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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동생을 등에 업고 입술을 꽉깨문 채 슬픈 표정으로 어디인가를 응시하고 있는 흑백 사진 한 장. ‘숨진 동생을 등에 업고 화장터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을 담은 이 사진은 1945년 일본 원자폭탄이 투하된 나가사키에서 촬영된 것이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병대 사진사로 참전했던 조셉 로제 오도넬. 그는 전후 4년 동안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머물면서 전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남겼다. 2005년에 펴낸 그의 사진집 가 그 기록의 결실이다.프란치스코 교황이 신년을 맞아 배포한 연하장에 이 사진이 실렸다. 성화나 그림이 아니라 근현대 사진이 사용된 것도 이례적이거니와 통념으로 보자면 연하장의 이 비극적이고 애절한 사진은 신년 분위기와는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교황이 연하장을 통해 주고자했던 메시지는 그래서 더 강렬하다. 교황은 이 사진을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그동안 교황이 북한의 핵 위협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전쟁과 분쟁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꾸준히 우려해왔었음을 상기해보면 왜 이 사진을 선택했는지 고개 끄덕여진다. 교황은 사진 밑에 ‘전쟁의 결과(il frutto della guerra)’라는 문구를 넣고 서명을 했다. ‘어린 소년의 슬픔은 피 흘리는 입술을 깨무는 표정으로만 드러날 뿐’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은 교황이 송년 저녁 미사에서 ‘인류가 죽음과 거짓말, 부정으로 한 해를 낭비하고 망쳤다’며 ‘전쟁은 회개하지 않고 부조리한 오만함의 가장 명백한 신호’라고 지적했다고 전한다. 우리에게 특별히 주목을 끄는 메시지가 있다. 교황은 성탄절에 내놓은 공식 메시지에서 ‘한반도의 대치가 극복되고, 세계 평화를 위해 상호간 신뢰가 증진되기를 기도한다’고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가 세계평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 공격 위협이 가져올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라는 해석은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사실 이 흑백 사진은 전쟁을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국가의 존재. 전쟁의 참혹한 기억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우리의 과거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꽉 막혀있던 남북한 대화의 물꼬가 트일 움직임이 있다. 어쨌거나 반가운 일인데, 한국과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불협화음이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 수위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1-05 23:02

무술년 새해를 맞아 주요 신문, 방송사 등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국민 대다수가 현행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있다.특히 개헌 국민투표는 6월 지방선거때 함께해야 하며, 권력구조의 경우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해서 중임하자는게 대체적인 의견인 듯하다. 이번 개헌에서는 단순히 권력구조 개편뿐 아니라, 지방분권 강화와 국민의 기본권 신장이 시대정신으로 보인다.사실 현행헌법은 흔히 ‘1987 체제’로 일컬어진다. 1987 체제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소위 3김시대때 만들어진 헌법을 말하는 것으로 ‘대통령 직선제 5년 단임’이 그 핵심이다.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제발로 멀쩡하게 청와대를 걸어나간 적이 없기에 단임으로 정했고, 민주 대 반민주 구도하에서 대통령 직선제는 당시엔 시대적 명령이었다. 1972년 유신헌법 선포와 동시에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선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쿠데타에 의해 집권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했으나 유신선포 이후엔 헌정 중단 사태를 맞는다. 앞서 1971년 대통령선거때 신민당 김대중 후보는 장충단 공원 유세에서 그 유명한 총통제 발언을 하게된다. 그는 당시 “선거를 잘못치르면 국민이 직접 뽑는 대선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며 박정희 정권에 의한 총통제 시행 가능성을 예언하고 경고했다. 불행하게도 그의 예언은 적중했다.박정희는 유신을 단행, 스페인의 프랑코나 대만의 장제스 총통과 같이 3권을 장악하게 되고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유보된 채 형극의 길을 걷게된다. 이런 아픈 기억이 있기에 1987년 당시 대통령 직선제와 단임제는 곧 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다.하지만 한 세대가 지나면서 철저히 중앙에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 중심 5년 단임제의 폐해에 대한 시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새해벽두 전국 스크린을 강타하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장준환 감독이 메가폰을 쥔 ‘1987’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6월 항쟁에 이은 개헌과 대선 등 소위 ‘1987 체제’를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 중 최환 공안부장 검사(하정우 분)는 묻힐뻔한 사건을 시신보존명령을 내리는 등 끝까지 철저한 부검을 고집, 세상에 진실을 알린 실제 인물이다. 안상수 당시 검사(현재 창원시장)가 많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 부검을 결정하고 총괄지휘한 이는 최환 부장검사였다. 최 부장검사는 원래 충북 영동이 고향이나 전주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내 도내에도 그와 가까운 지인들이 많다. 대표적 공안통인 그를 잘 모르는 이들도 하정우의 열연을 보면서 최환 검사의 정의감을 다시 생각한다.개헌 논의가 본격화 하면서 이 영화를 관통하는 1987 체제에 대한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개헌을 향한 도도한 민심의 물결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무술년 한해의 화두다.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1-02 23:02

오래전의 일이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무주 산골에 들어와 살고 있는 젊은 부부를 취재했다. 취재 갔던 날은 부부가 진도리 산촌마을에 들어온 지 꼭 1년 되는 날이었다. 겨울철 산촌마을은 무료할 정도로 한가했다. 작은 텃밭과 논을 가꾸는 일이지만 겨울을 맞이하기 전까지 부지런히 일을 했던 부부는 모처럼 책도 읽고 밀렸던 글도 쓰면서 겨울을 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 부부의 산골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낯선 일상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지만 마을에 들어와보니 TV도 볼 수 없고, 인터넷도 불통이었다. 그래도 그것을 불편함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라디오를 듣는 행복을 얻었고, 지나치게 정보에 민감했던 삶의 방식도 바뀌어 여유를 갖게 됐다. 부부는 자연과 사는 방식을 택하면서 얻은 행복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산골생활을 글로 쓰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농촌의 생활이 불편하다고 생각하면 그때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겠죠.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을 억지로 적응하려고 하면 그것은 고통이 될 겁니다.”부부는 이곳에 들어오면서 지나치게 무겁고 비장하게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경계했다. 농촌에서의 생활을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속하는, 그래서 생활의 패턴을 모두 바꾸어야 하는 굴레로 생각하면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농촌에서의 삶이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적응시키고 또한 스스로 자신에 맞게 바꾸는 과정이라는 것을 부부는 알게 됐다. 한 달에 한번 꼴, 도시에 나가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면서 기름 값 아깝지 않게 하루를 즐기고 온다던 부부의 특별한 외출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일상을 바꾸어가는 통로였다.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잘나가는 인터넷 회사에 근무했던 이 젊은 부부의 귀농은 알게 모르게 주위에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결국 이들의 일상은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소개되었는데, 덕분에 부부는 유명세와 후유증을 톡톡히 치러야 했다. 방송이 나간 뒤 이들의 삶을 궁금하게 여기는 손님(?)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왔다.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얼마가지 않아 부부는 이런 환경에 지쳐버렸다. 손님들을 피하느라 이웃집에 머물기도 하고, 하루 이틀 아예 집을 떠나 있기도 한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산촌마을의 삶이 지속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부는 결국 무주를 떠났다. 이맘때쯤이면 그들의 아름다웠던 일상이 생각난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비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가고자 했던 그들은 어떤 답을 얻었을까.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2-29 23:02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새해 대한민국 핵심 화두는 모두가 잘 사는 사회, 적폐청산, 정의구현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민권익위 2017년도 청렴도 측정 결과, 573개 측정 대상 기관의 종합청렴도가 평균 7.94점으로 전년 대비 0.09점 올랐다. 공직유관단체 8.29점으로 가장 높았고, 광역시도는 7.65점으로 가장 낮았다. 전북도는 외부청렴도 8.1, 내부청렴도 7.76, 정책고객 평가 6.45로 종합청렴도 7.71을 받아 평균치를 소폭 넘었고, 전체 17개 광역시도 중 8위를 기록했다. 전북교육청도 7.76점으로 3등급을 받으며 전북도처럼 반타작했지만, 2012년 전국 3위를 생각하면 부끄러운 성적이다. 14개 시군 중 고창(8.05)과 전주(7.93)가 가장 수위였다. 고창군이 전국 83개 군 중 4위를 기록한 반면 부안군은 최하위 5등급을 받았다. 부안군의 종합청렴도는 6.75점에 불과했는데 외부청렴도는 6.57점으로 가장 꼴찌 점수였다. 전북도의회, 전주시의회, 전북대 상황도 매우 심각했다. 전북도의회는 5.58점으로 4등급이었고, 17개 광역의회 중 16위였다. 전주시의회는 5.34점으로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인구 50만 명 이상 기초의회 30개 중에서 맨 꼴찌였다. 전북대학교는 5.85점을 받아 5등급에 들었다. 꼴찌 한국과학기술원이 받은 5.60점보다 고작 0.25점을 더 받아 맨 꼴찌를 면했다. 전북대는 2016년에 이어 이번에도 꼴찌에서 두 번째를 기록, 청렴도 꼴찌 국립대학이란 오명을 벗지 못했다. 전북대 청렴도가 치명적 상황을 맞은 것은 끝없이 계속되는 부패다. 교수가 철창에 갇히는 연구비 횡령 등 부패사건은 감점요인이다. 올해 전북대 부패금액은 5억5000만원으로 전국 국·공립대 중 가장 많았다. 2위 경북대보다 1000만원 더 많다. 이남호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를 대학발전 구호로 외쳤지만 그동안 부패만 성숙한 듯 하다. 마치 전임 총장이 무리하게 죈 고삐가 확 풀리면서 ‘망아지들이 날뛰는 형국’이 청렴도 평가 결과로 드러난 것 같다. 불과 1년 전 부패사건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교도소에 갔다. 대학 적폐는 뒷전인 채 무슨 ‘성숙’ 타령인지 총장 스스로 되씹어봐야 한다. 대학교수는 지성의 표상이다. 그들이 본분을 잃어 부패 사건이 반복되고, 대학 청렴도가 꼴찌면 성장은커녕 추락이다. 대학교수들이 사사롭고 작은 이익에 영혼을 팔고, 수신을 게을리 하여 대학에 먹칠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성할 때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2-28 23:02

한 해가 저물어가는 연말이 되면 늘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고 한다. 국내외 큰 변혁을 겪었던 올 한 해도 다사다난이란 말을 제쳐놓고는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할 단어가 없을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예루살렘’수도 공식 인정을 놓고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어졌으며, 성추문·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의 핵실험과 김정남 독극물 암살 사건 등 북한 관련 뉴스가 국제적 이슈가 됐으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세계 경제를 뜨겁게 달군 한 해였다.정치적 격동기를 겪으며 국내적으로는 더욱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냈다. 촛불 민심 속에 새해를 맞으며 연초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로 쏠렸다. 헌재는 3개월간의 심리 끝에 대통령을 파면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대통령 파면은 조기 대선으로 이어졌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9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적폐청산에 나서면서 지난 정부의 각종 의혹이 양파껍질 벗기듯 드러났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은 굵직한 경제 뉴스였다. 대학수능시험을 앞두고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시험이 연기되고, 영흥도 낚싯배 충돌사고와 제천 화재참사가 연말을 어둡게 했다.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북 출신들이 정부 요직에 중용되고, 새만금사업이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전북의 희망이었다. 세계잼버리대회의 새만금 유치의 낭보도 있었고,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전주 U-20월드컵대회의 성공적 개최는 전북의 자존감을 높였다. 반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교원 성범죄 파장, 서남대 퇴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자살, 김제·정읍시장 중도 하차 등은 지역사회의 안타까운 뉴스였다.언론에서 취급하는 뉴스가 갈등 사안을 주요 의제로 삼기 때문에 한 해를 정리하는 뉴스 역시 아무래도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연말 언론사별로 선정하는 ‘10대 뉴스’가 갖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0대 뉴스’가 더 이상 언론사의 전유물은 아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 영역의 모임에서 각기 다른 시각의 ‘10대 뉴스’를 내놓으면서다. 전직 한 초등학교 교장이 매년 ‘우리집 10대 뉴스’로 정리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들이 새로운 가정으로 이루었다거나, 조부모의 이장, 딸의 아파트 장만, 아내의 첫 해외여행 등과 같은 자신과 관련된 일들이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새해를 다짐하는 차원에서 각자가 시도해봄직 하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2-27 23:02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때 서울 명동은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제시대 주로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이 일대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곳이었고 수많은 상점과 금융가 등으로 번창했다.그런데 명동 입구쪽에 보면 ‘고려 대연각타워’가 있다. 요즘엔 사람들이 별생각없이 그 건물앞을 스쳐 지나가지만 사실 엄청난 사연이 서린 곳이다. 국민들 뇌리에 생생한 대연각호텔 화재 참사가 있었던 곳이다.197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 대연각호텔 1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무려 166명 사망, 68명 부상, 25명 행방불명으로 이어졌다. 사망자 중 무려 38명은 화마를 피해 뛰어내리다 참변을 당했다. TV도 별로 없던 시절이었지만 현장이 생생하게 보도됐다. 스프링클러도, 고가사다리차도 제대로 없던 상황에서 청와대 헬기까지 동원되고 현직 대통령, 주한미군까지 모두 나와 재난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대연각화재는 이후 1974년 개봉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재난영화 ‘타워링’의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타워링은 폴 뉴먼, 스티브 맥퀸, OJ 심슨 등 유명 배우의 출연으로 더욱 성가를 높였다. 사실 영화 ‘타워링’은 서로 다른 소설 2개를 바탕으로 했기에 실제 대연각호텔이 모티브가 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어쨋든 인간의 탐욕과 부주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경고한다.며칠전 인구 13만의 도시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무려 29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대학에 갓 합격한 딸과 엄마, 그리고 외할머니까지 3대 모녀가 한꺼번에 숨진 사례는 많은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세월호 때처럼 이번에도 건물주나 관리인 등 사정을 잘아는 사람들은 모두 무사했고, 건물 사정에 익숙치 못한 이들만 희생됐다.대연각호텔 화재 이후 무려 4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제천 참사를 보면 아직 우리 사회는 의식의 선진화, 관행의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엊그제 성탄 연휴때 집 주변에 있는 사우나를 가보니 한참 많아야 할 시간에 사람들이 없었다.한 관리인은 “제천 참사 여파 때문인지 요즘엔 사람들이 찜질방이나 사우나에 오지 않을뿐더러, 이따금 오는 사람들도 비상구 위치부터 묻는다”고 귀띔했다.OECD 회원국 대한민국은 모든 면에서 어느 선진국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살펴보면 아직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요원하다.명동성당 염수정 추기경이 성탄메시지를 통해 이 사회의 지도자들에게 ‘생명존중’을 강조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2-26 23:02

굳이 여론조사가 아니어도 누가 역량 있는 사람인지 다 지역별로 알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좋아 연말분위기가 안나지만 유권자들은 입지자들을 안주거리 삼아 씹는 맛으로 스트레스를 날린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유권자들은 평소와 달리 약간은 기세등등 해진다. 4년만에 갑이 되므로 마냥 입지자들한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입지자들은 애써서 자기명함을 유권자한테 전하지만 제대로 보지도 않고 구겨버리거나 휴지통에 던져 버리는 경우가 있다. 몹시 기분 상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갑질에 익숙했던 입지자 가운데는 갑자기 유권자한테 고개 숙이는 게 맘 같이 잘 안돼 힘들어라 한다. 시베리아와 같이 선거라는 허허벌판속에서 느끼는 감촉은 여전히 냉혹한 현실세계의 차가움만 감지될 뿐이다.선거는 유권자의 맘을 얻는 행위다. 사람의 맘을 얻기란 여간 쉽지 않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선거판에 나설 수 없다. 그런데도 입지자 가운데는 깜도 안되는 사람이 체면과 염치 불구하고 뻔뻔하게 나서 종종 웃음거리가 된 경우가 있다. 유권자들과 악수만 해봐도 지지여부를 감지할 수 있다. 우호적인 사람은 말투와 대하는 느낌부터 다르다. 관심이 없거나 반대자는 찬 바람이 훽훽 분다. 농촌은 입지자와 숟가락 숫자까지 알며 가깝게 지내온 탓에 선거 치르기가 쉽지 않다. 3대에 걸쳐 집안 내력이 다 까벌려지기 때문에 출마부터가 어렵다.농촌은 경로당이 생활 중심지가 되다 보니까 경로당이 표심을 움직이는 여론집합처나 다름 없다. 노인들 입줄에 한번 잘못 올랐다가는 패가망신 당할 수 있다. 묵은 찌꺼기까지 다 노출되기 때문에 아닌 것을 숨기고 가리고 싶은 것을 가릴 수도 없다. 노인들이 날마다 경로당에서 종편을 통해 현실정치를 쉽게 접하므로 예전보다 안목과 수준이 달라졌다. 경로당 여론이 입뉴스를 통해 퍼저 나갈때는 그 전파력이 만만치 않다. 해묵은 입지자들의 신상정보까지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그 누구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입 뉴스의 폭발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지사 선거를 제외하고는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선거가 팽팽하다. 현직들은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 인지도가 높지만 지지도로 그대로 연결돼 있지는 않다. 유권자들은 특별하게 잘 하는 단체장을 빼고는 거의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특히 직업없이 지방의원 한 사람들은 경계해야 한다. 동냥벼슬인 선출직을 할려면 평소 덕을 베풀고 쌓아야 한다. 말만 번지르하게 잘하는 교언영색(巧言令色)형은 사고칠 위험이 높아 배제해야 한다. 임기동안 목에다 잔뜩 힘이나 주고 다니면서 갑질한 선출직은 유권자들이 다 꿰뚫어 보고 있다. 각 지역별로 될 사람, 되서는 안될 사람, 떨어 뜨려야 할 사람이 입뉴스를 통해 하나씩 가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만 모르고 오늘도 선거판을 누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2-25 23:02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교도소에서 재판에도 출석하지 않은 채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칼날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범죄혐의가 양파껍질 벗겨지듯 속속 들춰지고, 그는 국정농단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상황이다.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에는 최순실과 삼성 이재용, 롯데 신동빈 등 민간인 외에 김기춘, 조윤선, 우병우, 안종범, 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등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물론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원세훈, 이병기, 남재준 등 국정원의 전직 원장들이 줄줄이 엮여 있다. 박근혜의 입이었던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결국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가 드러나 기소됐고, 국정원 돈을 받았다는 친박핵심 최경환 의원도 체포 직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일당이 저지른 국정농단 꼬리가 밟힌 결정적 계기 중 하나는 ‘고영태의 고발’이다. 그의 분노와 고변이 없었다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범죄의 추악한 전말은 꼬리 잘린 채 사라졌을 것이다. 지난 15일 재판에서 징역 25년을 구형받은 최순실 진술에서도 고영태의 역할이 나온다. 그는 “고영태 일당에 의한 국정농단 기획이다. 고영태와 주변 인물들이 투명인간처럼 살아온 나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웠다” 운운하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경제 이득을 본 사람은 고영태 등인데 그들에 대한 죄는 묻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 동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영태의 고변은 모든 악의 베일을 벗겨내는 첫 단추가 됐다.또 하나의 꼬리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박 전 대통령의 미용시술이다.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아내가 징역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부부는 안종범 등에게 뇌물을 주고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박 전 대통령 미용성형시술을 해줬다. 박근혜 피부미용시술은 안면의 피부를 팽팽하게 해 젊고 활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뤄졌다. 최순실이 제공해 박근혜의 날개가 됐다는 의상이나 고영태 가방처럼 피부미용시술도 그 자체만으로는 60대 여성 대통령의 허물이 아니었다. 그저 지나침이 있었을 뿐이다. 다만 그가 과도한 욕심을 부려 국정농단 추적의 빌미를 준 것은 ‘평가’할 만 하다. 대개 큰 둑이라도 작은 쥐구멍 때문에 터진다. 박근혜는 쥐구멍 관리를 못했다. 중국 첫 통일제국 진이 불과 15년만에 망한 것은 시황제가 조고의 간악함을 간파하지 못한 탓도 있다. 내년 6.13지방선거가 또 다른 공직농단사건의 등용문이 돼선 안될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2-21 23:02

12월이면 으레 세월과 날짜를 셈한다. 한 장 남은 달력이기에 하루가 각별하고 애틋하다. 지난해 발행된 2017년 12월 달력 중에는 20일이 공휴일을 뜻하는 빨간 숫자로 되어 있어 더욱 눈에 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결정이 없었다면 바로 오늘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날이다.선거일의 변천사는 우리의 정치사만큼이나 곡절이 많았다. ‘선거일 법정주의’가 도입되기 전까지 대통령의 재량으로 선거일이 지정되면서 초대 대통령 선거가 7월에 치러졌으며, 이후에도 집권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정해졌다. 1994년 공직선거법이 제정되면서 선거일을 갖고 장난을 칠 수 없게 됐다. 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은 선거법이 정한 임기 만료 전 70일 이후 목요일인 12월18일, 12월19일 각각 실시됐다. 이후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금요일 휴가를 낼 경우 4일간 황금연휴를 누리려고 투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수요일로 바뀌었다.촛불정국과 탄핵결정 없이 정상적으로 오늘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 여론만을 따지면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집권당이 5.9선거와 같이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온다. 보수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졌고, 대통령 파면 직후의 악조건 속에서도 자유당 홍준표 후보가 3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북핵 등의 안보위기론이 동원되고, 보수 단일후보 단일화를 이뤘을 경우 문 대통령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어디까지나 가정이며, 추론일 뿐이다. 촛불은 필연이었으며, 그 결과 정권교체 역시 사필귀정이었다. 촛불 민심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에 실패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 자체가 상상하기 힘들다. 추운 날씨 속에 주말이면 ‘이게 나라냐’며 외쳤던 국민들이 결코 그런 상황을 방기하지 않았을 터다.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꼽았다. 원래 불교용어인 파사현정은 사견(邪見)과 사도(邪道)를 깨고 정법(正法)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새 정부가 과거 적폐를 부수고 올바른 정의를 세워야 할 것이란 민심의 반영이기도 하다.문 대통령의 5년 임기만료일은 2022년 5월9일이다. 다음 20대 대통령 선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3월9일 실시된다. 임기 만료 7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이 3월2일이지만, 공휴일 다음날이어서 그 다음주 수요일로 미뤄지기 때문이다.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짜에 대선을 치르지 못하는 불행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파사현정’이 그 답일 게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2-20 23:02

흔히 전주예수병원 설대위 전 원장을 ‘한국의 슈바이처’로 일컫는다.그가 미국에서 한국에 건너온 1954년 당시 현실은 암에 걸리면 무당을 찾던 시대였다. 1960년대와 70년대 전주예수병원은 호남 최고의 병원으로 뚜렷한 입지를 자랑했다. 국내 첫 관립병원이 광혜원이고, 첫 사립병원이 전주 예수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전북은 의료 선진지였음을 알 수 있다. 부산에 근거를 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전주 예수병원에서 수련의를 거치고 김제 용지면보건지소장을 지낸게 그저 우연만은 아니다.호남 최고의 병원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예수병원이 첫손에 꼽혔다. 36년을 머물다 고향에 돌아간 설대위 전 예수병원 원장을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그는 단순히 의술을 행하지 않고 따뜻한 가슴에서 우러난 사랑을 바탕으로 인술을 베풀었기 때문이다.세월이 흐르면서 전북대와 원광대 출신 의사가 배출되면서 오랫동안 전남의대, 조선의대 졸업생들이 포진했던 도내 의료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예수병원 역시 전북대병원, 원광대병원에 추월당한지 오래다.2000년 넘게 유지되던 황제 제도를 붕괴시킨 ‘중국 혁명의 아버지’ 쑨원도 사실은 중국 최초의 현대식 서양의사다. 의사로서 출세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도탄에 빠진 조국을 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쑨원 역시 또다른 형태의 ‘슈바이처’일지도 모른다.이처럼 슈바이처는 지구촌 곳곳에서 헌신하고 있는데 지난 16일 목동이대병원에서는 한시간 여만에 4명의 신생아가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 충격을 주고있다.국내 대표적 병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앞으로 의료계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씻어낼지 걱정스럽다.그런데 요즘 의료계에서는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어디로 배분할지가 뜨거운 감자다. 서남대에 다니던 학생들은 도내 대학에 편입하면 되지만, 그 이후 의대정원을 어디에 배분할지가 쟁점이다. 정부는 서남대 폐교후 의대 정원 49명을 2019학년도 입시에서 한시적으로 도내 다른 대학 의과대에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데 그 이후에도 이 정원을 전북에 배정할지는 미지수다.서남대가 폐교되면서 생긴 의대 정원은 전북대와 원광대 등에 배분하는게 너무나 당연하다는게 전북의 논리다. 의료인력은 지역별 안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서남대 폐쇄로 인해 발생한 의대 정원은 당연히 전북 내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남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전국 17개 시도중 전남도와 세종시에 의대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전남배정을 촉구하고 있다.박지원·이정현 의원 등 전남지역 정계 중진들이 전남에 의대 신설을 위해 나섰다. 이미 목포대 의대 설립 타당성 조사 정부 예산까지 편성돼 있다.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전북에 묶어두느냐, 전남에 빼앗기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도내 정치권의 대응이 주목된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2-19 23:02

목에 방울 달려는 사람이 없어 보인다. 비판은 신나게 하면서도 행동으로는 나서려고 안 한다.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견제와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이 필요하다. 흔히 외지인들이 전북 사람을 양반들이라고 평가한다. 농경사회가 주류를 이뤄서인지 성징이 순해서인지 좋게 말해서인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볼 때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머리 회전이 빨라 상황판단을 잘 하는 것 같지만 뒷심이 부족해 옳은 일에도 안 나서려는 경향이 있다. 적극성 부족이 단점으로 보인다. 여론주도층이라는 유지들은 거의가 모든 일에 적당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모난 짓을 안한다. 모난 돌 정 맞는다고 지역사회에서 비판자로 내몰리면 살기가 불편해질 수 있어 그런 처세를 하고 있다. 날마다 얼굴을 부딪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태도를 견지한다. 극단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체면치레만 한다.유지들은 보이지 않게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간다. 그들은 자신의 명예와 경제적 이득 확보를 위해 대부분이 관과 친숙한 관계를 형성해 놓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전북은 산업시설이 빈약해 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정보와 재정을 관이 점하고 있어 지사를 비롯해 시장 군수와 친하게 지내려는 경향이 팽배하다. 지연 혈연 학연으로 연결돼서 가깝게 지내는 사회적 성격 때문에 꼭 해야 할 말도 못하고 형식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묘한 것은 선출직으로 뽑아 놓은 사람들과의 관계설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이나 선출직을 뽑을 때는 유권자가 갑이지만 그 이후에는 주인이 을로 뒤바뀐다는 것. 다른 지역은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가 잘못하면 불러내서 혼을 내는데 이 같은 일을 못하고 있다.도민들이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연고주의를 나쁜 것이라고 탓할 일도 아니지만 연고주의에 의존하다 보니까 지역사회가 역동성이 떨어졌다. 전북은 고요한 호수처럼 조용하다. 전주 한옥마을에 연간 1000만명이 다녀가지만 밤 10시만 되면 발길이 뚝 끊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잦은 선거로 지역 민심만 사분오열됐다.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인가 아닌가에 따라 관의 대접이 달라진다. 편 나누기가 일상화 됐고 선거브로커를 중심으로 끼리끼리 해먹는 문화만 갈수록 발달해가고 있다. 아무리 단속이 강화돼도 돈선거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문제다. 단체장 후보 56%가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야단법석이다. 그 이유는 국민의당이 죽을 쒀 예전처럼 민주당 일당 독주체제가 굳어져 가기 때문이다. 시장 군수가 잘못하면 말로만 비판할 게 아니라 갈아 치워야 한다. 행동하는 양심이 촛불정신이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이 일어난지 1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세상살이는 어렵고 어둡다. 황금 개띠해인 내년에는 뒷전에서 비난과 비판만 하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행동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2-18 23:02

한 프랑스 작가가 서울 인사동에 있는 한지 판매 가게를 찾아왔다. 특별하게 제작한 한지가 필요하다며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수량은 달랑(?) 일곱 장. 그러나 그가 원하는 대로 종이를 만들려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일주일을 기다려서야 주문한 한지 일곱 장을 들고 돌아갔다. 1970년대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한지 판매로만 가게를 운영해온 동양한지 박성만 사장이 들려준 이야기다. 그의 가게에는 심심치 않게 외국 작가들이 찾아온다. 거개가 특별한 한지를 주문해 제작해가려는 목적이다. 자신들의 주문에 의한 것이 아니어도 가게에 놓여있는 비구상적 조형이 살아 있는 한지를 그들은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그 아름다움과 특별한 물성에 감탄한단다. 한지가 현대 미술 작품의 소재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외국 작가들이 중국의 선지나 일본의 화지보다 한지를 주목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다. 한지의 산업화는 오랜 화두다. 글씨나 그림을 그리는 화선지로서의 한계를 넘어 사진을 인화하고 글자를 인쇄하는 한지용지의 개발이나 옛 책과 옛 문서를 복본화하는 인쇄용지 개발도 산업화를 향한 노정의 결실이다.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을 활용한 일상용품의 생산도 물론 같은 연상에 있다. 기대되는 한지의 변신이 또 있다. 한지의 보존성을 제대로 살리는 종이 개발에 관심을 쏟아온 박 사장이 오랫동안 연구해온 작업의 결실이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이 한지는 불면 날아갈 정도로 가볍고 얇다. 한 장을 들어 올리면 깃털을 손에 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진다. 배경이 거의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목표여서 두께의 한계를 최대한 없앤 덕분이다. 오래된 그림이나 글씨, 옛 책과 고문서 등 귀중한 자료가 시간이 지날수록 훼손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며 그는 원본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얇은 한지로 배접을 한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글자나 그림이 훤히 들어나 보일 정도로 얇은 배접용 한지를 개발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일간 신문 위에 이 한지를 올려놓으니 한지의 존재는 있는 듯 없는 듯 기사 읽기에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한지로 배접하면 신문도 원본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사장의 확신이다. 물론 이 한지는 찾는 사람이 적다. 쓰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거니와 가격 부담이 큰 때문이다. 아직 한계가 있지만 한지의 특성을 살려내는 다양한 변신은 한지 산업화의 가능성을 높인다. 주목받는 전주 한지의 현실은 어떤가. 둘러보면 한지 생산자들의 고군분투, 그 결실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양한 변신의 폭은 여전히 좁다. 안타까운 일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2-15 23:02

연말이면 각 기관단체 등에서 송구의 소회와 영신의 다짐을 함축하는 사자성어를 정해 내놓는다. 전북도는 2018년 사자성어로 ‘반구십리’를 선정했다. 직역하면 백 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 리를 가고서도 이제 절반쯤 왔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무슨 일이든 잘 마무리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끝 마무리를 아름답게 해야 또 다른 일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다. 힘차게 시작한 일도 끝 매듭이 잘 돼야 즐겁고 만족스럽다. 그 만족스러운 결과를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반구십리’에 담겨 있다. 반구십리는 6개월 앞으로 닥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대부분의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에게 실감나는 말이다. 임기 48개월 중 42개월을 숨가쁘게 달려온 그들이다. 남은 6개월 동안 마무리가 제대로 안돼 흠결이 생긴다면, 출마도 하기 전에 경선탈락하거나 용케 선거에 나서도 승리를 다짐할 수 없다. 입단속, 몸단속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하기야, 요즘 전북 정치 판세가 약30년 전쯤으로 돌아가 특정 정당 후보가 되면 ‘지팡이를 꽂아도 당선’이란 얘기가 나돌 정도이기는 하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국가와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 등의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다닌다. 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증명해 보인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한 것이 한국정치사의 현실이다. 정치인 처벌은 솜방망이격이다. 옥살이는 커녕 벌금형이나 집행유예형이 다반사니, 범법에 무감각한 자들이 많다. 지난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1위 군주민수(君舟民水)나 2위 역천자망(逆天者亡)은 정치인들이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할 명구다. 백성이 곧 하늘이고, 거스르면 망하게 된다. 그것을 증명한 것이 촛불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없이 존립하는 기업은 없다. 최근 전주시내버스 파업 사태 속에서 지역 최대 시내버스 업체가 사주의 34세 아들 김모(등재이사)씨 앞으로 500억 채권 설정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소란스럽다. 회사 수익이 김씨 계좌로 입금된다. 사주인 김씨 쪽은 완벽한 빨대를 꽂은 셈이다. 근로자들은 뭔가. 소변 참아가며 하루종일 뼈 빠지게 일한 그들은 봉이 됐다. 촛불 이후 마치 정의가 바로서는 듯 요란하지만, 아직 요원하다. 기업주가 근로자를 돈벌이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니 고교 실습생이 자살하는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2-14 23:02

정부 예산은 다음해 1년간 쓸 정부 각 부처의 살림살이다. 보건복지, 교육, 문화·체육·관광, 환경, R&D, 농림, SOC, 지방행정 등을 망라해서다. 흔히 국회 심의 때를 예산철이라고 하지만, 예산편성 과정은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연중 진행된다. 행정각부의 장이 연초 중기사업계획서를 기재부에 제출하고, 기재부 장관이 3월말까지 예산안편성지침 마련하면 각부에서 5월말까지 사업의 우선순위를 반영한 예산요구서를 낸다. 기재부의 사정을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받으면 예산안 편성이 마무리 된다. 자치단체의 경우 각 부처의 예산에 자치단체 관련 사업들을 어떻게 반영시키느냐가 첫 관문인 셈이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을 때 소관 부처에 대한 국회 상임위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칼질이 이뤄지고, 마지막으로 국회 예결특위 소위에서 계수조정이 이뤄진다. 지역 현안예산 확보를 위한 정치권의 역량이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발휘된다.국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 내년도 정부 예산을 놓고 자치단체마다 대풍가를 부르는 것 같다. 지역의 현안사업에 국비를 잘 확보했다는 자랑이다. 전북도는 3년 연속 6조원대 국가예산확보를 내세웠다. 전년보다 3150억원 증가해 전년도 0.3%보다 훨씬 높은 5%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 곁들여졌다. 군산시는 3년 연속 1조원 시대를 열었으며, 익산시는 6721억원 확보로 역대 최고 예산을 확보했단다. 다른 거의 모든 시군들도 역대 최대의 국가예산을 땄다고 나팔 불며 자랑한다.자치단체마다 자랑하는 역대 최대 국가예산을 확보했다는 근거가 궁금하다. 정부 예산중에는 해당 지역의 현안도 있지만, 여러 지역에 걸친 사업이거나 전국적으로 공통된 사업도 많다. 정부 예산 중 지역 예산만 똑 떼어낼 수 없는 예산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예산을 전북의 국가예산으로 볼 것인가 말 것인가. 농진청 직원 인건비와 운영비 대부분이 전북에서 집행되는 만큼 전북의 국가예산이라고 할 수도 있다(실제 전북도는 포함하지 않는다). 지역별로 확보한 국가예산을 합하면 전체 정부 예산보다 많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런 불명확한 기준 때문이다.국가예산 확보를 위한 올 전북도와 정치권의 노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실제 올 전북의 국가예산 확보가 잘 된 것 같다. 역대 최대 예산확보라는 수사가 붙어서가 아니다. 꼭 필요한 현안 사업 예산들이 잘 반영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규 사업 예산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이 표준 잣대도 없는 역대 최다 예산확보라는 숫자놀음은 그만 거두자. 새만금사업을 일찍 마무리해 다음해 전북의 국비확보 총액이 반토막 난들 어떠랴.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2-13 23:02

문재인 정부가 역동적으로 추진중인 지방분권의 핵심사항중 하나가 자치경찰제다. 국가경찰은 현재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전국단위의 치안을 담당하고, 자치경찰은 지역주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아직 자치경찰제가 시행되지 않았으나 지방청장은 가급적 그 지역출신을 내려보내는 관행이 있다.하지만 역대 전북경찰청장은 지역 출신이 차지하지 못했다. 전북출신 중 치안감 이상 고위간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1993년 제4대 이무영부터 29대 조희현까지 26명의 역대 전북경찰청장 중 지역 출신은 이무영, 김대원, 김본식, 박희원, 이용상, 하태신, 배성수, 임재식, 이한선, 유근섭, 이동선, 장전배, 홍익태 등 13명으로 딱 절반이다.2013년 홍익태 전북청장을 끝으로 지난 4년간 전북은 항상 외지인들의 잔치무대였다.그런데 지난 8일 오랫만에 전북출신인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이 전북청장에 발령됐다.현재 치안감급으로는 단 한명에 불과한 전북으로서는 그가 고향에 오지 않을경우 또다시 외지인이 전북청장을 맡게될 상황이었다.진교훈, 조용식 경무관 등이 있다곤 해도 치안감으로 승진해서 전북청장을 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사실 강인철 전북청장의 부임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는 총수인 이철성 경찰청장과 지난 8월 크게 대립하다 김부겸 행안부장관까지 직접 나서 갈등을 봉합한 기억이 있다.지난해말 광주경찰청장 당시 촛불집회를 관리하면서 그는 페이스북에 “~민주화의 성지, 광주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올린것이 화근이 돼 이철성 경찰청장과 사이가 틀어졌고, 이로인해 경기남부청 1차장, 중앙경찰학교장을 전전했고, 급기야 강도높은 감사까지 받으면서 경찰직을 떠날 위기에 직면했으나 기사회생했다.사시 출신으로 경찰에 입문, 치안감에 오른 강 청장은 평소 입버릇처럼“고향에서 멋지게 봉사하고 싶다”고 해왔는데 그 꿈이 이번에 이뤄졌다.금의환향한 그가 단순히 고향 경찰청장에 부임한데 만족하지 않고, 전북경찰의 위상을 곧추 세우기를 바랄뿐이다.한편, 강인철 전북경찰청장이 부임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그와 동기인 전주고 55회의 활약상이 화제다.유성엽 국회의원, 심보균 행안부차관,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이남호 전북대총장, 이태종 서울서부지법원장, 박형남 서울고법 부장판사, 윤준병 서울시 기조실장, 김종영 경남선관위 상임위원, 손태승 우리은행장,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 이중흔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각계에 포진한 때문이다.송하진 전북지사, 정동영·신경민 의원 등 전주고 48회 이래 55회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평가 또한 나온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2-12 23:02

내년 6.13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직이나 입지자들간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큰 틀에서 보면 지사선거를 제외하고는 교육감 시장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선거가 치열할 전망이다. 그 이유는 지난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이 매너리즘에 빠진 민주당의 반사이득으로 무려 7석을 차지하며 안방을 차지했으나 장미대선이 치러진 이후부터는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리턴매치 결과가 예전처럼 민주당 독식구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도내서는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으로 출마하려는 입지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편으로는 대선과 지방선거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말하면서 인물이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벌써부터 각 시군별로 내년 봄에 치러질 경선열기로 후끈거린다. 최근 대법원에서 직위를 박탈 당한 김제시장 자리는 무려 10명 이상이 경쟁을 벌인다. 평소 얼굴을 내밀지 않던 인사들까지 가세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지만 각당이 경선을 거치고 나면 민주당 국민의당 무소속 3파전으로 시장선거가 치러질 전망이다.일찍부터 불붙은 군산시장 선거는 김제시장 선거 못지 않게 경쟁이 치열하다. 문동신 현 시장이 3연임 제한규정에 묶여 더 이상 출마를 못하기 때문에 후보가 난립하면서 조기에 과열됐다. 지난 20대 총선때 국민의당으로 재선한 김관영 의원의 지지열기가 당세가 약화되면서 함께 약화돼 민주당과의 한판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군산대 총장 출신인 채정룡씨가 민주당 위원장을 맡아 전열을 가다듬고 나서 군산 지방선거가 예측불허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대선 이후 민주당 지지도가 전반적으로 살아 나면서 민주당 우세를 점치지만 그 반대로 군산조선소를 살려내지 못해 군산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바닥민심은 더 차가워졌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내년 교육감 선거에 현 김승환교육감의 3선출마여부가 관심사로 부각됐다. 최근 김 교육감이 인사개입혐의로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을 구형 받았지만 자신의 재판이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의 진보교육감 사찰의혹과 관련됐을 소지가 높다고 주장함에 따라 오는 21일 판결이 주목된다. 김 교육감은 우병우와 관련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조사 받은데 이어 11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에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받을 예정이다. 김 교육감은 검찰이 지난 3월23일 자신을 기소한 것은 검찰 뿐만 아니라 국정원 등 외부세력이 함께 움직였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함에 따라 관심을 끌었다. 김 교육감은 그간 자신이 기소된 것에 억울해 하면서도 가타부타 3선 출마여부를 밝히지 않았으나 우병우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진술이 1심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12-11 23:02

전래동화는 대부분 설화나 신화가 바탕이다. 그러나 실존인물이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가 각색되어 동화로 발전한 예도 적지 않다. 완전한 허구가 아닌 동화들은 오히려 시대를 길게 넘나들면서 새롭게 태어나기도 한다. 상인 딕 휘팅턴의 이야기를 담은 영국 동화도 그 중의 하나다. 딕 휘팅턴 (1358~1423)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상인이자 런던시장을 지낸 실제 인물이다. 애초 부자 상인으로 이름을 알렸던 그는 사재를 털어 빈민가의 편의시설을 확충하거나 중소상인들을 위한 길드회관, 교회와 학교를 건립해 시민들을 보살폈으며 작고한 후에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유언을 남겨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병원과 합숙소 등을 건립할 수 있게 했다.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시설들이 남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니 휘팅턴의 삶이 후대에까지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짐작할 수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어렵게 성장한 그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을까. 전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어려서 고아가 된 휘팅턴은 화려한 대도시 런던으로 간다. 오갈 데 없는 그를 거둔 사람은 이름난 무역상 피츠워렌. 그의 밑에서 성실하게 일을 배운 휘팅턴은 가게와 집안까지 몰려다니는 쥐를 잡기 위해 어렵게 모은 돈으로 고양이를 한 마리 산다. 그 고양이가 쥐를 일제히 몰아냈음은 물론이다. 어느 날 교역을 위해 동방으로 떠나는 피츠워렌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했다. 돈이 없는 휘팅턴은 주인의 배려에 감사하며 유일한 재산인 고양이를 건넸다. 무역선의 항해는 순조롭지 않았다. 풍랑을 만나 목적지가 아닌 엉뚱한 곳에 닻을 내리게 됐던 것이다. 다행히 그곳의 왕은 무역선의 상인들을 산해진미로 대접하고자 했다. 그러나 상이 차려지기도 전에 음식을 모두 쥐들이 먹어치워 버렸다. 쥐는 그곳에서도 큰 골칫거리였다. 상인들은 배 안에 있던 휘팅턴의 고양이를 풀어 쥐새끼들을 잡게 했다. 고양이의 활약에 놀란 왕은 당장 무역선의 고양이를 엄청난 값에 사들였다. 휘팅턴에게 되돌아간 고양이 값은 그가 갑부로 성장하는 종자돈이 되었다. 당시 런던 시가지는 쥐들이 떼로 몰려다녔다고 한다. 잠을 제대로 못잘 정도로 몰려다니는 쥐를 잡기 위해 휘팅턴은 전 재산을 털어 고양이를 샀지만, 그것이 자신만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다. 어찌됐든 그 고양이는 그를 부자로 만들었고 자선과 기부로 이어져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바탕이 됐다.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길고양이 문제가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 그 답은 정말 얻기 어려운 것일까.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12-08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