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백제] (177) 9장 신라의 위기 13

2018-09-10     기고

“이놈들! 신라 장수라면 떳떳하게 나서라! 내가 여왕이다!”

여왕이 다시 소리쳤을 때 주위의 소음이 줄어들었다. 습격자들이 주춤한 것이다. 그때 김석필이 소리쳤다.

“이놈들! 역적으로 몰려 9족이 몰살당하고 싶으냐! 칼을 버리고 귀순하면 오히려 충신으로 대우하겠다! 여왕 전하께서 윤허하실 것이다!”

그때였다. 어둠속에서 나타난 괴한 하나가 김석필에게 칼을 후려쳤다. 김석필이 칼을 들어 막았지만 힘에 밀렸다.

“찰캉!”

다시 한 번 칼날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서 김석필이 비틀거렸을 때 사내의 칼날이 날았다.

“으악!”

어깨에서 옆구리까지 비스듬히 베어진 김석필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을 때 다시 함성이 울렸다. 이제는 살육이다.

“전하! 막혔습니다!”

칼을 쥔 위사장 요찬이 이 사이로 말했다. 가마를 등지고 선 여왕의 앞에 서서 요찬이 울부짖듯 말했다.

“마마, 이놈들은 비담의 무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함성과 칼날 부딪치는 소리가 지척에서 울렸고 어둠 속에 습격자의 움직임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쪽도 여왕의 친위 위사들이다. 20여명 밖에 안 되었지만 그 몇 배나 되는 습격자를 맞아 분전하고 있다. 가마 주위를 둘러싸고 다가오는 습격자들을 막는 것이다.

“에익!”

마침 빈틈을 파고 들어온 습격자의 가슴을 장검으로 깊게 쑤신 요찬이 발로 몸통을 밀면서 칼을 뽑았다. 가슴을 찔린 습격자가 낮은 신음만 뱉은 채 발 밑으로 쓰러졌다. 그때 요찬이 쓰러진 습격자가 덮어 쓴 복면을 뜯어내듯이 벗겼다. 얼굴을 보려는 것이다. 깊은 밤, 불도 없었지만 별빛이 선명했다.

“아앗!”

사내의 얼굴이 드러난 순간 요찬이 외침을 뱉었다.

“전하! 이놈이….”

요찬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여왕이 머리를 돌려 죽은 사내의 얼굴을 보았다. 별빛을 받은 사내의 얼굴이 희다. 그리고 낯이 익다. 그때 요찬이 소리쳤다.

“이찬 김춘추의 측근인 장군 김정복이요!”

“으음, 이놈들.”

여왕이 가마에 등을 붙이고는 신음했다.

“에익!”

요찬이 다시 덮쳐온 습격자 둘을 맞아 맹렬한 기세로 칼을 후려쳤다. 여왕이 눈을 치켜뜨고 밤하늘을 보았다.

“이제 알았다! 이놈! 김춘추!”

여왕 덕만(德曼)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역적 김춘추! 네 짓이었구나!”

“에익!”

습격자 하나를 벤 요찬이 칼을 치켜들기 전에 다른 습격자의 칼날이 허리를 베고 지나갔다.

“으윽!”

요찬의 신음에 이어서 여왕의 외침이 이어졌다. 이번에는 더 크다.

“역적 김춘추! 네가 백제와의 합병을 막으려고 나를 죽이는 구나!”

“에익!”

요찬의 기합, 그러나 후려친 칼이 빗나갔고 습격자의 두 번째 칼날이 가슴을 꿰뚫었다. 숨을 들이켠 요찬이 뒤로 물러서면서 여왕을 보았다.

“전하!”

그 순간 요찬은 뒤쪽에서 나타난 습격자가 여왕의 가슴을 칼로 찌르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