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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4,725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던 준희는 숨지기 전 수포가 온몸에 퍼졌고 다리가 붓는가하면, 상처부위에서 고름이 나오는 등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태였다. 등쪽 갈비뼈 3대가 부러지고 왼쪽 무릎 연골 사이에선 출혈 흔적이 발견됐다. ’고준희 학대치사와 암매장 사건에 관한 엊그제 검찰의 수사발표 내용이다. 검찰이 브리핑과 함께 공개한 생전의 준희 모습이 너무 순진무구해 더 아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리 예쁜 아이를 그리 비참하게 죽게 한 게 친부와 내연녀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준희양 사망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문제가 지역사회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2016년 전북에서 발생한 아동학대가 1446건으로, 서울과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인구 대비로 볼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아동학대를 가한 오명을 안았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 흔히 친부모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친부모라면 도저히 그리 잔혹하게 아이를 대하지 않았을 것이란 선입관에서다. 그러나 2016년 전국에서 발생한 1만8700건의 아동학대를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80.5%가 부모였다. 자식을 소유물처럼 여기는 부모들의 잘못된 인식의 산물이지 싶다. 아이도 엄연한 인격체며,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한 인격체로 여긴다면 결코 못할 짓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을 읽고 저자 김희경씨(문화관광부 차관보)에게 직접 격려편지를 보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는 전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아동구호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활동했다. 대통령이 편지를 보내기 위해 비서실을 통해 출판사에 저자의 주소를 문의했다는 걸 보면 차관보로 임용될 것임을 몰랐나 보다. 문의 전화와 차관보 임용이 지난 19일 같은 날 이뤄졌다.대통령이 특정 책의 저자를 격려했다는 것은 책에서 말하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였을 게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를 보면,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한 한국의 가족주의와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면서 이러한 가족을 둘러싼 문제로 아이들 또한 고통 받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거나 포장되어온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중심으로 가족의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그 기저에 한국의 가족주의가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소개가 곁들여졌다. “국가가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해버린 탓에 가족이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서 가장 약한 자인 아이들이 늘 피해자가 된다”는 저자의 지적이 따갑다. 준희의 죽음에 우리 사회의 책임이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1-31 23:02

단체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판단력이 좋아야 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단체장은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만 제공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향도역할을 해야 한다. 지식산업이 본류인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기업마인드가 접목된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이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사돈네 팔촌까지 인맥을 총 결집시켜 당선된 사람들이라서 변화와 혁신에 둔감한 면이 있다. 소통과 통섭을 잘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경우가 많다.단체장은 지방의원들과 달라 열정이 중요하다. 열정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진정성을 갖고 오랜 고민을 해야 생긴다. 우선 체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단체장은 한가롭게 결재서류에 도장이나 찍는 자리가 더더욱 아니다. 현장에서 답을 찾아 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찾아 다니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게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중앙부처 공직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번 갖고 안되면 수시로 찾아 다니면서 설득해야 한다. 체력과 열정이 뒷받침 안되면 할 수 없다.단체장은 아이디어가 생명이다. 공직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면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 공직생활을 했거나 기업경영을 한 사람은 아이디어가 돈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둔감하다. 지금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아이디어는 샘물처럼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체장을 한 두번 하다보면 본인 스스로가 아이디어가 고갈돼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디어가 고갈돼 열정이 떨어지면 그때 그만 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체장이 권력맛에 심취해 그만 안둔다. 일 하다 보면 4년 임기가 짧을 수 있다. 최소 2번은 해야 자기 컬러를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다. 4년이나 길게 8년안에 성과를 못내면 그건 단체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국회의원들이 단체장을 3연임하도록 규정한 것은 경쟁자가 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의 단체장을 50대 때 하다보면 나이 때문에 국회의원 출마를 못한다. 그 점을 약삭 빠르게 국회의원들이 노렸다. 지사나 교육감도 똑같다. 위기관리능력이 고도로 요구되는 자리라서 잠시도 한가할 겨를이 없다. 솔직히 단체장 두번 하면 그 사람의 모든 능력이 다 드러나게 돼 있다. 김승환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그 능력으로 3번하겠다는 것이 욕심으로 비춰진다. 임기중 김 교육감이 청빈하게 했다. 전임 최규호 교육감이 정실인사를 밥 먹듯이 한 것을 바로 잡은 것만해도 성과다. 매관매직을 없앤 것 만으로도 할일 다했다. 그러나 학부형들과 편가르기 소통, 학력저하 그리고 학생인권만 강조했지 교사들의 교권은 신경쓰지 않은 점이 잘못이다. 김 교육감이 3선하면 더 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달이 차면 기울듯 지금 내려 놓는 게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전북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1-29 23:02

입자의 크기가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대기오염물질 중의 하나. 미세먼지를 이른다. 1㎛는 1000분의 1㎜의 단위.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이 대략 50~70㎛이니 미세먼지가 얼마나 미세한 존재인지를 알 수 있다.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 유해성의 정도를 실감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놀랍다. 빛을 산란시켜 대기를 혼탁하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식물의 표면에 쌓여 신진대사를 방해하니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심각하다. 기관지에도 걸러지지 않고 인체에 축적되어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하며 특히 초미세먼지는 폐포까지 침투하거나 혈관으로 들어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목했다니 그 유해성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대기오염이 인간의 일상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지는 이미 오래다. 대기오염 규제는 1300년경 영국의 에드워드 1세가 석탄연소 금지를 선언했던 것이 첫 번째다. 1800년대에 이르러서는 에너지 소비 각국이 앞 다투어 대기오염에 관한 법을 만들기 시작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이루어진 본격적인 경제성장이 대기오염을 가속화 시킨 탓이다. 여기에 미세먼지 오염의 유해성이 더해지면서 대기오염은 인간 생존의 과제가 되었다. 미세먼지는 자연적인 요인으로도 발생하지만 일상생활, 교통, 산업 등 인위적 요인으로 배출되는 오염도의 증가가 더 심각하다. 지난주 서울시가 파격적인(?) 미세먼지 저감조치 대책을 시행했다. 출퇴근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었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운행하는데 쓰인 예산은 하루 50억 원. 3일 동안 150억 원이 투자됐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 교통량을 감소시키겠다는 취지였지만 적지 않은 예산에 논쟁이 일었다. ‘혈세낭비’ ‘포퓰리즘’ 등 정치권의 날선 비판이 가세했다. 대부분 예산의 효율성, 이른바 ‘가성비’를 앞세운 것들이다. 예산낭비만을 부각한 비판에 고개 끄덕이게 하는 주장도 있다. ‘하루 50억 원이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 두 채 가격 정도. 더구나 이 돈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시민들의 교통카드에 고스란히 적립되어 있다.(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연구원)’ 논쟁의 진위를 당장 가리기 어렵지만 서울시의 파격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가져온 확실한 성과가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였다는 것이다. 청정하다는 전북도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놓여있다. 미세먼지는 경고 없이 찾아온다. 대책이 더 이상 탁상위에 놓여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1-26 23:02

정치판에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치 행위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유연하다는 의미가 배어 있다. 정치인이나 정당의 언행이 지나치게 유연하면 신의가 위협받는다. 무책임을 회피하고자 할 때, 언행을 합리화하기 위해 ‘정치는 생물이다’를 내세울 때가 많다.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에는 생존 본능이 있다. 이익이 우선한다. 김대중은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지만, 그의 최종 정치목적은 대통령의 꿈을 이루는 것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평민당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지만 대권가도는 너무나 험난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그의 새정치국민회의는 고작 79석을 얻었을 뿐이다. 호남의 지지만으로 대선 승리는 요원했다. 그는 적과의 동침으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충청 기반의 자유민주연합 김종필에게 국무총리를 주는 등 조건 등을 내걸고, 또 TK지역의 박태준까지를 끌어들여 ‘DJP연합’을 이끌어 냈고, 결국 1997년 제 15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충청지역은 물론 경상지역에서도 김대중 후보의 표가 크게 늘어난 결과였으니, 그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이익을 거래하는 동침은 오래 가지 못한다. 동업자가 해피엔딩한 사례는 거의 없다.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한 후 새천년민주당이 자민련에 의원을 꿔줘가며 자민련의 국회 교섭단체 등록을 지원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내각제 개헌 합의가 깨지자 자민련 측이 크게 반발했고, 김종필 국무총리의 세력 확대에 김대중 측이 반발했다. 이런 저런 충돌이 이어지다가 결국 DJP연합은 깨졌다.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 것이 세상의 냉엄한 이치, 그게 정치는 생물이다의 종착점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정치적 굴곡이 있을 때면 헤쳐모였다를 반복해 왔다. 공화당은 민자당, 신한국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변신을 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훨씬 더 복잡하다. 자유한국당 쪽은 당명이 바뀌는 수준일 뿐이었지만 민주당 쪽은 사생결단식 헤쳐모여가 많았다. 근래의 가장 대표적인 게 노무현 집권후 열린우리당 창당, 문재인과 안철수 등판 후의 지각변동, 그리고 안철수를 주축으로 한 국민의당 창당이다. 어제의 동지들이 핏대를 세우며 등을 돌렸다. 집권욕 앞에서 안면몰수다. 내 쪽 주장만 있을 뿐이다. 요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작업이 일사천리다. 반발세력은 딴 살림 차리겠다고 나섰다. ‘해불양수’보다는 ‘정치는 생물이다’가 앞선다. 이익과 감정이 앞서고, 그때 그때 헤쳐모여가 일상이니, 그저 생존욕구만 있을 뿐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1-25 23:02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는 그간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과 달리 정당공천 후보가 아닌 데다 정치권에서 활동하지 않았던 교육전문가들이 후보군을 이루면서다. 첫 직선제로 치러졌던 2008년 전북교육감 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고작 21%였다. 이런 낮은 투표율은 교육감만의 단일 선거여서 공휴일 지정이 안 되고, 후보자 소견발표회 자리도 없는 등의 배경이 있었다. 2010년부터 동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후에도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선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후보간의 경쟁이 치열했을 뿐 교육감이 갖는 중요한 역할 만큼의 유권자 관심도가 따르지 않았다. 후보들 역시 본인의 능력만 과신한 채 선거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교육계에서 존경받았던 교육장 출신의 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옥살이를 했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를 도왔던 주변의 50여명이 법정에 서는 불행을 겪었다. 또 다른 교육장 출신으로, 덕장이라는 평을 받았던 후보는 선거 후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1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직전 2014년 교육감 선거 역시 후보간 경쟁은 파란만장 했다. 현직 교육감에 맞서기 위해 난립 후보간의 단일화가 최대 이슈였다. 이 때 교육감 선거 역시 판만 요란했을 뿐 기초단체장 선거만큼도 흥행을 이루지 못했다. 역대 교육감 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무슨 공약을 냈는지, 아니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대다수 일 게다.올 교육감 선거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일찌감치 선거에 불이 붙으면서다. 잘하면 올 지방선거를 이끌어갈 힘이 교육감 선거에서 나올 법도 하다. 벌써부터 후보 예정자간 신경전이 날카롭다. 출마 여부를 미뤘던 김 교육감은 3선 출마와 관련해“전북교육이 흔들리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거나 최소한 현상 유지가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감 입지자들이 전북교육을 잘 이끌어갈 수 없다고 사실상 공격한 셈이다. 반면, 김 교육감과 호흡을 맞췄던 황호진 전 부교육감이 불통행정의 청산을 외쳤고, 유광찬 전 전주교대 총장은 8년간 정부와의 갈등을 꼬집으며 김 교육감을 겨눴다.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과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가 지난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출판기념회를 연 것도 예사롭지 않다. 서로 날짜를 잡다보니 우연일 수도 있겠으나 세 대결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누가 교육감이 될 것 같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이제 전북교육을 이끌 적임자가 누구냐로 질문을 바꿀 때도 됐다. 교육감 선거가 후끈 달아오른 만큼 선거 과정을 잘 지켜보면 그런 후보를 찾기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1-24 23:02

MB 측근이었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MB청와대 상납 의혹’과 관련해 입을 열면서 MB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구속됐다. 익산 출신인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안일을 40년 넘게 챙겨 와 특활비 외에도 ‘다스 실소유주’ 사건과도 깊게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결국 MB의 검찰 출두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돈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재판을 받고 있기에 사람들은 권력자의 집사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원래 집사는 예루살렘 교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주는 봉사자를 지칭했다. 한국 개신교회에서는 교회에서 봉사하는 직분을 일컫는다. 요즘엔 집사(執事)라고 하면 고위 인사 주변에서 일반 사무는 물론, 집안일까지 챙기는 사람을 말한다. 권력자와 가깝고 두터운 후광을 받기에 집사는 단순한 심부름꾼을 넘어 2인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권력은 영원하지 않기에 한때 나는새도 떨어뜨리던 집사는 대부분 험한 말로를 걸었다.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도 집사들은 때로는 막강한 힘을 휘둘렀으나 그 끝은 언제나 불행하기 마련이었다. 조선의 설계자라고 하는 정도전은 살육됐고, 최고 참모로 꼽히는 한명회는 한때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부관참시를 당하는 운명에 처했다.현대사를 봐도 마찬가지다. 이승만의 집사였던 이기붕은 집단자살에 의해 대가 끊겼고, 박정희의 최측근이었던 김종필, 이후락, 차지철, 김재규 또한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된다.서슬퍼런 전두환 정권때 3허로 일컬어지던 허문도, 허삼수, 허화평 또한 일찌감치 내쳐지거나 수모를 겪게된다. 노태우때 박철언이나 김대중 정권때 실세였던 권노갑, 박지원도 참으로 지난한 질곡의 세월을 겪는다.작은 지역사회에서도 집사들은 때로는 오해를 받거나 힘든 세월을 지내야 한다.1995년 민선시대가 개막하면서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종근 전북지사가 등장하자 그의 동창인 김대열씨가 집사로 등장했다. 도의회 안팎에서 ‘지사 장학생’이란 말이 나돌만큼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으나 상당 시간 곱지않은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덕인이란 평판을 받았던 강현욱 전 지사는 특별히 집사를 두지는 않았으나 핵심참모 하나 잘못쓴 죄로 인해 재선 출마를 접어야 했다. 지사후보 경선과정에서 한 참모의 후보 바꿔치기로 인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김완주 지사때는 정자영 비서실장이 집사였다. 극도로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했으나 퇴임후에도 그의 이름이 종종 입방아에 올랐다.송하진 현 지사는 과거의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아직은 특정 집사에게 전권을 주지않고 정책적인 부분은 관료들의 판단을, 정무적인 부분은 선거 참모의 의견을 중시하는 편이다.지방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각 후보들의 집사들은 과연 어떤 운명에 직면하게 될까.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1-23 23:02

해가 바뀌면서 지방선거에 나설 선수들의 면면이 속속 드러난다. 애초 지사 선거가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김춘진 전 의원이 민주당 경선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송하진 지사와 자웅을 겨루게 됐다. 다른 당도 후보를 내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민주당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 경선 승리자가 꽃가마를 탈 것이다. 송지사는 전주시장 2번 지사를 한번 해 인지도와 지지도면에서 김 전 의원을 크게 앞서지만 그래도 자만하지 않고 경선준비를 알차게 하겠다는 각오다. 김 전의원은 도당위원장을 맡은 점을 십분활용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당심을 모으겠다는 입장이다.지사선거 보다도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 오히려 관심이 많다. 그 이유는 최근 김승환 교육감이 3선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7명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두자리 수의 2강체제로 굳어져 가고 있다. 김 교육감이냐 아니면 전북대 총장을 두번 역임한 서거석이냐로 표심이 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너들은 설 전후해서 지지도가 두자리수로 올라가지 않으면 인위적인 합종연횡 보다는 스스로가 포기선언을 할 것 같다. 당선 가능성이 낮아 유권자들로부터 후보난립에 따른 여론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다자구도가 만들어진 원인은 현 김 교육감을 바꿔야하는데 모두가 동의한 탓이 크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보수정권으로부터 탄압 받은 점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다자구도로 가길 바라는 눈치다. 지방선거가 정당 영향을 받지만 단체장은 후보의 인물 됨됨이가 중요하다. 큰 틀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아 민주당이 유리할 것처럼 보이지만 다를 경우도 예상된다. 과거처럼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싹쓸이 선거가 될 수도 있지만 인물에서 밀리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 민주당 시장 군수 경선도 지역에 살지 않고 철새처럼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경선 통과가 어려울 것이다. 유권자들은 주민과 애환을 함께 한 사람이나 박근혜를 축출하려고 촛불혁명을 함께 한 사람인지를 살핀다. 민주당의 낙하산과 전략공천은 없다.눈 여겨 볼 대목은 전주 군산 정읍 김제시장과 고창 장수 무주군수 선거다. 전주시장 선거는 연초에 전북도 이현웅 도민안전실장이 사즉생의 각오로 김승수 현시장한테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을 끌었다. 이 실장이 알게 모르게 송지사의 엄호(?)를 받을 것으로 보여 공직내부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어떤 여론을 만들어 낼지가 관심거리다. 무주공산인 군산 정읍 김제시장 선거가 당내 경선을 앞두고 혈투를 벌이지만 본선에서 승부를 다시 가려야 하므로 피마른 선거가 예상된다. 아무튼 누가 더 진정성을 갖고 유권자 가슴을 깊게 파고 드느냐가 당락을 가를 것이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말만 번지르하게 잘 하는 사람 보다는 겸손하며 콘텐츠가 강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여론에서 거부감을 덜 탄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1-22 23:02

199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열린 괴테 탄생 250주년 기념 축제에서 이제 막 창단된 한 오케스트라에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졌다. 이름도 특별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였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이 오케스트라의 단원은 이스라엘과 스페인 시리아 이집트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서로 다른 종교와 언어 문화 정치적 신념을 가진 젊은 연주자들. 여전히 진행 중인 분쟁의 역사위에 놓여 있는 국가의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파울 슈마츠니 감독의 영화 는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져 2005년 팔레스타인의 임시수도 라말라에서 연주회를 갖기까지 7년동안의 대장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음악을 통해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과 반목을 극복하고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바렌보임의 ‘용기’를 전하는 이 영화는 예술이 궁극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서동시집오케스트라’는 이스라엘 출신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인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의 우정과 신뢰가 빚어낸 결실이다. 이들은 분쟁과 갈등속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중동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온갖 적대감과 비난, 단절된 소통의 높은 장벽을 무릅쓰고 꿈을 이루어낸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적대감과 서로에 대한 편견으로 화해가 불가능하게 보였던 젊은 연주자들이 결국은 서로를 존중하는 화합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원천은 역사의 폭력을 무너뜨리는 예술이지만 소통과 화해가 가져온 힘이기도 하다. 서동시집오케스트라의 대장정을 상징하는 2005년 라말라 연주회에서 바렌보임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선 것은 함께 하려는 삶의 중요성을 전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분쟁엔 군사적 해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두 민족의 운명은 질긴 끈으로 엮여 있으니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일 것이다. 으르렁대지만 말고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오늘밤 우리의 메시지다.”남북이 갈라진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메시지의 울림이 더 커진다. 마침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평화와 화합을 향한 걸음을 떼고 있다. 금강산에서 합동 문화행사를 열고 한반도기를 앞세워 개막식에 공동입장을 하며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단일팀을 구성해 경기를 치르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는 일이다. ‘바렌보임의 용기’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1-19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