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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 서예의 명맥이 탄탄하다. 굳이 멀리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당대의 명필 추사 김정희가 인정했던 창암 이삼만이 있고, 그 뒤를 이어 현대 서예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석전 황욱과 강암 송성용이 있다. 오늘에 이르러서도 전북은 서예가들의 역량과 활동이 빛난다. 격년제로 열리는 서예비엔날레의 궤적도 전북 서예의 명맥을 이어주는 귀한 통로다. 전주는 서예의 전통, 그 중심에 있다. 종이의 고장으로 이름을 알렸던 전주의 전통은 한지와 서예와 출판이라는 조화로운 문화유산을 이어냈다. 현대의 기술에 밀려 조선시대 꽃을 피웠던 출판의 전통은 미미해졌으나 한지와 서예의 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서예와 함께 이어졌어야 할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 있다. 모필, 붓이다. 한 시절, 전주에서 만들어지는 붓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서예의 근본이 붓으로부터 시작되니 전주붓이 성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서예의 전통이 꿋꿋하게 이어지는 동안 전주붓은 그 이름을 잃었다. 손으로 쓰는 글씨가 사라져가면서 붓으로 쓰는 글씨의 존재는 더 미약해졌을 뿐 아니라 그나마도 값싸게 들여오는 중국붓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재작년 말, 전주에서 대물림으로 붓을 만들어온 장인이 무형문화재기능보유자로 등록됐다. 삼 대째 붓을 만들어온 곽종찬 명장이다. 전주붓의 명맥이 그를 통해 이어지게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해 나이 예순 여섯. 50여 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그는 예나 지금이나 손에서 붓을 떼어놓지 않는다. 한 개의 붓이 완성되기까지 150번의 손길이 닿는다고 하지만 일상의 대부분이 붓을 만들어내는 일에 닿아 있어 만들어지는 붓의 양이 적지 않다. 그런데 현실은 안타깝다. 붓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사가는 사람은 없다. ‘한 달에 서너 개 팔리면 그나마 다행’이고, ‘서예를 하는 사람들까지도 중국 붓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전주붓의 미래는 암울하다. 그래서 명장이 찾은 자구책이 있다. 붓을 장식용 액자에 넣어 판매하는 방법이다. 제 쓰임 대신 ‘장식’이라는 다른 쓰임을 얻어 액자 안에 갇힌 전주붓의 존재. 그러나 명장의 바람은 이렇게라도 전주붓이 맥을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쓰임이 발굴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전주붓의 분투’는 쓰임을 잃은 전통 공예 유산이 안고 있는 현실이다. 전주붓 살리기가 명장의 고군분투로만 이어지는 일은 안타깝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24 23:02

봄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쭉 펴고 있다. 산야에 푸릇한 기운이 시나브로 강해지고 매화, 산수화, 목련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조금 있으면 초록으로 물든 산야를 산벚이며 진달래, 철쭉이 울긋불긋 수놓을 것이다. 겉으로 자연은 매우 평화롭다. 하지만 작은 수풀에서조차 생명을 건 숨가쁜 전쟁이 치열하다. 뱀은 개구리 등을 사낭하지만 매나 너구리의 사냥감일 뿐이다. 이런 생태계에서 정의란 없다. 그저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을 뿐이다. 오직 생존 본능이 작용할 뿐이다. 최근 전주에서 핫 이슈 중 하나가 된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도 그런 생태계의 먹이사슬 체계에서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고분양가 논란의 핵심은 우미건설이 지난 20일 ‘전주 효천지구 우미린’ 아파트 단지를 분양하기 위한 입주자 모집 공고 승인 신청서를 전주시에 접수했는데, 분양가가 3.3㎡당 917만 원으로 책정돼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이에 전주시는 896만원으로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나마 건설사는 요지부동이다. 이 문제는 택지개발사의 토지 매각, 아파트 업자의 분양, 소비자의 매수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더 챙겨야 하느냐가 본질이다. 효천지구를 개발한 LH공사는 주민 등 부동산 소유자들로부터 싸게 토지를 매입했고,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할 때는 최고가낙찰방식을 써 큰 이익을 남겼다. 공동택지를 매입한 우미건설은 입찰에서 원래 공급예정가인 3.3㎡당 377만원보다 훨씬 비싼 551만원을 써내 택지를 낙찰받았다. 그 무리한 매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우미건설은 국토부 건축비가 상승했다는 이유를 대며 917만 원이라는 최고가를 제시하고 있다. 건설사는 속으로 주판알을 굴린다. 어차피 건설사가 한 발 물러서 분양가를 800만 원으로 낮추면 순수 소비자 뿐만 아니라 투기꾼들까지 그 이익을 차지한다. 아파트 가격은 분양과 동시에 주변시세에 맞춰 900만 원대로 뛸 것이 뻔하다. 손해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미 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LH공사는 큰 이익을 남기고 빠졌다. 이제 중간 포식자인 건설사가 남겨진 고기를 좀 먹자는 데 주변에서 아우성이다. 계속 이런 먹이사슬 구조가 이어졌고, 이번에도 결국 순수 소비자는 봉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와 행정이 잘해야 약자도 산다. 그래야 뱀·독수리 관계와 다른 인간 먹이사슬 구조가 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23 23:02

양아치나 시정잡배들이 쓰는 말은 일반 사람들의 말과 다르다. 사용하는 용어나 억양은 물론 감정의 농도에도 차이가 있다. 과잉감정이다. 그들의 말투에서는 항상 폭발 직전의 긴장감이 묻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그들이 노리는 것도 그 것일 거다.정치인들의 말투도 일반인과는 다르다. 말 한마디마다 분명한 노림이 있기 때문이다. 내 편을 부추기고 상대편을 억누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명분을 내세우고 ‘점잖음’으로 포장한다. 일반 국민을 의식하는 것이다.그런데 정치가 노골적으로 충돌하는 마당에는 국민이 설 자리가 없다. 정치인들이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풀어 버린다. ‘핵 사이다’ 발언을 기대하는 열성 팬들도 한 몫을 거든다. 결국은 시정잡배의 말투와 다를 바 없게 된다.대권 도전에 나선 홍준표 경남지사의 막말로 정치마당이 시끄럽다. “민주당에서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그의 막말 퍼레이드야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종편 방송사 경비원에게 “니들 면상 보러온 거 아니다. 네까짓게”(2012), 청년위원장에게 돈을 받은 일이 있느냐고 질문하는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2011), 무상급식 문제로 단식하는 도의원에게 “한 2년간 단식해봐.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냐.(…)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2016),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2015) 등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원래부터 거칠었던 그의 입이 걱정인 것은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득표를 위한 선거전략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려 들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본보기이다.그러나 국가에는 국격이 있고, 사람에는 인격이 있고, 하물며 물건에도 품격이 있다. 격을 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편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을 험지에 몰아넣는 일뿐이다. 트럼프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자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가 9명이나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홍준표 지사가 가장 유력하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나의 코미디는 아닐까?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3-21 23:02

‘일일이일만기(一日二日萬機)’. ‘하루 이틀 사이에 만 가지 일의 기틀이 싹트므로 군주는 조금이라도 정사를 태만히 하여서는 안된다’는 이 말은 국가통치의 거울이 되어온 ‘서경’에 실려 있다.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이 말 역시 ‘일일이일만기’로부터 비롯되었을 터다. 오랫동안 군주들의 책무 중 중요한 덕목이 되어왔던 만기친람은 환경이 변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고금을 막론하고 만기친람형 왕이나 대통령이 적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개혁형 군주로 꼽히는 정조는 대표적인 만기친람형 왕이었다. 정조는 스스로 ‘군주는 조금이라도 정사를 태만히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았던지 큰 일 작은 일 가리지 않고 모든 정사를 챙겼다. 대신들 중에는 정조의 이런 통치 스타일을 못마땅하게 여겨 ‘작은 일에 너무 신경을 쓰면 큰일에 소홀하기 쉽다’는 상소문을 올리기도 했으나 정조는 ‘작은 것을 통해 큰 것으로 나갈 수 있다’며 이런 지적을 신경 쓰지 않았다. 정조는 천성적으로 책읽기를 즐겼으나 모든 일을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품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자, 책으로 채워진 장식장 그림을 일월오봉도 대신 어좌 뒤에 놓아두어 책읽기의 아쉬움을 대신했을 정도로 정사에 몰두했다. 그는 8도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읽는 것이 취미라고 했을 정도로 일에 빠져 지냈다. 요샛말로 표현하자면 일벌레였던 셈이다. 중국의 진시황 역시 대표적인 만기친람형 군주로 꼽힌다. ‘일중독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진시황은 하루에 결재한 서류를 직접 저울에 달아 120석이 되지 않으면 정량에 이를 때까지 일을 만들어 처리했다고 전한다. 결재문서의 무게로 일의 양을 판단했다니 이쯤 되면 ‘만기친람’이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이 되기에는 문제가 있을 듯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만기친람형 군주였지만 정조와 진시황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리더십’ 덕목이 새삼 주목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 리더십이 왜곡되었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나 박근혜정부에서처럼 왜곡된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왜곡된 리더십 중에 ‘만기친람’이 들어가 있다. 덕분에 ‘만기친람’은 원래의 어원이나 의미, 시대적 상황과 관계없이 부정적인 이미지의 용어가 됐다. 오로지 개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만기친람’이 가져온 결과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17 23:02

문학은 삶과 정신의 산물이다. 때로는 거대한 산맥이 흐르고, 때로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실개천처럼 아기자기하다. 디지털시대가 됐지만 시와 소설, 수필 등 문학작품에는 여전히 사람 냄새 가득하고, 문화 콘텐츠 경쟁력의 원천이다.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에서 사람들은 용기를 얻고, 세익스피어의 ‘햄릿’에서 결단의 힘을 발견한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의 위대함을 가슴에 되새기고,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외우면서 나라 잃고 광야에 외롭게 선 시인의 고뇌를 생각한다. 동서고금의 문학 작품은 용기를 북돋워 주고, 슬픔을 정화해 주고, 나아가야 할 인생의 좌표를 가늠케 해 준다. 전북을 일컬어 예향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로부터 문학적 토양이 단단했기 때문이리라. 판소리 등 기예를 갖춘 예술인들이 많았다. 고창의 동리 신재효는 판소리 다섯바탕을 정리했고, 송만갑 김소희 등 출중한 소리꾼들이 대거 활동했다. 정읍사 여인의 애절함이 배어 있고, 서정주의 질마재 고갯길엔 황토빛 정서가 서렸다. 채만식은 일제 수탈 창구군산 앞바다의 탁류를 보며 시대를 이야기 했다. 연극인 박동화는 전북 현대 연극의 초석을 놓았고, 그런 예술적 분위기 속에서 전주는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시가 됐다. 예술가들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명예로 알려지는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도 다수 배출됐다. 시 부문에서 서정주와 고은, 희극 부문에서 노경식, 서양화 부문에서 박남재 등 4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뿐 만이 아니다. 혼불의 최명희,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 등 걸출한 소설가들이 다수 배출됐다.문학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그 작가에 대한 흠모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문학작품이 사람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적으로도 작가의 고장, 작가의 저택 등을 소중히 여기고 관리하는데 무척 신경을 쓴다. 작가의 향기가 배어 있는 가람 이병기 생가, 최명희 문학관 등이 그것들이다. 전주시가 오는 9월1~3일 예정된 ‘2017 대한민국독서대전’ 개최지로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문학의 도시, 책 읽는 도시 이미지 확산이 기대된다. 최근 정부의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전북이 유치하면 문학의 도시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지난해 16개 시도 24개 지자체가 유치의사를 밝힐만큼 관심이 컸었다. 그런데 요즘 전북의 움직임은 찾기 힘들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16 23:02

“서울 남산에 안중근·김구 동상이 있습니다. 여기에 동상 하나를 더 세우고 싶은 데, 그게 전봉준 입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보람 있는 일로 꼭 이루고 싶습니다. 그것은 서울 남산에 또 하나의 동상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이 국민적 정신으로 우뚝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역사학자 이이화씨(80)가 동학2주갑 때인 3년 전 본보와 인터뷰에서 밝힌 소망이었다. 이씨는 ‘녹두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동학농민혁명에 천착했다. 30대 때부터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관심과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1989년 역사문제연구소 부설로 ‘동학농민혁명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고, 관련 여러 저서를 냈으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서울에 전봉준 장군의 동상을 건립하고자 했던 그의 소망과 의지가 결실을 보게 됐다. 지난해 10월 동상건립준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오는 22일 창립총회를 갖게 되면서다. 물론 그가 위원회의 중심에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조로 동상이 설 입지가 남산공원은 아니지만, 서울 중심부인 종로여서 결코 서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곳은 전봉준 장군이 심문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진 감옥 터라는 역사성이 있다. 또 사형 전 “나를 죽일진대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내 피를 뿌려주는 것이 옳거늘 어찌 남몰래 죽이느냐”고 전해지는 이야기 속 장소이기도 하다. 전봉준 장군(1855~1895)을 기리는 시설물들이 그의 행적을 따라 정읍과 고창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 설치돼 있기는 하다. 동상 혹은 부조 등으로 그를 형상화 한 조형물도 10여 곳에 이르며, ‘전봉준공원’(정읍 내장산 입구)까지 조성됐다. 그러나 녹두장군을 상징할 흡족한 동상을 찾기는 힘들다. 정읍에 설치된 동상과 관련해서 미술평론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한눈에 로댕작품의 전형적인 아류인 기념조각 같다”고 1988년 에 기고했다. 녹두장군의 옷주름이 마치 인천 맥아더동상의 날선 군복바지 주름과 비슷하다고도 꼬집었다.서울의 동상은 국민모금과 디자인 공모를 거쳐 내년 4~5월 중 건립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제대로 된 동상이 만들어져야 한다. 동상이 설 부지가 5평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람이 중심인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혁명의 기치가 서울 한복판에 우뚝 서길 기대한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3-15 23:02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오는 5월9일께 조기대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각 당 주자들도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지므로 경선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등 세 결집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간 헌법재판소의 인용 결정이 안난 상태에서 언론들이 각 당 주자들을 놓고 지지도를 조사, 흥미위주의 경마식보도를 일삼아왔다. 하지만 지금부터 발표하는 지지도는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우세자 편승효과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박 전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대선 실시가 확실하고 각주자들에 대한 지지여론이 구체적으로 형성돼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4·13 총선서 뭇매를 맞고 신생 국민의당 한테 7석을 넘겨준 민주당은 절치부심 끝에 전북에서 지지율을 상당히 만회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켰어도 송하진 지사나 시장 군수 도의원들이 당적을 국민의당으로 옮기지 않고 그대로 민주당적을 유지한 게 약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총선서 국민의당이 짧은 기간 동안 녹색돌풍을 일으켜 제1당을 차지했던 것은 그간 30년 가까이 민주당이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전북을 독점해온 탓이 결정적이었다. 도민들은 총선서 구태의연하고 매너리즘에 빠진 민주당에 염증을 느껴 횟초리를 들어 민주당 후보들을 팽시켰던 것이다.그간 도민들은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해줄 것으로 기대를 걸었지만 기대에 못미쳐 실망하는 분위기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했던 김관영의원과 도의회 의장을 지냈던 김광수 의원 정도만 제 역할을 다했지 나머지 의원들은 이름 값도 못한 것으로 알고있다. 기대를 걸었던 정동영의원은 느닷없이 전주완주도 통합을 못하고 있는 판에 김제와의 통합을 외치고 나왔고 유성엽의원은 박영수 특검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국민 법 감정과는 동떨어지게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도민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국민의당 지지도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도가 회복국면에 놓이게 됐다.상당수 도민들은 “지난 총선서 민주당에 회초리를 든 것은 잘하라고 한 것이지 미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 다시 민주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가 주자들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고 있으면서도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비교적 정책과 공약 등 콘텐츠가 빵빵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대표측은 박 전대통령의 파면이 확정됐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형성,지지율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경선이 끝나야 알겠지만 도내에서 만큼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쪽은 관심도 없다. 워낙 박 전대통령에 대한 인상이 안좋기 때문이다. 결국 전북몫을 찾기위해 민주당과 국민의당 쪽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길 바라는 눈치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3-13 23:02

측천무후는 중국의 최초의 여성 황제다. 당나라 고종의 황후였던 그는 국호를 주(周)로 고치고 스스로 황제가 되어 15년 동안이나 중국을 통치했다. 여성으로 황제의 자리까지 올랐던 그는 정치를 쇄신하고 파격적으로 인재를 등용해 행정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뛰어난 정치력을 발휘했지만 황제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황실 안팎의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공포정치로 악명이 높았다. 야사로는 그가 자신의 야욕을 위해 딸과 아들까지 죽이는 등 광기의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측천무후의 삶은 지난했다. 그가 처음 궁에 들어온 것은 열세살 때, 고종의 아버지인 태종의 후궁이 되어서였다. 그러나 11년 후 태종이 죽자 관례에 따라 비구니가 되어 절에 들어가 살게 된다. 태종이 죽기 전부터 무후와 관계가 있었던 고종은 궁을 떠난 그를 잊지 못해 절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무후가 다시 궁으로 돌아오게 된 것은 고종의 황후 왕씨 덕분이었다.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왕씨는 다른 후궁을 견제하기 위해 무후를 궁으로 끌어들였으나 얼마 되지 않아 그 자신 다른 후궁들과 함께 폐위를 당하게 된다. 무후가 황후에 오른 것은 그의 나이 서른한 살. 이후 그는 자신의 반대편에 있던 중신들을 차례로 숙청하고 고종이 정사에 소홀히 하자 전권을 장악하고 실질적인 통치의 권한을 갖게 된다. 아들들이 연이어 왕의 자리에 올랐지만 권력은 무후에게 있었다. 690년 둘째아들인 예종을 물러나게 하고 스스로 권좌에 앉아 나라를 통치했다. 무후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공포정치를 감행했지만 백성들의 삶은 안정됐다. 이런 상황은 한동안 계속되었으나 무후가 중병에 걸리고 노쇠해지자 대신들은 양위를 강요했다. 궁을 떠나 있던 무후는 698년 세상을 떠났다. 중국 시안에는 당나라 고종과 그의 황후 측천무후가 묻혀있는 건릉이 있다. 이 건릉에 이르는 길가에는 120여개 석상이 늘어서 있는데 길의 가장 안쪽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비, 무자비(無字碑)가 세워져 있다. 측천무후는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지자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자신의 업적이 너무 많아 비석 하나에 다 기록할 수 없을 것이니 아무것도 새기지 말고 비워두라는 유언이었다. 남다른 모략과 술책으로 권좌를 지키며 나라를 통치했던 측천무후는 ‘무자비’를 통해 무엇을 남기고자 했을까.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이 비의 의미가 흥미롭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10 23:02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10일 오전 11시로 정해졌다. 박대통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은 지난 6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공모해 삼성 뇌물수수와 공·사기업 부당인사 개입, 공무상 기밀누설,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등 혐의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에 박대통령 측은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 표적 수사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선고를 앞둔 헌재의 고심이 클 것이다. 박대통령 탄핵 찬반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악을 일소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주장이 제아무리 정당하다고 한들 박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살아나야 이익을 취하는 세력의 반발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정의와 상관 있든 없든 그것도 그들의 자유니까. 선한 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세상은 온통 선과로 가득해야 마땅하겠지만 이브가 하와의 유혹에 빠진 이후 그저 이상이 됐다. 안면몰수 앞에선 난감할 뿐이다.헌재는 법적 판단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에 이해 당사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민주 사회 구성원들의 기본이다. 박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그야말로 건곤일척이다. 건곤일척은 중국 유명 문필가를 이르는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당나라 시인 한유가 중국 천하 재통일의 패권을 놓고 항우와 유방이 싸웠던 황하강의 홍구지역을 지나가면서 지은 싯구에 나오는 말이다. 龍疲虎困割川原(풍파가 잦아들고 강이 들을 나누니) 億萬蒼生性命存(억만창생 생명이 숨쉬는구나) 誰勸君王回馬首(누가 왕에게 말머리를 돌리라고 권하여) 眞成一擲賭乾坤(그야말로 단 한 번 승부에 하늘과 땅을 걸게 했는가)박영수 특검이 물러설 수 없는 수사를 벌였듯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평의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였을 것이다. 대통령직이 걸렸고, 대한민국의 정의와 미래가 걸린 사건이다. 그 만큼 신중을 기했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위중한 시국 아닌가. 전북도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를 지낸 이형규씨가 6년 전에 펴냈던 저서 ‘디시전 메이킹(Decision Making)’의 개정판 ‘결정의 기술’을 최근 출간했다. 그는 최고가 아닌 최선의 결단을 만드는 기술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최선의 결단이란 이기적인 결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동의 이익, 공동의 밝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헌재의 그런 판결을 기대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09 23:02

미국의 주지사는 한동안 대통령으로 가는 지름길로 통했다. 상원의원 출신의 오바마 대통령 이전까지 30년 가깝게 주지사 출신들이 미국의 대통령 자리를 차지했다. 1977년 조지아 주지사 출신의 지미 카터 대통령을 시작으로, 로널드 레이건(캘리포니아 주지사), 빌 클린턴(아칸소 주지사), 조지 부시 2세(텍사스 주지사)가 그들이다. 이 기간 단임의 조지 부시 대통령만 주지사 출신이 아니었다.근래뿐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45명의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주지사 출신이 17명에 이른다. 연방 상하의원이나 정부 각료로 참여한 경력을 함께 갖춘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미국 정치에서 주지사 출신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받는 단면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 풀 꺾이기는 했으나 미국에서 주지사 출신들의 대권 도전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선거에서도 공화당 경선에 뛰어든 17명의 후보 중 9명, 민주당 경선 후보 6명 중 2명이 주지사 출신이었다.우리의 경우도 2명의 자치단체장 출신이 대통령을 지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이 관선 서울시장을 역임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선 서울시장 출신이다. 그러나 도지사 출신에게 지금까지 대권은 열리지 않았다. 2002년 대선때 유종근 전북지사와 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처음 민선 도지사 출신으로 후보 경선에 나섰고, 2007년 대선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통합민주당 후보경선에 뛰어들었으나 경선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2년 대선 때는 새누리당 경선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참여했으며, 민주당 경선에 손학규 전 지사와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도전했다. 그러나 경선 단계에서 모두 탈락했다.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올 도지사 출신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국민의당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가 경선 흥행을 이끌고 있다. 바른정당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뛰고 있고, 자유한국당에서는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 거명되고 있다. 도백은 아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과 최성 고양시장이 민주당 경선에 나선 상태다.도백의 대권 도전은 이렇게 한국 정치에서도 자연스런 흐름이 됐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제비가 오면 봄도 오기 마련이다. 도백의 잇따른 대선 출마는 당락과 상관없이 지역의 목소리를 키울 기회라는 점으로 의미가 있다. 올 대선에서 지방분권이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수확이다.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3-08 23:02

전북은 역동성이 떨어진 조용한 사회다. 몇년전부터 전주 한옥마을에 외지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어느정도 역동성을 느낄 수 있지만 아직도 아침바다 마냥 고요하고 잔잔하다. 풍수해가 없어 살기 편한 지역이라서 그럴까. 산업화가 미진하고 지역개발이 뒤쳐진 탓일 수 있다. 관광객 말고는 외지인들도 전북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정도였다. 혁신도시로 온다 안온다 그렇게 말이 많았던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서 마침내 이전해왔지만 전주에 반듯한 호텔 하나 없어 걱정스럽다. 기금운용본부를 찾아오는 고급 손님들이 먹고 마시고 묵고 갈 고급 호텔이 없기 때문이다.전북이 전체적으로 조용한 것은 유동인구가 적은데 반해 고령인구가 많고 아직도 농업사회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전주시 인구가 65만으로 익명성이 보장 안되는 것도 지역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최소 100만 내지는 150만 정도의 광역시가 돼야 한다. 그래야 뭣을 해도 먹고 살 수가 있고 진정 투서 등 부작용이 없어진다. 다행스럽게도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져 파문을 일으키게 한 것이 지난해부터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였다. 시민 누구나 할 것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촛불집회는 광장정치로 연결되면서 사회를 변동시키는 에너지원으로 발전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부터 시작해서 적폐청산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담론을 꾸준하게 쏟아냈다.지역내 특별한 이슈가 없어 조용하게 지내기만했던 전북이 촛불집회로 기지개를 켰다. 원래 양반도시 사람들답게 성징이 조용한 편이었지만 나라가 위난에 처할 때는 분연히 일어섰던 선조들처럼 행동하는 양심이 되었다. 지금은 촛불이 꺼질줄 모르고 횃불로 훨훨 타오르며 어둠을 밝혀내고 있다. 대선주자들도 함께 하는 촛불집회가 됐다. 전북의 이 촛불은 구태의연했던 전북사회를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촛불집회에 참가한 도민들은 뭣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정치를 잘못하면서 호의호식하는 정치인들도 야무지게 꾸짖었다. 인격을 무시하며 갑질을 일삼던 양심없는 기업인들도 준엄하게 질타했다. 민주사회를 만드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든 적폐세력을 제거해 나가자고 힘차게 외쳐댔다. 전북은 조기대선이 실시되면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지역발전의 기회로 잡아야 한다. 중앙까지 전북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도록 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야 하므로 전북정치권이 야권대선캠프에 가서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 문재인과 안철수 캠프로 가면 된다. 대선서 전북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 전북은 변방으로 추락한다. 깊은 잠에 빠져있는 전북사회를 역동성 있게 만들려면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지금은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하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3-06 23:02

아카데미상(Academy Award)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상이다. 1929년에 제정된 이 상은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데, ‘오스카’는 수상자에게 전달되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인체상에 붙여진 애칭이다. 상금이 따로 없지만 감독과 배우 등 영화인들은 무엇보다도 ‘오스카’를 받는 것을 큰 영예로 삼는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화제다. 작품상 수상작이 실수로 뒤바뀌어진 치욕적인 해프닝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주요부문 수상 후보에 유색인종을 단 한명도 내지 않아 인종차별주의라고 비판 받았던 아카데미상은 올해 ‘흑인 돌풍’이라고 할 정도로 주요부문의 상이 흑인영화인들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지미 키멀은 인종차별의 경계가 없어진 상황을 두고 ‘모두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메릴 스트립에 대해 트럼프가 ‘과대평가된 배우’라고 폄하한 것에 대해서는 ‘한 여배우는 과대평가된 연기로 오랜 세월 건재하며 올해까지 20차례나 후보에 지명됐다 ‘고 응수했다.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과 인종차별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이날 시상식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언급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비판과 항의의 메시지가 이어진 덕분(?)이었다. ‘세일즈맨’으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나 시상식에 참여하지 않은 이란의 파르하디 감독은 ‘이슬람 7개 나라 국민의 입을 막은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에 대한 항의이자 이란을 포함한 다른 6개국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분장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알렌 넬슨도 ‘모든 이민자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는 소감으로 반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영화인들의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는 메시지는 레드카펫에서부터 시작됐다. 수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드레스와 턱시도에 파란리본을 달고 등장한 것이다. 파란 리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항의해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을 지지한다는 상징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카데미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단다. 아카데미 시상식장의 파란 리본 물결은 어느 정치적 메시지 보다도 강했다. 그 풍경,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03 23:02

화투는 일본의 카드 ‘하나후다(花札·꽃패)’가 변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인 이마무라 모토는 1914년 펴낸 에서 ‘일본인 조선거류지를 중심으로 일본인에 의해 전파되고, 일본의 한국 유학생 등이 수년 전에 전파했다’고 적고 있다. 19세기 말에 부산을 중심으로 활약하던 대마도 왜상들에 의해 도입되어 한국식 이름으로 화투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화투가 조선시대 일본에서 전래된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화투가 ‘국민오락’으로 부를 만큼 대중적인 놀이로 굳어졌으나 이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일본에서 들어온 놀이라는 점과 함께 가정파탄을 낳는 대표적 도박으로 인식되면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겨울철 농한기면 으레 도박 관련 기사가 사회면을 장식했고, 그 중심에는 화투가 있었다. 물론, 화투가 갖는 긍정적이고 순기능적인 측면도 이야기 된다. 친목을 꾀하면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라는 점에서다. 최근에는 화투가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화투를 활용한 미술치료법까지 연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화투는 여전히 왜색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화투에서 왜색을 추방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화투배경 그림에서 왜색을 지웠다. 12월 비광에 등장하는 우산을 들고 있는 일본 귀족을 조선 선비로 대체하는 식이었다. 10여년 전에는 우리의 세시풍속을 월별로 표현한 이른바 ‘한투’라는 한국형 화투가 개발됐지만 역시 유야무야에 그쳤다.영화 ‘타짜’의 촬영지인 군산에서 관광기념품으로 ‘군산화투’를 개발했다고 한다. 지난해 봄 군산시 대표관광지 기념품 공모전에서 은상작품으로 선정된 ‘군산화투’에는 군산세관과 은파호수공원, 임피향교, 새만금, 동국사, 조선은행 등 군산지역 대표 관광지가 화투 배경으로 들어 있다. 쌍피에는 김구, 윤봉길, 유관순 등 독립운동가와 이토 히로부미, 이완용 등의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이를 두고 ‘명분 없는 지역 연계’라는 주장과, ‘케케묵은 친일 프레임’이라는 반론이 나오면서 지역내 ‘화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형식논리로만 보면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독립운동가와 친일파간 어떤 차이를 뒀는지 모르겠으나 동일 선상에 놓였다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대중적인 놀이로 이용되는 화투를 통해 지역을 널리 알리는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볼 일도 아닐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3-02 23:02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을 ‘담마빠다’라고 한다. 이를 번역해 ‘진리의 말씀’이란 책으로 낸 법정스님은 “진리란 더 말할 것도 없이 간단명료한 가르침이다. 따라서 그 표현도 더 없이 단순하고 소박하다. 짧은 글 속에 깊은 뜻을 지니고 있는 이 경전의 원 이름 담마빠다가 곧 ‘진리의 말씀’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법구경의 제18장 진구품(塵坵品)은 때(塵垢) 묻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채 복을 원하는 이들에게 일침한다. 살면서 선행 하지 않으면 죽어서 악한 길에 떨어지게 되니 쉼없이 나아가봤자 헛수고 뿐(生無善行 死墮惡道 往疾無間 到無資用), 지혜를 구해 선행으로 때를 벗기고 더럽히지 않으면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當求知慧 以然意定 去垢勿垢 可離苦形) 애써 복을 구하기 전에 먼저 선행하면 복은 저절로 온다는 얘기다. 그래서 꾸준히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사람은 마치 금을 불려 나가듯 하고, 마음의 때를 씻어내지 못해 악을 키우는 사람은 마치 쇠에 녹이 생겨 제 몸을 망치듯 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의 많은 때 가운데 어리석음보다 더한 것이 없다고 한다.(垢中之垢 莫甚於痴) 어리석은 사람은 구차하게 살면서 부끄러움도 모른다.(垢生無恥) 긴부리를 쑥 내밀고 교만하게 살아가는 새같은 삶, 또 철가면을 쓴 채 욕됨을 모르고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더러운 삶(如鳥長喙 强顔耐辱 名曰穢生)이라고 경고한다.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괴로운 것이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라고 한다. 의로움을 취하여 깨끗하게 살아가는 삶, 욕되지 않고 망령되지 않은 순박한 삶(廉恥雖苦 義取淸白 避辱不妄 名曰潔生)을 살아가라고 권한다. 요즘 내우외환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세의 심상찮은 움직임과 박 대통령 탄핵사건, 특검수사가 그것들이다. 엊그제 헌재 재판 일정이 종료되고, 박영수 특검도 기한연장이 불발돼 어제부로 특검수사는 끝났다. 2주일 내로 내려질 헌재 판결로써 4개월 넘게 계속된 혼란 정국이 어떤 식으로든 마침표를 찍게 되겠지만, 결국 또 다른 갈등과 대결의 시점이 될 것이다. 그게 세상 일이다. 법구경이 수천년간 세상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세상에 쌓이고 쌓이는 때, 벗겨도 다시 끼거나 제대로 지워지지 않는 때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출세와 부를 이룬 것이 깨끗한 삶, 복된 삶은 아니다. 선과 정의는 없고 때가 낀 출세와 부는 더러운 삶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01 23:02

봄은 무엇으로 오는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고로쇠인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수 많은 종류의 축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매년초에 가장 먼저 열리는 것이 고로쇠 축제다.고로쇠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나무에서 채취하는 수액으로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의 골리수(骨利水)에서 나온 말이다. 새 봄을 맞아 가지끝에 싹을 틔우고 푸르름을 덧입히기 위해 뿌리로부터 깊게 빨아올리는 영양소이다. 겨우내 쉬었다가 처음으로 빨아올리는 수액을 사람들이 나무에게서 얻어먹는 것이다. 과도하게 채취하지만 않는다면 나무에게 피해는 없으며, 산림청에서 매년 고로쇠 채취량을 정해서 허가를 내준다. 도내에서는 남원과 무주, 진안, 완주, 정읍 , 장수, 임실, 순창 등에서 주로 생산되며, 남원 지리산 뱀사골과 무주 구천동, 진안 백운산 등에서는 매년 3월초에 고로쇠 축제가 열린다. ‘골리수’는 ‘신비의 생명수’라고도 불린다. 그 유래 중 하나가 통일신라 말기 도선국사와 얽힌 이야기다. 오랫동안 좌선을 한 뒤 무릎이 펴지지 않자 곁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나려고 했고, 그때 가지가 부러지면서 물이 흘러나오자 이를 받아 마시고 거짓말처럼 일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지리산에서 신라군과 싸우던 백제 병사들이 지쳐서 샘을 찾던 중 화살이 꽂힌 나무에서 흘러내린 물을 마시고 전쟁에서 이겼다는 전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옹녀와의 오랜 사랑놀음으로 몸이 쇠약해진 변강쇠가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건강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변강쇠가 나무를 한답시고 애꿎은 장승을 베어와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결국 생을 마감한 것도 자신을 구해준 고로쇠나무를 차마 베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전설은 전설일 뿐이지만, 고로쇠나무 수액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고로쇠나무 수액은 칼슘, 철분, 마그네슘이 주성분으로 골다공증과 관절염에 효능이 뛰어나고 위장병과 신경통, 피부미용, 변비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이제 3월이 오면 고로쇠나무 축제와 함께 새 봄이 시작된다. 그러나 구제역과 AI 등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축제를 취소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리고 있다. 가축질병으로 인해 농촌지역 주민들의 소득원인 고로쇠에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 봄 기운을 함빡 머금은 고로쇠의 청량함으로 우리 모두의 봄이 파릇파릇 시작됐으면 좋겠다. 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2-28 23:02

그간 대선이나 총선이 지역정서에 편승하는 선거로 끝났다. 지난 1987년 대선 때부터 30년간이나 이 같은 선거가 지속됐다. 특정 정당 공천장이 마치 당선증이나 다름 없고 선거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구태의연한 선거가 반복되다 보니까 유권자들의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그 때문에 공천 주는 사람 한테만 매달렸다. 대선도 거의 같았다. 공약이나 정책 보다는 지역감정에 의한 한풀이식 선거가 되었다. 유권자들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해서 선거 때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지역도 활력을 잃었고 유권자들도 함께 맥이 풀렸다.선거를 지역정서에 의존해서 감성적으로 치르다 보니까 정당한 자기몫 챙기기도 안되었다. 정치권도 유권자에게 신세졌기 때문에 보은 차원에서 지역발전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느끼지 않았다. 공천이 당선으로 직접 연결되는 선거구도라서 오직 공천권자에게만 충성을 다했다. 유권자들은 선거때마다 표만 열심히 찍었지 지역으로 돌아온 것은 거의 없었다. 이런식으로 민주당 30년 무사태평 독주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민주당에 신물난 도민들이 지난 총선 때 본때를 보이면서 민주당 일당독주체제를 마감하고 경쟁체제를 만들었다. 국민의당 돌풍은 민주당 반사이득으로 생겨났다.요즘 부쩍 ‘전북몫 찾기’가 화두로 올랐다. 때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한층 높기 때문에 도민들이 전북몫 찾기에 힘을 합쳐야 한다. 예전처럼 존재감 없이 마구 퍼주기식으로 대선을 치러선 안된다. 분위기에 휩쓸려 감성투표를 할 필요도 없다. 이번 조기대선은 국정을 농단케 한 나쁜 대통령 때문에 치러지는 만큼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결론은 비전을 갖고 나라를 반듯하게 이끌도록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역량있는 대통령을 선출하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전북몫도 당연히 챙겨질 수 있다.촛불집회가 거듭되면서 도민들도 ‘이게 나라가 아니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종전 새누리당에서 분당한 바른정당이나 당명을 자유한국당이라고 바꾼 사람들 정도는 대선판에서 빠지라는 것이다. 그 사람들을 국정을 농단케 한 공범 정도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은 안짓고 당명이나 은글슬쩍 바꿔달고서 태극기집회를 통해 보수세 규합에 나선 것도 몹시 불쾌하게 여긴다. 그런 당 주자들한테는 관심조차 없다. 그런 사람들 지지해봤자 전북몫 찾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전북몫 찾기는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인 만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분위기에 따라 예전같이 값싸게 놀지 말고 존재감을 높혀야 한다. 비판적인 안목을 갖고 정당이 내건 정책과 후보의 공약, 국정운영철학 그리고 언행이 일치했는가 그 여부도 살펴야 한다. 동학의 후예답게 도민들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전북몫 찾기에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전북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미래가 있다. 전북몫 찾기는 송하진 지사를 비롯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일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2-27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