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돕는 황성진 이솔 화장품 대표 '사회문제 참여하는 건 브랜드 성장에도 도움되죠'

2018-04-25     남승현

완주군 용진읍 소재 화장품 브랜드 ‘이솔(2SOL)’만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생각하는 회사는 흔치 않다. 초창기 시절 ‘유명 화장품보다 성분이 뛰어난데 저렴한 화장품’이라는 찬사를 받더니,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한 뒤로는 ‘착한 화장품’으로 불리며 안방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얼마 전엔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5일 오전, 회의를 마치고 회사 근처 카페로 들어선 이솔 화장품 황성진 대표(38)는 건장하고 다부졌다. “생각보다 젊어 보인다”고 하자 “일찍이 미용에 관심을 가졌다”며 웃었다.

황 대표가 위안부 할머니의 상처 보듬기에 나선 계기는 의외다. 화장품 구매 고객의 90%가 여성이라는 점을 깨닫고 여심 공략에 나서면서 부터다. 이 과정에서 ‘여성 인권’에 눈을 뜬 그는 지난 2016년 호주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무려 3300만 원을 쾌척했다. 미국과 캐나다, 독일에 이어 외국에 세워진 네 번째 소녀상이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등과 함께 시드니에 도착한 황 대표는 소녀상 앞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한다.

“소녀상 건립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함께 이뤄낸 것입니다. 시드니 교민이 허가를 받았고, 운반은 성남시가 맡았습니다. 우리는 제작비를 지원한 게 전부죠. 사실 언론에 나와 이야기 하는 것도 쑥스럽네요.”

평생 한(恨)을 안고 살아오다 몸이 불편한 가운데도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한 길원옥 할머니(90)는 황 대표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위안부 할머니 돕기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황 대표는 지난 2014년부터 수익금 일부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기부해 왔다. 1년에 두 차례는 꼭 화장품 고객을 초청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한 강의를 개최한다.

임실에서 태어나 오수고를 졸업한 황 대표는 한일장신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지만 1학년 1학기 재학중 자퇴하고, 아카데미를 통해 피부미용을 배웠다. 전주 시내 피부관리실에 화장품을 납품하는 일을 하다가 지난 2008년 ‘아리솔’(이솔의 전신)이라는 상호로 회사를 차렸다.

‘소나무의 기상을 잇는다’는 회사 이름 이솔의 의미만큼 황 대표의 활동은 굳건하고도 감동적이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의 비극을 지켜본 그는 이듬해 12월 서울의 한 영화관을 대관해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투쟁 1년을 기록한 영화 ‘나쁜 나라’를 관람했다.

황 대표는 ‘쌍용자동차 사태’로 낙담하는 이들을 후원하는 등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반대 세력도 적지 않다. 위안부 할머니와 세월호 피해가족, 쌍용차 해고 근로자를 돕는 황 대표에게 전화 테러가 쏟아졌으며, 우편으로 극렬히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왜 화장품 업체가 사회 문제에 나서려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며 “그러나 우리 화장품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사회운동과는 거리가 먼 황 대표가 뚝심을 보인 데는 누나 황미영 씨(41) 영향이 컸다. 함께 일하는 누나는 동생에게 “힘든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황 대표는 직원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7명의 직원을 둔 ‘이솔’은 지난 2015년 ‘고객상담센터에 무리한 사은품을 요구하며, 욕설과 비방을 한 고객을 상대로 법적인 조처를 하겠다’는 경고문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고객도 중요하지만, 회사 직원도 고객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아직 작은 기업에 불과하지만, 직원에게도 가족처럼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대기업 일가의 ‘갑질’ 논란 속에서 옛 정취 물씬한 가족의 정과 상처받은 이웃을 대하는 황 대표의 말이 대비를 이룬다.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 덕분에 기부가 잘 이뤄지는 것 같아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피해 할머니 돕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