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방화 참사 유족들, 일상 복귀 못한채 증거 찾아 분주

2018-07-16     남승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광현 형의 흔적이 곳곳에 있고 자꾸 생각이 나는데…”

지난달 17일 군산 ‘7080크럽’ 방화 사건으로 숨진 개그맨 김태호 씨(본명 김광현·51)의 동생 A씨는 형 이야기가 나오자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형이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지금도 TV를 보면 행여 형이 나올까 눈길이 머물고 슬픔이 밀려온다.

16일 오후 인터뷰에 나선 A씨는 화재 당시 형이 입고 있던 옷과 지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형이 눈을 감은 다음 날이 아버지 제사였다”는 A씨는 유품을 보며 참았던 눈물을 쏟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화재 당시 상황을 묻기 위해 서울 화상 전문 병원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군산시 장미동 ‘7080크럽’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도 구하러 다닌다고 했다.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한 건 그뿐만이 아니다. 함께 변을 당한 고(故) B 씨의 큰 형도 섬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기잡이 배에 오른 그는 “동생도 가끔 일을 도와줬었다”고 했다.

큰형이 잡은 멸치를 바닥에 펼치던 다른 형이 말했다.

“동생이 떠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섬으로 왔는데, 예전처럼 배를 타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다를 보면 뱃일을 도우며 환하게 웃던 동생이 생각납니다”

유족의 마음은 타들어 가지만, 경찰 조사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방화사건의 범인 이모 씨(56)를 비롯해 피해자 상당수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군산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점이 가입한 화재보험의 약관에 따라 방화 사건 피해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계약자인 업주는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데다 접근 금지 가처분 명령이 내려지며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한 유족은 “주점이 가입한 화재보험이 적용이 되느냐. 국가에서 지원하는 장례비와 치료비가지곤 부족하다”며 경찰서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화재보험 지급 여부는 가입자인 업주와 보험사만 확인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족들은 변호사를 선임하며 피해자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직접 원인 규명에 나서고 있다.

해당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는 “유족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 위해 업주를 상대로 가압류를 신청했다”며 “또한 업무상 하자가 있다면 국가배상청구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군산경찰서를 대상으로 화재사건 수사 진행 상항과 화재보험 가입 여부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18일에는 군산시청 앞 변호사 사무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군산=문정곤•남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