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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서노송동에 가면 선미촌이라는 ‘유리의 성’이 있다. 전주시청 바로 뒤편에 자리잡은 선미촌은 성매매업소 집결지. 성매매특별법이 2004년 9월23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13년 전 특별법 제정 후 당국이 성매매업소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처벌에 나섰지만 선미촌같은 유리의 성이 전국 곳곳에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유리방 형태의 전형적인 성매매집결지는 물론 술집 형태, 숙박업소 형태 등 다양하다. 성매매는 주택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최근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9월 현재 광주시내 8개의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는 여성이 250명에 이른다. 성매매는 동서고금 사회적 골칫거리다. 허용하는 나라도 있고, 그저 방관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을 만들었지만 사문화 된 상태였다. 사회의 양심을 찌르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2000년 9월19일 군산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감독골목’의 한 업소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5명이 사망했고, 불과 1년4개월만인 2002년 1월29일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집결지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14명이 사망했다. 개복동 업소 2층에는 1평 정도의 쪽방이 7개나 있었고, 내부 통로는 60~80㎝에 불과했다. 창문과 출입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됐고 안팎에서 모두 잠글 수 있는 2중자물쇠가 설치돼 있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참변을 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한 여성이 선미촌에서 자살했다. 이미 인천, 대구, 광주, 부산을 거쳤다는 이 여성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아무리 일을 해도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빚 때문에? 창문이 온통 검은색 시트지에 가려 한 줌 빛도 볼 수 없어서? 외출은커녕 아플 때 병원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비참해서? 최근 전주시가 선미촌 업소 3곳을 매입,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는 현장시청이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이 곳에서 지난 9월21일부터 29일까지 ‘선미촌 리본 프로젝트’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고형숙, 김정경 등 모두 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회를 연 센터는 염원했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선미촌에 있는 여성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입니다. 20㎝가 넘는 고단한 신발 위에서 버텨낸 시간 아래로 내려와 쉴 수 있는 것입니다. 묶여버린 삶, 묶여버린 공간의 낡은 매듭을 풀고 다시 태어나, 살아나는 것입니다” 성매매특별법 13년,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무엇인가.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10-12 23:02

맥주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구한말 개화기 때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체결과 함께 일본의 맥주가 일부 상류층에서 소비되기 시작했으며, 맥주 소비가 늘면서 일본의 맥주회사들이 1930년대 국내로 진출했다. 일본의 대일본맥주(주)에서 조선맥주를, 기린맥주(주)에서 소화기린맥주(주)를 설립했다. 이들 두 회사가 바로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 동양맥주(현 오비맥주)의 전신이다. 두 회사는 줄곧 국내 맥주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국내 맥주 역사를 이리 장황하게 들여다본 것은 전북이 두 맥주 회사간 경쟁의 한복판에 섰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맥주시장의 판도를 바꾼 조선맥주의 ‘하이트’브랜드를 탄생시킨 곳이 바로 완주 봉동의 전주공장이었다. 조선맥주는 ‘하이트’브랜드를 내세워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펼쳤다. ‘암반천연수는 지구가 만든 물’ ‘100% 암반천연수로 만든 맥주는 하이트뿐입니다’ 맥주를 끓여 드시겠습니까, 아니면 수돗물맥주를 그냥 드시겠습니까’는 도발적인 광고를 통해 경쟁 라이벌과 차별화를 꾀했다. 조선맥주는 이를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 만년 2위에서 1위로 끌어올리며 국내 맥주시장 단일 브랜드로 10여년간 독보적인 자리를 지켰다. 1998년 회사 이름까지 하이트맥주(주)로 변경했다.그러나 오늘날 맥주시장의 판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국내 맥주시장의 양강 구도는 롯데주류의 참여에 이어 수입맥주의 시장 점유율이 30%대까지 육박하면서 옛말이 됐다. 수입 맥주도 미국 일변도에서 유럽과 일본, 중국 등의 대형 맥주회사들까지 가세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여기에 2000년대 초 소규모 맥주 면허가 허용되면서 하우스 맥주가 가능해졌으며, 최근에는 소규모 맥주 관련 법 개정으로 외부 유통이 허용됨에 따라 하우스 맥주 또한 기존 맥주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이런 대내외적 위협 속에 하이트진로(주)가 적자 누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전주·홍천·마산공장 3곳 중 1곳을 매각하기로 공시했다고 한다. 그 중 전주공장이 유력하단다. 전주공장에 힘입어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던 하이트진로가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전주공장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게 아이러니컬하다. 물론 사주는 바뀌더라도 공장은 남을 것이다. 하지만 하이트 브랜드를 탄생시켰던 전북과 애환을 같이 했던 하이트가 다른 이름의 브랜드로 다가선다는 게 낯설다. ‘기왕이면 하이트’라고 외쳤던 지역민들의 ‘하이트 사랑’도 속절없는 모양이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10-11 23:02

1995년 민선시대가 열리면서 첫 도입된게 기존에 없던 ‘정무부지사’직책이다.김철규 초대 정무부지사부터 시작해서 현 진홍 정무부지사까지 22년 동안에 무려 16명이 이 자리를 거쳐갔다.유종근 전 지사때 채수일 전 정무가 유일하게 3년 넘게 재직했을뿐 대부분 재임기간이 1년 남짓에 불과했다. 진홍 현 정무를 포함해 지금까지 재직한 역대 정무부지사 16명중 선거에 나섰던 이는 김철규, 태기표, 장세환, 김대곤, 이승우, 한명규, 송완용, 김승수 등 무려 8명이나 된다.어떤 이는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경우도 있지만, 사실 민선체제하의 정무부지사는 오너 사장과 선거공신이 따로있는 상황에서 그 역할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적당히 이름을 알리고 경력을 쌓아 다음번 선거에 도전하기위한 발판쯤으로 여긴다.중앙정치 무대에서도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등을 거친뒤 정치적으로 도약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또다른 도약을 꿈꾸는 정무부지사를 마냥 사시적 시각으로만 볼 일도 아니다.타 시·도 또한 정무부지사는 선거직으로 가는 발판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초창기만 해도 정무부지사에 진출할 수 있는 범위를 좁게 규정했는데 이미 오래전 도의회에서는 관련 조례의 개정을 통해 지방의원 출신도 발탁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바 있으나 도의원 출신 정무부지사는 아직 한번도 없었다.문제는 도약을 앞둔 전북의 경우 정무부지사의 역할이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는 점이다.최근 퇴임한 설문식 전 충북도 정무부지사의 경우, 강릉 출신임에도 5년 가까이 재임하면서 경제관료 출신답게 충북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한다. 대학교수 출신의 이인선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 또한 첫 여성 정무부지사로서 4년넘게 재임하면서 지역발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전북 정무부지사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진홍 현 정무부지사는 오늘(10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는데 이미 오래전 송하진 지사에게 사퇴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진홍 정무부지사는 선거에 나서지않고 주요 활동무대인 서울에 돌아가 사회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예정이다.이에따라 곧 발표 예정인 후임 정무부지사의 면모에 눈길이 쏠린다.지금 처한 전북의 시대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는 점에서 후임자는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에 대한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10-10 23:02

전주 완판본문화관에서 오늘 오후 2시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100년 만에 핀 꽃, 완판본 심청전’이다. 이 행사는 100년 전 전주 출판가에서 목판으로 인쇄된 심청전의 목판 복각 출판 기념식이다. 오는 10월 9일 한글 571돌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고, 전주 완판본의 가치를 되새기는 의미가 있다. 목판 복각 작업에는 전주에서 완판본의 맥을 이어가는 안준영 선생과 그 문하생인 강상미, 김상욱, 김형채, 박은희, 신갑철, 안은주, 안정주, 이인숙, 조승빈 씨 등이 참여했다.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해 내야 하는 이 기나긴 작업이 결실을 보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 이번에 이산 안준영 선생과 문하생들이 해 낸 완판본 심청전 복각 원본은 1906년 전주 서계서포(西溪書鋪)에서 간행된 완서계신판(完西溪新板)이다. 박순호 교수의 소장본을 모본으로 하여 작업이 진행됐다. 이 심청전은 상·하 2권이다. 2007~2009년에 상권 30장이 복각됐고, 하권 41장은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전주에서 복각 작업이 진행됐다. 이산 안준영 선생과 그 문하생들의 이번 작업은 몇가지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 출판문화를 주도하며 한글 대중화를 이끈 전주 완판본을 현대에 펼쳐 보임으로써 출판문화의 중심지 전주의 자긍심을 높였다는 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판각강좌의 소중한 결실이라는 점,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복각했다는 점, 전주 한지에 인쇄해 오침안정법으로 묶은 서책이라는 점 등이다. 또 이번 작업을 통해 문화 원형의 전승 중요성과 완판본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전주는 기록문화라는 소중한 자산을 보유한 도시다. 사실 심청가나 열녀수절춘향가 등 100년 전의 완판본 목판은 대부분 소실됐지만, 전라감영에서 작업했던 완영본목판은 전주향교에 5059판이나 보관돼 왔다. 지금은 전북대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지만, 전라감영에서 인쇄한 목판 완영책판이 이 정도 보관되고 있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경북의 안동국학진흥원이 국내에서는 10만장에 달하는 책판을 보유하고 있지만 감영판본은 전무하다. 소설류인 완판본이 6.25전쟁 등을 겪으며 소실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전주 선비들이 감영판본을 5059판이나 거의 원형대로 보관해 온 것은 조선왕조실록을 온전히 지켜낸 고장으로서 전주의 출판문화 자긍심이 남달랐음이다. 아쉬운 것은 전주가 전통판각 기능의 원형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2007년 전주에 와 완판본문화관을 맡아 운영하며 판각기능을 전수하고 있는 안준영 선생의 작업이 남다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9-28 23:02

정권 교체를 실감할 수 있는 게 파워 엘리트의 변화다. 정책을 이끌어가는 기본적인 힘은 결국 사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 교체 때마다 내각 구성을 놓고 지역 편중 문제가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우리 사회의 파워 엘리트는 영남, 그 중에서도 TK의 독무대였다. 여기에 SKY로 통하는 명문대와 몇몇 명문고 출신들이 쥐락펴락 했다. 오죽하면 이명박 정부를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 박근혜 정부를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내각이라고 했을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다소 완화됐던 정부 인사가 다시 특정 지역과 인맥으로 편중되면서다. 이 과정에서 전북은 ‘무장관 무차관’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문재인 정부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여민호 내각’(여성, 민주당 & 시민단체, 호남)이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과연 호남 편중의 내각구성이 이루어진 것일까. 경향신문이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청와대와 정부부처, 국정원, 감사원, 검찰, 경찰 등 정부 45개 부처의 파워 엘리트(장차관급 및 일부 1급 포함) 213명을 출신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호남 권역이 56명(26.3%)이라고 분석했다. 대구권과 부산권을 분리해서 호남과 같이 영남으로 합할 경우 71명(33.4%)으로 여전히 권역별 최대다. 현 정부 요직 인사들의 평균 연령을 기준으로 1960년 실시된 통계청 인구 분포와 비슷하다는 통계도 곁들여졌다. 결코 호남 편중이 아니라는 분석인 셈이다.10년의 전 정권에서 워낙 찬밥 신세였던 탓에 현 정부에서 호남이 마치 큰 혜택이라도 받은 것처럼 보인다. 국무총리·청와대 비서실장·정책실장·부총리(교육)·검찰총장 등 주요 요직에 광주·전남 출신이 임용되면서 전체적으로 호남의 배려된 것도 사실이다. 호남 출신의 이런 중용은 전 정권과 분명 차별성을 갖는다. 유성엽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00명이 ‘출신지역 차별인사금지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새정부의 초기 내각 구성에서 지역 탕평이 이루어졌다고 인사차별이 근본적으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본 것이다. 더욱이 대기업의 지역 차별은 공무원 사회의 인사차별과는 비교도 안 된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안 됐을 뿐이지, 대기업의 지역별 임원급 숫자만 따지더라도 금세 그 차별이 드러날 일이다. 지역차별금지를 법으로까지 제정해야 하는 현실이 부끄럽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호남 차별을 막을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9-27 23:02

군산 사람들 사이에 재미있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여름에 어느 동에 사느냐고 하면 큰 소리로 ‘해망동에 산다.’고 하고, 겨울철이 돌아오면 기어가는 목소리로 ‘해망동에 산다.’고 말한다. 더운 여름에는 해망동 사는게 자랑스런 일이지만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에는 해망동에 사는게 힘들다는 것을 비유하는 일화다.오래전 얘기지만 이 사례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 사람이 자부심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내세우고 싶지 않은게 인지상정임을 보여준다.요즘 전북의 상황이 꼭 그렇다. 과거엔 전북 모임에 잘 나오지도 않던 사람들이 요즘엔 앞장서 고향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전북에 뿌리를 둔 출향인사들 중에는 굳이 고향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있다.일부러 자신의 뿌리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구태여 내세우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소외와 핍박을 받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생존방식을 그렇게 터득한 것인지도 모른다.사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사람들중 뿌리가 그곳인 사람은 10명중 채 3명도 되지 않는다.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 등지에서 배움터나 일터를 찾아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그런데 서울 중심의 사고가 일상에 깊이 배어있는 사람들은 지방과 지역에 대한 심리적 우월성, 배타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부산을 일컬어 ‘시골’이라 하는 판이니 무주, 진안, 장수를 포함한 전북을 어떻게 볼것인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전라도는 전주와 나주에서 따왔고,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의 앞글자를 따왔다는 말이 이들에게는 머나먼 조선시대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던 ‘혁신도시’가 바야흐로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아직 갈길이 멀기는 하지만 단초는 마련됐고, 앞으로 얼마나 갖추는가 하는게 관건이다. 전북의 경우 한국식품연구원이 어제 전북혁신도시로 이사하면서 12개 공공기관이 모두 이전했다.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말처럼 최고 살기좋은 곳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힘들겠지만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혁신도시는 날로 달라지고 있다. 전라도의 대명사였던 나주 또한 요즘 상전벽해를 경험중이다. 나주하면 곰탕으로 유명하고 그중에서도 원조인 ‘하얀집’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나주 곰탕은 다른 지역과 달리 뼈가 아닌 살코기를 우려내서 먹는 거라 국물이 맑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요즘엔 이것 한그릇 먹으려면 한두시간 기다리는건 예사라고 한다.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던 나주에 한전을 필두로 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나타난 나주혁신도시의 요즘 모습이다.전북혁신도시의 중심인 만성동(萬成洞)의 지명은 만명이 살수있는 번창하는 곳이란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과연 전주, 나주가 제2의 전라도 시대를 열어갈지 주목된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09-26 23:02

유권자가 투표할때만 주인 대접을 받는다. 투표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식으로 갑을관계가 뒤바뀐다.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들은 선거때만 닥치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줄 것처럼 교언영색을 하며 굴신거린다. 요즘처럼 당원 모집하느라 아쉬울 때는 굽신거리다가도 당선만 되면 표변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돈키호테 마냥 목에다 잔뜩 힘주고 다니면서 갑질하기에 바쁘다. 요즘 민주당 주자들이 경선을 앞두고 권리당원 모집하느라 야단법석이다. 당비내는 유급 당원 모집 여하에 따라 경선에서 유불리가 정해지기 때문에 죽기살기식으로 당원 모집을 한다. 대선을 치르고 난 이후 민주당 지지도가 고공행진을 해 너나 할 것없이 민주당쪽 공천을 받아야 유리할 것으로 판단,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요즘 SNS시대라고 하지만 ‘입 뉴스’만큼 전파력이 강하고 빠른 게 없다. 발 없는 말 천리 간다는 말처럼 유권자들의 입줄에 잘못 오르면 지지는 고사하고 출마를 접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시골 촌로들도 경로당에서 종편보며 동고동락하기 때문에 정치적 식견이 높아졌다. 입지자들에 대한 정보도 훤히 꿰뚫는다. 집안 내력은 물론 심지어 재산형성과정과 사생활까지도 샅샅이 안다. 한마디로 깜이 되는가 안되는 사람인가를 구분할 줄 안다. 시골은 거의가 연줄망으로 짜여져 쉽게 표를 얻을 수 없다. 도시에서도 여론의 지지를 못 받으면 깜이 될 수 없다. 깜이 되는가 안되는가는 다수의 상식적인 생각들로 결정나기 때문에 무작정 나분댄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간 살아온 내력을 살피는 것이어서 쉽지가 않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말이 있듯 평소 덕을 쌓지 않은 사람은 아예 나서지 않은 게 옳다.농촌은 꾸준하게 인구가 줄면서 예전같이 역량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도시는 사람은 많은데 누가 인물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익명성과 지역정서에 가려져 깜도 안되는 사람들이 운좋게 배지를 단 경우도 있다. 그간 선거를 자주 치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돈 선거판이 형성돼, 악의 씨앗이 돼버렸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조직관리 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 선거판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다. 선거 때 실탄을 많이 쓰면 나중에 본전을 찾으려고 머리를 굴리기 때문에 비리가 생긴다. 5만원권 고액권이 나오면서 선거판이 커졌고 경선 때 많이 쓴다. 지역별로 차이가 나지만 시·군의원, 도의원, 단체장들이 쓰는 선거비용은 법정선거비용을 훨씬 넘는다. 자기 돈으로 당비를 내는 사람도 있지만 알게 모르게 입지자들이 당비를 대납해 주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 지금 선거판은 공중전화나 다름 없다. 돈 안들이고는 판을 움직일 수 없다. 유권자들도 돈 받는 것이 범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유권자가 돈 안받고 깨끗한 선거를 해야 주인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주인이 제대로 주인 노릇을 못하기 때문에 주객이 전도돼 유권자가 하인 노릇을 한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9-25 23:02

지난해 치러진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건강이상설이 대선 막바지에 핫이슈가 됐다. 힐러리가 9·11테러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면서다. 트럼프 후보 진영이 그간 계속해서 힐러리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했던 터여서 미국 유권자들의 대선 후보의 건강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핫 이슈까지는 아니지만, 우리의 경우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건강이상설이 나오기도 했다. 문 후보가 방송토론에서 ‘스탠딩 자유토론’방식을 거부하는 이유가 건강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안철수 후보 진영에서 제기했다. 당시 국민의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면서, “2시간도 서 있지 못하는 후보가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몰아붙였다. 문 후보는 스탠딩토론에 응하는 것으로 건강문제를 잠재웠다.재임시절 유독 건강을 과시한 분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한 때 비슷한 속도와 페이스로 조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에 건강악화설에 시달렸다. 신장이상설 등이 꼬리를 물며 공론화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통령 주치의가 나서서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 인터뷰까지 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는 최순실씨 이름으로 대리 피 검사를 한 사실을 두고 논란이 됐으며,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 ‘2급 국가비밀’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최용득 장수군수의 건강 이상설로 지역사회가 뒤숭숭한 모양이다. 장수군의회가 임시회에 출석하지 않은 최 군수의 직무유기를 문제 삼아 무기한 휴회를 철회하면서다. 최 군수가 취임 후 의회 임시회 및 정례회에서 의원들의 군정 질문에 단 한 차례도 답변하지 않았고, 관내외 활동에서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병세로 인해 인지능력 부족과 사리판단이 안 되면 병가를 내서 치료와 요양에 전념하라는 게 의원들의 주장이다. 최 군수의 건강이상설은 오래 전부터 지역사회에서 구설수에 올랐으나 지금껏 침묵하던 의회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쟁점화 한 배경이 의아스럽기는 하다. 군정을 이끌 수 없을 정도의 상태였다면 진즉 문제 제기를 했어야 옳다. 개인의 건강을 문제 삼기가 민망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어물쩍 넘길 문제도 아니다. 군수는 자치단체의 수장이다. 지역발전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라는 이야기다. 최 군수가 군수로서 역할과 활동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당당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믿고 선택한 군민들에게 취할 최소한의 의무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9-20 23:02

익산 출신 김호경 작가의 장편소설 ‘삼남극장’이 최근 출간되면서 벌써 40년이나 된 이리역 폭발사고가 바로 엊그제 일처럼 사람들 뇌리에 생생히 되살아났다.1977년 11월 11일 오후 9시 15분 이리역.국내 철도역사상 가장 큰 사고로 기록된 이리역 폭발사고가 발생했다.이리역 구내에서 다이너마이트를 싣고 정차 중인 화물차 1량이 폭발, 철도공무원 9명과 시민 등 59명이 사망하고 1343명이 부상했으며, 7000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대참사였다. 삼남극장은 당시 이리역 앞에 있었는데 사고 순간 빅스타 하춘화 공연이 있었기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무명의 코미디언 이주일은 자신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음에도 모두가 살기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던 상황에서 하춘화를 업고 병원으로 옮겨 스타로 발돋움할 계기를 만들었다. 하춘화가 공연때마다 의리있던 이주일을 데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소설 ‘삼남극장’을 읽어보면 낙방생, 건달, 포주 등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뭔가를 하고 있던 바로 그 시각에 찾아온 대형사고로 인해 각자의 운명이 송두리째 바뀌는 상황이 현실처럼 잘 묘사돼 있다.사실 ‘이리역 폭발사고’는 잊고싶은 아픈 과거지만 익산시는 폭발사고 40주기를 맞아 오는 11월 11일 추모행사를 익산역 광장에서 진행한다.이번 추모행사는 ‘치유 40년, 미래 40년’을 주제로 40년전 발생한 아픈 과거의 기억을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 40년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익산시가 한단계 도약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특히 내년 10월 제99회 전국체육대회를 개최하는 익산시로서는 과거의 상흔을 딛고 도약할 수 있는 시발점이 바로 익산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11월 11일이 갖는 의미는 매우 심대하다.사실 오늘날 익산시의 발전은 익산역과 궤를 같이해왔다.1912년 익산에 철마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성장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호남선, 전라선, 군산선 등으로 인해 익산은 교통의 요지가 됐고, 1949년 익산시는 전국 도시중 15위에 랭크된다.하지만, 익산은 일제때인 1931년 대전, 광주 등과 같이 읍(邑)으로 승격했으나 오늘날 위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정권의 국토 불균형 발전전략에 의한 측면도 많지만, 전북의 지도자들이 그동안 지역 운명을 결정할 때마다 지역발전 보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 측면도 없지않다.오늘날 KTX가 통과하는 역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모이지 않는곳이 바로 익산역이라는 쓰디 쓴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대도약을 앞둔 익산시가 익산역을 중심으로 커다란 기폭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 또한 커지고 있다.이리역 폭발사고 40주년과 내년 전국체전을 앞두고 명철한 지혜가 모아져야 할 때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09-19 23:02

군산조선소와 익산의 넥솔론을 살리기 위한 해법 모색이 안되고 있지만 그래도 전북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아졌다. 광주 전남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무장관 무차관이 해소되는 등 희망을 갖게 한다. 신태인 출신 김현미 민주당 의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만금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일각에서 별도의 개발공사를 설립하는 것이 옥상옥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새만금 개발에 대한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김 장관이 구상한 개발공사를 설립하는 게 낫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해온 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능력을 발휘해 문 대통령으로부터 신뢰가 두텁다. 김 장관의 지역구가 경기도 고양시이지만 평소부터 고향 사랑이 남달라 장관 재직기간 동안 전북을 위해 뭔가 큰 일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지금 전북은 이 정부에서 기조만 잘 맞춰 나가면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다.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를 새만금으로 유치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되었다. 전세계에서 5~7만명 이상의 스카우터들이 새만금에 와서 자연을 벗삼아 야영을 하기 때문에 새만금개발이 속도감을 낼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전주간 고속도로도 대회 전에 완공될 것이다. 철도와 항만 등도 대폭 확충될 것이다. 문제는 공항이다. 그간 전북은 공항문제를 갖고 중앙정부에 말하기가 곤란했다. 그 이유는 유종근 지사 때 김제에다가 공항을 설립하기 위해 부지까지 매입한 것을 당시 최규성 의원과 주민들이 반대해서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알게 모르게 송하진 지사가 공항 유치를 위해 논리를 개발하느라 애써왔다. 광주 전남 출신 국회의원들이 새만금개발을 발목 잡아온 것처럼 전북공항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남 무안에 공항이 있기 때문에 새만금에 공항이 들어서는 것을 방해한다.하지만 각국에서 5만명 이상의 스카우터들이 새만금으로 오기 위해선 새만금공항 건설은 필수다. 전북이 세계잼버리대회 유치를 갈망했던 가장 큰 원인은 공항건설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새만금에 공항이 건설돼야 하는 명분을 확실하게 얻었다. 새만금에 공항이 건설돼야 새만금이 동북아의 물류 허브로 비상할 수 있다. 그간 일각에서 송하진 지사가 임기동안 한 일이 없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세계잼버리대회 유치로 전북발전의 큰 그림을 그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와의 신뢰가 돈독한 송지사로서는 재선가도를 달리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기 때문에 다음 임기 때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송지사는 김승수 전주시장과 정헌율 익산시장이 도정과 엇박자로 가는 걸 잡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9-18 23:02

지인으로부터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우선 제목에 이끌렸다. . 표지에는 ‘책의 미래는 밝다’는 부제를 더했다. 이 책을 쓴 이는 일본인 북 코디네이터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일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2개월 만에 그만두고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2003년에는 인터넷 헌책 서점을 설립했으며, 줄곧 책과 관련된 곳의 요청으로 북 코디네이터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책과 관련된 일을 10여년 해오면서 그가 내린 결론이 책의 미래가 밝다는 것이란다. 물론 이 책을 쓴 바탕이기도 하겠다. 선뜻 마음을 끄는 분석이 있다. ‘서점은 줄어도 책방은 늘어난다.’ 사실 서점의 몰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몇몇 대형서점이 새로운 역할로 서점의 기능을 더해가고 있긴 하지만 지역에서 서점이 사라진 것은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 지역만도 얼마나 많은 서점들이 경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문을 닫고 말았는가. 우리에게 지식과 정보의 바다를 선사했던, 철학과 사상의 넓고 깊은 세계를 경험하게 했던 아름다웠던 작은 서점들 역시 그 이름을 지운지 오래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서점은 줄어도 책방은 늘어난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서점과 책방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저자는 책을 파는 서점이 하루 평균 한 개의 속도로 동네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앞으로 감소하겠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넓은 의미의 책에 관한 일, 그것을 새삼스레 ‘책방’으로 부른다면 ‘책방’은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서점은 책이라는 상품을 취급하여 진열해놓은 공간, 넓으면 넓을수록 좋고 입지도 단순명쾌한 쪽이 좋으며 서비스의 질을 점점 향상해가고 있는’ 곳으로, ‘책방은 그런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며 ‘매개자’로 규정한다. 공간으로서의 ‘서점’과 그것을 포함한 더 큰 개념으로서의 ‘책방’의 분류는 흥미롭다. 그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책의 확장’을 실감케 하는 환경의 변화가 있다. 이른바 ‘동네책방’이란 이름으로 문을 여는 작은 공간들이다. 이곳에서는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책과 관련된 문화 활동과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엮어 판다. 맥주와 커피와 차가 있고, 공연과 전시가 한 공간에서 숨 쉰다. 책을 통로로 한 새로운 공간의 등장은 이 책의 제목처럼 이 시대에 ‘책의 역습’이 가능한 것임을 알려준다. 둘러보면 대학가의 골목길 한편에, 주택가의 구석에, 도시의 한 귀퉁이에 살짝 문을 연 ‘동네 책방’들이 적지 않다. 추세로 보자면 얼마간 이 작은 책방들이 늘어날 것 같다. 이들이 부디 경영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당당히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독자들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9-15 23:02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12일 북한의 ‘9·3핵실험’ 9일 만에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는 대북제재 결의안인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06년 7월 이후 10번 째 대북제재 결의다.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과 핵실험 행보를 이어가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가 발끈, 북한의 원유수출 30% 차단 등 국제 상거래는 물론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를 제외한 북한의 실력자들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제재에 나선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북제재가 ‘아주 작은 걸음’이라며 향후 더욱 강력한 제재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북한은 13일 “결의 2375호는 북한의 자위권을 박탈하고 전면적인 경제봉쇄로 국가와 인민을 완전히 질식시킬 것을 노린 도발 행위”라고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정은은 84일만에 모습을 드러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민생행보를 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미국과의 대등한 협상을 원하는 압박카드다. 핵탄두를 싣고 날아갈 대륙간탄도탄을 개발,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서 북한의 이익을 얻어 내겠다는 구상이다. 핵과 ICBM을 포기하고 테이블에서 대화하자는 국제사회의 요구는 마이동풍이다. 이번 2375호 제재로 북한은 13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도 허리띠 질끈 동여매고 견디지만 이를 감내하는 주민들의 고통이란 뼈를 깎는 것과 다름없다. 위정자들이 할 짓이 아니다. 옛날 태평성대를 이뤘다는 중국의 요임금 시절에 지어졌다는 고복격양가(鼓腹擊壤歌)가 있다. 먹을 것이 풍성하면 백성들은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 한다. 평안한 나라를 만들어 준 지도자를 칭송한다. 자위권을 갖추고, 힘 있다고 뻐기는 세력과 동등하게 어깨를 견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존감 없는 민족은 산 송장일 뿐이다. 하지만 백성들이 배가 고픈데 핵무기며 미사일이 무슨 소용인가. 엊그제 전북 고창 출신의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이 불발됐다. 정부·여당 못지 않게 전북 입장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을 향해 “골목대장 같은 권한행사”라고 맹비난 했고, 국민의당은 “협치 하려거든 먼저 손을 내밀라”고 받아쳤다. 사람들은 대화와 협치를 말하면서 자기 입장을 먼저 생각한다. 중용은 없고 내 주장만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없이 꼬인 실타래를 어찌 풀겠는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9-14 23:02

“남을 배려하는 사회, 더불어 함께하는 사회를 조성하고, 글로벌시대에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새천년 새전북인운동을 범도민운동으로 전개하고자 한다.”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유종근 당시 전북도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새천년 새전북인운동’ 의 시작을 알리며 도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친절·질서·청결·선행을 기본 덕목으로 생활의 작은 부분부터 예절을 지켜 건강한 공동체사회를 조성하고, 자랑스러운 예향 전북의 구성원으로서, 선진국 도약을 바라보는 문화시민으로서 자질과 품위를 갖추자는 취지와 목적을 담았다. ‘새천년 새전북인운동’은 유 지사의 임기만료 때까지 대대적으로 펼쳐졌다. 유 지사는 14개 시·군을 모두 돌며 특강을 통해 이 운동의 전도사로 나섰고, 각종 사회단체들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언론 역시 연일 관련 특집을 쏟아냈다. 이 운동과 관련해 ‘글로벌스탠다드’라는 말이 이 때 만큼 유행한 적도 없을 것 같다. 유 지사의 뒤를 이은 강현욱 도지사는 ‘새전북인운동’을 지우고 ‘강한 전북 일등 도민운동’을 내세웠다. 강 지사는 당시 도민운동 선포식에서 “낙후와 소외, 패배감에 사로 잡혀서는 전북이 발전할 수 없으며 우리 힘으로 1등 도(道)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진취적 기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새전북인운동에다가 도민들의 진취성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덕목을 추가했다. 관 주도 대신 민간 차원의 운동으로 추진했던 이 운동은 그러나 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강 지사의 퇴임과 함께 유야무야 됐다.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새만금 유치 때 선언한 ‘전북 자존의 시대’를 도정 슬로건으로 내건다고 한다. 전북도는 다음달 ‘도민의 날’기념식에서 ‘전북 자존의 시대’를 선포하고 범도민 운동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란다. 구체적 과제로 △전북의 정체성 정립과 가치 찾기 △자랑스러운 전북의 재발견 △전북 자존을 위한 국가사업 정상화 △도민 소통·협력으로 대규모 행사 성공개최 △전북 몫 찾기 2단계 추진이 제시됐다.전북의 현안들이 사실상 모두 담긴 ‘전북 자존의 시대’에 시비를 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북의 위상을 곧추 세우기 위한 노력과 열정에 어떤 도민이 토를 달겠는가. 새정부 들어 중앙의 인맥이 두터워지고, 세계잼버리 유치 등으로 생긴 도정의 자신감이 이 구호에서 묻어난다. 그러나 전임 지사 시절의 도민운동을 거울삼을 필요가 있다. 실속 없이 자칫 구호로 끝날 수 있음을 경계하자는 이야기다. 굳이 ‘전북 자존의 시대’를 외쳐야 하는 게 전북의 슬픈 현실이기는 하지만.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9-13 23:02

내년 2월 9일로 예정된 평창 동계올림픽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요즘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3수끝에 가까스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는 했으나 과연 성공적인 대회가 될지, 또 대회 후 빚잔치를 벌이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고도 막상 큰 손해를 입게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진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하고 있다.전북인들이 느끼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정서는 한마디로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라고 할 수 있다. 먹으려고 뛰어봤으나 너무높아 포기한 뒤 “신포도여서 아마 먹지 못할거야”라고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사실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먼저 뛰어든 것은 전북이었다. 지금부터 꼭 20년전인 1997년 1월, 유종근 당시 전북지사는 2006년 무주동계올림픽 유치를 선언,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동계스포츠 시설이라고 해봐야 달랑 무주리조트 하나에 불과한 상태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는 것은 무리해 보였으나 그는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우여곡절끝에 전북은 본선에도 나가보지 못하고 강원도에 두번이나 신청권을 넘겨줘야만 했다.캐나다 캘거리, 노르웨이 릴리함메르 등 역대 개최지를 볼때 사실 전북의 동계올림픽 도전은 무모했다. 어쨌든 연이어 실패하면서 동계 스포츠는 도민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대신 무주 태권도공원을 유치하게 된다. 지난 여름 무주에서 치러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생각하기에 따라 ‘패자의 축복’으로 여길 수도 있다. 만일 무주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고 가정할 경우, 도로나 시설 등은 많이 갖춰졌겠지만 눈도 내리지 않는 기후변화를 고려할때 자칫 망신만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할게 하나 있다. 2023 새만금잼버리대회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이미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렸으나 대다수 국민은 개최 사실도 제대로 모른다. 폭발력을 가진 국제행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행사를 계기로 전북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는 있다. 송하진 지사는 최근“2023년도 상반기까지는 새만금에서 국제선 비행기를 탈 수 있을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송 지사는 임기중 아무 실적을 내지못한다고 하더라도 훗날 ‘국제공항을 만든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그만큼 국제공항은 급하고도 큰 것이다.평창 동계올림픽을 지렛대 삼아 만들어진 수도권과의 교통 수단 고속철도로 인해 서울에서 평창까지 50분이내 주파가 가능해지는 등 강원도는 수도권을 안방처럼 드나들게 된다. 전북은 이미 20년전 공항을 만들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렸기에 이번에 새만금공항은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09-12 23:02

송하진 전북지사가 지난해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의 경질을 촉구하면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청장이 7년간 새만금 업무를 맡았지만 전북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무산과 관련한 석연치 않은 역할, 새만금사업에서 지역업체의 배려 미흡 등 지역사회의 이 청장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송 지사의 발언은 폭발력을 지녔다. 송 지사의 이런 직격탄에 대해 새만금청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지만, 중앙부처장의 자질을 자치단체장이 문제 삼는다는 걸 곱게 볼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이 전 청장이 이후 친지역적 행보에 나서고, 새 정부 들어 경질된 걸 보면 송 지사 발언의 약효는 있었던 것 같다.송 지사가 최근에는 전북의 현안 관련 국가예산을 문제 삼았다. 정부가 지덕권 산림치유원 조성사업과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사업에 지방비 부담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지역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태로 규정했다. 경북에서 추진했던 산림치유원의 경우 전액 국비로 추진했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추진하는 동학 관련 사업을 지역 사업으로 전락시키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한 것이다. “사업을 안 하면 안했지 끝까지 국비로 가야 된다”는 송 지사의 배수진이 이번에도 통할 지 지켜볼 일이다.중앙 정부와 자치단체간 갈등과 대립의 주된 쟁점은 이렇게 사업의 주도권과 예산에 있다. 중앙 정부는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들을 가급적 지방으로 넘기려 하고, 지방에서는 최대한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 몸부림친다. 박근혜 정부때 계속 논란이 됐던 누리과정 예산도 국비 부담의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의 확대 역시 향후 지방재정을 더 옥죌 수밖에 없어 지방비 부담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이런 힘겨루기가 언제까지 반복될 것이며, 근본적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줄곧“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개헌안에는 광역단체장이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를 신설하고, 자치단체의 헌법적 지위도 ‘지방정부’로 바꾸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8대 2 수준의 국·지방세 비율을 6대4로 조정하는 안도 제시된 상태다. 중앙정부 대 자치단체간 투쟁적 관계가 지방분권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소될 지는 미지수다. 현재와 같은 그림에서는 오히려 격화될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예산과 사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자치단체간 부딪히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지방분권뿐이라고 본다. 오늘 전주에서 열리는 국희 개헌특위에서 자치단체의 위상에 관한 깊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9-07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