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에 추락한 고은, 군산시 테마가로 얼굴도 빠진다

2018-08-20     남승현

‘미투(ME Too, 나도 말한다)’에 추락한 ‘노벨문학상 후보’ 고은 시인이 군산시 테마가로 조성사업에서도 빠진다.

성 추문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거니와 미투 운동의 당사자와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고은 시인을 지역 명소에 조형물로 내세우기가 부담스럽다는 군산시의 판단 때문이다. 더구나 고은 시인 생가터 복원도 취소돼 그를 기리는 문화사업의 동력을 잃은 듯한 분위기다.

20일 군산시에 따르면 군산 예술의 전당 주변 테마가로 조성사업에 고은 시인을 벽화에 그리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시는 지난해 4월 경관디자인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됨에 따라 예산 7억4000만 원(도비 2억9600만 원·시비 4억4400만 원)을 확보해 테마가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새들공원 축대벽에 고은 시인의 만인보를 비롯해 군산 출신 문인 9명의 작품을 벽화와 조형물에 새기기로 했지만, 고은 시인에게 미투 사건이 불거지면서 해당 사업 자체가 잠정 보류됐다. 고은 시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따른 것이다.

군산예총과 군산문화원, 군산대, 시의회 등에서 추천된 인사로 구성된 테마가로 조성사업 자문위원들은 회의를 거쳐 고은 시인을 사업에서 빼기로 했다.

대신 자문위원 회의를 통해 고헌 시인(1924~2001)을 비롯해 김기경, 문효치, 이병훈, 이양근, 이원철, 채규판, 채만식, 심호택 등 군산 출신 문인 9명을 테마가로 조성사업 대상자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고은 시인 생가터 복원 사업도 부지 매입가격 차이가 커 취소됐다. 지난 2015년 고은 시인의 모친 생가를 2억여 원에 매입했지만, 인근의 고은 시인 생가터 매입은 소유주의 터무니없는 가격 요구로 무산됐다.

군산시는 결국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고은 시인 생가터 복원 사업을 취소하고 예산을 모두 반납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지역 명소에 미투 사태로 인해 여론이 악화한 고은 시인을 적용하기가 부담스러웠다”면서 “자문위원들이 오랜 시간 회의를 거쳐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고은 시인을 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은 시인 생가터 복원사업도 토지주와 협상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사업을 취소했다”면서 “이미 구입한 모친 생가에 대한 활용이 현재 상황에서 난처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미투에 추락한 고은 시인의 흔적이 고향 군산에서 지워지는 현상을 두고 문인협회와 여성단체의 입장은 분분하다.

전북여성단체연합 노현정 사무처장은 “고은 시인이 아름다운 시(詩)를 짓는 과정에서 많은 여성이 피해를 봤다”면서 “일상을 감옥처럼 사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테마가로에 고은 시인이 빠진 건 당연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군산문인협회 김철규 회장은 “고은 문학관을 건립하려던 군산시가 미투로 인해 테마가로 사업조차도 이뤄지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라면서 “특히나 문학적 뿌리를 두고 있는 군산은 고은 시인에 대한 애정이 절실한데, 사회적으로 이런 말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