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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여든세 살 할머니가 펴낸 회고록이 있었다. 열여섯 살에 시집와 아홉 남매를 기르며 살아온 시골 할머니가 자신의 삶의 역정을 모아 쓴 일기집(님은 가시고 꽃은 피고)이었다. 할머니는 시집와서부터 쓰기 시작한 ‘출납부(가계부)’를 50대부터 일기로 바꾸어 쓰기 시작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썼던 일기와 틈틈히 썼던 글은 수십권 노트로 쌓여 삶의 기록이 되었다. 남다른 역경이나 삶의 질곡이 드러나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지켜온 할머니의 일기집이 주는 감동은 컸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담담히 기록한 할머니의 진솔한 글이 주는 울림 때문이었다. 유난히 고왔던 송할머니는 서른아홉 살에 버스 화재로 심한 화상을 입었다. 품속에 있던 돌배기 딸을 감싸 안느라 그의 얼굴과 온몸은 불에 녹아내렸다. 그때 남편은 “벽에 기대 살아도 좋으니 살아만 달라”고 했단다. 췌장암으로 앞서간 남편에 대한 깊은 그리움은 다시 여러 편의 시로 쓰여졌다.할머니는 회고록을 펴낸 소감을 이렇게 말했었다. “내가 쓴 글이 세상에 남을 수 있게 되었으니 기쁨이 크지만 글 같지도 않은 글을 많은 사람들 앞에 내놓으려니 부끄러움이 커요.” 이 논란이다. 사실 논란을 불러일으킨 정치인들의 회고록은 적지 않다. 근래 들어서만도 이명박 대통령 회고록이나 노무현정부에서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의 회고록 역시 논란과 쟁점을 불러왔다. 그러나 논란은 기왕의 회고록들이 가져온 논란과는 그 성격이 또 다르다. 가장 첨예한 논란은 5·18광주항쟁에 대한 전 전 대통령의 태도다. 그는 자신이 ‘(5·18광주항쟁의) 치유와 위무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었다고 회고한다. 광주항쟁의 억울한 희생자란 이야기다. 12·12 군사반란, 5·17 내란 및 5·18 광주민중항쟁 유혈진압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그가 ‘씻김굿의 제물’을 운운하는 형국은 역사왜곡의 죄를 더하는 일이다. 그의 회고록을 둘러싸고 광주민중항쟁 관련 단체와 독자들이 나섰다. 5·18기념재단은 법원에 판매,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거짓 없이 기록한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부끄럽다’는 할머니의 회고록이나 으로 다시 알게 되는 진리(?)가 있다. ‘글은 꼭 그의 삶만큼 보여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4-21 23:02

크건작건 어떤 조직에서든 중요 사항들을 점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회의를 한다. 회의 횟수나 참석 대상, 회의 방식 등은 조직마다 다르다. 다만 조직의 장이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조직의 회의는 경직되기 십상이다. 이 경우 말만 의견 수렴일 뿐 곧잘 질타성 회의로 끝난다. 조직을 빨리 알려면 그곳의 회의에 몇 번 참석해 보라는 말도 있다. 회의 방법과 수준에서 그 조직문화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회의를 할수록 회의(懷疑)가 든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없다. 잇단 회의에 치여 회의가 부담스럽고, 생산적 결과를 도출시키기 위한 회의인지 회의하게 만든 경우가 많은 게 잘못된 우리 회의문화의 현실이다. 이런 반성 아래 근래 다양한 회의 형태가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스탠딩 회의다.서서 회의를 하는 스탠딩 회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채택한 방법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서서 일하기 열풍이 불었다. 국내에서도 스탠딩 회의를 갖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나아가 기업벤치마킹을 통해 스탠딩 회의로 진행하는 자치단체도 속속 생기고 있다. 서울 금천구는 지난해 회의실 책상을 높이고 의자를 없애 국장 이상 간부들이 회의 때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 있게 꾸몄다. 이에 앞서 경북도 인재개발정책실도 비슷한 방식으로 스탠드 회의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회의 방식은 아니지만, 도내에서는 완주군과 정읍시 정우면이 민원처리 부서에서 ‘스탠딩 오피스’를 도입했다. 창구직원들이 민원인이 눈높이에 맞춰 서서 근무함으로써 민원인과 거리를 좁혔다. 대선에도 스탠딩 바람이 불고 있다. 대선후보 토론으로서 올 처음 ‘스탠딩 토론’ 방식이 도입돼 어젯밤 처음으로 진행됐다. 준비된 대본이나 자료 없이 즉석에서 후보자들이 서서 벌이는 난상 토론 방식으로, 후보들간 신경전을 거쳐 어렵게 성사된 것이다. 토론회 결과에 대해서는 후보 진영마다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겠지만, 유권자들로선 모범답안이 아닌 후보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스탠딩 토론이 후보 지지에 어떤 영향과 변화를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후보의 진짜 능력과 심성을 알고자 하는 국민적 욕구에 부응한 시도였다는 점만으로 대선 역사에 남을 유산이다. 스탠딩 토론이 사회 전반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고 소통을 원활히 할 자극제가 된다면 망외소득일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4-20 23:02

’분탕질’은 야단법석 소동을 일으키는 짓, 집안 재물을 탕진하는 짓, 남의 것을 빼앗거나 약탈하는 짓 등을 일컫는 말이다. 어느 집·집단·나라에서 분탕질하는 사람은 정의와 이익에 반하는 짓을 서슴치 않는 자이니 항상 경계와 혐오의 대상이다. 분탕질이 심한 자는 교도소에 격리된다. 하지만 교묘한 분탕질꾼은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그런 작자가 구성원 가운데 한 명이라도 있는 집단은 균열이 가고, 결국 쇠락해 망하고 만다. 분탕질을 하다가 주변의 미움을 사 소외되고, 그래서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되면 오기가 발동해 더 심한 악행을 저지른다. 주변에 자신의 허물을 사과하기는커녕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배 째라’ 식으로 대응한다. 오히려 의기양양하고, 태연하게 행동한다. 이런 황당한 인물이 활개치면 조직에 균열이 생긴다. 구심력은 약해지고 원심력이 강해진다. 박정희가 한국경제 발전에 공이 있다는 세력이 많다. 실제로 박정희 집권시대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경제 성장이 있었으니, 당시의 집권자가 그 부분에 대한 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자금 조달을 위해 일본과 굴욕적인 한일협정을 성급하게 맺는 바람에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치유할 길이 사라졌다면, 그래도 공을 인정할 것인가. 그에 대한 시대의 답은 나와 있다. 측근은 물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을 고문 박해하는 등 온갖 분탕질을 하며 장기집권을 이어가는 그를 최측근 김재규가 권총으로 심판했다. 개인적 야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분탕질을 하다 결국 믿은 도끼에 발등 찍혔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지난 17일 박근혜와 우병우를 기소, 재판에 넘겼다.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이 42명(구속 21명), 박근혜의 뇌물액수가 592억 원에 달하니 현직대통령 탄핵과 구속에 이어 또 하나의 신기록이 됐다. 역대로 보면 정권 핵심부에서 분탕질 안 친 적이 없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물론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본인 또는 측근의 분탕질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웠다. 그들 탓만 할 것도 아니다. 박근혜는 사탕발림 공약에 힘입어 무려 51.63%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5·9 대선’에서 유권자가 감언이설 공약에 현혹되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4-19 23:02

2007년 1월 9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하자 각 언론들이 앞다퉈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두 언론사의 대조적인 결과였다. 한 방송사는 당일 저녁 뉴스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51%라고 보도했다. 다음날 한 신문은 ‘적절치 않다’는 응답이 72.3%에 이른다고 밝혔다. 헷갈리는 것은 두 개의 여론조사를 담당한 여론조사기관이 똑같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에 같은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이처럼 대조적인 것은 무슨 이유일까?5·9 장미대선이 시작되면서 언론에는 후보자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날마다 넘쳐난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지지자들은 하나하나의 결과에 일희일비한다. SNS 등에서는 관련 소식이 밀물과 썰물처럼 교차하고, 각 진영의 사기는 이에따라 널뛴다.여론조사가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여론조사도 그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는 표본선정(샘플링), 낮은 응답률, 편의적 보정 등 결과를 왜곡할 수 있는 기술적인 한계는 무수히 많다. 여기에 언론사의 관점과 이해, 여론조사기관과 정당·후보와의 관계 등 인위적인 잡음까지 끼어들면 더욱 심각해진다. ‘여론을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될 수도 있다.그럼에도 여론조사와 경마식 보도는 줄지 않을 것이다. 경마중계처럼 재미있고 사람을 빨아들이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치열한 경쟁과 선두다툼이 계속되면 관람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숨쉬는 것조차 잊은채 경기에 몰두할 것이다. 정당과 후보측에서도 여론조사를 이용하려는 욕구를 억누르지 못할 것이다. 선두라는 이름이 주는 밴드웨건 효과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국민들이 바로 보아야 한다. 앞에 언급한 2007년의 조사에서도 애초 질문은 ‘임기를 1년 남겨놓은 시점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였다. 그러나 보도되고 알려진 것은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라기 보다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이처럼 여론조사는 아 다르고 어 다를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큰 흐름을 살펴보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이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뜯어보고 누구에게 우리의 미래를 누구에게 맡겨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 뽑는 일은 인기에만 맡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4-18 23:02

도민들은 장미대선때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확신하면서도 내심 걱정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7년 이명박과 박근혜 두 보수후보간 당내 경선이 사실상 결승이나 다름 없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본선에서 야권의 문재인 과 안철수가 피마르는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자대결이지만 여론흐름상 양강구도로 좁혀졌다. 지지율이 연초만해도 6%대에 머물러 있던 안 후보가 당내 경선을 거치면서 유약한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컨벤션효과를 누리면서 강철수로 변해 단박에 문과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TK를 중심으로 한 보수층과 50대 이후에서 안이 문을 앞서는 형국이다.상당수 도민들은 후보등록 전까지만해도 ‘문과 안 두후보간에 누가 되어도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아니겠느냐면서 여유를 부렸지만 지금부터는 한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신중모드가 이어지고 있다. 도민들의 표심은 문과 안으로 양분돼 있다. 아직 두 후보를 놓고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대선이 촛불집회 영향을 받아 그 누구도 우위를 쉽게 점치지 못한다. 후보 등록 당시 지지율 1위가 당선으로 이어지던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 이유는 콘텐츠가 강한 안이 안풍(安風)을 일으키며 지지율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지난 12일 치러진 호남지역 5곳의 재보선에서 국민의당이 3석으로 한석을 얻은 민주당을 제쳤다는 것. 민주당은 결과에 대해 별 것 아닌 것으로 애써 의미부여를 안할려고 하지만 국민의당은 무척 고무돼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때 불었던 녹색바람이 다시 재연된 것’이라며 ‘학군이 좋아 중산층이 많이 사는 서신동이 갖는 정치적 무게감 때문에 의미가 각별하다’고 평했다. 전주 서신동 도의원 선거에서 투표율이 저조했으나 그래도 대선 풍향계를 어느 정도는 앞서 짐작할 수 있다는 것. 시의원 당락 경험이 있는 국민의당 최명철 후보가 57.17%를 얻어 친민주당계 무소속 김이재 후보가 얻은 42.82%를 크게 제쳤다. 국민의당 최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약속을 저버리고 갑자기 민주당을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를 미는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정직하지 못한 민주당의 꼼수정치에 유권자들이 반기를 들었다.이번 대선이 뚜렷한 이슈 없이 펼쳐지지만 문 후보의 일자리 공약과 안 후보의 안보공약을 놓고 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도민들은 문 후보의 적폐청산을 과거회귀형으로 안 후보가 내거는 4차산업혁명을 미래지향형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전북몫 찾기를 위해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돼 귀추가 주목된다. 도민들은 대선 주자들의 전북 방문 발길이 뜸해진 것에 몹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전북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될 후보보다 되어야 할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4-17 23:02

구한말 서울 종로에 문을 열었던 ‘명월관’은 20세기 최초의 유흥음식점이었다. 명월관은 1909년 관기제도가 폐지되면서 딱히 활동할 곳이 없어진 궁중의 기녀들이 모여들어 영업이 번창하고 이름을 알렸다. 명월관은 주류와 음식을 판매하며 가무를 행할 수 있는 장소, 이른바 ‘요정’이었다. 당시 요정에서는 권번 출신의 기생들이 소리와 연주와 춤으로 주흥을 돋우었다. 그러나 해방이후 권번에서 교육을 받은 기생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단순히 술을 따르고 말벗으로 시중을 드는 유흥업종사자들이 기생의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자연히 요정이 갖고 있던 특성은 사라지거나 퇴색됐다. 전주에도 한때 ‘요정문화’가 성했다. 전주의 요정들 역시 권번 출신의 기생들이 사라져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이후에도 한정식 음식점으로 명맥을 지켰으나 90년대 말부터 서서히 문을 닫기 시작해 대부분이 이름을 지웠다.2000년대 중반, 사라진 요정문화를 현대에 맞게 살려보겠다며 문을 다시 연 한정식 음식점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 전주 풍남문 앞에 문을 열었던 ‘행원’이다. 전주의 요정문화를 이끌었던 ‘행원’은 그 자신 권번 출신으로 가무와 시서화에 빼어났던 화가 남전 허산옥(1926~1993)이 운영했던 요정이다. 남전은 1942년, 전주국악원이었던 ‘낙원권번’ 건물을 인수해 ‘행원’을 열었다. 정치인과 기업인 등 지역 유지들이 애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전주의 대표적인 요정으로 자리 잡은 ‘행원’은 한편으로는 예술가들의 거점(?)이기도 했다. 남전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생계 자체가 어렵거나 피난을 온 내로라하는 당대의 예술인들을 불러들여 후원하고 창작활동을 북돋았다. 덕분에 ‘행원’은 예술인 식객들이 줄을 이었다. ‘행원’은 남전이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두세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도 그 명맥을 유지했지만 운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2005년, ‘행원’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나선 사람은 지방 무형문화재 판소리 기능보유자인 민소완 명창이다. 전통음악과 춤의 명맥을 잇게 한 요정문화를 살려 ‘전주의 풍류 명소’로 만들겠다는 그의 열정은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가중되는 운영난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 후에도 한정식 집으로 이름을 지켜왔던 ‘행원’이 최근 폐업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손님들이 끊기면서 더 이상의 운영이 어렵게 된 탓이다. 이제 ‘행원’은 추억 속 공간이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기억으로만 남게 된 것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4-14 23:02

길은 소통이고, 확장이고, 시쳇말로 발전의 시작이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작품 ‘가지 않는 길’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건, 일상 속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크고 작은 길에서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도전, 단 한 번 뿐일 수 있는 건곤일척의 선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노란 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한참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지나간 사람의 흔적이 적어/ 아마 더 걸어야 할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 길을 걸어가면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중략) 먼 훗날/ 나는 어디에선가/한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그 중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시인 프로스트는 수많은 사람들이 앞서 간 길, 잘 다져진 길을 가기보다는 숲 속의 한적한 길, 수풀이 우거져 순조롭게 나아가기 힘든 길을 은근히 권하고 있다. 전자는 가기는 편하겠지만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지대다. 후자는 당장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경쟁이 적은 블루오션이다. 인생은 최초에, 혹은 나중에라도, 어떤 길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인간성은 물론 삶의 질 등 많은 부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선택한 길 위에서 만난 직업과 친구, 이런 저런 주변 환경은 때론 우호적이지만 때론 극도의 스트레스다. 그래서 ‘먼 훗날’은커녕 당장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길은 당사자가 선택하는 것이 맞지만, 어쩔 수없이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제강점과 광복, 전쟁 등 고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살아온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그렇다. 6.25전쟁부터 10여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상당수도 희생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요즘 취업난에 처한 청년들에게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 권장되고 있다. 아스팔트 길에는 사람이 가득하니 수풀길이든, 자갈길이든 헤쳐 나아가라 한다. 성공하는 청년도 더러 있지만, 스타트업 벤처 창업의 성공률은 5%도 채 안된다. ‘실패는 성공의 지름길’을 되뇌며 다시 일어서 뛰라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4-13 23:02

벚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전주 천변과 전주동물원 가는 길만 들어서도 눈이 하얗게 시릴 만큼 실컷 벚꽃구경을 할 수 있다. 벚꽃만 볼 요량이면 굳이 야외를 찾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봄 꽃구경은 야외가 제 맛이다. 완주 송광사, 정읍천변, 마이산 등과 같이 오래된 벚꽃명소에서 벚꽃축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지금이야 벚꽃축제가 갖는 무게가 떨어졌지만, 봄 축제가 많지 않던 시절에 벚꽃축제는 늘 시비의 대상이었다.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벚꽃을 우리가 축제로 즐기는 것부터 잘못이라는 비판이 늘 따라다녔다.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학설이 나오면서 그 비판이 어느 정도 완화되기는 했다. 그럼에도 매번 축제 자체가 먹고놀자판의 상업주의로 흘러 ‘바가지 상혼’이라는 말이 지워지질 않았다. 그런 탓인지 벚꽃축제의 생명력은 짧은 절정기의 벚꽃만큼이나 길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진해 군항제가 벚꽃 개화기에 열리는 대표적 벚꽃축제로 전통을 자랑하는 정도다. 전북의 경우 정읍시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벚꽃축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벚꽃만으로 고유의 축제성이나 지역성을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 벚꽃축제들에 인파가 몰리면서도 달리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과거 전북 벚꽃의 대표적인 명소는 전주~군산간 도로인 ‘번영로’였다. 4차선도로의 양옆 백리길에 이르는 벚꽃터널이 장관이었다. 번영로 벚꽃은 스토리도 있었다. 재일관동지구 전북인회가 1975년 전군도로 가로수 조성사업비로 당시 700만원을 기탁해서 6700그루를 심었다.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통로로 아픔을 간직했던 번영로의 벚꽃은 10여년 전까지도 도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축제기간 만경교(목천포 다리)에 펼쳐졌던 야시장은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매년 상춘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계속 이어졌다. 번영로의 벚나무는 40여년의 고령으로 인해 하나 둘씩 고사하고, 제때 보식이 안 되면서 번영로는 벚꽃명소로서 자리를 내놓았다. 벚꽃철 불야성을 이뤘던 야시장을 지켜봤던 만경교는 2년 전 철거됐다. 익산국토청은 익산·김제시와 손잡고 철거된 만경교 인근에 만경문화관 건립을 추진한단다. 벚꽃의 화려했던 시절을 포함, 일제강점기의 아픔까지 지역의 애환을 담는 역사적 공간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마지막 불꽃을 태울 올 ‘벚꽃엔딩’은 아직 남아 있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4-12 23:02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대기환경의 가장 큰 문제는 황사였다. 날이 풀리고 들판이 기지개를 켜는 봄이 오면 중국이나 몽골 쪽에서 불어오는 황토먼지가 어김없이 하늘을 뿌옇게 뒤덮곤 했다.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 황토가 그 원인으로 지목됐고, 대륙의 사막이 더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사막으로 날아가 나무를 심는 일도 적지 않았다.요즘에는 황사보다 미세먼지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니거나 흩날리는 매우 작은 입자상 물질(직경 10㎛ 이하)로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황사도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보다는 자동차나 공장, 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주요 원인이다.미세먼지라고 하니 심각성을 덜 느끼지만, 실상은 주요 성분이 스모그다. 스모그는 18세기 유럽에서 석탄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심각해지기 시작했으며, 자연발생적인 황사에 비해 그 해로움이 훨씬 심하다. 특히 디젤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입자크기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는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혈관으로 흘러들어가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준다. 스모그로 인한 폐해는 역사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런던에서는 1872년에 243명, 그리고 1952년에 수 천명이 사망했으며, 미국 펜실베니아 도노라에서도 1948년에 20명의 사망자를 냈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의 스모그가 매우 심해 외국인들의 탈 베이징 현상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외국 언론들은 베이징을 ‘대기오염으로 인한 종말’이라는 뜻의 ‘에어포칼립스’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에어포칼립스는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을 합친 신조어다.엊그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마스크 없는 봄날’을 만들겠다며 미세먼지 6대 공약을 발표했다. 화력발전소 신규승인을 취소하고, 기존의 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미세먼지가 많은 계절의 가동률을 낮추며, IOT(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동네수준의 미세먼지 예보체계를 구축하고, 중국 베이징처럼 ‘스모그 프리타워’ 시범설치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측은 곧바로 ‘스모그 프리타워’가 현실성이 없는 선거용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근거없는 공격은 아니겠지만, ‘뭔이 중헌지’도 함께 따져봤으면 좋겠다. 단순하게 정치적인 공방에서 그치지 말고 대기오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정책대결이 시작됐으면 좋겠다.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4-11 23:02

5월9일 실시하는 장미대선이 문재인 대 안철수 양강구도로 가고 있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깨끗하고 역량있는 후보를 뽑으면 그만이다. 깨끗한 후보는 정치적으로 빚을 지지 않은 후보를 지칭한다. 정치적으로 많은 빚을 진 후보는 국정운영을 소신있게 할 수 없다. 선거때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을 일일이 자리라도 만들어서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맘 먹은대로 국정을 운영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권 때 비서실장을 지냈기 때문에 국정운영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장점이다. 이 장점이 대세론으로 작용하면서 친노 친문세력이 패권을 형성하고 있다.시중에는 문재인이 집권하면 박근혜정권의 친박세력 보다 더 강한 친문세력이 국정을 장악해 좌지우지할 것이란 말들이 나돈다. 한번 권력을 잡아봤고 그 권력 맛을 본 사람들이라서 배타성이 강하다는 것. 반면 간철수라는 유약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긴 안철수는 강철수를 거쳐 독철수로 탈바꿈하면서 집권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안 지지자 쪽에서는 안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 오바마와 독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김종인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서 3D를 쓰리 디라고 읽지 않고 삼디라고 읽었다면서 혹평한 것만 봐도 다음 대통령은 정보통신에 능한 4차산업혁명을 이끌 인물을 뽑아야 한다.안랩을 창립해 무료로 백신을 제공했던 안 후보는 다른 후보보다 4차산업혁명 쪽에서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KAIST와 서울대 교수를 거쳤기 때문에 교육개혁에 관해서도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학제개편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다음 대통령은 두 동강난 민심을 통합하면서 위기관리를 잘 해야 하기 때문에 통섭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국정을 운영하면서 풀고 나가야할 일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성과 순발력이 극도로 요구된다. 박 전대통령처럼 불통하거나 먹통이 돼선 안된다.지금 국민들이 왜 조기대선이 치러지게 됐는가를 생각하면 답을 쉽게 풀수 있다. 박 전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조기대선을 실시하기 때문에 법치주의 정착과 희망찬 미래사회를 열어 젖힐 인물을 뽑으면 된다.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할 때 헌법을 준수하고란 대목이 있기 때문에 그걸 금과옥조로 여겨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은 각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하면서 판단해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박 전대통령을 탄핵한 국민들인 만큼 자부심을 갖고 깨끗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된다.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낸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자랑할만한 일이다. 구한말 때처럼 한반도에 격변이 예상되는 만큼 안보를 굳건하게 다져갈 인물이 필요하다. 이번에 대통령을 잘 뽑으면 국운이 상승해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4-10 23:02

한국의 대표적 고전인 춘향전은 판소리뿐 아니라 창극·연극·뮤지컬·오페라·드라마·영화 등의 다양한 장르를 통해 국민적 사랑을 받아왔다. 시대를 초월해 춘향전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 위대한 것은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분제 사회의 시대적 상황에 맞서 춘향이 자기실현을 이루는 데서 독자와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맛본다.춘향전의 주인공은 물론 춘향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춘향이 사랑을 이루는 데 촉매제 혹은 장애물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인물들의 역할이 하찮다는 말은 아니다. 방자와 향단이 있기에 스토리가 풍성해지고 해학이 넘친다. 변사또가 없다면 갈등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며, 춘향을 옥바라지 하는 월매의 애틋한 모정은 긴장감을 놓치 못하게 하는 기제다.춘향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이렇게 뚜렷하고,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인 까닭에 종종 정치권에 불려 나온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대표에 선출된 후 “향단이가 춘향이 돼부렀다”고 으쓱했다. 그러나 그의 춘향이 시절은 총선 패배와 대통령 탄핵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춘향인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더라”고 한 것이 강렬했다. 홍 지사는 “우파 대표를 뽑아서 대통령을 만들어놓으니까 허접한 여자하고 국정을 운영했다. 그래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고, 그래서 탄핵당해도 싸다”고 곁들였다. 홍 지사는 지난해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 가보면 방자 주제에 이도령 행세하는 사람도 있고, 향단이 주제에 춘향이 행세하는 사람도 있다”고 올렸다. 이에 대해“촛불은 바람에 꺼진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던 김진태 의원은 홍 지사를 향해“그가 이몽룡인 줄 알았는데 방자였다”고 비꼬았다. 정치적 수사라고는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춘향 역할은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홍 지사의 말대로라면 춘향이는 최순실씨다. 춘향을 사랑하는 국민들이 최씨를 과연 춘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춘향과 향단이로 비유된 두 사람 모두 옥중에 있다. 춘향의 억울함은 이도령이 풀어줬지만, 두 사람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처지다. 부패 관료 앞에 희생된 춘향과 가장 큰 힘을 가진 부패 세력의 장본인을 동일시하는 것도 맞지 않다. 이걸 두고 ‘억지 춘향’이라고 해야 하나. 잘못된 비유에 춘향과 향단이가 촛불을 들지도 모르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4-05 23:02

4일은 청명, 5일은 한식(寒食)이다.청명은 하늘이 차츰 맑아져 푸르게 되는 날이고, 한식은 찬 음식을 먹는 날이다.청명은 24절기 중 5번째로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든다. 우수·경칩을 지나 춘분이 오면 절기상으로는 봄이지만, 아직 농사 등 바깥일을 하기는 이르다. 청명이 되어 날씨가 풀려야 농사준비를 하고 겨우내 묵혀 두었던 일을 챙긴다. 농경사회에서 청명은 사실상의 봄의 시작을 알린다.한식은 중국 진(晉)나라의 충신 개자추를 추모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개자추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라 먹여 망명 중인 문공을 구했지만, 문공은 왕이 된 뒤 그를 잊었다. 늙은 어미와 함께 산에 들어가 살았고, 왕이 뒤늦게 후회하고 불렀지만 나오지 않았다. 산불을 놓아 유인했지만 끝내 버드나무 아래서 타 죽었다.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우리나라에서도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전통적인 4대 명절이었다. 한식에는 임금이 백성들에게 불을 나눠주는 ‘사화(賜火)’풍습이 있었다. 불씨를 오래 두고 바꾸지 않으며 불꽃이 거세지고, 양기가 지나쳐서 역질(疫疾)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서 만든 새로운 불씨를 임금이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개 고을 수령에게 나눠줬다. 수령들은 이를 다시 백성들에게 전달하는데 이 때 묵은 불(舊火)을 끄고 새 불(新火)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수 없어서 찬밥을 먹었다.이처럼 청명과 한식은 서로 다른 날이지만, 오늘날에는 흔히 구분하지 않는다. 청명이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속담도 여기서 나왔다. 도긴개긴과 비슷한 뜻이지만, 굳이 ‘죽기 좋은 계절’을 주저없이 입 밖에 내는 조상들의 심정에서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초연함과 곤궁했던 살림살이가 읽혀지는 듯하다.청명과 한식은 귀민날(귀신이 하늘로 올라가 매인 날)이라고 하여 지팡이를 거꾸로 꽂아도 손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농삿일 준비와 함게 이장이나 묘자리 손보기, 비석세우기, 집 고치기 등을 하고 있다. 농경사회를 벗어난 현대에는 청명과 한식이 봄나들이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남쪽에서부터 꽃 소식이 들려오고 들판은 점차 초록색 옷을 입는다. 그러나 항상 주의해야 한다. 바람이 유난히 심한 때여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조상들이 찬밥을 먹고 새로운 불씨를 나눈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4-04 23:02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탄핵 21일만에 구속됐다. 탄핵 때와 똑같이 국민 대다수는 박 전대통령이 구속될 것이라고 믿었다. 법원이 박 전대통령을 구속함으로써 국민적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 법치가 살아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일부 박근혜 지지세력은 박 전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 부당하다고 강력하게 맞섰지만 결국 무위로 끝났다. 대법원 판결이 나야 유무죄가 최종적으로 가려지겠지만 일단 그가 구속됨으로해서 폭풍드라마 제1막은 내려졌다. 민심을 거역하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도 망가진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그녀가 사법적 판단에 따라 구속되면서 영어의 몸이 됐지만 촛불민심은 오래전부터 그를 탄핵하고 구속했다.이제 나락으로 떨어진 국가운명이 되살려 지게 됐다. 망가진 국정운영이 정상을 되찾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수없이 박근혜 정권한테 차별과 냉대를 받았던 전북도 기사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전북은 이 시간 이후 더 특별하게 나빠질 게 없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마냥 민심을 거스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정권을 잡았다고해서 과거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박근혜 정권처럼 전북을 업신 여긴적이 없다.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도 이렇게 전북을 홀대하고 망가뜨리고 썰렁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권에서 전북은 아예 없었다. MB 때보다 표를 더 줬지만 그녀의 수첩에는 전북이 철저하게 배척됐다. 무장관 무차관만이 아니라 아예 인재의 씨를 말려버렸다. 국가예산 배분때도 똑 같았다. 지금 전북이 무력증에 빠져 강원 제주 세종시 위에서 허우적 대고 있다.장미대선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 같다. 이번 대선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전북으로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한층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대세는 잡혔다. 민주당 문재인이냐 국민의당 안철수이냐만 남았다. 전북으로도 퍽 다행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상당 부분 잘못된 부분이 고쳐질 수 있다. 인재등용은 말할 것 없고 국가예산 배분도 지금 같이는 안될 것이다. 두 후보를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문재인 후보를 미워도 다시한번 정도로만 떠올리면 안된다. 인수위원회 없이 가기 때문에 그의 공약을 잘 살펴야 한다. 청춘콘서트 당시 50% 지지를 받았던 안철수 교수가 5% 지지를 받았던 박원순씨를 서울시장으로 밀었던 대목부터 떠올리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누가 더 정치적으로 빚을 많이 졌는지부터 시작해서 북핵문제 해결능력, 사드배치 문제, 양극화, 재벌해체문제 등 공약을 비교 검토해봐야 한다. 친노 친문 패권주의의 병폐는 뭣이고 금수저인 안철수가 사회에 2500억원을 환원했는데도 리더십이 약해 보이는 이유가 뭣인가도 살펴야 한다. 전북몫 찾기는 그냥 앉아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될 사람한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이 그래서 필요하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4-03 23:02

1905년, 러시아는 혼탁한 사회상황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횡포로 민중들의 사회적 불만은 극에 달했다. 러일전쟁 이전부터 감지되고 있던 혁명의 기운은 마침내 러시아 혁명으로 이어졌다. 평화적 시위에 나선 노동자들을 향해 군대가 발포하면서 ‘피의 일요일’로 명명된 사건 이후 군중의 폭동은 더 거세져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됐다. 그 와중에 흑해 함대에 속해있던 전함 포템킨 호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수병들에게 배식된 쇠고기에서 구더기가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썩은 쇠고기 배식은 예상치 못한 폭동으로 이어졌다. 쇠고기에서 살아 꿈틀대는 구더기를 발견한 수병에게 군의관이 ‘전혀 문제가 없다’며 ‘묻어 있는 구더기를 식초로 닦아내면 될 일 ‘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수백 명의 수병들이 불만을 터뜨리며 항의하자 지휘관은 오히려 쇠고기 수프를 먹기를 강요해 거부하는 수병들은 총살에 처하겠다고 협박했다. 수병들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권이 없었다. 봉기를 일으켜 전함 포템킨을 장악한 수병들은 마침내 혁명군이 되었다. 이들의 봉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템킨 호가 정박해있던 오데사 항의 민중들이 포템킨호의 봉기에 용기를 얻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포템킨호의 봉기나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오데사 항 민중들의 봉기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러시아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전함 포템킨의 봉기는 사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로 만들어진 은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이름을 알렸다. 러시아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1958년 브뤼셀 박람회의 ‘평론가 117명이 뽑은 세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학도들의 교과서가 된 이 영화는 ‘몽타주이론’을 확립해 고전 영화이론의 기술적, 예술적 토대를 구축한 세르게이 감독의 예술적 성과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세르게이 감독의 을 상영했다. 1925년에 개봉한 이 흑백 무성영화는 오늘의 관객들에게 낯선 영역이었지만 영화의 힘을 새롭게 깨우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사실은 대개가 널리 알려진 것들이다. 그래서 처럼 사실보다 영화가 더 알려진 경우는 흔치 않다. 역사적 사실을 온전히 영화의 힘으로 기록하고 후대에 전할 수 있다는 것. 의 울림이 크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31 23:02

임실 오수초등학교가 오는 4월1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 전 일제 치하에서 오수공립보통학교란 교명으로 문을 연 오수초교도 급박했던 근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인재를 길러냈고, 지역사회를 견인하는 큰 힘이었다. 그 고난과 희열의 100년 역사에서 오수초교를 가장 자랑스럽게 비춰주는 사건이 하나 있다. 98년 전인 1919년 3월10일 이 학교 학생들이 오수 역전으로 몰려가 독립만세운동을 벌인 사건이다. 오수보통학교 학생들의 만세운동은 이 학교에서 근무하던 이광수 선생의 은밀한 지도 아래 일사분란하게 이뤄졌고, 일본인 교장과 순사들을 놀라게 했다. 또 3월15일 오수면 지역 독립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쳐진 독립만세운동에 무슨 경중이 있겠는가. 그 중 임실의 독립만세운동이 주목되는 것은 오수보통학교 학생들의 독립만세운동, 그리고 독립선언문 민족대표 33인 중에 청웅면 출신의 박준승 선생이 참여했다는 사실 등 몇가지 특기할 사건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대표 33인 중 전북 출신은 임실의 박준승(천도교)과 장수의 백용성(불교) 2 명이다. 그런 연유로 국립호국원이 임실군 청웅면에 자리잡게 됐을 터이다. 임실은 호국보훈의 달인 3월과 6월이 되면 만세운동 재현, 학술대회 등을 통해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히 일어나 싸운 선인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한말 이석용 의병장을 기리는 학술대회를 열었고, 지난 15일에는 자암 박준승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독립선언서 민족대표 33인 중 최린, 정춘수, 박희도 등 친일파로 변절한 인물도 있었지만 박준승 선생을 비롯해 한용운, 이승훈 등 나머지 30명의 민족대표는 끝까지 종교활동 등을 통해 그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독립선언 낭독 후 일경에 체포된 박준승 선생은 조국의 독립을 확신하며 가혹한 취조에 굴하지 않았다. 결국 2년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뒤 고향 임실에서 천도교 활동에 전력했다. 갑오년에 동학농민전쟁에도 참여했던 박준승 선생은 1927년 사망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관심은 크게 부족하다. 지난 3월15일 임실 청웅에서 열린 3.1만세운동과 박준승 학술대회에 대한 군과 의회 등의 관심이 저조하자 ‘×새끼 축제에는 수백억을 쏟아부으면서 목숨바쳐 싸운 독립운동엔 …’이란 비난이 나왔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30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