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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방울 달려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비판은 신나게 하면서도 행동으로는 나서려고 안 한다.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견제와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이 필요하다. 흔히 외지인들이 전북 사람을 양반들이라고 평가한다. 농경사회가 주류를 이뤄서인지 성징이 순해서인지 좋게 말해서인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볼 때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머리 회전이 빨라 상황판단을 잘 하는 것 같지만 뒷심이 부족해 옳은 일에도 안 나서려는 경향이 있다. 적극성 부족이 단점으로 보인다. 여론주도층이라는 유지들은 거의가 모든 일에 적당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모난 짓을 안한다. 모난 돌 정 맞는다고 지역사회에서 비판자로 내몰리면 살기가 불편해질 수 있어 그런 처세를 하고 있다. 날마다 얼굴을 부딪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태도를 견지한다. 극단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체면치레만 한다.유지들은 보이지 않게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간다. 그들은 자신의 명예와 경제적 이득 확보를 위해 대부분이 관과 친숙한 관계를 형성해 놓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전북은 산업시설이 빈약해 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정보와 재정을 관이 점하고 있어 지사를 비롯해 시장 군수와 친하게 지내려는 경향이 팽배하다. 지연 혈연 학연으로 연결돼서 가깝게 지내는 사회적 성격 때문에 꼭 해야 할 말도 못하고 형식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묘한 것은 선출직으로 뽑아 놓은 사람들과의 관계설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이나 선출직을 뽑을 때는 유권자가 갑이지만 그 이후에는 주인이 을로 뒤바뀐다는 것. 다른 지역은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가 잘못하면 불러내서 혼을 내는데 이 같은 일을 못하고 있다.도민들이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연고주의를 나쁜 것이라고 탓할 일도 아니지만 연고주의에 의존하다 보니까 지역사회가 역동성이 떨어졌다. 전북은 고요한 호수처럼 조용하다. 전주 한옥마을에 연간 1000만명이 다녀가지만 밤 10시만 되면 발길이 뚝 끊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잦은 선거로 지역 민심만 사분오열됐다.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인가 아닌가에 따라 관의 대접이 달라진다. 편 나누기가 일상화 됐고 선거브로커를 중심으로 끼리끼리 해먹는 문화만 갈수록 발달해가고 있다. 아무리 단속이 강화돼도 돈선거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문제다. 단체장 후보 56%가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야단법석이다. 그 이유는 국민의당이 죽을 쒀 예전처럼 민주당 일당 독주체제가 굳어져 가기 때문이다. 시장 군수가 잘못하면 말로만 비판할 게 아니라 갈아 치워야 한다. 행동하는 양심이 촛불정신이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이 일어난지 1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세상살이는 어렵고 어둡다. 황금 개띠해인 내년에는 뒷전에서 비난과 비판만 하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행동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2-18 23:02

한 프랑스 작가가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지 판매 가게를 찾아왔다. 특별하게 제작한 한지가 필요하다며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수량은 달랑(?) 일곱 장. 그러나 그가 원하는 대로 종이를 만들려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일주일을 기다려서야 주문한 한지 일곱 장을 들고 돌아갔다. 1970년대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한지 판매로만 가게를 운영해온 동양한지 박성만 사장이 들려준 이야기다. 그의 가게에는 심심치 않게 외국 작가들이 찾아온다. 거개가 특별한 한지를 주문해 제작해가려는 목적이다. 자신들의 주문에 의한 것이 아니어도 가게에 놓여있는 비구상적 조형이 살아 있는 한지를 그들은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그 아름다움과 특별한 물성에 감탄한단다. 한지가 현대 미술 작품의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외국 작가들이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보다 한지를 주목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다. 한지의 산업화는 오랜 화두다. 글씨나 그림을 그리는 화선지로서의 한계를 넘어 사진을 인화하고 글자를 인쇄하는 한지용지의 개발이나 옛 책과 옛 문서를 복본화하는 인쇄용지 개발도 산업화를 향한 노정의 결실이다.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을 활용한 일상용품의 생산도 물론 같은 연상에 있다. 기대되는 한지의 변신이 또 있다. 한지의 보존성을 제대로 살리는 종이 개발에 관심을 쏟아온 박 사장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작업의 결실이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이 한지는 불면 날아갈 정도로 가볍고 얇다. 한 장을 들어 올리면 깃털을 손에 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배경이 거의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목표여서 두께의 한계를 최대한 없앤 덕분이다. 오래된 그림이나 글씨, 옛 책과 고문서 등 귀중한 자료가 시간이 지날수록 훼손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며 그는 원본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얇은 한지로 배접을 한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글자나 그림이 훤히 들어나 보일 정도로 얇은 배접용 한지를 개발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일간 신문 위에 이 한지를 올려놓으니 한지의 존재는 있는 듯 없는 듯 기사 읽기에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한지로 배접하면 신문도 원본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사장의 확신이다. 물론 이 한지는 찾는 사람이 적다. 쓰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거니와 가격 부담이 큰 때문이다. 아직 한계가 있지만 한지의 특성을 살려내는 다양한 변신은 한지 산업화의 가능성을 높인다. 주목받는 전주 한지의 현실은 어떤가. 둘러보면 한지 생산자들의 고군분투, 그 결실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양한 변신의 폭은 여전히 좁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2-15 23:02

연말이면 각 기관단체 등에서 송구의 소회와 영신의 다짐을 함축하는 사자성어를 정해 내놓는다. 전북도는 2018년 사자성어로 ‘반구십리’를 선정했다. 직역하면 백 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 리를 가고서도 이제 절반쯤 왔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무슨 일이든 잘 마무리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끝 마무리를 아름답게 해야 또 다른 일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다. 힘차게 시작한 일도 끝 매듭이 잘 돼야 즐겁고 만족스럽다. 그 만족스러운 결과를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반구십리’에 담겨 있다. 반구십리는 6개월 앞으로 닥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대부분의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에게 실감나는 말이다. 임기 48개월 중 42개월을 숨가쁘게 달려온 그들이다. 남은 6개월 동안 마무리가 제대로 안돼 흠결이 생긴다면, 출마도 하기 전에 경선탈락하거나 용케 선거에 나서도 승리를 다짐할 수 없다. 입단속, 몸단속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하기야, 요즘 전북 정치 판세가 약30년 전쯤으로 돌아가 특정 정당 후보가 되면 ‘지팡이를 꽂아도 당선’이란 얘기가 나돌 정도이기는 하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국가와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 등의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다닌다. 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증명해 보인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한 것이 한국정치사의 현실이다. 정치인 처벌은 솜방망이격이다. 옥살이는 커녕 벌금형이나 집행유예형이 다반사니, 범법에 무감각한 자들이 많다. 지난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1위 군주민수(君舟民水)나 2위 역천자망(逆天者亡)은 정치인들이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할 명구다. 백성이 곧 하늘이고, 거스르면 망하게 된다. 그것을 증명한 것이 촛불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없이 존립하는 기업은 없다. 최근 전주시내버스 파업 사태 속에서 지역 최대 시내버스 업체가 사주의 34세 아들 김모(등재이사)씨 앞으로 500억 채권 설정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소란스럽다. 회사 수익이 김씨 계좌로 입금된다. 사주인 김씨 쪽은 완벽한 빨대를 꽂은 셈이다. 근로자들은 뭔가. 소변 참아가며 하루종일 뼈 빠지게 일한 그들은 봉이 됐다. 촛불 이후 마치 정의가 바로서는 듯 요란하지만, 아직 요원하다. 기업주가 근로자를 돈벌이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니 고교 실습생이 자살하는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2-14 23:02

정부 예산은 다음해 1년간 쓸 정부 각 부처의 살림살이다. 보건복지, 교육, 문화·체육·관광, 환경, R&D, 농림, SOC, 지방행정 등을 망라해서다. 흔히 국회 심의 때를 예산철이라고 하지만, 예산편성 과정은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연중 진행된다. 행정각부의 장이 연초 중기사업계획서를 기재부에 제출하고, 기재부 장관이 3월말까지 예산안편성지침 마련하면 각부에서 5월말까지 사업의 우선순위를 반영한 예산요구서를 낸다. 기재부의 사정을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면 예산안 편성이 마무리 된다. 자치단체의 경우 각 부처의 예산에 자치단체 관련 사업들을 어떻게 반영시키느냐가 첫 관문인 셈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소관 부처에 대한 국회 상임위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칼질이 이뤄지고, 마지막으로 국회 예결특위 소위에서 계수조정이 이뤄진다. 지역 현안예산 확보를 위한 정치권의 역량이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발휘된다.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 내년도 정부 예산을 놓고 자치단체마다 대풍가를 부르는 것 같다. 지역의 현안사업에 국비를 잘 확보했다는 자랑이다. 전북도는 3년 연속 6조원대 국가예산확보를 내세웠다. 전년보다 3150억원 증가해 전년도 0.3%보다 훨씬 높은 5%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 곁들여졌다. 군산시는 3년 연속 1조원 시대를 열었으며, 익산시는 6721억원 확보로 역대 최고 예산을 확보했단다. 다른 거의 모든 시군들도 역대 최대의 국가예산을 땄다고 나팔 불며 자랑한다.자치단체마다 자랑하는 역대 최대 국가예산을 확보했다는 근거가 궁금하다. 정부 예산중에는 해당 지역의 현안도 있지만, 여러 지역에 걸친 사업이거나 전국적으로 공통된 사업도 많다. 정부 예산 중 지역 예산만 똑 떼어낼 수 없는 예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예산을 전북의 국가예산으로 볼 것인가 말 것인가. 농진청 직원 인건비와 운영비 대부분이 전북에서 집행되는 만큼 전북의 국가예산이라고 할 수도 있다(실제 전북도는 포함하지 않는다). 지역별로 확보한 국가예산을 합하면 전체 정부 예산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런 불명확한 기준 때문이다.국가예산 확보를 위한 올 전북도와 정치권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실제 올 전북의 국가예산 확보가 잘 된 것 같다. 역대 최대 예산확보라는 수사가 붙어서가 아니다. 꼭 필요한 현안 사업 예산들이 잘 반영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규 사업 예산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이 표준 잣대도 없는 역대 최다 예산확보라는 숫자놀음은 그만 거두자. 새만금사업을 일찍 마무리해 다음해 전북의 국비확보 총액이 반토막 난들 어떠랴.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2-13 23:02

문재인 정부가 역동적으로 추진중인 지방분권의 핵심사항중 하나가 자치경찰제다. 국가경찰은 현재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전국단위의 치안을 담당하고, 자치경찰은 지역주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아직 자치경찰제가 시행되지 않았으나 지방청장은 가급적 그 지역출신을 내려보내는 관행이 있다.하지만 역대 전북경찰청장은 지역 출신이 차지하지 못했다. 전북출신 중 치안감 이상 고위간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1993년 제4대 이무영부터 29대 조희현까지 26명의 역대 전북경찰청장 중 지역 출신은 이무영, 김대원, 김본식, 박희원, 이용상, 하태신, 배성수, 임재식, 이한선, 유근섭, 이동선, 장전배, 홍익태 등 13명으로 딱 절반이다.2013년 홍익태 전북청장을 끝으로 지난 4년간 전북은 항상 외지인들의 잔치무대였다.그런데 지난 8일 오랫만에 전북출신인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전북청장에 발령됐다.현재 치안감급으로는 단 한명에 불과한 전북으로서는 그가 고향에 오지 않을경우 또다시 외지인이 전북청장을 맡게될 상황이었다.진교훈, 조용식 경무관 등이 있다곤 해도 치안감으로 승진해서 전북청장을 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사실 강인철 전북청장의 부임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총수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지난 8월 크게 대립하다 김부겸 행안부장관까지 직접 나서 갈등을 봉합한 기억이 있다.지난해말 광주경찰청장 당시 촛불집회를 관리하면서 그는 페이스북에 “~민주화의 성지, 광주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올린것이 화근이 돼 이철성 경찰청장과 사이가 틀어졌고, 이로인해 경기남부청 1차장, 중앙경찰학교장을 전전했고, 급기야 강도높은 감사까지 받으면서 경찰직을 떠날 위기에 직면했으나 기사회생했다.사시 출신으로 경찰에 입문, 치안감에 오른 강 청장은 평소 입버릇처럼“고향에서 멋지게 봉사하고 싶다”고 해왔는데 그 꿈이 이번에 이뤄졌다.금의환향한 그가 단순히 고향 경찰청장에 부임한데 만족하지 않고, 전북경찰의 위상을 곧추 세우기를 바랄뿐이다.한편, 강인철 전북경찰청장이 부임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그와 동기인 전주고 55회의 활약상이 화제다.유성엽 국회의원, 심보균 행안부차관,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이남호 전북대총장, 이태종 서울서부지법원장, 박형남 서울고법 부장판사, 윤준병 서울시 기조실장, 김종영 경남선관위 상임위원, 손태승 우리은행장,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이중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각계에 포진한 때문이다.송하진 전북지사, 정동영·신경민 의원 등 전주고 48회 이래 55회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평가 또한 나온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2-12 23:02

내년 6.13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직이나 입지자들간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큰 틀에서 보면 지사선거를 제외하고는 교육감 시장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선거가 치열할 전망이다. 그 이유는 지난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이 매너리즘에 빠진 민주당의 반사이득으로 무려 7석을 차지하며 안방을 차지했으나 장미대선이 치러진 이후부터는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리턴매치 결과가 예전처럼 민주당 독식구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도내서는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으로 출마하려는 입지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선과 지방선거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물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벌써부터 각 시군별로 내년 봄에 치러질 경선열기로 후끈거린다. 최근 대법원에서 직위를 박탈 당한 김제시장 자리는 무려 10명 이상이 경쟁을 벌인다. 평소 얼굴을 내밀지 않던 인사들까지 가세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지만 각당이 경선을 거치고 나면 민주당 국민의당 무소속 3파전으로 시장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일찍부터 불붙은 군산시장 선거는 김제시장 선거 못지 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문동신 현 시장이 3연임 제한규정에 묶여 더 이상 출마를 못하기 때문에 후보가 난립하면서 조기에 과열됐다. 지난 20대 총선때 국민의당으로 재선한 김관영 의원의 지지열기가 당세가 약화되면서 함께 약화돼 민주당과의 한판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군산대 총장 출신인 채정룡씨가 민주당 위원장을 맡아 전열을 가다듬고 나서 군산 지방선거가 예측불허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대선 이후 민주당 지지도가 전반적으로 살아 나면서 민주당 우세를 점치지만 그 반대로 군산조선소를 살려내지 못해 군산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바닥민심은 더 차가워졌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내년 교육감 선거에 현 김승환교육감의 3선출마여부가 관심사로 부각됐다. 최근 김 교육감이 인사개입혐의로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 받았지만 자신의 재판이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의 진보교육감 사찰의혹과 관련됐을 소지가 높다고 주장함에 따라 오는 21일 판결이 주목된다. 김 교육감은 우병우와 관련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조사 받은데 이어 11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에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받을 예정이다. 김 교육감은 검찰이 지난 3월23일 자신을 기소한 것은 검찰 뿐만 아니라 국정원 등 외부세력이 함께 움직였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함에 따라 관심을 끌었다. 김 교육감은 그간 자신이 기소된 것에 억울해 하면서도 가타부타 3선 출마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나 우병우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진술이 1심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2-11 23:02

전래동화는 대부분 설화나 신화가 바탕이다. 그러나 실존인물이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가 각색되어 동화로 발전한 예도 적지 않다. 완전한 허구가 아닌 동화들은 오히려 시대를 길게 넘나들면서 새롭게 태어나기도 한다. 상인 딕 휘팅턴의 이야기를 담은 영국 동화도 그 중의 하나다. 딕 휘팅턴 (1358~1423)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상인이자 런던시장을 지낸 실제 인물이다. 애초 부자 상인으로 이름을 알렸던 그는 사재를 털어 빈민가의 편의시설을 확충하거나 중소상인들을 위한 길드회관, 교회와 학교를 건립해 시민들을 보살폈으며 작고한 후에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유언을 남겨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병원과 합숙소 등을 건립할 수 있게 했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시설들이 남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니 휘팅턴의 삶이 후대에까지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어렵게 성장한 그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전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어려서 고아가 된 휘팅턴은 화려한 대도시 런던으로 간다. 오갈 데 없는 그를 거둔 사람은 이름난 무역상 피츠워렌. 그의 밑에서 성실하게 일을 배운 휘팅턴은 가게와 집안까지 몰려다니는 쥐를 잡기 위해 어렵게 모은 돈으로 고양이를 한 마리 산다. 그 고양이가 쥐를 일제히 몰아냈음은 물론이다. 어느 날 교역을 위해 동방으로 떠나는 피츠워렌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했다. 돈이 없는 휘팅턴은 주인의 배려에 감사하며 유일한 재산인 고양이를 건넸다. 무역선의 항해는 순조롭지 않았다. 풍랑을 만나 목적지가 아닌 엉뚱한 곳에 닻을 내리게 됐던 것이다. 다행히 그곳의 왕은 무역선의 상인들을 산해진미로 대접하고자 했다. 그러나 상이 차려지기도 전에 음식을 모두 쥐들이 먹어치워 버렸다. 쥐는 그곳에서도 큰 골칫거리였다. 상인들은 배 안에 있던 휘팅턴의 고양이를 풀어 쥐새끼들을 잡게 했다. 고양이의 활약에 놀란 왕은 당장 무역선의 고양이를 엄청난 값에 사들였다. 휘팅턴에게 되돌아간 고양이 값은 그가 갑부로 성장하는 종자돈이 되었다. 당시 런던 시가지는 쥐들이 떼로 몰려다녔다고 한다. 잠을 제대로 못잘 정도로 몰려다니는 쥐를 잡기 위해 휘팅턴은 전 재산을 털어 고양이를 샀지만, 그것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다. 어찌됐든 그 고양이는 그를 부자로 만들었고 자선과 기부로 이어져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바탕이 됐다.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길고양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 그 답은 정말 얻기 어려운 것일까.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2-08 23:02

‘여기 “젊음을 한 곳에, 세계를 품안에”라는 표어를 내걸고 햇빛 밝은 동녘의 나라에서 열린 97 무주·전주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기념하는 큰 돌비 하나를 세운다. 그 날, 그 두메와 이 들녘에선 건강한 미래를 꿈꾸는 세계 48개국 1406명의 임원 선수들이 찬란한 오색 깃발 아래 한 데 어우러져 눈에 눈맞으며 뜨거운 우정을 꽃 피웠다. 이곳에 우리 전북도민들의 열정을 담은 굳은 심지를 하늘 높이 앉히는 뜻은 지방 초유의 국제적 행사를 성공으로 이끈 지혜와 결속을 값진 거울로 삼으려 함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이 앞을 지나는 숱한 발걸음마다에 스포츠를 통해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심은 눈사람들의 함성이 추억의 나래를 타고 영원히 메아리칠 것이다.’전주 화산체육관 앞에 있는 무주·전주 동계U대회 기념비에 새겨진 비문 전문이다. 기념비는 동계U대회를 치른 후 그 해 말 세워졌다. 김남곤 시인(전 전북일보 사장)이 쓴 이 비문만으로도 당시 무주·전주 동계U대회가 갖는 의미를 잘 살필 수 있다.실제 전주·무주 동계U대회는 국내 스포츠사적으로도 기억될 만한 대회였다. 젊은이들의 축제인 유니버시아드대회 첫 국내 개최라는 수사에 그치지 않고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 동계스포츠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계기를 만든 게 바로 무주·전주 동계U대회였다. 평창동계올림픽도 이 대회에서 싹을 틔웠다. 전북도가 U대회 기간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설 것을 선언했고, 이듬해 김운용 당시 KOC위원장·이건희 IOC위원 등 각계 인사들로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를 꾸렸다. 무주·전주 동계U대회가 없었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꿈도 못 꿨거나 훨씬 더 늦어졌을 것이다. 지역사회에 미친 동계U대회의 영향은 더욱 컸다. 무주리조트에 스키장 등이 대거 들어섰고, 전주에 국제규격의 빙상장을 갖추면서 동계스포츠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여름철 빙상장에서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호사스러움도 그 덕이다. 비록 동계올림픽 유치에는 실패했으나 그 대신 무주에 태권도원을 유치하는 데 도움도 줬다. 대회 규격에 맞는 시설을 갖추면서 환경파괴 논란이 일었고, 국내 환경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계기가 됐다. 대회 시설에 많은 투자를 했던 향토기업 쌍방울이 대회 직후 부도로 무너진 것 또한 무주·전주 동계U대회가 기억하는 역사다.국내 스포츠사적으로나 지역사회 측면에서 이렇게 큰 울림을 줬던 동계U대회가 기념비의 비문이 희미해진 만큼이나 쉽사리 잊히는 게 아쉽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으나 평창동계올림픽에 묻힌 채 관련 기념행사 하나 없이 지나가고 있다. 대형 이벤트를 새로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지역의 중요한 자산으로 지나간 역사를 기념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2-07 23:02

‘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란 말이 있다. 일을 하다보면 실수가 있게 마련이라는 말이다. 전쟁 중의 실수는 아군의 치명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 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이니 아군에 피해를 안긴 장병일지라도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한다. 그 저변에는 실수를 처벌로만 대응하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용서, 상대방이 반성하고 나아가 실수를 만회할 큰 공적을 세울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는 뜻이 있다. 삼국지에 한 사례가 있다. 조조는 명령을 어기고 주요 거점을 잃은 장수 조홍의 목을 베려고 했다. 이에 주변 장수들이 조홍의 공적을 나열하며 성을 잃은 조홍이 차제에 공을 세워 실수를 만회할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청한다. 조조는 조홍의 충성스러움과 용맹스러움을 상기하며 화를 누그러뜨리고 일단 용서한다. 훗날 조홍은 위기에 빠진 조조를 구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하지만 지나친 배려에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최근 법조계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구속적부심 석방 결정’ 등 주요 사건에 대한 판단에 시비가 일었다. 일부라고 할지라도, 주변에서 동의하기 힘든 판단이 잇따라 나오자 사법부 내부에서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 2일 인천지법의 김동진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의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결정에 대하여, 나는 법이론이나 실무의 측면에서 동료법관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위 석방결정에 대하여 납득하는 법관을 한 명도 본적이 없다”며 “법조인들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특정한 고위법관이 반복해서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벌거숭이 임금님을 향하여 마치 고상한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일종의 위선이라고도 비판했다. 김판사는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글에서 지록위마 판결이라고 한탄했다. 김판사같은 개탄이 나오는 것은, 김명수 대법관의 사법부 독립 펜스치기에도 불구하고, 뭇 사람들이 동의하기 힘든 판결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전주지법은 잇따른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 전력이 있고, 공금을 사기친 혐의로 기소된 학교 전 행정실장(이사장 아들)과 이 사건에 연루된 이사장, 전 교장 등에 대해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사립학교 이사장과 아들, 교장 등이 짜고 사문서를 위조해 공금을 빼 쓰다 적발됐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선고를 한 것이다. 한 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란 말이 있지만, 사기죄는 살인 등과 마찬가지로 엄벌 대상 아닌가.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2-06 23:02

1995년 민선단체장 첫 동시선거가 치러진뒤 시장, 군수들은 앞다퉈 자기 고향 사람을 부단체장으로 데려갔다.고향사람은 누구보다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향심 또한 많아 행정을 펼쳐나가는데 훨씬 적합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향 출신을 부단체장으로 쓰는 관행에 큰 변화가 생겼다. 부단체장 인사때 고향 출신 공직자를 배제하게된 결정적 계기는 1998년 순창에서 발생했다. 임득춘 당시 순창군수를 보좌하던 조기갑 부군수가 선거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군수 선거에 도전장을 던져 민주당 공천까지 받아냈다. 우여곡절끝에 임득춘 군수가 이를 뒤집고 다시 공천을 받아 당선되긴 했으나 공직사회에는 큰 충격이었다.이를 계기로 해당 지역 출신 공직자는 배제하는 관행이 전 시군에 걸쳐 확산됐다.평소 품성이나 소양으로 볼때 절대 선거에는 나서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고향에 부단체장으로 근무하면서 뜻하지 않게 단체장에 나선 경우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심민 임실군수의 경우도 그를 잘 알던 주위사람들은 “만일 선거에 나서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고 장담했지만, 그는 고향 임실에서 부군수를 하면서 민심얻는 법을 터득, 결국 도전장을 던진다.힘든 시기를 겪기는 했지만 그는 결국 오늘날 행정능력을 평가받는 단체장 반열에 올라있다.경험을 통해 “잘못하면 호랑이 새끼를 키운다”는 경계심을 갖게된 단체장들은 철저하게 고향 출신을 배제했고 특히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경우는 더욱 경계했다.지사 비서를 오래 지낸 유일수씨의 경우 순창, 임실, 완주, 정읍 등지에서 부단체장을 4번이나 거쳤는데 이는 그가 단체장 의중에 무조건 순종하는 스타일인데다 정치적 야심이 전무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비단 시군 부단체장뿐 아니라 정무·행정부지사 등 광역단체 부단체장을 지낸 사람들 역시 뜻밖에 선거에 나서는 일은 허다하다.각종 행사나 인사, 공사를 접하면서 정치적 야심이 생겼기 때문이다.그런데 부단체장을 하다가 섬기던 단체장이 선거법 등으로 낙마한 경우 ‘시장·군수 권한대행’을 맡게되는데 이때 잡음이 나기 십상이다.본인이 단체장인 것으로 착각해 후임자에게 넘겨야 할 중요한 결정을 직접 해버리기 때문이다. 박경철 전 익산시장이 중도하차한 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 당선된 정헌율 시장이 취임하자마자 한웅재 부시장을 전광석화처럼 교체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이건식 시장이 낙마하면서 시장 권한대행을 맡게된 이후천 부시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2-05 23:02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청와대가 가까워졌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만해도 청와대는 마치 다른 나라에 있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그 이유는 MB나 박근혜가 전북 인재를 청와대나 정부요직에 기용하지 않은 탓이 제일 컸다. 무장관 무차관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인재등용에서 배제됐고 국가예산도 불합리하게 배분돼 지역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두 정권 9년동안 새만금사업을 추진한 것을 보면 얼마나 시늉만 내고 끝났는지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겨우 한 것은 MB때 주로 농지개발 위주로 돼 있던 토지이용계획을 7대3으로 바꿔, 산업 관광 레저단지로 70%를 조성키로 했던 것 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때는 정권적 이해관계가 없어 우는 아이 젖준다는 식으로 찔끔찔끔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예산을 배정했다. 사실 전북에서는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권력실세였던 최순실을 겨우 촛불혁명 때나 알 정도였다. 그 만큼 누가 키를 갖고 국정을 농단하고 있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임실 출신 김관진씨가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한광옥씨가 비서실장으로 있었지만 전북에는 도움이 안됐다. 그러다 보니까 보수정권 9년동안 전북은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었다. 지사나 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들이 국가예산을 확보했다고 자랑해도 별로로 여겼다.전북인한테는 DJ정권때가 청와대와 제일 가까웠다. DJ가 정권을 잡아 한을 풀 수가 있었다. 청와대에 전북 출신들이 많이 기용돼 웬만한 민원도 전화 한통화로 끝난적이 있었다. 각 부처에도 전북 출신 인재들이 고루게 박혀 지사나 시장군수들이 일하기가 쉬웠다. 김원기 국회의장 때는 현 유성엽국회의원이 정읍시장이었는데 예산이 필요한 정읍시 현안사업을 김 의장이 해당 장관을 의장실로 불러 해결해줄 정도였다. 김 의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사부인 관계로 봄날에 눈녹듯 모든 게 잘 풀렸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당 정 청에 전북인재들이 배치돼 전북발전을 도모할 수 있었다.지금은 어떤가. 지난 장미대선 때 64.8%라는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탓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각 부문에서 전북을 챙겨주고 있다. 정읍 신태인과 전주여고 출신인 김현미 전국회예결위원장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을 비롯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에 윤영찬씨를 그리고 정무비서관이었던 한병도 전 국회의원을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승진 발탁했다. 차관급도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전 정권에 비해 많이 발탁해 장관 대기자 수를 늘려줬다.상승기류를 탄 전북이 물실호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절대 필요하다. 먼저 안되고 힘들고 어렵다는 부정심리를 추방해야 한다. 이 모든 부정심리를 한방에 훅 날려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지방선거 때다. 역량이 부족한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새피로 과감하게 교체해서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장미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으로 정권교체를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2-04 23:02

‘살인을 한 자는 그를 죽인다.’ 사형제를 담은 최초의 법전인 우르남무 법전 제 1조다. 우르남무 법전은 인류 최초의 법전이기도 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함무라비 법전보다 300년 앞서 만들어졌으니 이후 만들어진 함무라비를 비롯, 다른 국가의 법을 만드는 체계에도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우르남무 법전은 인류 최초의 국가가 만들어진 메소포타미아를 평정한 우르제국의 왕 우르 남무가 만들었다. 그가 재위하는 동안 우르제국의 수메르 문명은 전성기를 맞았다. 자나 저울 같은 도량형이 통일되고 경제 질서가 바로 잡혔으며, 학교가 만들어지고 예술이 번성했다. 백과사전이 편찬된 것도 이 때였다. 우르남무 법전은 이 시기 문화적 융성의 결정체인 셈이다. 우르남무 법전을 계승한 것이 수메르 문명의 뒤를 이은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인데, 그래서인지 법전의 체계는 물론이고 적지 않은 내용이 유사하다. 함무라비 역시 법전을 여는 제 1조의 내용은 ‘살인을 한 자는 그를 죽인다’다. 사실 사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형벌 중 가장 무거운 형벌이면서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국가로부터 중세와 근세 초기까지 거의 모든 국가들에서 많이 행해졌던 형벌은 단연 사형이었고 시대가 혼란해질수록 그 집행 방법 또한 더 강력해졌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인간의 존엄성 문제가 확산되면서 사형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부 국가들이 사형 제도를 폐지하기 시작하자 여러 국가들이 뒤를 이어 지금은 사형 제도를 폐지한 나라가 훨씬 많다. 1991년, 유엔도 ‘사형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적 규약 제2차 선택 의정서’를 발효시켰는데 그 주된 내용은 사형제를 폐지하라는 것이었다. 국제인권단체 엠네스티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42개국(사형제도는 존재하지만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으로 분류된 국가 32개국 포함), 사형 제도를 존치해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나라는 59개국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엠네스티의 분류에 따르자면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다.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포함시키고 있지만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집행을 한 이후 지금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농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법정에서 또 소란을 벌였다. ‘못 참겠으니 죽여 달라. 빨리 사형을 시키든지 하라’며 그가 오열한 이유는 ‘억울하고 분해서(?)’란다. 사형은 형벌 중에서 가장 무거운 벌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죽는 것보다도 더 강력한 형벌이 있는 모양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2-01 23:02

단원 김홍도의 작품 ‘지단관월(指端觀月)’은 신비스러움 가득한 야경이다. 가까이에 큰 산이 있고 멀리 관음보살과 동자가 구름 위에 떠 있는 듯이 있다. 관음 뒤에서 둥근 보름달이 세상을 밝게 비춘다. 불교색채가 뚜렷한 김홍도의 걸작 중 하나다. 지단관월은 ‘원각경’ 청정혜보살편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한다. 경전의 가르침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같은 것으로, 손가락을 매개로 가리키는 달을 보면 손가락 자체는 궁극적으로 달이 아닌 가르침의 수단일 뿐이다. 원효대사는 그런 깨달음 끝에 승복보다는 민초들 곁을 택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르침이 있다. 종교는 그 중 가장 뛰어난 가르침을 일컫는다. 유교든, 불교든, 원불교든, 천도교 혹은 증산교든, 기독교든, 이슬람교든 대부분의 종교가 내세우는 가르침의 근본과 지향은 악이 아닌 선이다. 다툼이 아닌 화해와 화합이다. 이기적인 것이 아닌 이타적인 행동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동서고금의 종교는 수천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인간계의 숱한 전쟁과 평화, 미움과 화합, 탐욕과 나눔 등 사례들이 부정이 아닌 긍적 쪽으로 체계화 된 걸작품이다. 인간사회의 반사회적 악행을 거부하고, 선을 추구한다. 잘 다듬어진 인간 행복 안내서다. 그러나 훌륭한 가르침이 있다고 인간이 행복한 것이 아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서 황금지도라도 찾겠다는 듯 집중하는 인간이 많다. 그 덕분에 종교는 동서고금으로 터질 듯 팽창하고 있다. 모든 인간이 손가락 끝이 아닌, 달을 바라보고 웃는다면 종교며 법이 존재라도 하겠는가.지난해 9월 28일 시행에 들어간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혈연·지연·학연으로 얽힌 대한민국 사회가 부정부패 천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보름달처럼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적 염원을 담고 출발했다. 혈연·지연·학연이라는 네트워크가 돈으로 매매되고, 그 거래 관계 속에서 산해진미가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려지고, ‘그들만의 잔치’가 벌어지는 꼴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공감대다. 한국사회학회가 김영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지난 9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참여자 89.4%가 청탁금지법 효과에 공감했다. 문제는 김영란법의 3·5·10 조항이 화훼, 축산 등 일부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가 시행령 개정에 나섰지만 지난 28일 국민권익위 전원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국회에 개정안이 올라와 있는 등 저간 사정이 있음에도 정부가 앞서 해결하려다 돌멩이에 걸린 것이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손질하면 뭐가 남을까 싶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1-30 23:02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불의 신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제왕 제우스의 명령을 어기고 태양에서 불을 훔쳐 추위와 기근으로 고통을 받던 인간에게 사용토록 했다. 그 벌로 프로메테우스는 바위에 묶여 매일 간을 뜯기는 고통을 당했으나 인간은 문명을 얻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그를 기려 고대올림픽경기가 열리는 동안 제우스와 그의 처 헤라 신전에 불을 밝혔다. 고대올림픽의 불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부활된 근대 올림픽에서 재현되지 않았으며, 32년 후인 192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9회 대회에서 등장했다. 성화봉송은 1936년 제11회 독일 베를린 대회에서 시작됐다.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성화를 채화한 뒤 3187㎞의 거리를 각국의 올림픽위원회에서 뽑은 주자들에 의해 개회식 때 성화대에 점화됐다. 성화봉송과 관련된 일화도 그 역사만큼이나 숱하게 많다. 독일 나치에 의해 고안됐다는 이유로 1956년 호주 멜버른 대회에서는 대학생들이 가짜 성화봉송 행진으로 성화봉송을 조롱했다. 1965년 멕시코대회에서는 수영선수둘이 수상 봉송을 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잠수부가 바다 속에서 성화를 봉송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LA올림픽에서는 성화에 참가비를 받는 등 상업주의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당시 ㎞당 3000달러를 내고도 성화봉송에 참가하겠다는 신청자가 쇄도했다. 역대 최장거기인 13만7000㎞를 기록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에서는 국가 홍보수단으로 이용됐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화가 어제부터 전북지역 봉송을 시작했다. 지난달 아테네 헤라 신전에서 채화식을 거쳐 인천 송도에서 출발한 성화는 제주-부산-전남을 거쳐 다음달 3일까지 5일간 전북지역 봉송이 이뤄진다. 남원을 시작으로 임실-무주-전주-익산-군산 등 277㎞ 구간을 순회하며 평창 올림픽의 분위를 띠우고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한다. 성화를 맞이하는 전북의 감회는 남다르다. 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평창과 경쟁 끝에 탈락한 아픈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 후보지였던 무주 지역민들이 내일 어떻게 성화를 맞이할 지 궁금하다. 무주 성화봉송은 태권도원 중심으로 진행된다.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최지며, 동계올림픽 경쟁 무대였던 덕유산 리조트는 빠졌다. 무주 태권도원에서 모노레일 봉송 이벤트가 준비됐다고 하지만, 동계스포츠와 직접 맞닿은 덕유산 리조트에서 스키봉송 이벤트가 이뤄졌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평창과 무주의 진정한 화해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럼에도 올림픽 정신은 지엽적일 수 없다. 무주의 꿈이 평창에서 활짝 펼쳐지길 바란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1-29 23:02

영어 숙어 중에 Seward’s Folly 라는게 있다. 직역하면 ’슈워드의 어리석음 ‘ 정도로 해석되는데 실제 의미는 ‘상당히 잘 한 일’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Seward ‘s Folly는 미 국무장관 슈워드의 이름을 딴 것으로 당대에는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나 훗날 거시적 안목으로 재평가된다는 의미를 지닌 관용어다.슈워드는 크림전쟁으로 재정이 어려운 러시아 짜르에게서 오늘날의 알래스카를 사들였는데 이게 문제였다. 1867년 160만㎢ 규모의 알래스카 땅을 미화 720만 달러(현재가치 16억 7000만 달러)를 주고 매입했는데 일부 국민이나 의회에서는 반대여론이 거셌다.오죽하면 알래스카는 슈워드의 냉장고란 비판까지 들었을까.결국 슈워드는 사임해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삶을 마감했지만 각종 자원은 물론, 유형 무형의 알래스카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석유는 물론, 철, 금과 구리, 목재나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 미국의 역사를 바꾼 현명한 선택이었다. 훗날 미국 의회는 “의회에서 있었던 당신의 사과를 돌려드립니다. 알래스카는 얼음 창고가 아니라 보물 창고였습니다.”라고 발표한다.국내에서도 포항제철이나 경부고속도로 등이 당시엔 큰 비판에 직면했으나 훗날 역사는 다르게 평가하는 사례로 꼽힌다.김제 출신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성사시킨 백양로 프로젝트(지하캠퍼스 건립) 또한 요즘 신의한수 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사회에서도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들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20년전 건립당시 1000억원 넘는 돈이 들어가는 등 지역 재정상황이나 민도 등을 고려할때 과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꽤 괜찮은 결정으로 평가받는다.무주태권도원 역시 경주나 진천 등지에 비해 태권도 이미지가 빈약한 무주가 일약 전세계적인 태권도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던것만은 분명하다.LH 본사를 경남 진주에 빼앗기고 대신 얻어온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는 앞으로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따라 ‘오히려 잘된 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전북대학교가 요즘 한창 ‘슈워드의 냉장고’논란에 휩싸여 있다. 전북대는 한옥 캠퍼스를 위해 6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 전통 한옥에 현대 건축 양식을 가미한 국제컨벤션센터,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그중 70억 원을 들여 강의실을 겸한 한옥 정문을 신축할 계획인데 일각에서 “장학금을 더 주고, 낡은 강의실을 개선하는게 급하지 수십억 원을 들여 한옥 정문을 짓는게 그렇게 시급한가”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대해 이남호 전북대총장은 “슈워드의 냉장고라며 빈정댔지만 얼마안가 알래스카의 가치가 어떻게 판명됐느냐”며 한옥 정문은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내년 총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쟁점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전북대 한옥 정문 프로젝트가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1-28 23:02

현직 단체장은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재선은 떼논 당상이다. 한번 되는 게 힘들지 한번 하고 나면 두 세번 하기는 쉽다. 일과가 선거운동이나 다름 없고 자기 돈 안들이고 얼마든지 술 밥 먹어가며 유권자를 접촉,지지세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어 주민들이 요구하는 간단한 숙원사업 정도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다. 시·군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는 각종 관변단체들도 단체장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관변단체들은 예산을 지원 받는 관계로 선거 때 알게 모르게 단체장을 도와준다.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도 겉으로는 대립관계를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한 통속으로 지낸 경우가 많다. 단체장과 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일때는 공생관계가 쉽게 형성된다. 설령 당이 다르더라도 단체장이 보이지 않게 정치력을 발휘하면 갈등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원만하게 잘 지낸다. 의원들이 집행부를 향해 갑질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지만 거꾸로 단체장 한테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는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면 단체장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려면 단체장 한테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요구할 수 밖에 없다. 표로 된 선출직들이라서 서로가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라서 알게 모르게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현직들은 임기동안 의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가 쉬워 선거하기가 유리하다.여기다가 공무원들도 현직 단체장한테 줄설 수 밖에 없는 구조라서 현직 장점이 한둘이 아니다. 시장 군수가 인사권을 갖고 있어 공무원 해 먹으려면 알게 모르게 줄 서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시장 군수 눈 밖에 났다가는 12년간 승진은커녕 한직으로 내몰려 퇴직해야 하는 경우까지 나오기 때문에 바보가 아닌 이상 현직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공무원들은 거의가 승진에 목매 단다. 승진하는 것을 보람으로 삼기 때문에 현직 단체장 한테 잘 보여 승진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현직들은 공무원들이 자신을 떠 받들어 주는 그 맛에 취해 재 삼선 할려고 기를 쓴다.인구 3만도 안되는 농촌군은 공무원이 5~600명 정도로 많다 보니까 이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현직단체장을 직간접으로 도울 수 있다. 이들 지역 유권자들은 노인들이 많아 공무원이 대민 접촉과정에서 현직군수를 은근히 홍보하면 그 쪽으로 표심이 쏠리게 돼 있다. 암암리에 공무원들이 업무를 통해 현직 군수를 지원할 수 있어 라이벌 보다 훨씬 유리하다. 일각에서는 ‘무능한 단체장이 3선까지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재선까지로 임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선관위나 공무원 노조 등에서 공무원들한테 정치적 중립의무이행을 요구하지만 그건 현실성이 없다. 실제로는 일부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현직 단체장의 비위를 맞추려고 선거운동원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렴의식을 강조한 다산이 이 모습을 본다면 뭐라고 탓할까.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1-27 23:02

우리나라에는 흔치 않지만 유럽이나 일본에는 문을 연지 100년이 넘는 오래된 가게가 적지 않다. 한 자료를 보니 일본에는 노포(老鋪)라고 불리는 100년 넘는 가게가 2만 7천 300개나 된다. 사실 100년 동안 대를 물려온 가게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브랜드가 된다. 도쿄에 있는 ‘긴자’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번화가다. 1872년 대화재로 잿더미가 된 이 거리를 일본 정부는 일본 최초의 근대화 거리로 재건했다. 도쿄의 첫 백화점이 들어선 곳이기도 한 긴자는 내로라하는 백화점과 세계적인 유명브랜드 샵들이 몰려있어 가장 화려하고 비싼 거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다고 긴자에 화려한 가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굳이 골목길이 아니더라도 호화스러운 건물 사이에 오래된 가게들이 건재하다. 화방 ‘게코소’도 그 중 하나다. 1917년 문을 연 게코소는 올해로 꼭 100년이 됐다. 10평이나 될까 말까 한 이 작은 가게는 낡고 고색창연한 건물의 1층에 자리 잡고 있는데, 가게 안 역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100년 세월이 그대로 묻어난다. 세계 최초로 코발트블루 컬러를 만드는 기술을 발명해냈다는 이 가게는 이미 건축가나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곳인데, 물감 뿐 아니라 스케치북과 지우개 붓 등 스물여섯가지 고유한 형식과 재질의 문구류를 만들어 특허를 딴 곳이기도 하다. 여행길에 이곳을 들렀다. 비좁은 공간에 놓인 아름다운 색깔의 물감과 화구, 온갖 문구류가 마음을 끌었다. 물감을 비롯해 대부분의 문구류는 장인이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이라는데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컸다. 다 쓸 때까지 말라붙지 않는다는 지우개며 심플한 디자인에 굵기가 다양한 연필을 샀다. 계산을 하고 포장을 부탁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던 주인아저씨가 몇 장의 종이를 찾아 올려놓았다. 모두 제각각인 전단지들이었는데 구겨지거나 찢겨진 그 전단지를 손바닥으로 쫙쫙 펴서 종류별로 포장을 해주었다. 음식점 쇼핑몰 등 포장한 전단지의 내용이 다양했다. 함께 넣어준 비닐 팩 역시 재활용이었다. 작은 물건 하나라도 예쁜 포장지로 정성껏 싸주는 나라가 일본이 아니던가 싶어 잠시 의아했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나중에 이 가게에서는 합리적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포장과 할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비자를 위한 진정성이 읽혀졌다. 생각해보니 우리에게도 그런 가게들이 있었다. 학교 앞 문방구와 동네 골목을 지키던 구멍가게들. 그런데 우리는 이 소중한 것들을 너무 빨리 쉽게 잃었다. 이 오래된 가게가 준 감동이 크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1-24 23:02

빼어난 가는 닢새 굳은 듯 보드랍고/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본대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두고/미진(微塵)도 가까히 않고 우로(雨露) 받어 사느니라국어학자이자 현대 시조시풍을 정립한 인물 가람 이병기 선생의 대표작 ‘난초 4’ 전문이다. 일석 이희승은 ‘시조 하면 가람을 연상하게 되고, 가람 하면 시조가 앞서게 된다’고 했을 만큼 가람은 ‘난초의 시인’이다. 그의 제자인 고하 최승범 전 전북대교수는 “단지 스승의 애란을 두고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스승의 한생을 우러러볼 때 가람은 난이요, 난은 곧 가람이다”고 말했다. 1968년 고향집 수우재(守愚齋)에서 78세를 일기로 작고한 그에게는 세가지 복이 있었다고 한다. 평생 난초를 사랑해 생긴 난초복을 비롯해 술복, 제자복이 그것이다. 그의 고향 여산 사람들은 그의 시를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육군부사관학교 쪽에서 여산소재지 방면으로 들어가는 길목, 막걸리 주조장 쪽 일반 건물 벽면에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로 시작하는 싯구를 써붙였으니 말이다. 주시경 선생에게 조선어를 배우고, 고문헌 수집과 시조 연구에 몰두했던 가람은 창씨개명에 끝까지 응하지 않은 올곧은 지식인이었다. 그가 일제시대 때 쓴 시와 수필 어느 곳에서도 친일 문장이 발견되지 않았을 만큼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받아’ 난세를 살았다. 가람은 1930년 한글맞춤법통일안의 제정위원, 1935년 조선어표준어 사정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1년가량 옥고를 치렀다. 50여년간 매일 일기를 쓰며 ‘후회없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고 전해진다. 광복 후인 1954년 백철과 ‘국문학전사’를 공저하는 등 한글과 국문학 발전에 평생을 바쳤다. 고문서 수집광이기도 했던 그는 인현왕후전, 가루지기타령 등 수많은 고전을 발굴해 펴냈고, 가람시조집, 가람문선, 가람일기 등 문집도 남겼다. 가람이 태어나고 임종을 맞이했던 여산면 원수리 생가는 지방기념물(1973년)로 지정돼 있다. 조선 후기에 용화산 아래 지어진 생가는 초가집이고, 풍수지리적으로 배산임수 형세에 자리한다. 안채와 사랑채(수우재) 등 4채의 건물이 있다. 그 앞에 장방의 연못이 있다. 수우재와 그 기둥에 쓰인 안분신무욕(安分身無辱) 지기심자한(知幾心自閑)에는 집 주인의 삶이 엿보인다. 지난 10월14일 생가 옆에 들어선 ‘가람문학관’이 그 삶을 웅변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1-23 23:02

벨기에 수도 브뤼셀은 고대·중세의 건물과 현대적인 고층 빌딩들이 어우러진 곳이다. 그러나 다른 여러 유럽 국가와 비교할 때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많은 예술품과 건축물을 잃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을 만한 차별성을 갖는 유형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시내 중심 공원인 그랑 플라스에서는 ‘나 홀로’ 사진 한 장 찍기가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사소하게 보이는 것에도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 이 나라의 관광산업화에 대한 노력의 결실이다.초라하지만 마르크스가 기거하며 공산당 선언문을 기초했던 집이라거나,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토론을 했다는 레스토랑,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집을 자랑하는 게 대표적이다. 루이 15세가 궁정복을 입혔다는 ‘오줌누는 소년의 상’은 세계 각국의 민속 의상들을 입힘으로써 세계적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국내에서도 관광산업에 스토리텔링을 동원하는 마케팅 전략이 보편화 추세다.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유명 인사의 생가 등을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동원하는 일이 더는 특별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남원시는 앞선 지역이다. 판소리 소설 ‘춘향전’을 활용해 ‘춘향의 도시’로 확고히 만들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경제적 유발효과와 지역 이미지 제고를 고려할 때 ‘춘향’이 오늘의 남원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춘향효과’를 톡톡히 누린 남원은 일찌감치 ‘흥부전’에도 주목했다. 남원군이 흥부전의 근원지가 남원이라는 추론을 바탕으로 90년대 초 문학적 고증과 현장조사를 통해 해당 마을을 추정했다. 당시 학술용역에서 현재의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가 놀부·흥부의 출생지며, 남원시 아영면 성리가 흥부의 정착지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어서 두 지역은 서로 흥부마을이라며 흥부마을 이미지화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로 25회째 이어지고 있는 흥부제가 인월과 아영에서 각각 터울림제와 고유제를 치르고, 정작 본행사를 남원시내에서 갖는 것도 이 같은 경쟁 관계에서다.아영면 인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흥부면 명칭변경 추진위원회’가 최근 아영면을 흥부면으로 바꿀 경우 남원 관광객 600만명 시대와 연간 546억원대의 관광수입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용역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구체적 수치는 정확성이 떨어질지 몰라도 흥부 브랜드 효과는 분명 클 것으로 본다. 춘향이 보여주듯 흥부가 남원의 새로운 미래 관광자원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대승적 차원에서 인월면의 이해와 협력이 관건이다. 풍자와 해학, 교훈까지 가득한 설화 속 ‘흥부면’이 현실로 만들어져 각박한 세상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안 길 수 있으면 좋겠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1-22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