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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 7일 익산시청 브리핑룸을 찾았다.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와 관련해 그간의 과정과 성과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그는 이 자리에서 익산시 몫으로 총 6721억원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올해 보다 218억원이 늘어난 규모로 애초 정부안에 비해 무려 339억원이 추가 증액된 수치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송하진 도지사를 비롯한 이춘석·조배숙 국회의원, 도·시의원 등 지역 정치권과 익산시 공무원들이 함께 똘똘 뭉쳐 백방으로 뛰어 준 덕분으로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덕담했다.앞서 이·조 등 두 국회의원도 전날(6일)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 확보 풍작과 관련해 익산시 공무원들의 노고를 한껏 치켜세웠다.시민의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 정치인들이 저마다의 공치사(功致辭)를 통해 생색내기에 급급한 모습이 아니라 시장은 국회의원에게, 국회의원은 시장에게 서로 공(功)을 돌렸다.근래에 볼 수 없었던 모처럼의 흐뭇한 광경이다.시기, 음해, 질투, 투서 등이 난무하면서 날로 피폐해 가는 익산사회의 어둠과 암울을 걷어내는 신호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정도로 무척이나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진심어린 감사와 칭찬 한마디가 서로를 얼마나 기분 좋게 만드는지 새삼 되새겨보게 한다.전국 지자체마다 내년도 국가예산 확보는 SOC 축소 방침 등 정부의 초긴축 예산 편성 기조 탓에 사실상 그리 녹록지 않았다.물론 익산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익산시는 정치권과의 긴밀한 협치모드 구축을 통해 이 난국을 헤쳐 냈다. 익산의 두 국회의원을 주축으로 소통 채널을 활짝 열어놓고 예산 확보 과정에서 벽에 부딪힐 때마다 지원을 요청했고, 그들 또한 지원사격에 사력을 다하면서 국가 SOC 및 R&D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가 수확됐다. ‘협치’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사전적 의미다.비슷한 뜻풀이를 가진 속담으로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가 있다. 무슨 일이든 혼자 힘으로만 하는 것보다 힘을 합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로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여럿이 힘을 합하는 것만은 못하니 서로 협동하고 협력하라는 가르침이다.아울러 이번 국비 확보에 있어 익산시민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339억원이다. 이 국비는 국회 심의단계에서 신규로 추가되거나 증액된 예산으로 행정과 정치권에 형성됐던 핵심 키워드 ‘협치’로 일궈낸 결과물이다.사실 익산시민들에겐 좀처럼 떨쳐낼 수 없었던 한 가지 노파심이 있다. 정 시장과 조 의원은 국민의 당,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으로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작금의 정치적 현실 상황이다.각 정당의 정체성에 차이가 있고, 지향하는 바도 똑 같을 수가 없기에 긴밀한 협력관계를 과연 구축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늘상 갖고 있다.하지만 이번 예산 정국에서 소위 지역사회 정치 지도자들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그간의 노파심이 한낱 우려에 불과했다는 것을 잘 증명해 보였다.시민의 눈높이가 뭐고, 지역민의 바람이 뭔지를 그들은 익히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비록 소속 정당은 서로 다르지만 시민과 지역발전을 위한 최우선 순위 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기꺼이 백지장 맞들기, 즉 협치를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무쪼록 행정과 정치권이 지속적인 협치정신 발휘에 나서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이번 예산정국에서 현격한 공을 세운 그들 모두에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보낸다.

오피니언 | 엄철호 | 2017-12-11 23:02

‘언론에 대한 적대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 속내를 드러낸 조례에 불과하다.’ ‘자신들에게 부여된 입법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회권력의 집단적 독선이다.’익산시의회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 언론계의 개탄이다.익산시 언론 관련 예산운용에 대한 조례안 개정이 지난 10일 최종 통과됐다.정정보도 또는 손해배상이 연 3회 이상인 경우 1년간 익산시 광고를 중단하던 애초 조례를 1번의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으로 횟수를 대폭 줄였다.벌금 이상은 3년을, 금고 이상은 5년 간 광고를 중단토록 제재도 강화했다.적용 대상 범위로 익산시민과 익산시 관내 관공서, 익산시 소재 사업장 등을 추가했다.정정보도 결정이 난 언론에겐 익산시 홍보 예산을 단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다.전국 최초로 홍보예산 지급과 관련한 조례안을 일찍이 만들어 이미 언론 옥죄기에 나서고 있는 시의회가 조례 개정을 통해 이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한편으론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국민의 알 권리 충족이란 미명 아래 기자 혼자만의 사고와 논리에 함몰돼 추측과 억측의 소설기사를 남발하는 언론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내팽개쳤기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치러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탓인지 모르겠다.하지만 이번 조례는 아니라고 본다.아무리 좋은 취지를 갖고 있더라도 절대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 하면 빛 좋은 개살구로 상식의 정도를 벗어나도 너무 한참 벗어난 조례임을 일단 지적한다.영락없이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겠다는 조례로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초법적인 발상이다.언론은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취재보도가 생명이기에 당연히 정정보도는 없어야 한다.언론이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아니면 말고식이거나 악의·고의적 보도가 아닌 사실에 입각해 기사를 작성해야 하고 취재 대상의 인권 및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그렇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의욕적인 취재활동을 하다 보면 취재 대상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팩트에 입각해 나름의 충실보도에 최선을 다 했지만 이른바 ‘까는 기사’들은 항상 언론의 일방적인 시각임을 주장하며 정정보도를 주문하기 일쑤였다는 게 그 간의 언론 경험이다.물론 시의회는 사실을 보도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무분별한 정정보도 요청 남발 등 악용될 소지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번 조례는 최악의 언론악법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재차 지적한다.기자들은 이제 그만 펜을 놓아야 한다.그저 시의원들이 던져주는 홍보성 보도자료만 충실히 받아 쓰고 혹시 그들과 관련한 고발제보가 들어와도 눈길 조차 보내서는 안 된다.혹여 취재 미흡으로 단 한 차례라도 정정보도 결정이 날 경우 밥줄이 끊겨 고난의 행군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이 대목에서 고개를 한번 갸우뚱거려 본다.언론계의 극한 반발을 무릅쓰고 굳이 이 시점에 초법적인 언론조례를 만든 진짜 이유가 뭘까.내년도 지방선거를 맞아 봇물처럼 쏟아질 앞으로의 언론 검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철통 방호벽 쌓기 차원에서 비롯된 ‘신의 한수’에 물음표를 찍어본다.사실 언론의 인물 검증이 본격 시작되면 현직 선출직 몇몇은 절대 재입성해서는 안 될 낙선·퇴출 정치인으로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기에 한 번 품어 본 의구심이다.아무튼, 언론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한 채 권리만 누리겠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오피니언 | 엄철호 | 2017-11-15 23:02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다.어떤 모임에 갔었는데 사회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한 인사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리고 지위도 낮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잔심부름을 하는 것을 보고 그 명성이 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잔심부름 정도는 아랫사람이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시키지 않고 먼저 스스로 나서서 하는 그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고 덧붙였다.자신의 행동 여하에 따라 명성과 존경을 얻을수 있고,지탄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는 너무 뻔한 이야기 갔지만 맘 속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지위가 올라갈수록 더 많이 베풀고, 먼저 나서서 움직여야 아랫사람들을 따르게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세상살이 충고를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탓이 아닌가 싶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가 몸소 보여주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단순히 전시적으로 보이는데 그치지 말고 진심을 갖고 쉼 없이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아랫사람들이 그런 리더를 믿고 강요를 하지 않아도 따르게 된다.사실 어떤 조직이든 어느 정도 자리에 오르면 움직이지 않는 이들이 참 많다. 특히 익산시 공직사회는 유독 심한 것 같다. 소위 하위직에 있을 때만 해도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했는데 5급 과장으로, 혹은 그 이상의 자리를 꿰차고 앉으면 예전의 의욕적인 활동성이 그냥 멈춰 서기 일쑤다. 물론 일부의 얘기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일처리가 능동에서 수동으로, 더불어 방관자적 입장으로 돌변한다. 그저 밑에서 올린 업무나 보고 받아 지시하고, 별다른 생각 없이 결재판에 사인만 한다.당면해 있는 소속 부서의 현안과 문제가 무엇인지 크게 관심도 없다. 하지만 일부의 그들에게도 지대한 관심 사안이 있다. 연가·특별휴가 등 일을 하지 않아도 월급이 고스란히 지급되는 공식적인 휴무 찾아먹기다.눈에 쌍심지를 키고 어떻게든 챙겨 먹는 왕성한 식욕 탓인지 유유자적 공직생활이 몸에 배어 있다.더구나 그들은 업무를 대신 떠맡아야 할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이나 손가락질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일부의 6급 계장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포착된다. 아니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뒤지지 않는 용호상박이다. 명색이 간부랍시고 현안 업무에서 손을 뗀다. 고작 두서너명에 그치는 아랫사람들이 과중한 업무 탓에 제때 퇴근도 하지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나 보다 앞서 이 자리에 앉았던 선배(?)들이 했던것 처럼 관례에 따라 나도 그냥 업무 지시만 내리면 된다는 식이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부지런히 뛰어 달라고 소위 간부 계급장을 달아 줬더니 세월아 네월아 하는 철밥통 숫자만 늘려 놓은 꼴이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다는 말인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한번 높아진 지위는 절대 ‘빠꾸 퇴’가 없고, 공무원이란 철저한 신분 보장에 따른 봉급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 차곡차곡 올라가니 이만한 직업이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싶다. 오죽하면 만년 직장이라는 의미의 속어 ‘철밥통’이 익산시에는 많아도 너무 많다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겠는가. 더욱 가관인 것은 일부의 그들 입에서 심심치 않게 내뱉어지는 심각한 인력 부족에 따른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불평 불만이다.또다시 기가 막히고 코를 막히게 한다. 더 푹 쉬고 놀면서 월급은 꼬박꼬박 받아야 한다는 얘기인지 그들의 속을 한번 들여다 보고 싶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나랏일을 보는 공무원들의 자세가 정말 중요하다.책임감과 의무감이 여느 직업과 분명 달라야 한다.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일부의 간부들에게 주문한다.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직원들까지 더 이상 욕먹이지 말고 제발 밥값 좀 하자.

오피니언 | 엄철호 | 2017-09-27 23:02

지난 5일 오전 익산시청 브리핑룸. 익산시 최양옥 복지환경국장이 기자들 앞에 섰다.그는 이날 “도심 악취가 심해져 시민들이 많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아직 악취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해 너무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매년 반복되는 악취근절을 이뤄내지 못한 행정력의 한계를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수년 전부터 시민들이 악취 고통을 호소하며 해결을 요구해 왔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사실 익산시 환경 문제를 총괄하는 업무부서 최고 책임자가 악취 민원과 관련해 이처럼 공식적인 대시민 사과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최국장의 이날 기자회견은 한편으론 익산시 고해성사로 받아들여졌다. 정말 안타깝고 답답한 기자회견이 아닐 수 없다.소위 고해성사에 나선 고백자를 마냥 질타하고 혼 낼 수가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정말 답답하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악취가 나더라도 고해성사까지 했으니 시민들에게 무작정 참고 기다려보자고 말할 수가 없으니 속이 터진다.고해성사는 이번 한번으로 족하다. 또다시 고해성사에 나서서는 절대 안된다. 하루빨리 악취 민원을 잠재울 묘수가 찾아지길 바라며 익산시에 한마디 한다.먼저, 뾰족한 해결책이 없으면 단순한 방법에서 오히려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으니 일단은 무작정 막고 품어보자. 시민들을 들끓게 하는 최근의 악취 냄새가 무엇인가. 공장에서 내뿜는 퀴퀴한 화학물질 냄새가 아니라 전형적인 축사 분뇨 냄새다. 특히나 서풍이라도 불라치면 악취 진동은 더욱 심해 진다. 동쪽에 있는 애먼 농장이나 공장을 용의선상에 올려 놓고 마구 들쑤시지 말고 정확한 진단에 따른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제대로 된 악취 진원지를 색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익산시민 상당수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문제의 돼지 사육 농장이 있지 않는가. 지금 당장 그 의심 농장으로 달려가 썩어가는 분뇨가 있는지 꼼꼼히 뒤져라. 분뇨가 제때 반출되지 않아 축사 한켠에서 부패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가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법률적 악취 기준치를 운운하며 농장 주변만 맴돌지 말고 실제 농장 안으로 깊숙히 들어가 분뇨가 부패되기 전에 제때 반출될 수 있도록 늘상 두 눈을 부릅뜬 채 감시하고, 혹시 무허가 축사라도 있는지 즉각적인 점검에 나서라.나아가, 지금의 개방형 축사를 가능한 철거토록 권장하고 무창형(창이 없는 밀폐형) 축사 건립을 유도하라.물론 이 같은 주문을 곧바로 실행으로 옮겨가기에 앞서 선결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부처간의 업무 협업이다. 담당 부서 몇명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건축, 행정 등 익산시청 전체 공무원과 전 부서가 나서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는것을 지적한다.고질적인 악취를 이번 만큼은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각오 아래 해당 양돈업자에게 악취 근절 책임과 의무를 강력히 주문하고, 만일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31만 익산 시민의 명령을 앞세운 반 강제적인 행정집행을 통해서라도 확실한 단죄에 나서야 한다.그간의 익산시 악취 행정 운영을 비춰볼 때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에 하는 지적이다.악취는 감각공해다.악취 원인 찾기 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서둘러라.익산시 악취 행정이 한계에 이르렀다면 시민들의 인내심은 이미 벌써 한계점에 도달해 있었다는 사실을 꼭 명심하라.

오피니언 | 엄철호 | 2017-09-11 23:02

전국에서의 위안부 소녀상 건립 소식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 종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시작한 건립 붐이 전국적으로 급속 확산되는 형국이다. 위안부 피해자가 없는 지역까지 앞다퉈 제막식과 이벤트를 열고 있으니 건립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쉽게 짐작된다.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형상화 한 조형물이다. 거칠게 뜯긴 단발머리 끝은 가족과 고향과의 단절을, 닳고 해진 맨발은 험난했던 인생을, 땅을 딛지 않은 뒤꿈치는 내 나라에서조차 온전히 발을 붙이지 못한 한(恨)을 담고 있다.그 소녀상에는 평화가 따라붙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초를 당한 한 시대의 희생자들을 통해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의미다.무릎 위에 주먹은 꽉 쥐어져 있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아 내겠다는 의지다.작은 새는 어깨 위에 앉아 있다. 평화와 자유를 상징한다. 단발머리 앳된 소녀의 고통을 통해 우리 역사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가 지금 전국 방방곡곡에서 세워지고 있는게 바로 소녀상이다.소녀상이 익산역 광장에도 건립된다.익산지역 9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익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가 온갖 노력과 열정을 쏟아낸 성과다. 사실 소녀상이 익산역에 설치되기 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난관은 장소 선정을 둘러싸고 벌인 코레일 전북본부와의 힘겨루기 였다.익산역은 일제강점기인 1912년에 세워진 수탈의 현장이다. 익산지역 젊은 청년들이 강제 징집되어 전쟁터로, 그리고 어린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기 위해 강제로 열차에 태워졌던 우리민족 고난의 현장이나 다름없다.추진위가 소녀상 건립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익산역을 선택한 이유다. 하지만 코레일의 생각은 달랐다. 역사적 배경과 의미는 차치하고, 오로지 고객들의 이동 동선 불편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완강하게 거부했다.정헌율 익산시장까지 나서 입장 선회를 촉구하는 협조 공문 발송과 함께 대시민 촉구 서명 동참에 나섰지만 코레일은 돌부처 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코레일이 말하는 사회적 공감이 어느 나라, 어느 사회의 공감대인지 정말 궁금했다. 급기야 익산역 소녀상 건립이 자칫 물건너 가는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졌다. 팽팽한 줄다리기만 거듭되던 상황에서 지난 26일 정치발 희소식이 날아왔다. 코레일이 입장을 급선회해 익산역 소녀상 건립을 허용키로 했다는 내용이다. 무척이나 기다렸던 반가운 소식이다.그런데 뒷 맛이 영 개운치 않다. 익산역 소녀상 건립을 전격 수용한 배경에 힘(?)의 논리가 작용했다는 얘기가 솔솔 들려온 탓인지 모르겠다.이춘석·조배숙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본격적인 압박에 들어가자 마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는게 소문의 줄거리다.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공감대 형성 등을 운운하며 익산시민의 염원을 아예 깔아 뭉갰던 코레일이 정치권 압박 하루만에 공감대 형성으로 돌변을 했다고 하니 이 어찌 통탄 할 일이 아니겠는가.익산시민들의 염원을 말 장난으로 우롱한 이중적인 행태에 분노감이 치밀어 오른다. 그들에게 익산 시민은 분명 없었고, 역사 앞에 진실하지도 못했다.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억울해 할것도 없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기에 더더욱 그렇다. 아무쪼록,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평화와 전쟁 반대, 보편적 인권 가치 실현, 올바른 역사를 알리기 위한 시작점이다. 익산역 소녀상 건립이 전국 방방곡곡의 역으로 확산돼 친일청산과 역사의식 고취의 좋은 선례로 회자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피니언 | 엄철호 | 2017-08-01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