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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로연수제’는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에게 사회적응 준비기회를 주고 원활한 인사운영을 위해 시행중인데 6개월 이내가 원칙이나 자치단체 필요에 따라 1년으로 연장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기간에 공무원 신분은 유지하되 일부 수당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급여는 그대로 지급한다.전주시는 올해부터 4급 이상에 대해 공로연수를 퇴직 6개월 전에서 1년 전으로 앞당겨 시행한다. 인사적체를 해소함은 물론,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취지이며, 전북도나 다른 자치단체 공로연수 기간이 1년인 점을 고려해 연장했다고 한다.공로연수제가 꼭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고, 정반대의 논리를 들이대는 사람도 있다.특별한 일도 하지 않는데 굳이 주민의 세금을 들여 급여를 지급하는게 적정한가라는 반론이 종종 일고있고, 일부 당사자들은 ‘현대판 고려장’이라며 반발하기도 한다.공로연수와 관련해 가장 파문이 컸던 것은 1992년 한준수 충남 연기군수였다. 정년퇴직을 6개월 앞두고 그를 충남도청으로 공로연수 발령하자 한준수씨는 야당에서 양심선언을 했다. 상사인 현직 도지사가 관권선거를 진두지휘 했다는 거다. 그해 봄 치러진 14대 총선때 연기군에서 여당 후보(민자당)를 당선시키기 위해 엄청난 금권, 관권 선거가 있었다며 그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충남지사와 민자당 후보에게서 받은 돈과 군청에서 조달한 자금이 선거때 뿌려졌고,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라는 윗선 지시에 따라 조직적인 표 관리가 이뤄졌다는 주장이었다.대전지역 대아건설(대표 성완종)에서 거금이 인출됐다는 주장도 사실로 확인됐다.성완종 당시 사장은 먼 훗날 소위 ‘성완종 리스트’로 다시 한번 주목받게 된다. 양심선언 여파로 그해말 대선을 앞두고 거국내각까지 구성된다. 일반인에겐 생소했던 ‘공로연수제’가 유명해지게 된 사건이다. 과연 공직자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양심선언을 한 것인지, 아니면 자식 결혼때까지 몇개월 더 군수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거절돼서 나온 것인지 여야간 치열한 논란이 있었다.정착되는 듯 했던 공로연수제가 요즘 다시 김제시에서 논란이 되고있다. 공로연수 대상자 일부가 ‘공정한 인사제도 시행’을 요구하며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제시는 올해 공로연수 대상자 16명 가운데 9명은 이미 동의서를 제출했으나 나머지 7명이 동의서를 내지 않고있다. 자신들도 선배들의 용퇴로 인해 혜택을 입었음에도 전전긍긍하며 버티는 모양새는 어떻게보면 좀 궁색해 보인다.하지만 이들이 시청 게시판에 ‘공로연수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지난해 7월 단행된 인사에서 비선실세들의 ‘칼질 인사’가 이뤄졌고 그 요구에 응하지 않는 사람은 읍·면으로 쫓겨났다며 이의 시정을 촉구했기 때문이다.시장부재 상태를 틈타 공로연수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에 공감하기 어렵지만, 이들의 집단 항변을 힘으로 찍어내서는 안된다. 뭔가 사연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1-09 23:02

6·13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올 교육감 선거는 군산 정읍 김제시장 그리고 장수군수 선거와 함께 빅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김승환 교육감이 인사개입 의혹으로 기소됐으나 지난 4일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음에 따라 3선 출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간 김 교육감은 자신의 3선 출마에 가타부타 밝히지 않았으나 1심 선고 후 며칠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함에 따라 결국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의 3선 출마에 무게를 두는 것은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아 일단 정신적으로 홀가분해졌고 다자구도가 형성되면서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지도와 지지도 면에서 앞선 그가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30% 내외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뒷받침 해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출사표를 던질 것이다.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 2위를 기록한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의 도전이 만만치 않아 교육감 선거가 관심선거로 떠올랐다. 공식적으로 출마선언도 안한 서 전총장이 단박에 20%에 접근한 게 위협적으로 보인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으로부터 교육과학부장관직을 제의 받았지만 고사할 정도로 자기주관이 뚜렸하다. 총장 취임전만해도 전북대 위상이 연구비 비리로 전국 40위권으로 추락했으나 두번 역임하면서 10위권 안으로 진입시키는데 성공하는 등 전북대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이다. 합리적 진보를 자임한 그는 총장을 두번이나 지낸 사람으로서 명예도 얻을 만큼 얻었는데 굳이 교육감선거에 출마를 결심한 것은 ‘지금 상태로 전북 교육을 방치했다가는 큰 문제가 생긴다’면서 하향평준화에 따른 학력저하를 바로 잡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한다.각종 여론조사 결과 김승환교육감의 지지율이 30% 안팎에서 다음으로 서거석 전 총장이 20% 안팎에서 맴돌아 초반부터 양강체제로 굳어져 가고 있다. 한자리 수에 머물러 있는 중위권 3, 4위는 지지율이 크게 반등하지 않을 때는 책임론과 선거비용 보전 문제로 완주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이너들 한테는 일단 음력설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 때 가서도 지지율이 두자리수로 올라서지 않으면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선택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차기를 염두에 둔 입지자는 인지도라도 높히려고 완주할 가능성은 있다.전북대 법대 교수 출신인 김승환 교육감이나 서거석 전 총장은 성격이 판이하고 서로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오늘에 이른 입지전적 인물이기 때문에 외나무 다리에서 물러설 수 없는 용호상박을 벌일 것이다. 두 사람이 장단점을 꿰뚫고 있어 모처럼만에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김 교육감이 현직의 이점을 최대로 활용해서 수성할 것인가 아니면 전북대 총장을 두번이나 지낸 서 전총장이 그간 쌓아올린 명예를 계속 지켜나갈 것인가는 도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1-08 23:02

한 소년이 동생을 등에 업고 입술을 꽉깨문 채 슬픈 표정으로 어디인가를 응시하고 있는 흑백 사진 한 장. ‘숨진 동생을 등에 업고 화장터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을 담은 이 사진은 1945년 일본 원자폭탄이 투하된 나가사키에서 촬영된 것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병대 사진사로 참전했던 조셉 로제 오도넬. 그는 전후 4년 동안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머물면서 전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남겼다. 2005년에 펴낸 그의 사진집 가 그 기록의 결실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년을 맞아 배포한 연하장에 이 사진이 실렸다. 성화나 그림이 아니라 근현대 사진이 사용된 것도 이례적이거니와 통념으로 보자면 연하장의 이 비극적이고 애절한 사진은 신년 분위기와는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교황이 연하장을 통해 주고자했던 메시지는 그래서 더 강렬하다. 교황은 이 사진을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그동안 교황이 북한의 핵 위협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전쟁과 분쟁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꾸준히 우려해왔었음을 상기해보면 왜 이 사진을 선택했는지 고개 끄덕여진다. 교황은 사진 밑에 ‘전쟁의 결과(il frutto della guerra)’라는 문구를 넣고 서명을 했다. ‘어린 소년의 슬픔은 피 흘리는 입술을 깨무는 표정으로만 드러날 뿐’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은 교황이 송년 저녁 미사에서 ‘인류가 죽음과 거짓말, 부정으로 한 해를 낭비하고 망쳤다’며 ‘전쟁은 회개하지 않고 부조리한 오만함의 가장 명백한 신호’라고 지적했다고 전한다. 우리에게 특별히 주목을 끄는 메시지가 있다. 교황은 성탄절에 내놓은 공식 메시지에서 ‘한반도의 대치가 극복되고, 세계 평화를 위해 상호간 신뢰가 증진되기를 기도한다’고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가 세계평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 공격 위협이 가져올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라는 해석은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사실 이 흑백 사진은 전쟁을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국가의 존재. 전쟁의 참혹한 기억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우리의 과거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꽉 막혀있던 남북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움직임이 있다. 어쨌거나 반가운 일인데,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불협화음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 수위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1-05 23:02

무술년 새해를 맞아 주요 신문, 방송사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국민 대다수가 현행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있다.특히 개헌 국민투표는 6월 지방선거때 함께해야 하며, 권력구조의 경우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해서 중임하자는게 대체적인 의견인 듯하다. 이번 개헌에서는 단순히 권력구조 개편뿐 아니라, 지방분권 강화와 국민의 기본권 신장이 시대정신으로 보인다.사실 현행헌법은 흔히 ‘1987 체제’로 일컬어진다. 1987 체제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소위 3김시대때 만들어진 헌법을 말하는 것으로 ‘대통령 직선제 5년 단임’이 그 핵심이다.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제발로 멀쩡하게 청와대를 걸어나간 적이 없기에 단임으로 정했고, 민주 대 반민주 구도하에서 대통령 직선제는 당시엔 시대적 명령이었다. 1972년 유신헌법 선포와 동시에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선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쿠데타에 의해 집권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했으나 유신선포 이후엔 헌정 중단 사태를 맞는다. 앞서 1971년 대통령선거때 신민당 김대중 후보는 장충단 공원 유세에서 그 유명한 총통제 발언을 하게된다. 그는 당시 “선거를 잘못치르면 국민이 직접 뽑는 대선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박정희 정권에 의한 총통제 시행 가능성을 예언하고 경고했다. 불행하게도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박정희는 유신을 단행, 스페인의 프랑코나 대만의 장제스 총통과 같이 3권을 장악하게 되고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유보된 채 형극의 길을 걷게된다. 이런 아픈 기억이 있기에 1987년 당시 대통령 직선제와 단임제는 곧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다.하지만 한 세대가 지나면서 철저히 중앙에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 중심 5년 단임제의 폐해에 대한 시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새해벽두 전국 스크린을 강타하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쥔 ‘1987’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6월 항쟁에 이은 개헌과 대선 등 소위 ‘1987 체제’를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 중 최환 공안부장 검사(하정우 분)는 묻힐뻔한 사건을 시신보존명령을 내리는 등 끝까지 철저한 부검을 고집, 세상에 진실을 알린 실제 인물이다. 안상수 당시 검사(현재 창원시장)가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부검을 결정하고 총괄지휘한 이는 최환 부장검사였다. 최 부장검사는 원래 충북 영동이 고향이나 전주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내 도내에도 그와 가까운 지인들이 많다. 대표적 공안통인 그를 잘 모르는 이들도 하정우의 열연을 보면서 최환 검사의 정의감을 다시 생각한다.개헌 논의가 본격화 하면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1987 체제에 대한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개헌을 향한 도도한 민심의 물결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무술년 한해의 화두다.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1-02 23:02

오래전의 일이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무주 산골에 들어와 살고 있는 젊은 부부를 취재했다. 취재 갔던 날은 부부가 진도리 산촌마을에 들어온 지 꼭 1년 되는 날이었다. 겨울철 산촌마을은 무료할 정도로 한가했다. 작은 텃밭과 논을 가꾸는 일이지만 겨울을 맞이하기 전까지 부지런히 일을 했던 부부는 모처럼 책도 읽고 밀렸던 글도 쓰면서 겨울을 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 부부의 산골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낯선 일상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지만 마을에 들어와보니 TV도 볼 수 없고, 인터넷도 불통이었다. 그래도 그것을 불편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라디오를 듣는 행복을 얻었고, 지나치게 정보에 민감했던 삶의 방식도 바뀌어 여유를 갖게 됐다. 부부는 자연과 사는 방식을 택하면서 얻은 행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산골생활을 글로 쓰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농촌의 생활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그때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겠죠.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을 억지로 적응하려고 하면 그것은 고통이 될 겁니다.”부부는 이곳에 들어오면서 지나치게 무겁고 비장하게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경계했다. 농촌에서의 생활을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속하는, 그래서 생활의 패턴을 모두 바꾸어야 하는 굴레로 생각하면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농촌에서의 삶이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적응시키고 또한 스스로 자신에 맞게 바꾸는 과정이라는 것을 부부는 알게 됐다. 한 달에 한번 꼴, 도시에 나가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면서 기름 값 아깝지 않게 하루를 즐기고 온다던 부부의 특별한 외출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일상을 바꾸어가는 통로였다.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잘나가는 인터넷 회사에 근무했던 이 젊은 부부의 귀농은 알게 모르게 주위에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결국 이들의 일상은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소개되었는데, 덕분에 부부는 유명세와 후유증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방송이 나간 뒤 이들의 삶을 궁금하게 여기는 손님(?)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왔다.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얼마가지 않아 부부는 이런 환경에 지쳐버렸다. 손님들을 피하느라 이웃집에 머물기도 하고, 하루 이틀 아예 집을 떠나 있기도 한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산촌마을의 삶이 지속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부는 결국 무주를 떠났다. 이맘때쯤이면 그들의 아름다웠던 일상이 생각난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비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가고자 했던 그들은 어떤 답을 얻었을까.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2-29 23:02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새해 대한민국 핵심 화두는 모두가 잘 사는 사회, 적폐청산, 정의구현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민권익위 2017년도 청렴도 측정 결과, 573개 측정 대상 기관의 종합청렴도가 평균 7.94점으로 전년 대비 0.09점 올랐다. 공직유관단체 8.29점으로 가장 높았고, 광역시도는 7.65점으로 가장 낮았다. 전북도는 외부청렴도 8.1, 내부청렴도 7.76, 정책고객 평가 6.45로 종합청렴도 7.71을 받아 평균치를 소폭 넘었고, 전체 17개 광역시도 중 8위를 기록했다. 전북교육청도 7.76점으로 3등급을 받으며 전북도처럼 반타작했지만, 2012년 전국 3위를 생각하면 부끄러운 성적이다. 14개 시군 중 고창(8.05)과 전주(7.93)가 가장 수위였다. 고창군이 전국 83개 군 중 4위를 기록한 반면 부안군은 최하위 5등급을 받았다. 부안군의 종합청렴도는 6.75점에 불과했는데 외부청렴도는 6.57점으로 가장 꼴찌 점수였다. 전북도의회, 전주시의회, 전북대 상황도 매우 심각했다. 전북도의회는 5.58점으로 4등급이었고, 17개 광역의회 중 16위였다. 전주시의회는 5.34점으로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인구 50만 명 이상 기초의회 30개 중에서 맨 꼴찌였다. 전북대학교는 5.85점을 받아 5등급에 들었다. 꼴찌 한국과학기술원이 받은 5.60점보다 고작 0.25점을 더 받아 맨 꼴찌를 면했다. 전북대는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꼴찌에서 두 번째를 기록, 청렴도 꼴찌 국립대학이란 오명을 벗지 못했다. 전북대 청렴도가 치명적 상황을 맞은 것은 끝없이 계속되는 부패다. 교수가 철창에 갇히는 연구비 횡령 등 부패사건은 감점요인이다. 올해 전북대 부패금액은 5억5000만원으로 전국 국·공립대 중 가장 많았다. 2위 경북대보다 1000만원 더 많다. 이남호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를 대학발전 구호로 외쳤지만 그동안 부패만 성숙한 듯 하다. 마치 전임 총장이 무리하게 죈 고삐가 확 풀리면서 ‘망아지들이 날뛰는 형국’이 청렴도 평가 결과로 드러난 것 같다. 불과 1년 전 부패사건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교도소에 갔다. 대학 적폐는 뒷전인 채 무슨 ‘성숙’ 타령인지 총장 스스로 되씹어봐야 한다. 대학교수는 지성의 표상이다. 그들이 본분을 잃어 부패 사건이 반복되고, 대학 청렴도가 꼴찌면 성장은커녕 추락이다. 대학교수들이 사사롭고 작은 이익에 영혼을 팔고, 수신을 게을리 하여 대학에 먹칠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할 때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2-28 23:02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 되면 늘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고 한다. 국내외 큰 변혁을 겪었던 올 한 해도 다사다난이란 말을 제쳐놓고는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할 단어가 없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예루살렘’수도 공식 인정을 놓고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어졌으며, 성추문·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의 핵실험과 김정남 독극물 암살 사건 등 북한 관련 뉴스가 국제적 이슈가 됐으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세계 경제를 뜨겁게 달군 한 해였다.정치적 격동기를 겪으며 국내적으로는 더욱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냈다. 촛불 민심 속에 새해를 맞으며 연초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로 쏠렸다. 헌재는 3개월간의 심리 끝에 대통령을 파면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 파면은 조기 대선으로 이어졌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9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적폐청산에 나서면서 지난 정부의 각종 의혹이 양파껍질 벗기듯 드러났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은 굵직한 경제 뉴스였다. 대학수능시험을 앞두고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시험이 연기되고, 영흥도 낚싯배 충돌사고와 제천 화재참사가 연말을 어둡게 했다.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북 출신들이 정부 요직에 중용되고, 새만금사업이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전북의 희망이었다. 세계잼버리대회의 새만금 유치의 낭보도 있었고,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전주 U-20월드컵대회의 성공적 개최는 전북의 자존감을 높였다. 반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교원 성범죄 파장, 서남대 퇴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김제·정읍시장 중도 하차 등은 지역사회의 안타까운 뉴스였다.언론에서 취급하는 뉴스가 갈등 사안을 주요 의제로 삼기 때문에 한 해를 정리하는 뉴스 역시 아무래도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연말 언론사별로 선정하는 ‘10대 뉴스’가 갖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0대 뉴스’가 더 이상 언론사의 전유물은 아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 영역의 모임에서 각기 다른 시각의 ‘10대 뉴스’를 내놓으면서다. 전직 한 초등학교 교장이 매년 ‘우리집 10대 뉴스’로 정리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들이 새로운 가정으로 이루었다거나, 조부모의 이장, 딸의 아파트 장만, 아내의 첫 해외여행 등과 같은 자신과 관련된 일들이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새해를 다짐하는 차원에서 각자가 시도해봄직 하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2-27 23:02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때 서울 명동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제시대 주로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이 일대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곳이었고 수많은 상점과 금융가 등으로 번창했다.그런데 명동 입구쪽에 보면 ‘고려 대연각타워’가 있다. 요즘엔 사람들이 별생각없이 그 건물앞을 스쳐 지나가지만 사실 엄청난 사연이 서린 곳이다. 국민들 뇌리에 생생한 대연각호텔 화재 참사가 있었던 곳이다.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대연각호텔 1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려 166명 사망, 68명 부상, 25명 행방불명으로 이어졌다. 사망자 중 무려 38명은 화마를 피해 뛰어내리다 참변을 당했다. TV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지만 현장이 생생하게 보도됐다. 스프링클러도, 고가사다리차도 제대로 없던 상황에서 청와대 헬기까지 동원되고 현직 대통령, 주한미군까지 모두 나와 재난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대연각화재는 이후 1974년 개봉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재난영화 ‘타워링’의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타워링은 폴 뉴먼, 스티브 맥퀸, OJ 심슨 등 유명 배우의 출연으로 더욱 성가를 높였다. 사실 영화 ‘타워링’은 서로 다른 소설 2개를 바탕으로 했기에 실제 대연각호텔이 모티브가 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어쨋든 인간의 탐욕과 부주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경고한다.며칠전 인구 13만의 도시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무려 29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대학에 갓 합격한 딸과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까지 3대 모녀가 한꺼번에 숨진 사례는 많은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세월호 때처럼 이번에도 건물주나 관리인 등 사정을 잘아는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고, 건물 사정에 익숙치 못한 이들만 희생됐다.대연각호텔 화재 이후 무려 4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제천 참사를 보면 아직 우리 사회는 의식의 선진화, 관행의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엊그제 성탄 연휴때 집 주변에 있는 사우나를 가보니 한참 많아야 할 시간에 사람들이 없었다.한 관리인은 “제천 참사 여파 때문인지 요즘엔 사람들이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오지 않을뿐더러, 이따금 오는 사람들도 비상구 위치부터 묻는다”고 귀띔했다.OECD 회원국 대한민국은 모든 면에서 어느 선진국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살펴보면 아직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요원하다.명동성당 염수정 추기경이 성탄메시지를 통해 이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생명존중’을 강조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2-26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