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英.佛 약탈 중국유물 경매 강행

2000-05-02     연합
크리스티 경매소가 30일 중국 정부와 시위대의강력한 항의에도 불구, 140년 전 영국군과 프랑스군에 약탈당한 중국 국보급 예술품 2점에 대한 경매를 강행, 파문이 예상된다.

이날 홍콩 매리어트 호텔에서 경매된 유물들은 청(淸)왕조의 여름궁으로 쓰이던베이징 시내 원명원(圓明園)의 분수형 물시계를 장식했던 동물 머리 형상 청동상으로 1744년 제작된 것이다.

낙찰가는 원숭이 머리 모양의 청동상은 818만5천홍콩달러(한화 약12억2천800만원)에, 소 머리 형상의 청동상은 774만5천홍콩달러로 모두 시가보다 3배 이상의 높은 금액에 거래됐다. 최저 제시가는 두 유물 모두 200만 홍콩달러이며 시가 역시 모두 380-450만홍콩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경매 과정에서 야당인 민주당과 4.5행동(行動) 단체회원 등 8명의 시위대가 유물들의 중국 반환을 요구하다 경매소 경비원들과 난투극을 벌였으며 특히 시위대중 한 사람은 저지선을 뚫고 들어와 확성기를 통해 "국보들을 즉각 반환하라"고소리치기도 했다.

중국 국가문물국은 이번 경매품이 12간지를 나타내는 12마리 동물 머리형상의 일부로 지난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당시 영국과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거액을 들여 국보 유물을 차지해, 관심을 모은 주인공은 대만 출신의 무역상으로 베이징에 박물관을 두고 외국 유물들을 종종 매입해온 `베이징 바오리(保利)그룹' 소속의 `이수하오'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배경이 든든한데다 97년 2월 사망한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 가족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5백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진 경매 후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이 물건들은 우리 중국인의 것"이라는 말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서둘러 현장을 떠났다.

바오리 그룹은 지난 93년 베이징에 설립됐으며 중국 국가계획위원회의 통제하에부동산 개발, 관광, 교역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한편 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2대 경매소인 소더비도 오는 2일 문제의 분수 장식중 하나인 호랑이 두상을 경매에 부칠 예정인데 중국 국가문물국은 이에 앞서 크리스티와 소더비측에 서한을 보내 중국 유물에 대한 경매를 즉각 중단, 반환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홍콩 민정사무국(내무부격)의 젠훙전(藍鴻震) 국장은 홍콩특구 정부가 경매 자체에 간섭할 수 없으며 유물들을 국경 밖으로 반출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고30일 밝혔다.

경매가 강행된 1일과 2일 홍콩 성도일보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등 언론들은 대부분 1면 머릿기사나 주요 기사, 사설 등을 통해 크리스티의 중국 유물 경매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