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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젊음을 한 곳에, 세계를 품안에”라는 표어를 내걸고 햇빛 밝은 동녘의 나라에서 열린 97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기념하는 큰 돌비 하나를 세운다. 그 날, 그 두메와 이 들녘에선 건강한 미래를 꿈꾸는 세계 48개국 1406명의 임원 선수들이 찬란한 오색 깃발 아래 한 데 어우러져 눈에 눈맞으며 뜨거운 우정을 꽃 피웠다. 이곳에 우리 전북도민들의 열정을 담은 굳은 심지를 하늘 높이 앉히는 뜻은 지방 초유의 국제적 행사를 성공으로 이끈 지혜와 결속을 값진 거울로 삼으려 함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이 앞을 지나는 숱한 발걸음마다에 스포츠를 통해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심은 눈사람들의 함성이 추억의 나래를 타고 영원히 메아리칠 것이다.’전주 화산체육관 앞에 있는 무주·전주 동계U대회 기념비에 새겨진 비문 전문이다. 기념비는 동계U대회를 치른 후 그 해 말 세워졌다.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이 쓴 이 비문만으로도 당시 무주·전주 동계U대회가 갖는 의미를 잘 살필 수 있다.실제 전주·무주 동계U대회는 국내 스포츠사적으로도 기억될 만한 대회였다. 젊은이들의 축제인 유니버시아드대회 첫 국내 개최라는 수사에 그치지 않고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 동계스포츠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계기를 만든 게 바로 무주·전주 동계U대회였다. 평창동계올림픽도 이 대회에서 싹을 틔웠다. 전북도가 U대회 기간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설 것을 선언했고, 이듬해 김운용 당시 KOC위원장·이건희 IOC위원 등 각계 인사들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를 꾸렸다. 무주·전주 동계U대회가 없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꿈도 못 꿨거나 훨씬 더 늦어졌을 것이다. 지역사회에 미친 동계U대회의 영향은 더욱 컸다. 무주리조트에 스키장 등이 대거 들어섰고, 전주에 국제규격의 빙상장을 갖추면서 동계스포츠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여름철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호사스러움도 그 덕이다. 비록 동계올림픽 유치에는 실패했으나 그 대신 무주에 태권도원을 유치하는 데 도움도 줬다. 대회 규격에 맞는 시설을 갖추면서 환경파괴 논란이 일었고, 국내 환경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계기가 됐다. 대회 시설에 많은 투자를 했던 향토기업 쌍방울이 대회 직후 부도로 무너진 것 또한 무주·전주 동계U대회가 기억하는 역사다.국내 스포츠사적으로나 지역사회 측면에서 이렇게 큰 울림을 줬던 동계U대회가 기념비의 비문이 희미해진 만큼이나 쉽사리 잊히는 게 아쉽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으나 평창동계올림픽에 묻힌 채 관련 기념행사 하나 없이 지나가고 있다. 대형 이벤트를 새로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의 중요한 자산으로 지나간 역사를 기념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2-07 23:02

‘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란 말이 있다. 일을 하다보면 실수가 있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전쟁 중의 실수는 아군의 치명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 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이니 아군에 피해를 안긴 장병일지라도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 저변에는 실수를 처벌로만 대응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용서, 상대방이 반성하고 나아가 실수를 만회할 큰 공적을 세울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는 뜻이 있다. 삼국지에 한 사례가 있다. 조조는 명령을 어기고 주요 거점을 잃은 장수 조홍의 목을 베려고 했다. 이에 주변 장수들이 조홍의 공적을 나열하며 성을 잃은 조홍이 차제에 공을 세워 실수를 만회할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청한다. 조조는 조홍의 충성스러움과 용맹스러움을 상기하며 화를 누그러뜨리고 일단 용서한다. 훗날 조홍은 위기에 빠진 조조를 구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하지만 지나친 배려에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최근 법조계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구속적부심 석방 결정’ 등 주요 사건에 대한 판단에 시비가 일었다. 일부라고 할지라도, 주변에서 동의하기 힘든 판단이 잇따라 나오자 사법부 내부에서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 2일 인천지법의 김동진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의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결정에 대하여, 나는 법이론이나 실무의 측면에서 동료법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위 석방결정에 대하여 납득하는 법관을 한 명도 본적이 없다”며 “법조인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특정한 고위법관이 반복해서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벌거숭이 임금님을 향하여 마치 고상한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일종의 위선이라고도 비판했다. 김판사는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글에서 지록위마 판결이라고 한탄했다. 김판사같은 개탄이 나오는 것은, 김명수 대법관의 사법부 독립 펜스치기에도 불구하고, 뭇 사람들이 동의하기 힘든 판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전주지법은 잇따른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 전력이 있고, 공금을 사기친 혐의로 기소된 학교 전 행정실장(이사장 아들)과 이 사건에 연루된 이사장, 전 교장 등에 대해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사립학교 이사장과 아들, 교장 등이 짜고 사문서를 위조해 공금을 빼 쓰다 적발됐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를 한 것이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란 말이 있지만, 사기죄는 살인 등과 마찬가지로 엄벌 대상 아닌가.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2-06 23:02

1995년 민선단체장 첫 동시선거가 치러진뒤 시장, 군수들은 앞다퉈 자기 고향 사람을 부단체장으로 데려갔다.고향사람은 누구보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향심 또한 많아 행정을 펼쳐나가는데 훨씬 적합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 출신을 부단체장으로 쓰는 관행에 큰 변화가 생겼다. 부단체장 인사때 고향 출신 공직자를 배제하게된 결정적 계기는 1998년 순창에서 발생했다. 임득춘 당시 순창군수를 보좌하던 조기갑 부군수가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군수 선거에 도전장을 던져 민주당 공천까지 받아냈다. 우여곡절끝에 임득춘 군수가 이를 뒤집고 다시 공천을 받아 당선되긴 했으나 공직사회에는 큰 충격이었다.이를 계기로 해당 지역 출신 공직자는 배제하는 관행이 전 시군에 걸쳐 확산됐다.평소 품성이나 소양으로 볼때 절대 선거에는 나서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고향에 부단체장으로 근무하면서 뜻하지 않게 단체장에 나선 경우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심민 임실군수의 경우도 그를 잘 알던 주위사람들은 “만일 선거에 나서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고 장담했지만, 그는 고향 임실에서 부군수를 하면서 민심얻는 법을 터득, 결국 도전장을 던진다.힘든 시기를 겪기는 했지만 그는 결국 오늘날 행정능력을 평가받는 단체장 반열에 올라있다.경험을 통해 “잘못하면 호랑이 새끼를 키운다”는 경계심을 갖게된 단체장들은 철저하게 고향 출신을 배제했고 특히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경우는 더욱 경계했다.지사 비서를 오래 지낸 유일수씨의 경우 순창, 임실, 완주, 정읍 등지에서 부단체장을 4번이나 거쳤는데 이는 그가 단체장 의중에 무조건 순종하는 스타일인데다 정치적 야심이 전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비단 시군 부단체장뿐 아니라 정무·행정부지사 등 광역단체 부단체장을 지낸 사람들 역시 뜻밖에 선거에 나서는 일은 허다하다.각종 행사나 인사, 공사를 접하면서 정치적 야심이 생겼기 때문이다.그런데 부단체장을 하다가 섬기던 단체장이 선거법 등으로 낙마한 경우 ‘시장·군수 권한대행’을 맡게되는데 이때 잡음이 나기 십상이다.본인이 단체장인 것으로 착각해 후임자에게 넘겨야 할 중요한 결정을 직접 해버리기 때문이다. 박경철 전 익산시장이 중도하차한 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 당선된 정헌율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한웅재 부시장을 전광석화처럼 교체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건식 시장이 낙마하면서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된 이후천 부시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2-05 23:02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청와대가 가까워졌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만해도 청와대는 마치 다른 나라에 있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그 이유는 MB나 박근혜가 전북 인재를 청와대나 정부요직에 기용하지 않은 탓이 제일 컸다. 무장관 무차관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인재등용에서 배제됐고 국가예산도 불합리하게 배분돼 지역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두 정권 9년동안 새만금사업을 추진한 것을 보면 얼마나 시늉만 내고 끝났는지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겨우 한 것은 MB때 주로 농지개발 위주로 돼 있던 토지이용계획을 7대3으로 바꿔, 산업 관광 레저단지로 70%를 조성키로 했던 것 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때는 정권적 이해관계가 없어 우는 아이 젖준다는 식으로 찔끔찔끔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예산을 배정했다. 사실 전북에서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권력실세였던 최순실을 겨우 촛불혁명 때나 알 정도였다. 그 만큼 누가 키를 갖고 국정을 농단하고 있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임실 출신 김관진씨가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한광옥씨가 비서실장으로 있었지만 전북에는 도움이 안됐다. 그러다 보니까 보수정권 9년동안 전북은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었다. 지사나 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들이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해도 별로로 여겼다.전북인한테는 DJ정권때가 청와대와 제일 가까웠다. DJ가 정권을 잡아 한을 풀 수가 있었다. 청와대에 전북 출신들이 많이 기용돼 웬만한 민원도 전화 한통화로 끝난적이 있었다. 각 부처에도 전북 출신 인재들이 고루게 박혀 지사나 시장군수들이 일하기가 쉬웠다. 김원기 국회의장 때는 현 유성엽국회의원이 정읍시장이었는데 예산이 필요한 정읍시 현안사업을 김 의장이 해당 장관을 의장실로 불러 해결해줄 정도였다. 김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사부인 관계로 봄날에 눈녹듯 모든 게 잘 풀렸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당 정 청에 전북인재들이 배치돼 전북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지금은 어떤가. 지난 장미대선 때 64.8%라는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탓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각 부문에서 전북을 챙겨주고 있다. 정읍 신태인과 전주여고 출신인 김현미 전국회예결위원장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을 비롯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에 윤영찬씨를 그리고 정무비서관이었던 한병도 전 국회의원을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승진 발탁했다. 차관급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정권에 비해 많이 발탁해 장관 대기자 수를 늘려줬다.상승기류를 탄 전북이 물실호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절대 필요하다. 먼저 안되고 힘들고 어렵다는 부정심리를 추방해야 한다. 이 모든 부정심리를 한방에 훅 날려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지방선거 때다. 역량이 부족한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새피로 과감하게 교체해서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장미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으로 정권교체를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2-04 23:02

‘살인을 한 자는 그를 죽인다.’ 사형제를 담은 최초의 법전인 우르남무 법전 제 1조다. 우르남무 법전은 인류 최초의 법전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함무라비 법전보다 300년 앞서 만들어졌으니 이후 만들어진 함무라비를 비롯, 다른 국가의 법을 만드는 체계에도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우르남무 법전은 인류 최초의 국가가 만들어진 메소포타미아를 평정한 우르제국의 왕 우르 남무가 만들었다. 그가 재위하는 동안 우르제국의 수메르 문명은 전성기를 맞았다. 자나 저울 같은 도량형이 통일되고 경제 질서가 바로 잡혔으며, 학교가 만들어지고 예술이 번성했다. 백과사전이 편찬된 것도 이 때였다. 우르남무 법전은 이 시기 문화적 융성의 결정체인 셈이다. 우르남무 법전을 계승한 것이 수메르 문명의 뒤를 이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인데, 그래서인지 법전의 체계는 물론이고 적지 않은 내용이 유사하다. 함무라비 역시 법전을 여는 제 1조의 내용은 ‘살인을 한 자는 그를 죽인다’다. 사실 사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형벌 중 가장 무거운 형벌이면서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국가로부터 중세와 근세 초기까지 거의 모든 국가들에서 많이 행해졌던 형벌은 단연 사형이었고 시대가 혼란해질수록 그 집행 방법 또한 더 강력해졌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인간의 존엄성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형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부 국가들이 사형 제도를 폐지하기 시작하자 여러 국가들이 뒤를 이어 지금은 사형 제도를 폐지한 나라가 훨씬 많다. 1991년, 유엔도 ‘사형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적 규약 제2차 선택 의정서’를 발효시켰는데 그 주된 내용은 사형제를 폐지하라는 것이었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42개국(사형제도는 존재하지만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된 국가 32개국 포함), 사형 제도를 존치해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나라는 59개국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엠네스티의 분류에 따르자면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다.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포함시키고 있지만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집행을 한 이후 지금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법정에서 또 소란을 벌였다. ‘못 참겠으니 죽여 달라. 빨리 사형을 시키든지 하라’며 그가 오열한 이유는 ‘억울하고 분해서(?)’란다. 사형은 형벌 중에서 가장 무거운 벌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죽는 것보다도 더 강력한 형벌이 있는 모양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2-01 23:02

단원 김홍도의 작품 ‘지단관월(指端觀月)’은 신비스러움 가득한 야경이다. 가까이에 큰 산이 있고 멀리 관음보살과 동자가 구름 위에 떠 있는 듯이 있다. 관음 뒤에서 둥근 보름달이 세상을 밝게 비춘다. 불교색채가 뚜렷한 김홍도의 걸작 중 하나다. 지단관월은 ‘원각경’ 청정혜보살편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한다. 경전의 가르침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같은 것으로, 손가락을 매개로 가리키는 달을 보면 손가락 자체는 궁극적으로 달이 아닌 가르침의 수단일 뿐이다. 원효대사는 그런 깨달음 끝에 승복보다는 민초들 곁을 택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르침이 있다. 종교는 그 중 가장 뛰어난 가르침을 일컫는다. 유교든, 불교든, 원불교든, 천도교 혹은 증산교든, 기독교든, 이슬람교든 대부분의 종교가 내세우는 가르침의 근본과 지향은 악이 아닌 선이다. 다툼이 아닌 화해와 화합이다. 이기적인 것이 아닌 이타적인 행동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동서고금의 종교는 수천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인간계의 숱한 전쟁과 평화, 미움과 화합, 탐욕과 나눔 등 사례들이 부정이 아닌 긍적 쪽으로 체계화 된 걸작품이다. 인간사회의 반사회적 악행을 거부하고, 선을 추구한다. 잘 다듬어진 인간 행복 안내서다. 그러나 훌륭한 가르침이 있다고 인간이 행복한 것이 아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서 황금지도라도 찾겠다는 듯 집중하는 인간이 많다. 그 덕분에 종교는 동서고금으로 터질 듯 팽창하고 있다. 모든 인간이 손가락 끝이 아닌, 달을 바라보고 웃는다면 종교며 법이 존재라도 하겠는가.지난해 9월 28일 시행에 들어간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혈연·지연·학연으로 얽힌 대한민국 사회가 부정부패 천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보름달처럼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적 염원을 담고 출발했다. 혈연·지연·학연이라는 네트워크가 돈으로 매매되고, 그 거래 관계 속에서 산해진미가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려지고, ‘그들만의 잔치’가 벌어지는 꼴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공감대다. 한국사회학회가 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지난 9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참여자 89.4%가 청탁금지법 효과에 공감했다. 문제는 김영란법의 3·5·10 조항이 화훼, 축산 등 일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가 시행령 개정에 나섰지만 지난 28일 국민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국회에 개정안이 올라와 있는 등 저간 사정이 있음에도 정부가 앞서 해결하려다 돌멩이에 걸린 것이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손질하면 뭐가 남을까 싶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1-30 23:02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제왕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태양에서 불을 훔쳐 추위와 기근으로 고통을 받던 인간에게 사용토록 했다. 그 벌로 프로메테우스는 바위에 묶여 매일 간을 뜯기는 고통을 당했으나 인간은 문명을 얻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를 기려 고대올림픽경기가 열리는 동안 제우스와 그의 처 헤라 신전에 불을 밝혔다. 고대올림픽의 불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부활된 근대 올림픽에서 재현되지 않았으며, 32년 후인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9회 대회에서 등장했다. 성화봉송은 1936년 제11회 독일 베를린 대회에서 시작됐다.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성화를 채화한 뒤 3187㎞의 거리를 각국의 올림픽위원회에서 뽑은 주자들에 의해 개회식 때 성화대에 점화됐다. 성화봉송과 관련된 일화도 그 역사만큼이나 숱하게 많다. 독일 나치에 의해 고안됐다는 이유로 1956년 호주 멜버른 대회에서는 대학생들이 가짜 성화봉송 행진으로 성화봉송을 조롱했다. 1965년 멕시코대회에서는 수영선수둘이 수상 봉송을 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잠수부가 바다 속에서 성화를 봉송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LA올림픽에서는 성화에 참가비를 받는 등 상업주의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당시 ㎞당 3000달러를 내고도 성화봉송에 참가하겠다는 신청자가 쇄도했다. 역대 최장거기인 13만7000㎞를 기록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에서는 국가 홍보수단으로 이용됐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화가 어제부터 전북지역 봉송을 시작했다. 지난달 아테네 헤라 신전에서 채화식을 거쳐 인천 송도에서 출발한 성화는 제주-부산-전남을 거쳐 다음달 3일까지 5일간 전북지역 봉송이 이뤄진다. 남원을 시작으로 임실-무주-전주-익산-군산 등 277㎞ 구간을 순회하며 평창 올림픽의 분위를 띠우고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한다. 성화를 맞이하는 전북의 감회는 남다르다. 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평창과 경쟁 끝에 탈락한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 후보지였던 무주 지역민들이 내일 어떻게 성화를 맞이할 지 궁금하다. 무주 성화봉송은 태권도원 중심으로 진행된다.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최지며, 동계올림픽 경쟁 무대였던 덕유산 리조트는 빠졌다. 무주 태권도원에서 모노레일 봉송 이벤트가 준비됐다고 하지만, 동계스포츠와 직접 맞닿은 덕유산 리조트에서 스키봉송 이벤트가 이뤄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평창과 무주의 진정한 화해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올림픽 정신은 지엽적일 수 없다. 무주의 꿈이 평창에서 활짝 펼쳐지길 바란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1-29 23:02

영어 숙어 중에 Seward’s Folly 라는게 있다. 직역하면 ’슈워드의 어리석음 ‘ 정도로 해석되는데 실제 의미는 ‘상당히 잘 한 일’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Seward ‘s Folly는 미 국무장관 슈워드의 이름을 딴 것으로 당대에는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나 훗날 거시적 안목으로 재평가된다는 의미를 지닌 관용어다.슈워드는 크림전쟁으로 재정이 어려운 러시아 짜르에게서 오늘날의 알래스카를 사들였는데 이게 문제였다. 1867년 160만㎢ 규모의 알래스카 땅을 미화 720만 달러(현재가치 16억 7000만 달러)를 주고 매입했는데 일부 국민이나 의회에서는 반대여론이 거셌다.오죽하면 알래스카는 슈워드의 냉장고란 비판까지 들었을까.결국 슈워드는 사임해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삶을 마감했지만 각종 자원은 물론, 유형 무형의 알래스카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석유는 물론, 철, 금과 구리, 목재나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 미국의 역사를 바꾼 현명한 선택이었다. 훗날 미국 의회는 “의회에서 있었던 당신의 사과를 돌려드립니다. 알래스카는 얼음 창고가 아니라 보물 창고였습니다.”라고 발표한다.국내에서도 포항제철이나 경부고속도로 등이 당시엔 큰 비판에 직면했으나 훗날 역사는 다르게 평가하는 사례로 꼽힌다.김제 출신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성사시킨 백양로 프로젝트(지하캠퍼스 건립) 또한 요즘 신의한수 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사회에서도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들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20년전 건립당시 1000억원 넘는 돈이 들어가는 등 지역 재정상황이나 민도 등을 고려할때 과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꽤 괜찮은 결정으로 평가받는다.무주태권도원 역시 경주나 진천 등지에 비해 태권도 이미지가 빈약한 무주가 일약 전세계적인 태권도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던것만은 분명하다.LH 본사를 경남 진주에 빼앗기고 대신 얻어온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는 앞으로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따라 ‘오히려 잘된 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전북대학교가 요즘 한창 ‘슈워드의 냉장고’논란에 휩싸여 있다. 전북대는 한옥 캠퍼스를 위해 6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 전통 한옥에 현대 건축 양식을 가미한 국제컨벤션센터,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그중 70억 원을 들여 강의실을 겸한 한옥 정문을 신축할 계획인데 일각에서 “장학금을 더 주고, 낡은 강의실을 개선하는게 급하지 수십억 원을 들여 한옥 정문을 짓는게 그렇게 시급한가”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대해 이남호 전북대총장은 “슈워드의 냉장고라며 빈정댔지만 얼마안가 알래스카의 가치가 어떻게 판명됐느냐”며 한옥 정문은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내년 총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쟁점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전북대 한옥 정문 프로젝트가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1-28 23:02

현직 단체장은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재선은 떼논 당상이다. 한번 되는 게 힘들지 한번 하고 나면 두 세번 하기는 쉽다. 일과가 선거운동이나 다름 없고 자기 돈 안들이고 얼마든지 술 밥 먹어가며 유권자를 접촉,지지세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어 주민들이 요구하는 간단한 숙원사업 정도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다. 시·군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는 각종 관변단체들도 단체장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관변단체들은 예산을 지원 받는 관계로 선거 때 알게 모르게 단체장을 도와준다.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도 겉으로는 대립관계를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한 통속으로 지낸 경우가 많다. 단체장과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일때는 공생관계가 쉽게 형성된다. 설령 당이 다르더라도 단체장이 보이지 않게 정치력을 발휘하면 갈등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원만하게 잘 지낸다. 의원들이 집행부를 향해 갑질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지만 거꾸로 단체장 한테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면 단체장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려면 단체장 한테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요구할 수 밖에 없다. 표로 된 선출직들이라서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라서 알게 모르게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현직들은 임기동안 의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가 쉬워 선거하기가 유리하다.여기다가 공무원들도 현직 단체장한테 줄설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현직 장점이 한둘이 아니다. 시장 군수가 인사권을 갖고 있어 공무원 해 먹으려면 알게 모르게 줄 서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시장 군수 눈 밖에 났다가는 12년간 승진은커녕 한직으로 내몰려 퇴직해야 하는 경우까지 나오기 때문에 바보가 아닌 이상 현직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공무원들은 거의가 승진에 목매 단다. 승진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기 때문에 현직 단체장 한테 잘 보여 승진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현직들은 공무원들이 자신을 떠 받들어 주는 그 맛에 취해 재 삼선 할려고 기를 쓴다.인구 3만도 안되는 농촌군은 공무원이 5~600명 정도로 많다 보니까 이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현직단체장을 직간접으로 도울 수 있다. 이들 지역 유권자들은 노인들이 많아 공무원이 대민 접촉과정에서 현직군수를 은근히 홍보하면 그 쪽으로 표심이 쏠리게 돼 있다. 암암리에 공무원들이 업무를 통해 현직 군수를 지원할 수 있어 라이벌 보다 훨씬 유리하다. 일각에서는 ‘무능한 단체장이 3선까지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재선까지로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선관위나 공무원 노조 등에서 공무원들한테 정치적 중립의무이행을 요구하지만 그건 현실성이 없다. 실제로는 일부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현직 단체장의 비위를 맞추려고 선거운동원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렴의식을 강조한 다산이 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탓할까.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1-27 23:02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지만 유럽이나 일본에는 문을 연지 100년이 넘는 오래된 가게가 적지 않다. 한 자료를 보니 일본에는 노포(老鋪)라고 불리는 100년 넘는 가게가 2만 7천 300개나 된다. 사실 100년 동안 대를 물려온 가게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브랜드가 된다. 도쿄에 있는 ‘긴자’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다. 1872년 대화재로 잿더미가 된 이 거리를 일본 정부는 일본 최초의 근대화 거리로 재건했다. 도쿄의 첫 백화점이 들어선 곳이기도 한 긴자는 내로라하는 백화점과 세계적인 유명브랜드 샵들이 몰려있어 가장 화려하고 비싼 거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다고 긴자에 화려한 가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굳이 골목길이 아니더라도 호화스러운 건물 사이에 오래된 가게들이 건재하다. 화방 ‘게코소’도 그 중 하나다. 1917년 문을 연 게코소는 올해로 꼭 100년이 됐다. 10평이나 될까 말까 한 이 작은 가게는 낡고 고색창연한 건물의 1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 가게 안 역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100년 세월이 그대로 묻어난다. 세계 최초로 코발트블루 컬러를 만드는 기술을 발명해냈다는 이 가게는 이미 건축가나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곳인데, 물감 뿐 아니라 스케치북과 지우개 붓 등 스물여섯가지 고유한 형식과 재질의 문구류를 만들어 특허를 딴 곳이기도 하다. 여행길에 이곳을 들렀다. 비좁은 공간에 놓인 아름다운 색깔의 물감과 화구, 온갖 문구류가 마음을 끌었다. 물감을 비롯해 대부분의 문구류는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이라는데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컸다. 다 쓸 때까지 말라붙지 않는다는 지우개며 심플한 디자인에 굵기가 다양한 연필을 샀다. 계산을 하고 포장을 부탁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던 주인아저씨가 몇 장의 종이를 찾아 올려놓았다. 모두 제각각인 전단지들이었는데 구겨지거나 찢겨진 그 전단지를 손바닥으로 쫙쫙 펴서 종류별로 포장을 해주었다. 음식점 쇼핑몰 등 포장한 전단지의 내용이 다양했다. 함께 넣어준 비닐 팩 역시 재활용이었다. 작은 물건 하나라도 예쁜 포장지로 정성껏 싸주는 나라가 일본이 아니던가 싶어 잠시 의아했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나중에 이 가게에서는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포장과 할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비자를 위한 진정성이 읽혀졌다. 생각해보니 우리에게도 그런 가게들이 있었다. 학교 앞 문방구와 동네 골목을 지키던 구멍가게들. 그런데 우리는 이 소중한 것들을 너무 빨리 쉽게 잃었다. 이 오래된 가게가 준 감동이 크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1-2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