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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여론조사가 아니어도 누가 역량 있는 사람인지 다 지역별로 알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좋아 연말분위기가 안나지만 유권자들은 입지자들을 안주거리 삼아 씹는 맛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유권자들은 평소와 달리 약간은 기세등등 해진다. 4년만에 갑이 되므로 마냥 입지자들한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입지자들은 애써서 자기명함을 유권자한테 전하지만 제대로 보지도 않고 구겨버리거나 휴지통에 던져 버리는 경우가 있다. 몹시 기분 상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갑질에 익숙했던 입지자 가운데는 갑자기 유권자한테 고개 숙이는 게 맘 같이 잘 안돼 힘들어라 한다. 시베리아와 같이 선거라는 허허벌판속에서 느끼는 감촉은 여전히 냉혹한 현실세계의 차가움만 감지될 뿐이다.선거는 유권자의 맘을 얻는 행위다. 사람의 맘을 얻기란 여간 쉽지 않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선거판에 나설 수 없다. 그런데도 입지자 가운데는 깜도 안되는 사람이 체면과 염치 불구하고 뻔뻔하게 나서 종종 웃음거리가 된 경우가 있다. 유권자들과 악수만 해봐도 지지여부를 감지할 수 있다. 우호적인 사람은 말투와 대하는 느낌부터 다르다. 관심이 없거나 반대자는 찬 바람이 훽훽 분다. 농촌은 입지자와 숟가락 숫자까지 알며 가깝게 지내온 탓에 선거 치르기가 쉽지 않다. 3대에 걸쳐 집안 내력이 다 까벌려지기 때문에 출마부터가 어렵다.농촌은 경로당이 생활 중심지가 되다 보니까 경로당이 표심을 움직이는 여론집합처나 다름 없다. 노인들 입줄에 한번 잘못 올랐다가는 패가망신 당할 수 있다. 묵은 찌꺼기까지 다 노출되기 때문에 아닌 것을 숨기고 가리고 싶은 것을 가릴 수도 없다. 노인들이 날마다 경로당에서 종편을 통해 현실정치를 쉽게 접하므로 예전보다 안목과 수준이 달라졌다. 경로당 여론이 입뉴스를 통해 퍼저 나갈때는 그 전파력이 만만치 않다. 해묵은 입지자들의 신상정보까지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입 뉴스의 폭발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지사 선거를 제외하고는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선거가 팽팽하다. 현직들은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 인지도가 높지만 지지도로 그대로 연결돼 있지는 않다. 유권자들은 특별하게 잘 하는 단체장을 빼고는 거의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특히 직업없이 지방의원 한 사람들은 경계해야 한다. 동냥벼슬인 선출직을 할려면 평소 덕을 베풀고 쌓아야 한다. 말만 번지르하게 잘하는 교언영색(巧言令色)형은 사고칠 위험이 높아 배제해야 한다. 임기동안 목에다 잔뜩 힘이나 주고 다니면서 갑질한 선출직은 유권자들이 다 꿰뚫어 보고 있다. 각 지역별로 될 사람, 되서는 안될 사람, 떨어 뜨려야 할 사람이 입뉴스를 통해 하나씩 가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만 모르고 오늘도 선거판을 누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2-25 23:02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교도소에서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은 채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칼날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범죄혐의가 양파껍질 벗겨지듯 속속 들춰지고, 그는 국정농단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는 최순실과 삼성 이재용, 롯데 신동빈 등 민간인 외에 김기춘, 조윤선, 우병우, 안종범,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등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물론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원세훈, 이병기, 남재준 등 국정원의 전직 원장들이 줄줄이 엮여 있다. 박근혜의 입이었던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결국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가 드러나 기소됐고, 국정원 돈을 받았다는 친박핵심 최경환 의원도 체포 직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일당이 저지른 국정농단 꼬리가 밟힌 결정적 계기 중 하나는 ‘고영태의 고발’이다. 그의 분노와 고변이 없었다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범죄의 추악한 전말은 꼬리 잘린 채 사라졌을 것이다. 지난 15일 재판에서 징역 25년을 구형받은 최순실 진술에서도 고영태의 역할이 나온다. 그는 “고영태 일당에 의한 국정농단 기획이다. 고영태와 주변 인물들이 투명인간처럼 살아온 나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 운운하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경제 이득을 본 사람은 고영태 등인데 그들에 대한 죄는 묻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 동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영태의 고변은 모든 악의 베일을 벗겨내는 첫 단추가 됐다.또 하나의 꼬리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박 전 대통령의 미용시술이다.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아내가 징역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부부는 안종범 등에게 뇌물을 주고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박 전 대통령 미용성형시술을 해줬다. 박근혜 피부미용시술은 안면의 피부를 팽팽하게 해 젊고 활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뤄졌다. 최순실이 제공해 박근혜의 날개가 됐다는 의상이나 고영태 가방처럼 피부미용시술도 그 자체만으로는 60대 여성 대통령의 허물이 아니었다. 그저 지나침이 있었을 뿐이다. 다만 그가 과도한 욕심을 부려 국정농단 추적의 빌미를 준 것은 ‘평가’할 만 하다. 대개 큰 둑이라도 작은 쥐구멍 때문에 터진다. 박근혜는 쥐구멍 관리를 못했다. 중국 첫 통일제국 진이 불과 15년만에 망한 것은 시황제가 조고의 간악함을 간파하지 못한 탓도 있다. 내년 6.13지방선거가 또 다른 공직농단사건의 등용문이 돼선 안될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2-21 23:02

12월이면 으레 세월과 날짜를 셈한다. 한 장 남은 달력이기에 하루가 각별하고 애틋하다. 지난해 발행된 2017년 12월 달력 중에는 20일이 공휴일을 뜻하는 빨간 숫자로 되어 있어 더욱 눈에 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결정이 없었다면 바로 오늘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날이다.선거일의 변천사는 우리의 정치사만큼이나 곡절이 많았다. ‘선거일 법정주의’가 도입되기 전까지 대통령의 재량으로 선거일이 지정되면서 초대 대통령 선거가 7월에 치러졌으며, 이후에도 집권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정해졌다. 1994년 공직선거법이 제정되면서 선거일을 갖고 장난을 칠 수 없게 됐다. 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은 선거법이 정한 임기 만료 전 70일 이후 목요일인 12월18일, 12월19일 각각 실시됐다. 이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금요일 휴가를 낼 경우 4일간 황금연휴를 누리려고 투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수요일로 바뀌었다.촛불정국과 탄핵결정 없이 정상적으로 오늘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 여론만을 따지면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집권당이 5.9선거와 같이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보수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졌고, 대통령 파면 직후의 악조건 속에서도 자유당 홍준표 후보가 3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북핵 등의 안보위기론이 동원되고, 보수 단일후보 단일화를 이뤘을 경우 문 대통령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어디까지나 가정이며, 추론일 뿐이다. 촛불은 필연이었으며, 그 결과 정권교체 역시 사필귀정이었다. 촛불 민심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실패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 자체가 상상하기 힘들다. 추운 날씨 속에 주말이면 ‘이게 나라냐’며 외쳤던 국민들이 결코 그런 상황을 방기하지 않았을 터다.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꼽았다. 원래 불교용어인 파사현정은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새 정부가 과거 적폐를 부수고 올바른 정의를 세워야 할 것이란 민심의 반영이기도 하다.문 대통령의 5년 임기만료일은 2022년 5월9일이다. 다음 20대 대통령 선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월9일 실시된다. 임기 만료 7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이 3월2일이지만, 공휴일 다음날이어서 그 다음주 수요일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짜에 대선을 치르지 못하는 불행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파사현정’이 그 답일 게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2-20 23:02

흔히 전주예수병원 설대위 전 원장을 ‘한국의 슈바이처’로 일컫는다.그가 미국에서 한국에 건너온 1954년 당시 현실은 암에 걸리면 무당을 찾던 시대였다. 1960년대와 70년대 전주예수병원은 호남 최고의 병원으로 뚜렷한 입지를 자랑했다. 국내 첫 관립병원이 광혜원이고, 첫 사립병원이 전주 예수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전북은 의료 선진지였음을 알 수 있다. 부산에 근거를 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전주 예수병원에서 수련의를 거치고 김제 용지면보건지소장을 지낸게 그저 우연만은 아니다.호남 최고의 병원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예수병원이 첫손에 꼽혔다. 36년을 머물다 고향에 돌아간 설대위 전 예수병원 원장을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그는 단순히 의술을 행하지 않고 따뜻한 가슴에서 우러난 사랑을 바탕으로 인술을 베풀었기 때문이다.세월이 흐르면서 전북대와 원광대 출신 의사가 배출되면서 오랫동안 전남의대, 조선의대 졸업생들이 포진했던 도내 의료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예수병원 역시 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에 추월당한지 오래다.2000년 넘게 유지되던 황제 제도를 붕괴시킨 ‘중국 혁명의 아버지’ 쑨원도 사실은 중국 최초의 현대식 서양의사다. 의사로서 출세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도탄에 빠진 조국을 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쑨원 역시 또다른 형태의 ‘슈바이처’일지도 모른다.이처럼 슈바이처는 지구촌 곳곳에서 헌신하고 있는데 지난 16일 목동이대병원에서는 한시간 여만에 4명의 신생아가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 충격을 주고있다.국내 대표적 병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앞으로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씻어낼지 걱정스럽다.그런데 요즘 의료계에서는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어디로 배분할지가 뜨거운 감자다. 서남대에 다니던 학생들은 도내 대학에 편입하면 되지만, 그 이후 의대정원을 어디에 배분할지가 쟁점이다. 정부는 서남대 폐교후 의대 정원 49명을 2019학년도 입시에서 한시적으로 도내 다른 대학 의과대에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데 그 이후에도 이 정원을 전북에 배정할지는 미지수다.서남대가 폐교되면서 생긴 의대 정원은 전북대와 원광대 등에 배분하는게 너무나 당연하다는게 전북의 논리다. 의료인력은 지역별 안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서남대 폐쇄로 인해 발생한 의대 정원은 당연히 전북 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남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전국 17개 시도중 전남도와 세종시에 의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전남배정을 촉구하고 있다.박지원·이정현 의원 등 전남지역 정계 중진들이 전남에 의대 신설을 위해 나섰다. 이미 목포대 의대 설립 타당성 조사 정부 예산까지 편성돼 있다.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전북에 묶어두느냐, 전남에 빼앗기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도내 정치권의 대응이 주목된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2-19 23:02

목에 방울 달려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비판은 신나게 하면서도 행동으로는 나서려고 안 한다.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견제와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이 필요하다. 흔히 외지인들이 전북 사람을 양반들이라고 평가한다. 농경사회가 주류를 이뤄서인지 성징이 순해서인지 좋게 말해서인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볼 때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머리 회전이 빨라 상황판단을 잘 하는 것 같지만 뒷심이 부족해 옳은 일에도 안 나서려는 경향이 있다. 적극성 부족이 단점으로 보인다. 여론주도층이라는 유지들은 거의가 모든 일에 적당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모난 짓을 안한다. 모난 돌 정 맞는다고 지역사회에서 비판자로 내몰리면 살기가 불편해질 수 있어 그런 처세를 하고 있다. 날마다 얼굴을 부딪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태도를 견지한다. 극단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체면치레만 한다.유지들은 보이지 않게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간다. 그들은 자신의 명예와 경제적 이득 확보를 위해 대부분이 관과 친숙한 관계를 형성해 놓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전북은 산업시설이 빈약해 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정보와 재정을 관이 점하고 있어 지사를 비롯해 시장 군수와 친하게 지내려는 경향이 팽배하다. 지연 혈연 학연으로 연결돼서 가깝게 지내는 사회적 성격 때문에 꼭 해야 할 말도 못하고 형식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묘한 것은 선출직으로 뽑아 놓은 사람들과의 관계설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이나 선출직을 뽑을 때는 유권자가 갑이지만 그 이후에는 주인이 을로 뒤바뀐다는 것. 다른 지역은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가 잘못하면 불러내서 혼을 내는데 이 같은 일을 못하고 있다.도민들이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연고주의를 나쁜 것이라고 탓할 일도 아니지만 연고주의에 의존하다 보니까 지역사회가 역동성이 떨어졌다. 전북은 고요한 호수처럼 조용하다. 전주 한옥마을에 연간 1000만명이 다녀가지만 밤 10시만 되면 발길이 뚝 끊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잦은 선거로 지역 민심만 사분오열됐다.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인가 아닌가에 따라 관의 대접이 달라진다. 편 나누기가 일상화 됐고 선거브로커를 중심으로 끼리끼리 해먹는 문화만 갈수록 발달해가고 있다. 아무리 단속이 강화돼도 돈선거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문제다. 단체장 후보 56%가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야단법석이다. 그 이유는 국민의당이 죽을 쒀 예전처럼 민주당 일당 독주체제가 굳어져 가기 때문이다. 시장 군수가 잘못하면 말로만 비판할 게 아니라 갈아 치워야 한다. 행동하는 양심이 촛불정신이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이 일어난지 1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세상살이는 어렵고 어둡다. 황금 개띠해인 내년에는 뒷전에서 비난과 비판만 하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행동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2-18 23:02

한 프랑스 작가가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지 판매 가게를 찾아왔다. 특별하게 제작한 한지가 필요하다며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수량은 달랑(?) 일곱 장. 그러나 그가 원하는 대로 종이를 만들려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일주일을 기다려서야 주문한 한지 일곱 장을 들고 돌아갔다. 1970년대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한지 판매로만 가게를 운영해온 동양한지 박성만 사장이 들려준 이야기다. 그의 가게에는 심심치 않게 외국 작가들이 찾아온다. 거개가 특별한 한지를 주문해 제작해가려는 목적이다. 자신들의 주문에 의한 것이 아니어도 가게에 놓여있는 비구상적 조형이 살아 있는 한지를 그들은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그 아름다움과 특별한 물성에 감탄한단다. 한지가 현대 미술 작품의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외국 작가들이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보다 한지를 주목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다. 한지의 산업화는 오랜 화두다. 글씨나 그림을 그리는 화선지로서의 한계를 넘어 사진을 인화하고 글자를 인쇄하는 한지용지의 개발이나 옛 책과 옛 문서를 복본화하는 인쇄용지 개발도 산업화를 향한 노정의 결실이다.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을 활용한 일상용품의 생산도 물론 같은 연상에 있다. 기대되는 한지의 변신이 또 있다. 한지의 보존성을 제대로 살리는 종이 개발에 관심을 쏟아온 박 사장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작업의 결실이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이 한지는 불면 날아갈 정도로 가볍고 얇다. 한 장을 들어 올리면 깃털을 손에 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배경이 거의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목표여서 두께의 한계를 최대한 없앤 덕분이다. 오래된 그림이나 글씨, 옛 책과 고문서 등 귀중한 자료가 시간이 지날수록 훼손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며 그는 원본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얇은 한지로 배접을 한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글자나 그림이 훤히 들어나 보일 정도로 얇은 배접용 한지를 개발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일간 신문 위에 이 한지를 올려놓으니 한지의 존재는 있는 듯 없는 듯 기사 읽기에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한지로 배접하면 신문도 원본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사장의 확신이다. 물론 이 한지는 찾는 사람이 적다. 쓰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거니와 가격 부담이 큰 때문이다. 아직 한계가 있지만 한지의 특성을 살려내는 다양한 변신은 한지 산업화의 가능성을 높인다. 주목받는 전주 한지의 현실은 어떤가. 둘러보면 한지 생산자들의 고군분투, 그 결실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양한 변신의 폭은 여전히 좁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2-15 23:02

연말이면 각 기관단체 등에서 송구의 소회와 영신의 다짐을 함축하는 사자성어를 정해 내놓는다. 전북도는 2018년 사자성어로 ‘반구십리’를 선정했다. 직역하면 백 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 리를 가고서도 이제 절반쯤 왔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무슨 일이든 잘 마무리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끝 마무리를 아름답게 해야 또 다른 일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다. 힘차게 시작한 일도 끝 매듭이 잘 돼야 즐겁고 만족스럽다. 그 만족스러운 결과를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반구십리’에 담겨 있다. 반구십리는 6개월 앞으로 닥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대부분의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에게 실감나는 말이다. 임기 48개월 중 42개월을 숨가쁘게 달려온 그들이다. 남은 6개월 동안 마무리가 제대로 안돼 흠결이 생긴다면, 출마도 하기 전에 경선탈락하거나 용케 선거에 나서도 승리를 다짐할 수 없다. 입단속, 몸단속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하기야, 요즘 전북 정치 판세가 약30년 전쯤으로 돌아가 특정 정당 후보가 되면 ‘지팡이를 꽂아도 당선’이란 얘기가 나돌 정도이기는 하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국가와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 등의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다닌다. 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증명해 보인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한 것이 한국정치사의 현실이다. 정치인 처벌은 솜방망이격이다. 옥살이는 커녕 벌금형이나 집행유예형이 다반사니, 범법에 무감각한 자들이 많다. 지난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1위 군주민수(君舟民水)나 2위 역천자망(逆天者亡)은 정치인들이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할 명구다. 백성이 곧 하늘이고, 거스르면 망하게 된다. 그것을 증명한 것이 촛불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없이 존립하는 기업은 없다. 최근 전주시내버스 파업 사태 속에서 지역 최대 시내버스 업체가 사주의 34세 아들 김모(등재이사)씨 앞으로 500억 채권 설정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소란스럽다. 회사 수익이 김씨 계좌로 입금된다. 사주인 김씨 쪽은 완벽한 빨대를 꽂은 셈이다. 근로자들은 뭔가. 소변 참아가며 하루종일 뼈 빠지게 일한 그들은 봉이 됐다. 촛불 이후 마치 정의가 바로서는 듯 요란하지만, 아직 요원하다. 기업주가 근로자를 돈벌이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니 고교 실습생이 자살하는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2-14 23:02

정부 예산은 다음해 1년간 쓸 정부 각 부처의 살림살이다. 보건복지, 교육, 문화·체육·관광, 환경, R&D, 농림, SOC, 지방행정 등을 망라해서다. 흔히 국회 심의 때를 예산철이라고 하지만, 예산편성 과정은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연중 진행된다. 행정각부의 장이 연초 중기사업계획서를 기재부에 제출하고, 기재부 장관이 3월말까지 예산안편성지침 마련하면 각부에서 5월말까지 사업의 우선순위를 반영한 예산요구서를 낸다. 기재부의 사정을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면 예산안 편성이 마무리 된다. 자치단체의 경우 각 부처의 예산에 자치단체 관련 사업들을 어떻게 반영시키느냐가 첫 관문인 셈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소관 부처에 대한 국회 상임위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칼질이 이뤄지고, 마지막으로 국회 예결특위 소위에서 계수조정이 이뤄진다. 지역 현안예산 확보를 위한 정치권의 역량이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발휘된다.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 내년도 정부 예산을 놓고 자치단체마다 대풍가를 부르는 것 같다. 지역의 현안사업에 국비를 잘 확보했다는 자랑이다. 전북도는 3년 연속 6조원대 국가예산확보를 내세웠다. 전년보다 3150억원 증가해 전년도 0.3%보다 훨씬 높은 5%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 곁들여졌다. 군산시는 3년 연속 1조원 시대를 열었으며, 익산시는 6721억원 확보로 역대 최고 예산을 확보했단다. 다른 거의 모든 시군들도 역대 최대의 국가예산을 땄다고 나팔 불며 자랑한다.자치단체마다 자랑하는 역대 최대 국가예산을 확보했다는 근거가 궁금하다. 정부 예산중에는 해당 지역의 현안도 있지만, 여러 지역에 걸친 사업이거나 전국적으로 공통된 사업도 많다. 정부 예산 중 지역 예산만 똑 떼어낼 수 없는 예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예산을 전북의 국가예산으로 볼 것인가 말 것인가. 농진청 직원 인건비와 운영비 대부분이 전북에서 집행되는 만큼 전북의 국가예산이라고 할 수도 있다(실제 전북도는 포함하지 않는다). 지역별로 확보한 국가예산을 합하면 전체 정부 예산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런 불명확한 기준 때문이다.국가예산 확보를 위한 올 전북도와 정치권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실제 올 전북의 국가예산 확보가 잘 된 것 같다. 역대 최대 예산확보라는 수사가 붙어서가 아니다. 꼭 필요한 현안 사업 예산들이 잘 반영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규 사업 예산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이 표준 잣대도 없는 역대 최다 예산확보라는 숫자놀음은 그만 거두자. 새만금사업을 일찍 마무리해 다음해 전북의 국비확보 총액이 반토막 난들 어떠랴.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2-13 23:02

문재인 정부가 역동적으로 추진중인 지방분권의 핵심사항중 하나가 자치경찰제다. 국가경찰은 현재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전국단위의 치안을 담당하고, 자치경찰은 지역주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아직 자치경찰제가 시행되지 않았으나 지방청장은 가급적 그 지역출신을 내려보내는 관행이 있다.하지만 역대 전북경찰청장은 지역 출신이 차지하지 못했다. 전북출신 중 치안감 이상 고위간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1993년 제4대 이무영부터 29대 조희현까지 26명의 역대 전북경찰청장 중 지역 출신은 이무영, 김대원, 김본식, 박희원, 이용상, 하태신, 배성수, 임재식, 이한선, 유근섭, 이동선, 장전배, 홍익태 등 13명으로 딱 절반이다.2013년 홍익태 전북청장을 끝으로 지난 4년간 전북은 항상 외지인들의 잔치무대였다.그런데 지난 8일 오랫만에 전북출신인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전북청장에 발령됐다.현재 치안감급으로는 단 한명에 불과한 전북으로서는 그가 고향에 오지 않을경우 또다시 외지인이 전북청장을 맡게될 상황이었다.진교훈, 조용식 경무관 등이 있다곤 해도 치안감으로 승진해서 전북청장을 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사실 강인철 전북청장의 부임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총수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지난 8월 크게 대립하다 김부겸 행안부장관까지 직접 나서 갈등을 봉합한 기억이 있다.지난해말 광주경찰청장 당시 촛불집회를 관리하면서 그는 페이스북에 “~민주화의 성지, 광주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올린것이 화근이 돼 이철성 경찰청장과 사이가 틀어졌고, 이로인해 경기남부청 1차장, 중앙경찰학교장을 전전했고, 급기야 강도높은 감사까지 받으면서 경찰직을 떠날 위기에 직면했으나 기사회생했다.사시 출신으로 경찰에 입문, 치안감에 오른 강 청장은 평소 입버릇처럼“고향에서 멋지게 봉사하고 싶다”고 해왔는데 그 꿈이 이번에 이뤄졌다.금의환향한 그가 단순히 고향 경찰청장에 부임한데 만족하지 않고, 전북경찰의 위상을 곧추 세우기를 바랄뿐이다.한편, 강인철 전북경찰청장이 부임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그와 동기인 전주고 55회의 활약상이 화제다.유성엽 국회의원, 심보균 행안부차관,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이남호 전북대총장, 이태종 서울서부지법원장, 박형남 서울고법 부장판사, 윤준병 서울시 기조실장, 김종영 경남선관위 상임위원, 손태승 우리은행장,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이중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각계에 포진한 때문이다.송하진 전북지사, 정동영·신경민 의원 등 전주고 48회 이래 55회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평가 또한 나온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2-12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