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서 탈영한 군사문화, 아직도…” 오홍근 저서 ‘펜의 자리, 칼의 자리’

2018-09-06     문민주

1988년 8월 6일 아침 서울 강남 대로변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던 오홍근 씨(당시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가 칼부림 테러를 당해 쓰러졌다. 오 씨는 허벅지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가 수십 바늘을 꿰맸다. 범인은 정보사령부 장성 두 명을 포함한 십여 명의 현역 군인들. 오 씨가 시사월간잡지 <월간중앙>에 쓴 칼럼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조직적인 범죄였다.

가해자들은 ‘군에 대한 충정’이라 판단한 군사법원에 의해 선고유예로 풀려났다. 반면 피해자인 오 씨와 그의 가족은 오랜 기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렇게 어언 30년이 흘렀다. 오홍근 테러 사건 발생 30년을 맞아 오 씨와 그의 동료·후배들은 ‘88 언론테러 기억모임’을 조직하고 군사문화를 집중 조명한 책 <펜의 자리, 칼의 자리>를 펴냈다. 이를 통해 우리는 30년 전 오 씨를 테러한 국군 정보사령부, 촛불집회 계엄령을 검토한 국군 기무사령부 등 30년이 흘러도 반성하지 않고, 변하지 않은 군사문화를 목도하게 된다.

88 언론테러 기억모임은 오 씨와 역사학자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정치권의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함께하는 3자 특별 좌담을 개최하고 그 내용을 기록했다. 오 씨가 칼럼니스트로 복귀해 2011년 8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인터넷신문에 연재한 칼럼도 복기했다. 재판 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양승태 대법원의 군사 문화’ 등 최근에 쓴 글까지 수록했다.

특별 좌담에서는 군사문화란 무엇이고, 우리 사회에서 군사문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관해 다뤘다. 이와 관련해 오 씨는 “군사문화는 기본적으로 승리하는 문화, 능률을 추구하는 문화로 공정함이나 정당함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다”며 “또 하나 중요한 건 ‘졸(卒)’을 사람으로 안 보는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 사태도 ‘졸의 기본권’을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외 김 의원은 명령의 ‘정당성’에 대해 논할 수 없는 군사문화의 문제를 지적하고, 한 교수는 대학 내 군기 문화 등 일상의 군사문화를 없애 민주주의를 심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88 언론테러 기억모임은 “특별 좌담을 하고 책을 출간하면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명확하다. 군사문화는 병영 안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며 “군사문화가 병영 밖으로 뛰쳐나와 민주주의를, 시민의 삶과 문화를, 나아가 한 나라 역사를 패대기치게 해선 절대 안 된다”고 밝혔다.

김제 출신인 오홍근 씨는 1968년 동양방송(TBC)에 입사하면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 TBC가 통폐합되자 중앙일보사로 옮겨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 중앙일보 부국장, 논설위원, 판매본부장 등을 거쳤다. 1999년 국정홍보처장을 시작으로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 겸 대변인,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 공직을 역임했다. 저서로 <각하 전상서>, <대통령 복도 지지리 없는 나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