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통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제17회 한국 강의 날 대회-서로 다른 생각 하나로 모아야 강·하천 살린다

2018-08-21     기고

제17회 한국 강의 날 대회가 열렸다. 영산강이 바다와 만나는 목포에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2박3일 일정이었다. 전국에서 91개 단체가 참가했고, 약 2000여 명의 강과 하천지킴이들이 모여 대회는 성황을 이뤘다. 이번 전남 목포대회는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과 영산강살리기네트워크가 주최하고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 그리고 전라남도와 목포시가 후원했다.

△한국 강의 날 대회

첫 날 열린 한국강포럼에서는 이번 대회 슬로건인 ‘물 민주주의 원년, 강강 수월하게’에 맞춰 ‘통합 물관리 이후 4대강의 재자연화와 물 민주주의’, 그리고 ‘영산강 하굿둑 개방’이 주제로 논의됐다.

하지만 대회의 꽃은 사례 콘테스트였다. 접수된 53개의 사례들은 제 각각 청소년, 대학생, 수생태보전이나 환경교육, 그리고 민관협력사례로 분류되어 예선를 거쳤고, 최종적으로 14개의 사례가 본선에 올랐다. 심사위원들의 역할이 좀 독특했다. 대학교수와 공무원도 있고, 오랜 현장 경험을 가진 활동가들도 섞여 있었다. 그들의 역할은 평가자라기보다는 참여자 모두가 해당 사례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소중한 가치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시간을 놓쳐 발표가 미흡한 부분을 추가로 질의하기도 하고, 모두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며 무대 위에 마련된 패널에 투표지를 붙였다. 뿐만 아니라 ‘왜 그 사례에 투표했는지’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후, 청중들의 의견을 경청해 민심이 최대한 반영되는 결과를 내오도록 노력했다. 심사위원들로서는 이런 대회방식이 불편할 수밖에 없겠지만, ‘강과 하천을 사랑하는 서로 다른 생각’들을 공론화하고 모아가자는 대회의 목적에 맞게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덕분에 대회는 각자의 애환과 고충들이 담긴 사연들로 형형색색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지난 몇 해 동안 저마다의 현장에서 부딪혔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지혜를 모으고, 관계자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었던 사례들이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이들에게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특별히 주목받았던 사례들

강과 하천 수질오염에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버려진 농약병과 폐비닐, 소각하고 남겨진 쓰레기 잿더미다. 비가 내리면 그대로 흘러들어 부영양화로 녹조를 일으키기도 하고 심한 경우 물고기 집단 폐사를 불러오기도 한다. 오염이 발생하는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비점오염원(nonpoint-pollutant)’이라 불리는데, 체계적인 관리가 가장 큰 맹점이다. 그래서 비점오염원에 의한 오염부하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해결에는 왕도가 따로 있지 않고 첨단 기술적용도 어렵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유역의 소하천들을 살리기 위한 ‘도랑살리기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지속적인 성패를 가르는 변수는 결국 마을주민들의 참여와 변화였다. 당연하게 들릴지 몰라도, 고령층의 노인들만 남아 있는 농촌마을의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장의 활동가들이나 일선 공무원들의 고충은 헤아리기 쉽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강살리기 김제네트워크의 사례 ‘비점오염원 줄이기로 새만금 행복강물 만들기’와 임실군 조월마을 ‘자원순환! 더불어 하나 되는 환경지킴이’의 드라마틱한 성공담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농약병을 한군데로 모으고, EM(유용 미생물) 사용을 일상화하고, 쓰레기가 쌓이던 곳에 꽃밭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기법들이 동원되었지만, 승패의 핵심은 많게는 일주일에 두어 번도 하고, 1년 내내 하고 작년에 이어 내년에도 또 하는 반복적인 과정에 있었다. 헌신적인 현장 활동의 중심에는 반드시 밑불을 지펴온 숨은 부지깽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또 하나의 사례들은 대학생 실천 분야였다. 이 분야는 올해 대회부터 신설되었다. 청소년들의 자원봉사활동 사례가 많은데 비해 대학에 진학한 이후 활동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또한 대학생과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겠다는 장기적인 전략이 담겼다. 심사위원들과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은 것은 영산강 러브리버 대학생들의 ‘강 따라 전설 따라, 영산강 유역순례’였다. 벌써 13년의 전통을 갖고 있고, 올해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목포에서 영산강 발원지인 용소까지 4박 5일의 순례를 강행했다. 단순한 강길 걷기가 아니다. 유역의 마을 곳곳을 거쳐 가며 마을주민들을 만나고, 겨울방학에는 별도의 마을지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강을 끼고 살아가는 유역의 삶을 돌아보는데 이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이 있을 수 없다.

관심을 모은 또 하나는 전북대학교 하천생물연구회의 ‘전주시 관내 하천 생태 전문모니터링’ 사례였다. 이 연구회는 김익수 명예교수가 지난 1975년 전북대학교에 처음 부임하면서 만든 모임이다. 지금까지 38년 동안 전주천을 모니터링해 온 기록도 놀랍거니와 자신들의 전공을 살리면서, 전주의 하천들이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명견만리, 생각을 모으면 길이 보인다

한국 강의 날 대회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공유의 플랫폼’이다. 플랫폼이란 개념이 최근 4차 산업혁명이 공론화되면서 함께 회자되는 신조어 같지만, 그 가치와 정신이 벌써 17년이나 오래도록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도랑살리기에서 마을만들기로’, ‘대학생 강 순례’, ‘민관협치’, ‘거버넌스’, ‘유역공동체’

비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는 아니지만, ‘통합 물관리’나 ‘물 민주주의’, ‘하굿둑 개방’ 못지않게 대회 기간 내내 자주 거론되었던 키워드들이었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활동가들부터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일하는 교수와 전문가, 물 관련 정책을 다루는 유역과 중앙부처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들의 입을 통해 반복적으로 쏟아져 나온 말들이었다. 우리의 강과 하천이 맞닥뜨려 있는 현재와 미래는 분명 이 단어들 속에 있다. 폭염이 지나자 녹조가 급격히 번성하고 물고기들의 폐사로 강이 또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생각을 모으면 길이 보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