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백제] (179) 9장 신라의 위기 15

2018-09-12     기고

비담이 눈을 치켜뜨고 앞에 선 화랑 석기수를 보았다.

“정말이냐?”

“예, 대감, 제가 직접 들었습니다.”

“여왕이 죽었어?”

“예, 우리가 매복한 군사들에게 피살당했다는 것입니다.”

“황룡사 앞에서 말이냐?”

“예, 대감.”

비담이 입을 반쯤 벌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전 묘시(6시)무렵, 반월성의 청에는 10여명의 장수가 모여 있었는데 모두 서둘러 왔기 때문에 갑옷도 제대로 입지 않았다. 그때 대장군이며 비담의 오른팔인 염종이 말했다.

“대감,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것은 김유신, 김춘추의 간계요.”

“글쎄, 간계라도 그렇지. 여왕이 죽었다지 않는가? 그런 헛소문을 뿌려서 군사들이 사기를 높인다는 말인가?”

“여왕을 우리가 죽였다는 소문을 내면 김유신군은 악에 받쳐 덤빌 것입니다.”

“백제 지원군까지 온 마당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김유신의 간계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때 잡찬 김홍무가 나섰다.

“김춘추 또한 능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위인입니다.”

“그런 소문 말인가?”

“아니오.”

김홍무가 머리를 저었다. 김홍무 또한 진골 왕족이다. 거기에다 김춘추가 압독주 도독이었을 때 3년 동안 부장(副將)으로 측근에서 머물었기 때문에 성품을 안다. 김홍무가 말을 이었다.

“여왕을 죽이고 우리가 죽였다고 하는 것입니다. 김춘추는 능히 그럴만한 위인입니다.”

“아니, 그럼 그래놓고 백제군의 힘을 빌려 왕위에 오른단 말인가?”

“아닙니다.”

김홍무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비담을 보았다.

“그러면 제 소행이 탄로가 날 가능성이 크니 이번에는 왕위에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허, 답답하구나.”

비담이 버럭 소리쳤다.

“그래서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왕위에 오를 성골이 누가 남았습니까?”

김홍무가 되묻자 비담이 눈을 치켜떴다.

“누구냐? 말하라.”

“승만이 있습니다.”

그순간 청 안에 물벼락이 떨어진 것처럼 조용해졌다. 그렇다. 이 세상에 세명의 성골(聖骨)왕족이 남았다. 하나가 여왕 덕만이요. 두번째가 여왕의 동생이며 의자왕의 모친인 선화공주,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여왕의 사촌동생 승만(勝曼)이다. 승만은 덕담의 부친 진평왕의 동생 딸인 것이다.

“그, 승만을 다시 여왕으로?”

비담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을 때 김홍무가 긴 숨을 뱉고 나서 말했다.

“제가 김춘추의 마음이 되어서 생각을 해본 것입니다. 여왕 덕만이 백제군을 끌어들여 백제와의 합병이 목전에 닿았으니 김춘추는 이 기회에 여왕과 대감까지 제거하는 음모를 꾸몄을 것입니다. 모두 숨을 죽였다. 김홍무도 지략과 용병술에 뛰어난 무장이다. 김홍무의 말이 이어졌다.

“김춘추는 일단 승만을 여왕으로 삼은 후에 백제군을 위무하고 돌려보내고 나서 신라왕이 되려고 할 것입니다.”

쓴웃음을 지은 비담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내가 백제, 김유신군을 전멸시키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