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원수'…전북, 응급실 폭행 전국 5위

2018-08-05     천경석
전북지역 내 응급의료행위 방해 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다. 가해자 3명 중 2명은 술에 취한 주취자였으며, 상당수는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처벌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응급의료 방해 등 관련 신고 및 고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응급의료기관에서 폭행이나 위협 등으로 신고한 건수은 65건이었다.

전국적으로 응급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방해해 신고된 건수는 총 893건으로, 전북은 경기도(198건), 서울(105건), 경남(98건), 부산(76건)에 이어 5번째로 많았다.

도내 응급의료행위 방해는 주로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발생(43건)했으며, 난동(29건), 폭행(18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또 방해 가해자의 66%(43건)는 술에 취한 채 벌인 행동으로 조사됐다.

실제 도내에서는 지난달 29일 술에 취한 10대 여성이 응급실에서 간호사 2명을 손으로 수차례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으며, 앞선 7월 초에는 익산의 한 병원 응급센터장이 술을 마신 환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해당 의사는 코뼈가 골절되고 뇌진탕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신고하거나 고소하지 않은 사건을 고려하면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언이나 폭행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응급의료행위 방해 혐의로 신고·고소된 사건 중 벌금형 이상의 강력한 처벌을 받은 사건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금지)와 제602조(벌칙)에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 진료를 폭행 등으로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도내에서 지난해 응급의료행위 방해로 신고된 65건 가운데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경우는 단 2건에 그쳤다. 더구나 37건은 처벌 여부를 확인조차 못 했으며, 24건은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폭행 문제와 관련, 경찰청 등 관련 사법기관에 적극적인 법 집행 협조를 요청하고,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력 예방 관련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의료계는 정부 대책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도내 의료계 관계자는 “생명을 다루는 응급실에서 일어나는 의료행위 방해 사건은 가중처벌을 해야 의료인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법령을 강화해 응급실 내 폭행 사건을 줄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승희 의원은 “의료진 폭행·협박 행위는 진료 방해 행위로 이어져 자칫 다른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