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봄 옷자락에서 설렘과 그리움이 폴폴

2018-03-13     김보현

여성 미술가들의 옷장에서 봄을 찾는 전시회가 열린다.

전주의 갤러리 숨에서 오는 30일까지 테마기획전 ‘봄날(A spring day)’을 연다.

김영란, 박지수, 박지은, 이순애, 장영애, 정미경, 최지영 씨 등 7명의 작가가 옷자락에 담긴 설렘과 그리움을 꺼내본다. 부모님, 결혼, 자녀 등 여성으로서 겪은 삶의 자취 또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다.

김영란 작가는 어머니의 조그마한 어깨를 정숙하게 감싸던 하얀 모시 저고리를 꺼냈다. 결혼을 앞두고 얻은 자신의 잠자리 날개 같던 저고리도 함께 걸었다. 모녀 혹은 두 여성의 설렘과 기대를 표현했다.

박지수 작가의 ‘봄을 품다’는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입었던 임부복을 꺼냈다. 그는 “스물넷에 갑작스럽게 한 임신은 당혹스러웠지만 그 옷을 입고 봄날을 보내면서 아이에 대한 애정을 키우게 됐다”며 “처음엔 나만의 봄을 떠나보내기가 두려웠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이와 함께하는 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안다”고 말했다.

계절의 바뀜은 옷장을 보면 알 수 있다. 두꺼운 겨울옷을 정리하고 한결 얇고 화사한 옷들로 자리를 채운다. 박지은 작가 역시 봄을 맞을 준비로 옷장정리를 했다. 아이를 낳고 이제는 입지 못하는 추억의 옷과 수많은 감정들을 함께 넣었다.

컬러셔츠와 청바지에 열광하던 미술학도. 이순애 작가의 대학시절 모습이다. 작품 ‘나의 꽃시절’은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봄같던 시절 입었던 의상과 작업실을 재현한 것이다.

장영애 작가는 자신의 설렘과 행복의 원천은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의 원천은 육신을 넘어 창조적인 영혼과 마주하며 얻는 창작의 기쁨이다.

정미경 작가는 이 봄에 자신이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작업해 선보인다.

‘19년 전 나의 결혼식에 입었던 새색시의 초록 저고리와 빨간 치마. 친정어머니가 입으셨던 살굿빛 한복. 상자에 보관하기만 했던 한복을 고쳐 입고, 올봄엔 한옥마을을 거닐고 싶다.’ 최지영 작가는 자신의 결혼식 때 입었던 한복과 그날의 기억을 꺼냈다. 그는 “새색시는 간데없지만 그날의 기억은 언제나 봄볕처럼 나를 따뜻하게 감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