악입니다. “칸나가 잔뜩 피어나 노란 꽃머리로 통 통/ 드럼을 연주”(「리틀 드러머 보이」 부분)하면 음파는 어디로 갈까요. 언어와 리듬을 타고 뇌파로 올라오겠죠. 잔잔하게 물결치겠죠. 콩나무 잡고 거인의 구름성까지 가겠죠. 하프의 말이 들릴 때까지 잠에 들겠죠. “가슴속에 사슴 뛰는 소리 들려온다면/ 삶의 푸른 풀을 마구 뜯어내고 싶다는 뜻인데// 그렇게 사슴 다 뛰쳐나가버리고 나면// 마침내 홀로 남겨진/ 텅 빈 가슴속/ 고요”(「사슴 머리 여인숙에서」 부분). 풀을 들입다 먹은 사슴은 자러 갔습니다. 풀들이 오래전에 예약한 고요만 남았네요. 아무것도 하지 않네요. 잠잠히 살 뿐. “고요를 위해 굳이 입 닫을 필요 없음/ 고요가 숨 쉴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두면/ 고요는 그냥 찾아옴/ 벽돌을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모아/ 서로 붙여주기만 해도”(「불광동성당」 부분). 잘 말린 야생 고요의 똥으로 벽을 쌓습니다. 빈 방에 햇살이 들어오듯 고요가 오겠지요. 편히 쉬라는 말까지 아낄 필요는 없겠지요. 「별들의 속삭임」을 “듣는 자는 시베리아 아닌 그 어디서라도/ 하늘의 입김이 얼어붙는 소리를 듣는다/ 추운 날 밖에서 누군가와 나눠 낀 이어폰에서도 별들이 얼어”. 별들은 우리에게 낮은 목소리로 늘 무언가를 들려줍니다. 우주가 진공 상태라 들리지 않을 뿐이죠. 그런데 그 귓속말을 들을 수 있는 길이 있죠. 이어폰으로 추위를 나눈다면, 별들의 귀엣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상대의 아픔에 귀 기울여 보세요. 서로의 슬픔에 등을 기대 보세요. 함께 눈을 맞으며 호숫가를 걸어 보세요. 그러면 별들이 큰고니 날아오는 호수에 큰 고요를 뿌려 줄 겁니다. “잠시 서로의 말이 드러낸 단단한/ 등뼈를 쓰다듬으며/ 우리가 헛것임을 잊을 수 있다”(「언중유골」 부분). 뼈가 있는 말은 쉼표와 같습니다. 그걸 가볍게 쓸어보며 우리가 이 땅에 온 작은 이유를 어루만질 수 있을 테니까요. 느렸지만 역마다 서고 정차 시간도 길었던 기차가 비둘기호였어요. 내려서 가락국수를 후후 불며 먹었어요. 속이 든든하게 차고 쉼표가 찍혔죠. 긴 4형식 문장을 끌고 온 기차에 올라 먼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어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행촌수필문학회가 주최한 ‘제18회 행촌수필문학상 시상식 및 행촌수필 제46호 출판기념회’가 3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행사에는 행촌문학회 회원 50여 명과 내빈이 참석해 문학회의 한 해 성과를 함께했다. 행촌수필문학회는 전북 수필 문학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온 단체로, 이번 행사는 회원들의 창작 성과를 확인하고 창작 의욕을 북돋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제18회 행촌수필문학상은 고재흠·이형숙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김영 심사위원장은 고재흠 수필가의 ‘가을이 나를 부른다’에 대해 “가을의 정취를 통해 삶의 깊이를 성찰하며, 단풍처럼 아름다운 생의 태도를 다짐하는 내면적 고백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이형숙 수필가의 ‘노을의 언어’에 대해서는 “‘세방낙조’를 소재로 삶과 세계가 조응하는 방식을 절제된 문장으로 풀어내며 문학이 지향해야 할 가치에 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두 수상자는 “역사와 전통이 깊은 행촌수필문학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진정성 있는 글을 쓰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촌수필문학회는 고 김학 교수의 지도를 받은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을 중심으로 창립된 단체로, 2002년 8월 창간호 발행 이후 22년간 꾸준히 활동하며 이번에 제46호 동인지를 펴냈다. 특히 올해 문학회는 더욱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소속 회원 중 최화경 수필가가 전북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8명의 회원이 외부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연이어 받아 창작 역량을 입증했다. 이는 회원들의 끊임없는 정진과 문학회 공동체의 힘이 만들어낸 성과로 평가된다. 박일천 회장은 “제46호 발간과 행촌수필문학상 시상을 계기로, 문학의 도반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행촌’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황금빛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말했다. 전현아 기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변화를 보여주는 지역으로 꼽히는 성수동의 성장 과정을 행정가의 시선에서 풀어낸 책 <성수동>(메디치미디어)이 출간 직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집필한 이 책은 창의적 생산도시로 자리매김한 성수동의 정책적 기반과 행정 실험을 기록한 것으로, 출간되자마자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정원오 구청장은 최근 다수의 유튜브 채널이 ‘가장 만나고 싶은 정치인’으로 꼽을 만큼 대중적 화제성을 얻고 있다. 2014년 민선 6기를 시작으로 7·8대까지 3연임하며 성동구의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렸고, 활발한 SNS 소통으로 ‘성동구 아이돌’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친근한 행정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특히 “다른 구에서도 정원오 구청장을 돌려쓰자”는 시민 캠페인이 등장했을 정도로 높은 호응을 받았다. <성수동>은 이러한 관심의 배경이 된 정 구청장의 행정 철학을 압축해 보여주는 책이다. 경청과 조율, 원칙 있는 추진력 등 그의 도시 운영 방식이 성수동의 변화 과정과 함께 담겨 있어, 도시 행정의 현장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전현아 기자
전북 문화예술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시민들이 상금을 모으고 직접 투표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2025 천인갈채상’에 금태경(37) 영화감독과 소리꾼 이다은(33) 명창이 선정됐다. 천년전주사랑모임(이사장 김병진)이 주관하는 천인갈채상은 한 해 동안 전북 문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25세 이상 45세 이하 예술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상이다. 추천위원의 추천을 받아 기금 모금에 참여한 시민 천 명이 모바일 투표를 진행해 최종 수상자가 선정된다. 올해 천인갈채상을 수상한 금태경 감독은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으로 지역 독립영화 제작‧교육‧상영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북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6년째 활동하고 있으면 장편영화 <영화영재 금태경> <식혀주다, 읽어주다> 등을 연출했다. 멕시코 stuff mx Film Festival 최우수 장편영화상 등을 수상했다. 이다은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로 판소리 최다‧최장 완창(익산기네스)과 최연소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 보유자다. 대한민국 인재상(대통령상)과 2025 구례동편제송만갑 판소리 고수 경연대회 대통령상(명창부 최고상)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판소리보존회 익산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병진 이사장은 “천 명의 갈채로 주어지는 이 상이 청년예술인들에게 큰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며 “창작자들이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시민과 공동체가 함께하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14회 천인갈채상 시상식은 오는 11일 오후 6시 복합문화공간 모이장에서 열린다. 박은 기자
무형유산 보호체계의 변화와 향후 과제를 짚는 학술 토론에서, 전승 구조 재정비와 ‘자생적 발전’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일 국립무형유산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유산체제 출범 1년, 무형유산법 제정 10년’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도입 이후 제도적 틀이 확장됐지만, 여전히 현장과 제도 간 괴리가 존재한다며 보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우 인하대 교수는 2015년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무형유산의 독자적 발전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전승자 권력화 완화, 전승교육 제도 보완 등이 진전됐지만, 무형유산의 ‘자생력’이 여전히 부족해 제도적 지원이 현장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차보영 연구자는 ‘전승공동체 종목 지정 확대’의 의미를 짚으며, “국가긴급보호무형유산 운영, 전수교육대학 도입, 전승공동체 법제화 등이 새로운 보호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위기·도시환경 변화·디지털 기술 등 새로운 환경을 고려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승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승자–이수자가 결합된 교육 중심 전승체계로의 전환을 제안하며, 전수교육학교·학점은행제 등 교육제도와 현장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예 분야 발표에서는 ‘원형유지 원칙’이 전통공예 전승을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승주 연구자는 “문화재수리법 제정 이후 일부 기술 분야가 제도적 기반을 잃었다”며 “공예의 결과물과 기술이 분리된 현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공예가 산업화·유통 지원 부재 속에 ‘박제화’되고 있다며 실질적 시장 연계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무형유산 조사 방향과 관련해 송민선 충북도 무형유산위원은 ‘행위 중심 조사’에서 벗어나 도구·장소·자연환경 등 무형유산이 놓인 맥락을 함께 보는 ‘복합유산’ 개념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만 현행 법령에 해당 개념이 없어 국가유산기본법 내 정의 신설 등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무형유산의 독자성과 자생적 발전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형유지 원칙 재정립, 전수교육관·전수교육대학 연계 강화, 전승지원금 성격 명확화 등이 필요하며, 지역 기반 무형유산의 경제적 가치 발굴과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산업화 전략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무형유산 보호 정책이 단순한 보존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순환하는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유형·자연유산과의 연계, 무형유산 등록제 도입 등 새로운 제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앞으로의 제도 개선이 실제 현장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전현아 기자
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새 흐름을 모색하는 전승자들의 도전을 통해 국립무형유산원이 협업과 창작을 통한 새로운 무형유산 계승 방식을 선보인다. 오는 3일과 6일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소공연장에서는 ‘예능풍류방’ 참여 전승자들이 꾸미는 성과발표 협업공연 ‘새로운 여정’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전승자들이 직접 기획 단계부터 참여한 ‘교육형 창작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한 발표 형식을 넘어 전통예술의 본질을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전통의 깊이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무형유산이 현재에도 유효한 예술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장이 될 전망이다. ‘예능풍류방’은 전승자들이 종목 간 창작적 연결을 탐구하는 무형유산원 대표 창작사업이다. 서로 다른 전통 예술 요소를 결합해 무형유산의 확장 가능성과 새로운 표현 방식을 모색하는 프로그램으로, 상·하반기 각 1기씩 총 4명의 전승자가 참여해 운영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예술 세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 양식을 개발해 왔다. 첫 공연은 오는 3일 오후 7시, 김효분 이수자(살풀이춤)와 김영석 전승교육사(수영야류)가 선보이는 협업작 ‘살풀이춤으로 풀어내는 수영야류’다. 절제된 정서를 품은 살풀이춤과 해학이 중심인 수영야류가 만나 사랑(愛)과 해원(解冤)의 정서를 공유한다. 삶과 죽음, 위로와 치유의 감정을 서로 다른 표현 방식으로 직조하며, 두 장르가 한 무대에서 조화를 이루는 확장과 교류의 순간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전통춤의 깊이와 탈놀이의 생동감이 동시에 드러나는 무대로, 새로운 감각의 서사를 기대하게 한다. 이어 6일 오후 4시에는 김성우 이수자(피리정악 및 대취타)와 최재미 이수자(경기민요)가 ‘악동(樂同)’을 무대에 올린다. ‘음악으로 함께한다’는 의미의 작품으로, 정악 특유의 구조미에 민요의 생동감을 더해 전통 음악의 미감을 새롭게 구성한다. ‘기악의 성악화’와 ‘성악의 기악화’라는 실험적 시도를 통해 악기와 목소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흐름을 구현하며, 울림의 방향과 호흡의 리듬까지 세밀하게 교차시키는 음악적 순환을 선보인다. 두 전승자의 개성이 만나 기존 전통음악의 문법을 재해석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연은 전석 무료로 운영되며, 사전예약이 필수다. 예약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 또는 전화(063-280-1500·1501)를 통해 가능하다. 출연자 소개 및 세부 프로그램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현아 기자
㈔한국예총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전북예총)과 ㈜하림그룹이 공동 주관하는 ‘제29회 전북예총하림예술상’의 올해 수상자가 확정됐다. 전북예총하림예술상은 예술·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지역 예술인을 선정해 매년 수여하는 상으로, 9개 협회와 13개 시군예총의 추천을 받아 분야별 수상자를 결정한다. 올해는 문인·사진·미술·국악·연예·연극·무용 등 7개 부문에서 총 7명이 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자는 △김영(66·문인) △최성용(70·사진) △신세자(67·미술) △김세미(56·국악) △권금현(66·연예) △정상식(60·연극) △이해원(49·무용) 씨다. 공로상은 △최윤형(30·전북무용협회) △김영환(65·고창문인협회) 씨가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11일 오후 6시 그랜드힐스턴호텔 그레이스홀에서 열린다. 전현아 기자
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홍식)은 지난 28일 전주 더메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33회 목정문화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수상자와 문화예술계 인사, 예향도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지역문화 발전에 헌신해온 이들을 축하했다. 올해 문학 부문은 박동수 수필가(전주대 명예교수), 미술 부문은 황호철 한국화가(전 전북미술대전 심사위원장), 음악 부문은 오정선 피아니스트(전주교육대 강사)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세 분야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창작지원비 2000만 원이 전달됐다. 시상식과 함께 목정문화재단이 매년 진행하는 ‘전북 중·고교생 목정미술실기대회’ 입상작 전시도 마련됐다. 청소년들의 창작 역량을 살피고 지역 미술 저변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로 33회를 맞은 목정문화상은 고 목정 김광수 선생이 ‘도민의 문화적 삶과 문화 욕구 충족’을 목표로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목정문화재단이 주관한다. 1993년부터 문학·미술·음악 3개 부문을 대상으로 전북 향토문화 진흥에 기여한 문화예술인을 선정해 매년 시상해 왔으며, 올해까지 누적 수상자는 98명에 이른다. 김홍식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전북 문화예술 발전의 큰 틀을 열어가는 길에 재단이 꾸준히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목정문화상을 비롯해 청소년 대회와 문화예술단체 지원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목정문화재단은 무주 출신의 고 목정 김광수 선생이 ‘예향의 고장 전북의 향토문화 계승 발전을 위해 지역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신념에 따라 설립 운영했다. 2013년 목정 선생이 작고한 뒤 그의 아들인 김홍식 이사장(전북도시가스 사장)이 도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지원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전현아 기자
김승재(41)는 참전용사다. 음악이라는 전쟁에 20년째 몸을 던졌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 남은 건? 밴드 아우리(OU:RE) 멤버들과 지역 뮤지션으로서의 한계. 그래도 그는 도망가지 않았다. 함께 음악을 만드는 동료가 있었고, 자신이 일궈온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랬더니 제36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이라는 값진 수상 결과가 찾아왔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고(故) 유재하를 기리며 신예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하는 대회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규찬, 유희열, 김연우, 정지찬, 이한철, 스윗소로우 등 대한민국 대중음악계를 이끌어가는 걸출한 싱어송라이터를 배출했다. 올해는 역대 최다인 총 785팀이 지원해 10팀이 본선 경연에 진출했고, 전북레드콘 음악창작소 지원 뮤지션인 ‘아우리(김승재·고은혁·이종민·이종원·홍대희)’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20년 만에 누리는 대상. 그보다 더 값진 것은 평단으로부터 밴드 아우리의 음악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밴드 아우리 보컬 김승재씨는 지난달 28일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언젠가는 누군가는 우리를 알아봐 줄 거라는 믿음으로 음악을 하고 있었다”며 “대회에서 저희 음악을 알아봐 주셔서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쁘고 감사한 일’을 마주하기까지 그는 매일 실패할 각오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화정초등학교 교사이자 현역 뮤지션으로 생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남들보다 더욱 치열하게 시간을 쪼개서 지냈다. 넘어졌다고 좌절하지 않고 또다시 도약하는 독기와 성실함, 그것이 김승재를 만들었다. 김 씨는 “음악하는 것 때문에 학교에 피해를 줄 수 없으니까 충실하게 수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악도 제게는 마찬가지였다”며 “선생님이 재미로 음악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곡 역시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올해 경연대회 예심에서부터 밴드 아우리 음악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실제로 “참가팀 785팀 가운데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음악”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뛰어난 음악적 기량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승재 씨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이라는 강력한 소개글을 얻게 돼 기쁘지만, 기쁨에만취해 있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상을 탔다고 인생까지 바뀌는 건 아니다”라며 “늘 하던 대로 음반 작업과 공연 열심히 준비해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스스로 지금을 ‘눈부신 밤’이라고 정의했다. 밤인데 눈이 부시는 그런 순간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누가 밀쳐서건 때로는 본인의 실수로 빛 한 줌 없는 어둠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그다지 두렵진 않을 것 같았다. 20년 동안 참전용사로 굳건히 버텨냈으니까. 그렇게 그만의 선율이 있는 삶은 단단해서 아름다울 테니 말이다. 박은 기자
전국적으로 팬덤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공연예술계는 여전히 수도권에 치우쳐 있다. 공연 수요와 공급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비수도권은 공연·관객·창작자 모두 부족한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문화체육관광부·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2024년 총결산–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공연건수·회차는 각각 2만 1634건, 12만 5224회에 달한다. 이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1만 3570건(62.7%), 9만 5198회(76.0%)다. 전북은 478건(2.2%), 1514회(1.2%)에 그쳤다. 코로나19로 공연예술계가 주춤했던 2020년 수도권 공연건수·회차는 4100건(65.6%)·4만 6576회(82.7%), 2021년은 7835건(62.8%)·5만 1018회(77.4%), 2022년은 1만 1169회(62.3%)·7만 4487회(76.3%), 2023년은 1만 2782회(62.6%)·8만 8692회(76.1%)다. 반면 전북은 2020년 133건(2.1%)·551회(1.0%), 2021년 259건(2.1%)·774회(1.2%), 2022년 340건(1.9%)·1302회(1.3%), 2023년 418건(2.0%)·1531회(1.3%)뿐이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전체적으로 수도권은 매년 공연건수는 60%, 공연회차는 70% 이상을 차지한 반면 전북을 포함한 비수도권(14곳)은 각각 20~30%대밖에 안 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문화 격차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본래 비수도권 관객이 적어 창작자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비수도권의 공연은 적어지고, 관객 경험이 더 축소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차민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연예술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보니 사람과 창작력이 중요하다. 예술인도 기회만 있으면 대부분 수도권으로 가려고 한다. 결국 악순환인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수도권 공연예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재정 여건상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지만, 단기간 중심의 지원 구조로는 예술인·단체가 꾸준히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차 연구위원은 “중앙정부는 그동안 꾸준히 지원했지만, 문제는 정부의 예산 구조가 ‘단년’이다 보니 프로젝트형에서만 그쳐 지속성이 부족하다. 다년간 지원이 이어지지 않는 탓에 예술인·단체가 꾸준히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다”며 “무엇보다 각 지자체에서 큰 관심을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관객의 경험이 늘어나면 그만큼 공연예술도 함께 활성화될 것이다"며 “예술인이 지역에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줘야 한다”며 “공급·수요를 균형 있게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진행된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문화 격차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끝>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다산초당(茶山草堂) 마루에 걸터앉습니다. 이백 년 거슬러 오릅니다. 그날의 햇살과 공기와 바람을 불러옵니다. 또르르 대나무 홈대를 타고 한두 평 연못에 늦가을이 내립니다. 선생께서 청석 위 솔방울 불에 약천(藥泉) 석간수로 차를 달이십니다. 만덕산(萬德山) 백련사(白蓮寺) 아암(兒菴) 혜장선사(惠藏禪師) 만나러 나서시는 선생의 발자국을 따라갑니다. 동암(東菴) 지나 비탈, 겨우 백여 걸음 올랐을까요? 숨 가쁜데 이 관장이 아차 한 컷 놓쳤다, 다시 초당에 내려갑니다. 친구를 기다리느라 속도를 놓으니, 앞선 일행을 놓으니 가쁜 길이 다정해집니다. 비탈도 오를 만합니다. 따라붙은 그에게 선생께서도 천 리 길 유배와 세상을, 세월을 놓아주고 견뎠을까? 묻습니다. 그랬겠지, 부글부글 끓는 속 달래주는 차 달이듯 뭉근히 세상도 세월도 내려놓았겠지, 그렇게 길고 긴 귀양살이 견뎠겠지 답합니다. 급 할 것 없이 오솔길 따라 올라 어느덧 산마루, 숲 사이로 언뜻 백련사가 보입니다. 신우대숲 바람에 귀를 씻으며 내립니다. 온통 동백나무에 차밭입니다. 깊을 대로 깊은 계절에 아차 한눈 주는 새, 선생께선 마중 나온 혜장선사 따라 드셨겠지요. 꿈을 깹니다. 다산(茶山) 백련사, 늦가을 햇살이 어깨에 내립니다. 먼 듯 가까운 듯 강진만이 반짝입니다.
“읽기만 하는데도, 어느 순간 우리가 ‘연기하고 있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지난 27일 오후 7시께 전주 창작소극장 1층 작은 카페. 낯선 욕설이 튀어나올 때마다 웃음이 번졌고, 대사를 넘기며 인물의 감정에 스며드는 순간마다 테이블 위 따뜻한 찻잔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salon de 울림: 배우와 함께하는 희곡의 소리’ 낭독 모임이 만들어낸 장면이다. 이번 달 함께 읽은 작품은 영국 극작가 마틴 맥도나의 작품 ‘필로우맨’. 삶을 끝내려는 인물 A 앞에 온몸이 베개로 된 필로우맨이 나타나 어린 시절로 시간을 되돌리고, 그 이야기를 쓴 작가 ‘카토리안 카토리안’이 전체주의 국가의 도살장에서 끌려가며 벌어지는 전개는 참가자들의 감정선을 쉼 없이 흔들었다. 잔혹한 설정과 블랙유머가 공존하는 작품의 독특한 분위기는 낭독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났다. 이날 모임에는 김다비(46), 임은영(50), 김은정(29), 정세영(27), 정숙인(55) 씨 등 5명이 참여했다. 배우이자 창작극회 대표인 류가연 씨가 큐레이터로 나섰다. 이들은 8인용 사각 테이블을 둘러앉아 희곡집을 펼쳐 들고 준비해 온 빵과 차를 나눴다. 나이도 하는 일도 다른 이들이 희곡집 낭독회 참여자라는 공통분모를 만들어내, 대사를 주고 받으며 금세 연극을 함께 만드는 동료로 변했다. 세 번째 참여했다는 김다비 씨는 “종이를 들고 읽는데도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점점 보이더라”며 “독서처럼 시작했다가 옆 사람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어느새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욕설을 읽으며 민망해 선글라스를 썼다는 일화도 웃음을 자아냈다. 첫 참여자 임은영 씨는 “인물 파악도 안 된 상태였는데 감정이 자연스럽게 붙더라”며 “오랜만에 희곡의 재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은정 씨는 “여럿이 함께 읽으니 감정이 훨씬 풍부해졌다”며 “연기에 대한 호기심을 부담 없이 경험해볼 기회였다”고 했다. 창작극회 배우 정세영 씨는 두 번째 참여로 “바쁜 일정에 희곡을 읽기 힘든데, 이렇게 모여 읽는 시간이 큰 힘이 된다”고 전했다. 현장은 순간순간 표정이 달라졌다. 대사를 읽다 인상을 찡그리거나, 손을 떨 정도로 몰입하는 이도 있었다. 배우 못지않은 억양으로 욕설을 쏟아내 모두를 웃게 만드는가 하면, 마음에 드는 구절을 휴대폰으로 찍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눈빛이 오가고, 배역에 따라 서로 격하게 쏘아보거나 화를 내는 장면까지 더해지자 짧은 대사 하나에도 여섯 명의 감정이 크게 흔들렸다. 류가연 큐레이터는 “일상에서는 하지 못하는 표현도 극을 통해선 해볼 수 있다”며 “이번 모임은 특히 ‘뱉어보자’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작품 속 거친 언어를 낭독하며 뜻밖의 해방감을 느낀 듯했다. 창작소극장의 ‘salon de 울림’은 매달 다른 희곡을 읽는 프로그램으로, 단순 독서 모임을 넘어 ‘연극의 첫 단계인 대본 리딩을 시민이 직접 체험하는 자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는 8월 시작 이후 꾸준히 참석하며 자신만의 참여 루틴을 만들었다. 희곡을 소리 내 읽는 행위는 타인의 감정과 시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작은 연극적 경험이다. 여섯 명의 목소리가 작품의 어둠과 웃음을 오가며 이어간 낭독은, 늦가을 밤 작은 카페를 조용한 무대로 바꿔놓았다. 전현아 기자
2014년 국내 초연된 후 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뮤지컬 ‘킹키부츠’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전주를 찾는다. 오는 29일과 30일 각각 오후 2시와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질 공연은 영국 노샘프턴에서 있었던 수제화 공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폐업 위기의 구두 공장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보 사장 ‘찰리’와 편견 억압에 당당히 맞서는 ‘롤라’가 서로를 이해라고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룬다. 포용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 작품은 지난 2013년 토니상에서 작품상·음악상·안무상·남우주연상·편곡상·음향디자인상 등 6관왕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지난해까지 국내 관객 평점 9.9점과 객석 점유율 99.9%를 기록하며 여전히 많은 관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곱 번째 시즌을 맞이한 이번 공연은 뮤지컬계 최정상 배우들도 함께한다. 먼저 ‘찰리’역은 김호영·이재환·신재범이, ‘롤라’역은 강홍성·백형훙·서경수가 맡아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실력파 조연과 앙상블 배우들도 대거 참여해 무대 완성도를 더할 예정이다. △Raise You Up △Land of Lola △Sex Is in the Heel 등 뮤지컬 ‘킹키부츠’의 시그니처 넘버부터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까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전주 공연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할인 혜택도 준비됐다. ‘라스트 찬스 인 전주’ 할인은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누리집과 놀티켓, 예스24에서 예매할 수 있다. 전현아 기자
전통음악의 감성과 현대적 감각이 맞닿은 무대가 부안에 오른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은 오는 29일 오후 3시, 부안예술회관에서 순회공연 ‘국악콘서트 락(樂)’을 열고, 국악이 지닌 다층적 매력을 관객 가까이에서 선보인다. 국악이 지닌 멋을 일상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구성된 이번 공연은 관현악단의 폭넓은 레퍼토리와 국내외 협연진이 함께해 풍성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무대는 ‘락(樂)’이라는 공연명처럼 한국적 정서 위에 현대적 색채를 덧입혀 국악의 새로운 매력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관현악단은 해금·양금·마두금 협연자는 물론, 부안 출신 트로트 가수 김태연까지 함께하며 국악과 대중음악의 다채로운 결합을 시도한다. 특히 대전연정국악원 예술감독 임상규 지휘자가 객원으로 참여해 무대의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린다. 공연의 문을 여는 곡은 진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국악관현악 ‘남도아리랑’(작곡 백대웅)이다. 남도의 멋과 감성을 관현악으로 재해석해 고유의 한과 흥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풍부한 관현악의 흐름 속에서 남도 특유의 여유와 정서를 깊이 있게 전달한다. 이어지는 무대는 조진용 수석단원이 협연하는 해금 협주곡 ‘추상’(작곡 이경섭)이다. 감정의 미묘한 움직임을 소리로 그려낸 작품으로, 해금의 맑고 단정한 음색과 관현악의 다양한 질감이 교차하며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인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형체 없는 감정의 풍경을 드러내듯 펼쳐지는 선율은 해금 고유의 섬세함을 극대화하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세 번째 무대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된 동요메들리(편곡 이용탁)이다. 익숙한 멜로디에 전통 장단과 국악기 특유의 음색을 더해 재해석한 곡으로, 대중성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룬 프로그램이다. 네 번째로는 양금·마두금 협주곡 ‘바람의 노래’(작곡 홍정의)가 이어진다. 몽골 민요 선율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곡으로, 광활한 초원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그린다. 양금 연주는 세계양금협회 이사 윤은화, 마두금은 몽골 국립문화예술대학 교수 부레브쿠 뭉크진이 맡아 국경을 초월한 음악적 교류를 선보인다. 두 악기의 이색적인 조합이 만들어내는 음향적 긴장과 해방감이 관객을 색다른 음악의 세계로 이끈다. 공연의 대미는 가수 김태연이 장식한다. 탄탄한 가창력과 폭넓은 감성으로 국악 창작곡 무대를 선보이며 세대를 결합하는 특별한 피날레를 꾸민다. 스승을 기리는 헌정곡 ‘가시별’, 그리움의 정서를 담아낸 ‘만리향’에 이어, 이번 공연을 위해 관현악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한 신곡 ‘카네이션의 노래’를 최초로 무대에서 공개한다.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곡으로, 국악관현악과 트로트 창법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감성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공연은 전석 5000원으로 티켓링크 및 부안예술회관 현장에서 예매 가능하다. 공연 관련 문의는 전화(063-580-3892)로 하면 된다. 전현아 기자
(재)전주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올해 마지막 ‘2025 공연예술 지원 선정작’이 관객을 찾아간다. ‘우수 레퍼토리’ 부문에 선정된 이해원무용단 아움은 오는 28일 오후 7시 30분, ‘단오장-조화와 순응의 의미’를 선보인다. 2022년 초연 이후 꾸준한 수정과 보완을 거쳐 3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이번 공연은 더욱 깊어진 해석과 높은 완성도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작품은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과 전주 단오제를 현대 무용 언어로 새롭게 풀어내 지역 공동체와 전통이 품고 있는 의미를 재조명한다. 특히 단오제 속 ‘여성의 자유와 해방’이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삶의 연속성을 탐구하며, 단오 의례 속에 드러나는 여인의 내면을 ‘연꽃의 순응성’이라는 이미지로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해원무용단 아움의 이해원 대표는 “단오장이 공연예술지원 선정작으로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큰 축복”이라며 “앞으로도 전주 공연예술계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재단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공연은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 대공연장에서 진행된다. 전석 3만 원이며 네이버티켓을 통해 사전 예매가 가능하다. 전현아 기자
이윤영 동학농민혁명기념관장이 동학 160여 년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그린 신간 <모두가 하늘이었다>(모시는사람들)를 펴냈다. 수운 최제우의 구도와 득도, 해월 최시형의 도통 계승과 포덕, 그리고 동학농민혁명과 동학의병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맥락을 하나의 서사로 재구성한 대중서다. 저자는 여시바윗골의 신비 체험, 용담정 창도 선언, 은적암에서의 경전 집필 등 주요 현장을 따라가며 동학의 실체를 사람 중심 서사로 복원한다. 해월의 마당포덕과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가르침,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접을 재건한 행적이 생생하게 펼쳐지고, 우금티·백화산·대둔산 등지에서 이어진 항쟁 또한 촘촘히 조명된다. 특히 주변부로 취급돼 온 동학의병전쟁과 전국적 기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동학농민혁명을 ‘항일구국전쟁’으로 재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이를 통해 동학을 낡은 민란이나 종교를 넘어 인간 존엄과 자주, 평화를 향한 근대적 자각 운동으로 새롭게 제시한다. 전현아 기자
전북시인협회 제10대 회장에 이광원(70) 씨가 선출됐다. 이 당선인은 27일 전북특별자치도보훈회관에서 열린 제10대 전북시인협회장 선거에서 총 99표 중 50표(득표율 50.5%)를 얻어 이두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3년간이다. 김제 출신인 이 당선인은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전북특별자치도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원광대 한국어과 강사, 전주문인협회 사무국장, 전북회화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전북문인협회 부회장과 (사)국제PEN한국본부 전북지역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2004년 자유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국제해운문학상 본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눈물꽃 아름다운 날>이 있다. 이광원 당선인은 “미술과 국어 전공을 통해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3년간 협회를 위해 성실히 봉사하겠다”며 “조직의 화합과 단결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제시한 여섯 가지 공약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전북 시인 창작 공간 확보 △‘전북시인상’ 상금 현실화 △도내 14개 시·군 지부와의 정례 소통 강화 △원로 시인과 함께하는 워크숍 운영 △회원 대상 시집 발간 연계 ‘시 토크’ 개최 △전북 대표 시 정례 낭송회 추진 등을 공약했다. 전현아 기자
가끔 아프리카 기아 문제나 우리나라에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자는 광고를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 마음 한편에는 문제 해결을 강요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묵시적인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 말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대신하며 살아왔다. 가난의 책임을 개인의 능력 부족이나 개인사로 치부하면서 그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외면해 왔던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유엔 식량 특별조사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이 질문에 대해 답을 들려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제기한 문제는 오늘날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실제 통계 자료와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를 자기 아이에게 들려주는 식으로 편안하게 서술한다. 덕분에 독자들은 보고서나 통계자료의 딱딱함을 넘어서 사실에 기초하여 냉혹한 현실을 느긋하게 직시할 수 있다. 나아가 그의 생각에 충분히 공감하며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누릴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서 다룬 저자의 시각과 문제 인식은 오늘날에도 명확하다. 여전히 가난과 질병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힘들게 하며 우리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기아’라는 사건을 둘러싸고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따라 나오는 사회, 정치, 인간의 욕망까지 한꺼번에 조망하는 것이다. 현장 전문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다각적으로 검토할 수 있기에 더 신뢰가 가는 책이기도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하나의 문제는 겉으로 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문제가 발생하기까지는 여러 종류의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대개의 경우 이 과정에서 이권 개입과 힘의 논리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힘을 앞세운 가진 자들의 논리 앞에 인권과 정의는 유린되고 설 자리를 잃는다. 이런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도 개인의 노력으로 희망을 만들어 낸 사례가 있다. 영화 <바람을 길들인 소년 (The Boy Who Harnessed the Wind>이 그 대표적 예다. 당장 한 끼도 먹을 형편이 안 되는 집안 상황에서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은 사치였다. 당연히 아이는 수업료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하고,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도서관 책을 마중물 삼아 메마른 대지를 적실 수 있는 수차를 개발한다. 영화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기에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오늘도 지구편 한쪽에서는 음식물이 넘쳐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 누군가는 최고급 식당을 순회하면서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에 취하고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허기진 배를 채워줄 음식 한 조각과 깨끗한 물이 없어 질병에 신음해야 한다. 가을 단풍이 머지않았다. 이제 헐벗고 주린 이들에게는 길고 긴 겨울이 시작될 것이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눈앞의 문제도 처리하기 버거운 형편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지구 반절의 인구를 책임질 여력은 없다. 지금 당장 세계를 바꾼다거나 누군가를 책임질 수 없지만 아마도 얼마쯤은 할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과 전주도서관 출판제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우리 다시 갈 수 있을까>, <여행을 꺼내 읽다>, <나무의 속살을 읽다>가 있으며 인문서로 <나무의 문을 열다>,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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