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백제] (176) 9장 신라의 위기 12

2018-09-09     기고

여왕의 거처인 황룡사 입구가 보였다. 대문 좌우에 모닥불을 펴 놓아서 웅장한 대문이 드러났다. 밤, 자시(12시)가 되어가고 있다. 김유신의 진막에서 나온 여왕 덕만(德曼)도 숙소인 황룡사로 돌아가는 중이다. 가마가 속도를 늦췄기 때문에 여왕이 휘장을 걷고 옆을 따르는 이찬 김석필에게 물었다.

“이찬, 김춘추 공은 언제쯤 왜국에 도착할 것 같은가?”

“모르겠습니다.”

김석필이 가마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김석필은 말을 부하에게 끌게 하고는 여왕의 가마 옆을 걷고 있다. 김석필이 말을 이었다.

“백제군이 오니까 안심을 하고 간 것이지요.”

“나한테 기별도 없이 가다니. 무엇이 그리 급하단 말인가?”

여왕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을 때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동요한 가마꾼들이 주춤거리는 바람에 가마가 흔들렸다. 휘장이 펄럭이면서 여왕이 가마끝을 쥐자 김석필이 호통을 쳤다.

“이놈들! 가마가 흔들린다!”

여왕의 가마는 앞뒤에 시위 네명씩 여덟이 어깨에 맨다. 1인용 가마지만 규격이 컸고 장식이 무거워서 먼 거리는 말을 탄다. 황룡사에서 김유신의 본진까지는 2리(1km) 정도였기 때문에 여왕이 가마로 행차했던 것이다. 그때다.

“아앗!”

뒤쪽에서 신음소리가 들리더니 이제는 가마가 왼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놈들! 무슨 일이냐!”

어둠속이어서 김석필이 다시 소리친 순간이다.

“아악!”

가마꾼 하나가 비명을 지르면서 엎어졌고 그 옆쪽 가마꾼은 털썩 주저앉았다. 그 바람에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머지 가마꾼이 넘어졌고 가마가 뒤로 기울면서 땅바닥에 모로 쓰러졌다.

“아앗! 전하!”

놀란 김석필이 달려가 휘장을 걷은 순간이다.

“이놈! 역적들의 습격이다!”

갑자기 위사 하나가 소리치더니 칼날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습격이다! 역적들이다!”

“비담 무리의 기습이다!”

이쪽 저쪽에서 외침이 울리면서 함성과 비명이 어지럽게 일어났다. 김석필이 휘장 안으로 손을 뻗어 여왕의 말을 쥐었다.

“전하, 밖으로 나오시지요!”

김석필이 소리쳤다. 급박한 상황이니 여왕을 가마 안에만 둘 수가 없는 것이다. 여왕이 김석필의 부축을 받아 모로 쓰러진 가마에서 나왔을 때다.

“이놈!”

뒤쪽에서 외침 소리가 울리면서 김석필 옆으로 달려들었던 사내 하나가 쓰러졌다. 습격자다. 어둠속에서 김석필은 습격자의 정체를 처음 보았다. 검은 천으로 얼굴을 덮고 눈만 내놓았다. 갑옷은 신라군 갑옷이다. 그때 습격자를 벤 위사장 요찬이 달려왔다.

“전하! 습격자가 많습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누구냐! 비담이 보낸 암살대인가?”

김석필이 소리쳤다. 그러나 앞장선 요찬은 습격자 또 하나를 맞아 칼을 부딪는 중이다. 사방은 칼 부딪는 소리, 비명과 외침으로 가득찼다. 여왕을 20여명의 위사밖에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방이 습격자로 둘러 싸인 것 같다. 그때 여왕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놈들! 비담이 보낸 놈들이냐!”

여왕의 목소리가 밤하늘로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