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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전북이 산업화에 뒤처져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여건이 안 좋았으나 부가가치가 높은 농식품산업만 잘 육성하면 전북의 미래는 걱정할 게 없을 것 같다. 전북은 농식품 분야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산학연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농촌진흥청 등 농업 관련 기관이 혁신도시에 있고 우수한 농업인력을 배출하고 연구기능을 갖춘 전북대학교 그리고 국내 굴지의 종합식품제조업체인 하림그룹이 있어 타 지역보다 여건이 좋다.2015년 기준으로 세계식품시장 규모는 5조5600억달러로 3조900억달러의 IT시장과 1조7800억 달러의 자동차 시장을 합한 것 보다 그 규모가 커지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간다. 아시아 태평양 식품시장 규모와 비중도 2014년을 시작으로 유럽식품시장을 능가하고 있다. 동북아 식품시장 규모는 14억5000만명으로 4억7000명인 EU보다 크다. 이 광활한 소비시장이 불과 2시간권에 속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물류 운송비 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전북이 일찍 농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한 것은 잘한 일이다. 물류거점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처럼 새만금신항으로 잡았고 연구거점을 와게닝겐 URC와 같이 농촌진흥청 전북대학교 각 대학 농업연구소 그리고 핵심거점을 푸드밸리처럼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로 잡았다. 문제는 고정관념화돼 있는 경직된 사고를 어떻게 바꿔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그간 우리 농업은 소농가적 사고와 노동집약적 사고 그리고 비자본가적 사고로 움직여 왔다. 자연히 생산성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었다. 이 같은 경직된 사고를 기업가적 사고, 설비집약적 사고 그리고 자본가적 사고로 바꿔 놓아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경작지 면적이 우리와 비슷한 네덜란드의 농업인구가 7만인데 우리는 110만명이나 된다. 7만도 잘 훈련되고 교육받은 농업 전문가라는 것이다. 그간 적성을 고려치 않고 점수에 떠밀려서 농대에 진학한 농대생들마저 농업 현장으로 투입되지 않은 우리와는 대비된다. 네덜란드는 1950년대 이후에 규모화 전문화를 이뤘다. 그 때부터 단백질식품 생산 기반을 확대했다. 이미 농식품산업의 글로벌화를 진행했던 것이다.식량 자급률이 23.8%밖에 안 되는 우리는 농식품산업을 국가경제 의존형 1차산업에서 시장경제 지향적 산업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농어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내건 게 잘못이었다. 농업을 경제논리로가 아닌 정치논리로 접근한 게 오늘의 농업을 피폐하게 만든 주범이다. 전북은 네덜란드의 성공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농식품분야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도와 정치권도 산학연이 잘 운영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도민들도 새만금사업과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이 전북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이들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0-17 23:02

‘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따라/나도 피어나고/바람이 불면 흔들릴라요/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따라/나도 질라요/강물은 흐리고/물처럼 가버린/그 흔한 세월//내가 지나온 자리/뒤돌아다보면/고운바람결에/꽃피고 지는/아름다운 강 길에서/많이도 살았다 많이도 살았어/바람에 흔들리며/강물이 모르게 가만히/강물에 떨어져/나는 갈라요-김용택 시인의 -’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로 가는 길은 오래전 문화관광부가 ‘걷고 싶은 길’로 선정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섬진강은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자락에서 생명을 얻는다. 옥정호를 거쳐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물줄기는 김용택 시인이 살고 있는 ‘진뫼 ‘ 앞으로 찾아든다. 천담과 구담, 장구목을 거쳐 적성으로 곡성으로 흐르는 물길. 그 길의 끝은 남해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시인은 90년대 초반, 천담분교에 근무했던 꼭 2년 동안 진뫼에서 천담에 이르는 이 길을 걸어 학교를 오갔다. 진뫼마을에서 천담까지는 꼭 4km, 십리길이다. 이 길 옆으로 흐르는 물길은 강이라 할 수 없을 만큼 한껏 몸을 좁히고 있다. 이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온갖 들꽃들이 피어나고 진다. 그 시절, 시인은 이 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여겼다. 그는 이 길을 오가며 철철이 피는 들꽃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기억했다. 싸리꽃 달맞이꽃 쑥부쟁이 며느리 밑씻개 오이풀 여귀……. 수없이 많은 꽃들이 길을 따라 피고 졌다. 그러나 그가 기억했던 아름다운 들꽃 중에는 다음해에 피지 않는 꽃이 더 많았다. 해가 바뀌면 또 다른 들꽃들이 무리지어 피었다. 시인의 마을을 찾아오는 문학기행단들은 시인과 함께 이 길을 따라 천담과 구담을 거쳐 장구목까지 걸었다. 이 길에는 그 흔한 전봇대 하나 세워지지 않았다. 길과 길의 끝에는 마을과 마을이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길을 일상적인 통행로로 사용하지 않았다. 자연 생태의 순정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비결이 거기 있었다. 이 길은 지금 잘 다듬어진 산책길로 모습을 바꾸었다. 자잘 자잘한 돌들이 뒹굴던 흙길 대신 걷기 편한(?) 포장길이 놓였다. 자연의 순정이 훼손된 감이 없지는 않으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가는 길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마음 순해지는 가을이다. 어수선한 시절, 걷고 싶은 길 하나쯤 마음에 넣어두길 원하는 독자들께 이 길을 권한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0-14 23:02

‘호남차별’이 이젠 지역차별의 보통명사로 굳어졌다. 그간 정치권과 지역사회, 언론 등에서 귀가 따갑도록 호남차별을 외장쳐도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가깝게 정부의 각종 사업과 인사 기용에서 호남차별이 끊임없이 거론됐으나 돌아온 것은 메아리뿐이었다. 굳이 어떤 차별을 어떻게 받았는지 세세한 증거로 세울 필요도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단 1명의 전북 출신 장관이 기용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지난달 5일 첫 대표연설에서“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전신, 이전의 보수 정부가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새누리당 당 대표로서 이 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보수 정부와 새누리당 전체의 생각일리 만무하지만, 이 대표 본인이 보수 정당과 보수 정부에 몸을 담으며 그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진정성 있게 들렸다.물론, 이 대표의 호남차별론 주장과 반성에 정치적 의도가 없지 않을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볼 수 있고, 그는 실제 국회 연설에서도 ‘보수정당-호남연대’를 제안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호남 인사차별론은 신념에 가깝다고 할 만큼 일관성이 있다. 지난 8월 전주에서 가진 호남전당대회에서“탯줄을 어디 묻었느냐가 인사 기준이 된다면 그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며 호남 출신의 인사 불이익에 대해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의원 신분 때도 그는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인사탕평책을 강하게 주장했다. 호남인사 차별 사례가 있을 때마다 현장조사에 나가고 공개할 것이며,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그런 이 대표가 최근 정읍 축산농가와의 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이 호남 소외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해 구설수에 올랐다. 어려움을 겪는 축산농가를 설득하기 위해 법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한 취지였겠지만 이를 호남 차별의 해소와 연결시킨 데는 갸우뚱 할 수밖에 없다. 청탁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호남소외가 부정청탁 때문이라는 것은 아무리 선의라도 견강부회다. 청탁금지법상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의 청탁은 금지 사항조차 아니다. 이 대표의 호남차별론 트레이드마크가 이렇게 희화화 돼서는 진정성을 갖기 어렵다. 이 대표는 이제 당 대표다. 청탁법을 들먹이지 않고도 실천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0-12 23:02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나무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피톤치드의 함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몇 년전 충남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통 소나무 숲이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의 양이 편백나무 숲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톤치드는 인간에게 해로운 성분을 소독하는 항균효과와 혈관 및 심장 강화, 피부보호, 그리고 인간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진정작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소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매우 친숙한 나무이다. 어느 지역의 야산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제대로 모양을 갖춘 마을이라면 마을 초입이나 뒷동산에 으레 몇 그루 쯤의 소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꽂고, 식량이 귀한 보릿고개에는 소나무 속껍질로 허기를 달랬다. 장(醬)을 담글 때면 금줄에 소나무 가지를 매달아 잡것들의 침범을 막았고, 추석때는 솔잎을 깔고 송편을 쪘다. 추운 겨울밤을 견디게 해준 땔감도 소나무와 솔방울이었다. 우리나라 애국가 제2절의 가사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로 시작한다. 소나무는 원래 생명력이 강한 나무이다. 소나무 숲에는 다른 나무나 풀이 살지 않는다. 험한 바위 등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는 것도 소나무이며, 척박한 땅에 자라는 소나무일수록 더 오래 산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으로 인해 소나무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 100개 자치단체에서 소나무 재선충이 발병했으며, 전북에는 임실과 순창 군산 김제 익산 등 5개 지역이 포함됐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3개월 이내에 잎이 누렇게 변하고 1년이 지나면 100% 고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소나무와 잣나무의 사철 푸르름을 칭송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는 제자 이상적에게 선물한 그림이다. 세상이 변하면 인심도 변하기 마련인데, 끝까지 옛 의리를 지키며 유배생활을 하는 자신을 챙겨주는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추사는 스스로 지은 제문에 ‘날씨가 추워진 이후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사람이 곤궁에 처해봐야 진정한 친구를 알아볼 수 있다고 하지만, 소나무 숲의 소중함을 알기위해 재선충의 확산을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재선충 방제에 대한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해본다. 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0-11 23:02

올해 노벨상 수상자 선정이 시작됐다. 생리의학 분야가 첫 번째다. 지난 3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일본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명예교수가 선정됐다. 지금까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25명, 과학 분야에서만 22명이 됐다. 지난해에도 오무라 마사시 기타자토대학 특별명예교수가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으니 이 분야 연속 수상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유일한 우리나라로서는 부러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눈여겨보게 되는 것이 있다. 일본 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이다. 특히 2014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 2015년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무라 마사시, 그리고 올해 수상자인 오스미 요시노리까지 근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의 경력은 더욱 흥미롭다. 나카무라 교수는 지역 중소기업에 다니던 평범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대학 역시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시코쿠의 도쿠시마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니치아화학공업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이 하던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다 입사 10년 만에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어려워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시작한 것이다. 80년대 후반 당시만 해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청색 LED 제품이었다. 고군분투하며 연구에만 여러 해 몰두했던 그는 결국 1993년 청색 LED 제품화에 성공했다. 오무라 교수는 야간고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야마나시의 지방대를 졸업, 도쿄 도립 스미다공고 야간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학생들로부터 자극을 받은 그는 5년 만에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 연구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 역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열대지방 풍토병인 강변실명증의 결정적 치료 물질인 항생제 이베르멕틴 개발이 그 결실이다. 올해 수상자인 오스미 교수도 남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도 다른 연구자들이 외면해왔던 분야를 연구하다 마흔네 살 늦은 나이에 도쿄대 조교수에 임용됐다. 도쿄대는 대학에 몸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선망하던 곳이지만 그는 8년 만에 자신의 연구를 위해 시즈오카 국공립공동연구기구인 기초생물학연구소로 직장을 옮겼다. ‘오토파지’ 현상을 연구,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질환이나 암과 당뇨의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문을 연 그의 업적 역시 다른 사람들이 외면한 분야에서 빛을 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 남들과 다른 것을 하라.’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0-07 23:02

파산중적이 파심중적난(破山中賊易 破心中賊難·산 속에서 활동하는 도적을 무찌르기는 쉬우나 사사로운 욕망, 남을 미워하는 마음, 이기심 등 제 마음 속의 온갖 나쁜 마음들은 제어하기 힘들다). 중국 명나라 때 양명학으로 이름을 떨친 왕수인(王守仁)의 문집 양명전서(陽明全書)에 나오는 말이다. 송하진 도지사가 4일 퇴임한 이형규 전 정무부지사에게 이 글귀를 붓글씨로 써서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재직 기념’ 으로 전달했다.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라는 조언이 담겼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은 수많은 심적 갈등의 순간들을 겪게 마련이다. 리더가 내리는 단 한 번의 판단에 따라서 조직이 승승장구할 수도 있고, 침몰할 수도 있다. 나를 버리고 조직을 앞세우는 ‘선공후사’의 마음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말을 잘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사사로운 이익의 늪에 빠진 리더들이 많았다. 송하진 지사가 이형규 전 정무부지사에게 ‘마음 속의 도적을 무찌르기 어렵다’는 경구를 재직 기념으로 전달한 것은, 정무부지사 직무를 수행하면서 겪었을 마음 고생을 위로하는 것이겠지만, 어찌보면 바로 자신에 대한 위로와 경계일 것이다.한 때 ‘내 탓이오’란 글귀가 유행했다. 지금도 어느 집안 거실이나 사무실의 벽, 그리고 자동차 뒷유리에 붙은 ‘내 탓이오’란 글을 종종 볼 수 있다. 모든 허물을 남의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려 버리면 관계망의 갈등을 키우지 않게 되니 인간관계가 원만하게 되고 결국 마음의 안정을 찾아 행복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배어 있다. 현대사회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마음을 비우라’는 말도 그렇다. 파심중적난이든, 내 탓이오든, 마음을 비우라든 결국 나를 먼저 내세우지 않는 양보와 겸양의 자세, 남이 옳을 수도 있다는 중용의 자세, 긍정의 자세를 가져야 행복한 삶을 꾸려갈 수 있다고 본다. 금수도 은혜를 입으면 그 고마움을 알고 갚는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은 부류가 적지 않다.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앞세운다. 수십년 쌓은 옛 정은 한순간에 내팽개치고, 자신의 허물을 감추고, 자신의 이익만 취하고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배은망덕이다. 욕심에 취해 제 눈 속에 든 들보를 보지 못한다. 자신의 이익만 취하는데 급급한 사람은 산속의 도적은 무찌를 지 몰라도 결국 들보에 눈 멀어 모든 것을 망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0-06 23:02

춘향전은 한국의 대표적 판소리계 고전 소설이다. 우리의 고전·현대 소설을 통틀어 춘향전만큼 창극·연극·뮤지컬·오페라·드라마·영화 등의 다양한 소재로 만들진 작품을 찾기 힘들 것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 되며 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 춘향전이다. 전북의 대표브랜드 공연도 춘향 이야기다. 2013년 뮤지컬 춘향으로 출발해 올 ‘성, 춘향’으로 이름을 바꿔 전북예술회관에서 상설공연으로 진행하고 있다. 춘향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성, 춘향’은 서양화성의 5음계를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하고 미디어 파사드를 이용한 영상 기술을 활용하는 등 젊은층과 호흡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춘향전 무대인 광한루를 빼고 남원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춘향전은 남원의 보배다. 춘향전이 현재 남원의 관광산업을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향전이 남원의 대표브랜드 공연으로 자리잡은 것은 당연하다. 한옥마을 상설공연으로 2013년 전통창극에 뮤지컬 요소를 도입한 ‘가인춘향’으로 시작해 4년째 ‘광한루연가’시리즈로 진행되고 있다. 올 춘향전 이야기는 ‘아매도 내 사랑아’다. 이와 별도로 춘향전의 신관사또부임행차 공연이 상설로 운영되고 있다. 3일 끝난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는 올 포커스로 춤꾼 이매방과 함께 ‘춘향’에 주목했다. 남원지역 상설공연 작품과 ‘판소리 춘향가’앨범을 낸 재즈그룹 ‘두번째달’을 초대했다. 영상과 연주, 보컬이 어우러진 두번째달의 춘향콘서트 또한 춘향전의 콘텐츠 영역을 넓힌 시도로 평가받는다. 춘향전은 일반 국민들에게 뿐 아니라 문학 연구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수백 편의 연구 논문이 생산됐다. 학자들은 조선시대 신분제 속에서 양반·중간 계층·서민·기생 등의 관계 양상을 보여주는 조선후기 풍속의 역동적인 이면을 보여주는 자료로 높이 평가한다. 일반인들에게는 그런 문화사회적 가치를 떠나 춘향의 사랑 이야기에서 재미와 감동을 받는다. 작품에 담긴 풍자와 해학이 여러 형태로 재해석되면서다.그러나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춘향전의 가장 큰 매력은 클라이맥스의 ‘어사출두’장면이 아닌가 싶다. 부패하고 잘못된 권력에 짓눌린 민초들이 권력에 맺힌 한과 설움을 ‘어사출두요!’ 한방에 날려버린다. 답답한 현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카타르시스다. 청와대가 국민과 불통인 현실에서 ‘어사출두’를 기다리는 것은 헛일이지 싶다. 더 많이 진화된 춘향전이나 기대해야 할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0-04 23:02

더치 페이(Dutch pay)는 우리말로 ‘각자내기’를 뜻한다. 그 어원을 찾아보면 ‘더치 트리트(Dutch treat)’로 나온다. 더치(Dutch)는 ‘네덜란드의’ 또는 ‘네덜란드 사람’을, 트리트(treat)는 ‘한턱내기’ 또는 ‘대접’을 뜻한다. 다른 사람에게 한턱을 내거나 대접하는 것을 뜻하는 더치 트리트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오랜 관습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어원으로 하는 ‘더치페이’는 그 반대의 뜻이니 그 배경이 궁금해진다. 네덜란드와 영국은 1600년대 초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식민지 경영과 무역 등을 두고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다. 적극적인 공세를 편 것은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까지 세우고 영국과의 식민지 경쟁에 나섰지만 17세기 후반, 제해권(制海權)은 결국 영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후에도 네덜란드와 영국 두 나라 사이에는 반목하며 갈등을 빚었다. 이때부터 영국인들은 네덜란드인(Dutchman)을 탓하며 부정적인 의미로 ‘더치(Dutch)’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의 오랜 관습인 ‘더치 트리트(Dutch treat)’도 트리트 대신 반대의 뜻을 지닌 ‘페이(pay) ‘로 바꾸어 사용하면서 식사를 한 뒤 자기가 먹은 음식비용을 각자 부담한다는 뜻으로 쓰이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어색하고 낯설었던 ‘더치페이’ 문화가 화제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피해갈 수 없는 삶의 방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더치페이’가 보편화된 대표적인 나라다. 식당에서 모임이 끝난 후 줄을 서서 각자의 음식 값을 계산하는 그들의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흥미로운 글이 있다. 현대 일본의 대표적 문예평론가인 후쿠다 가즈야 게이오대학 교수가 자신의 저서 에서 쓴 ‘더치페이에 숨겨진 기만’의 일부다. 후쿠다 교수는 “식사에서 경제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 중요한 건 요리의 가격 뿐 만이 아니다”며 “여기에는 상당히 인간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데 그건 바로 ‘누가 돈을 낼 것인가”라고 말한다. 그는 “이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면서 동시에 식사의 즐거움을 좌우한다. 그 뿐 아니라 식사에서의 권력 관계, 보다 정확한 말로는 ‘정치’가 담겨있다”고 분석한다. ‘더치페이’ 문화가 우리의 일상에 들어왔다. 휴대폰 계산을 위한 ‘더치페이’ 앱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우리 사회에도 ‘더치 페이’ 문화가 보편화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친숙해지는 것이 답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9-30 23:02

28일 새벽 0시50분. 전북경찰 A경위가 익산 아파트에서 숨진 채 그의 부인에 의해 발견됐다. 향년 44세의 젊은 가장이었다. 아내와 자식을 남겨두고 홀로 갔으니, 지독하고 가혹한 사람이다. 그의 젊은 아내는 어린 자식들을 키우며 세파를 헤쳐가야 한다. 그의 죽음은 자살로 추정된다. 타살 흔적이 없고, 그가 사망 전날 밤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가족에게 괴로운 심정을 토로한 점, 그리고 아내에게 미처 발송하지 못한 휴대폰 문자메시지 “먼저 가서 미안하다. 잘 살아라.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 등을 놓고 볼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A경위는 2000년 발생한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수사팀의 일원이었다. 그가 초년 경찰이던 때다. 2000년 8월10일 오전 2시쯤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근처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택시운전기사 유모씨(42)가 누군가에 의해 옆구리 등 12군데를 잔인하게 찔려 살해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최초 목격자는 당시 16세였던 최모군이었다. 인근 다방에서 오토바이를 이용해 차 배달 일을 하던 청소년이었다. 최군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현장에서 남자 2명이 뛰어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최군이 시비 끝에 택시기사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체포했다. 최군은 결국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고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형기를 모두 채운 뒤 2010년 만기 출소했다. 그리고 2013년 무죄다, 억울하다며 사법당국에 재심을 청구, 끝내 재심 결정을 얻어냈다. 숨진 경찰 A씨는 지난 8월25일 광주고법에서 열린 재심 제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일로 그는 크게 괴로워 했다고 한다. 그 괴로움을 자살로 표현한 것은 큰 실수다.이 같은 일이 최근 몇 년 사이 잇따르고 있다. 남원과 임실 등에서 촉발된 가동보 특허 설계 반영 로비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북도청 과장이 자살했고, 업체 간부도 자살했다. 부안군 승진인사 조작사건 수사가 진행되던 중에는 부군수를 지냈던 인물이 자살했다. 익산시 LED가로등 교체사업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 등 과정에서 관련 공무원이 자살했다. 관계 공무원 자살은 비리의 몸통을 보호하는 행위다. 그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자살을 선택한 것은 공복으로서 최소한의 정의, 양심을 저버린 행위다. 공무원이라면 진실을 당당히 말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9-29 23:02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요즘 자신이 즐겨 듣는다는 노래 2곡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의 애창곡은 거북이의 ‘빙고’와 솔리드의 ‘천생연분’ 등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공개석상에서 처음 소개한 애청곡은 윤상의 ‘달리기’와 영화 ‘국가대표’의 주제곡이었던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였다. 평소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를 잘 드러내지 않았기에 다소 의외였지만 노랫말을 듣고 보니 요즘 박 대통령의 심경을 엿볼 수 있었다. ‘달리기’는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설 순 없으니/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이란 가사다. ‘버터플라이’는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 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겁내지 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이란 내용이다.아마도 박 대통령이 이 노래 가사를 직접 각료들에게 소개한 것은 경제살리기와 노동개혁 등 국정 핵심과제를 잘 마무리하라는 격려와 당부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파문,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최순실씨 의혹, 김재수 농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의결 등 잇따른 파장에 따른 심경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역대 대통령들도 애창곡이나 즐겨 듣는 노래가 있었지만 개인적인 취향이었기에 노래에 실린 정치적 의미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요를 즐겨하지 않았지만 굳이 애창곡을 꼽자면 ‘사랑이여’와 ‘만남’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전에는 ‘아침이슬’, ‘타는 목마름으로’ 등 운동권 노래를 주로 불렀지만 공식 애창곡은 ‘이정표’와 ‘작은 연인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선 ‘선구자’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을, 사석에선 ‘목포의 눈물’을 즐겨 불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즐겨 부른 애창곡은 없었지만 금지곡의 대명사인 ‘아침이슬’을 좋아해 청와대 공식 행사때마다 가수 양희은씨를 초청해 부르게 했다. 군 출신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베사메무초’,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방랑시인 김삿갓’ ‘38선의 봄’ ‘향기 품은 군사우편’이 애창곡이었다. 대중가요와 악연이 많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황성옛터’ ‘잘살아보세’ ‘새마을 노래’ ‘짝사랑’ 그리고 왜색이란 이유로 금지시킨 ‘동백아가씨’를 즐겨 불렀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희망가’, 윤보선 전 대통령은 박재홍의 ‘유정천리’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9-28 23:02

이탈리아 북동부의 베로나는 중세적 매력을 갖춘 도시다. 인구 26만명의 이 도시는 지난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알려져 있으며, ‘춘향전’의 배경지인 남원시와 우호협력을 맺어 더 친숙하다. 고대·중세·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기념물이 잘 보존된 베로나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아레나(Arena) 원형극장이다. 2000년 전 검투장으로 지어진 베로나의 아레나 원형극장은 로마의 콜로세움보다 40년 앞섰다. 초기 맹수와 사람의 결투장으로 주로 활용됐던 이곳은 현재 지붕이 없고 외벽이 손상된 상태지만 모든 좌석에 음향이 완벽하게 전달되는 야외 공연장으로서 유명하다. 2만명 이상 수용하는 공연장은 마이크와 음향 증폭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성악가의 소리를 또렷이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항아리 효과’가 날 수 있게 설계됐기 때문이란다.베로나의 원형극장이 오늘날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데는 오페라 페스티벌 덕분이다. 베로나 오페라페스티벌은 1913년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년 6월~8월 열리는 베로나 오페라축제는 이탈리아 대중뿐 아니라 비평가들, 많은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국제적으로 지명도 높은 오케스트라, 합창단, 지휘자, 작곡가들이 무대에 서는 것을 영광으로 여길 만큼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다.전주는 2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아로나 같은 야외 공연장은 아니더라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라는 좋은 공연장을 갖고 있다. 재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전북에서 국비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이런 공연장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문화예술에 대한 전북의 높은 수준을 반영한 결과다. 지금이야 전주보다 더 좋은 공연장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20년 전 소리전당은 전국 최고 수준의 문화시설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같은 야심찬 문화축제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그런 전북의 대표적 음악축제인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김영란법 영향을 받아 동네잔치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대권 폐지나 리셉션 취소가 축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세계소리축제가 허약하진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게 유감이다. 베로나는 역사성 있는 공연장에다 좋은 작품,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마음가짐이 어우러져 세계적인 축제를 만들었다. 초청장이나 리셉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민망하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9-27 23:02

외지인들은 전북인을 맛과 멋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평한다. 전북은 드넓은 평야와 바다를 끼고 있어 예로부터 먹고 사는데 여유가 있었다. 노령산맥을 중심으로 산간부에서 채취하는 산나물이 풍부해 음식맛이 다양하면서 맛갈스러웠다. 음식맛을 결정 짓는 게 장류인데 간장 고추장 된장들을 제대로 발효시켜 음식을 해먹기 때문에 음식맛이 한결 맛있다. 자연히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다 보니까 풍류를 즐길줄 알았다. 지금 전북을 소개할 때 맛과 멋의 고장이라고 하는 이유가 다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전북인은 동학혁명에서 볼 수 있듯 부정 부패에 분연히 대항할줄 아는 정의감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3·1운동 때도 도내 곳곳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충절과 예향의 고장이라는 것이 증명된다. 지금도 선열들의 애국정신과 호국정신이 후손들 한테 도도하게 전해진다. 반면 전북인들은 정부의 산업화정책에 뒤처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살아왔으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DNA가 몸속에 배어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전북인하면 도민들을 지칭하지만 큰 개념으로는 출향인들까지 포함시킨다. 인구 187만의 작은 도로 여길 수 없는 것이 출향인이 자그만치 300만이나 되기 때문이다. 전체인구 중 10%를 차지한다. 도내 지역구 국회의원도 10명이지만 전북출신을 모두 합하면 35명이다. 전체 국회의원수에서 11.6%를 차지한다. 그간 전북 출신 정치인들이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 오면서 민주주의를 지켜왔고 발전시켜왔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전북 출신들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국가발전을 위해 전력을 다한다.전북인들은 대선 때마다 약삭 빠르게 실리만을 챙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은 안했다. 그런 유혹과 기회가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그 만큼 지조를 지켜왔다. 보수정권이 잇달아 정권을 잡으면서 전북이 상대적으로 국가예산 배분과 인재등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지만 구걸해가면서까지 시정을 바라지는 않고 있다. 정권 담당자들이 스스로 잘못을 인식해서 실천에 옮기도록 할 뿐이다. 전북인들은 왜 국민통합이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인사탕평도 말로만 하는 것 보다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도민들은 현재 상황이 힘들게 돌아 가도 인내심을 갖고 견딘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오기 때문이다. 전북인이 출향인까지 합해 무려 500만이나 되기 때문에 조금만 애향심을 합치면 전북의 장래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 내년 대선이 국가적으로 중요하지만 전북인 한테도 좋은 기회다. 지난 4·13 총선때처럼 여소야대의 결과가 나오면 평화적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정권교체는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9-26 23:02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어른, 권력가, 재력가 등의 행실이 얼마나 혼탁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말이다. 그네들의 도덕적 해이, 부정부패가 반복되고 또 산처럼 커지는 점입가경 현실을 보다 못한 세상이 만든 말이다. 얼마나 지독하고, 날카로운 경고인가.대한민국이 최근 결실을 본 것이 하나 있다. 소위 ‘김영란법’이다. 부정청탁을 하지도 말고 받아주지도 말자, 부정한 청탁과 관련한 금품을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취지의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법률의 적용 대상은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시도교육청, 공직유관단체 등 모든 공공기관이다. 제정 과정의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립학교를 포함한 학교와 학교법인, 언론사가 포함됐다. 당연히 본사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언론사가 김영란법에 포함된 것은 묘한 부분이 있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 ‘목탁’ ‘제4부’ 등으로 일컬어지는 공적 영역이기도 한 반면 본질적으로는 엄연히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김영란법의 범위에 온전히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다. 김영란법의 취지가 엄중한 현실 앞에서 언론이 동참 의지로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사기업을 공기업으로 특정하고 부당한 제어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문제는 또 있다. 엄연히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등 선출직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국회가 자신들은 발을 빼고 만든 법이니, 정당하지 않고 그저 우스꽝스럽다. 동서고금으로 정치하는 자들 중에서 거악이 많았다. 일선 하위공무원이 찐빵 하나 훔쳐 중징계 먹을 때 주민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들은 ‘제3자 고충민원 전달’ 등의 명분으로 청탁하고 강요하며 얻은 이익으로 선수를 늘려가고, 배불뚝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이 하면 스캔들, 자신이 하면 로맨스 식이다.어쨌든, 법은 법이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아 가는게 인간사회다. 언론은 이번 기회에 반성해야 한다. 단지 영화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 ’내부자들’에서 온갖 패악을 저지르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가 현실언론에 없다고 말할 언론인은 누구인가. 김영란법을 계기로 언론은 더욱 자정 노력하며,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파헤쳐 윗물 아랫물을 맑게하는 ‘사회적 공기’로서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9-22 23:02

지난 2014년 마스다 히로야가 쓴 ‘지방소멸’이라는 책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와테현 지사와 총무장관을 역임하고 일본 창성회 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 책에서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인 896곳이 30년 이내에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08년부터 일본의 순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도쿄보다 지방에서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현상에 주목, 대도시만 생존하는 극점사회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인구가 도쿄 한 곳으로 집중하는 극점사회는 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 소멸을 더욱 부채질하는 주범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데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실업률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되며 고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한국고용연구원이 지난 3월 마스다 히로야가 사용한 접근방식과 분석지표를 활용한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우리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지방소멸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이내에 전국 자치단체 243곳 중 77곳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도내에서도 전주시 군산시 익산시와 완주군을 제외한 10개 시군이 여기에 포함됐다. 보고서 분석을 보면 20∼39세 가임여성인구 비중과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간의 상대비가 0.5 이하일 경우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하는데 임실군이 0.25로 도내에서 가장 낮았다. 이어 진안군 0.27 장수군 0.28 고창군 0.28 순창군 0.29 무주군 0.29 부안군 0.31김제시 0.34 남원시 0.41 정읍시 0.43 이었다. 전북도의 경우 지난 7월 기준 인구 186만5000명 중 20~39세 가임여성인구비중은 21만2000명으로 11.3%를 차지, 전국 평균 13.4%보다 2.1%포인트나 낮았다. 전북도의 합계출산율은 1.33명으로 강원도 1.25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치단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출산 양육비 지원은 기본이고 난임부부 의료비 지원, 미혼남녀 맞선 주선, 귀농귀촌 유치 등 각종 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인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책은 일시적인 풍선효과에 그칠 수 있다. 당장 중앙 정부부터 수도권 집중 규제와 지방 살리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지방에 자족기능을 갖춘 거점 도시를 집중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결혼 출산 양육 교육관련 지원을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선거를 의식한 선심정책에 몰두하기보다는 젊은 층의 일자리와 아이낳고 키우기 좋은 여건 만들기에 집중해야한다. 민선 단체장들이 지역의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져야할 때다.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9-21 23:02

전주 승암산(僧巖山)은 조선시대까지 ‘중방위’로 불러졌다. 스님의 염불하는 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산에는 태고종 사찰 승암사가 자리하고 있다.승암사는 신라 때 도선(道詵)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고 승암산이 사찰로 유명해진 산은 아니다. 오히려 견훤이 후백제의 왕도를 보호할 목적으로 쌓은 동고산성이 승암산 자락에 있으며, 풍수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오목대·이목대·자만동 등 주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문화재급도 즐비하다.전주 한옥마을을 발밑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승암산에 치명자산(致命者山)이 있다. 최근 관광객들에게 더 많이 불러지는 치명자산에는 호남에 처음 복음을 전했던 유항검, 동정부부로 순교한 유중철(요한)과 이순이(루갈다)의 유택이 있다. 유항검 묘역이 여기에 조성된 것은 1914년이며, 천주교 차원에서 성지 논의가 이뤄진 것은 1980년대 초다. 성지 조성과 함께 1994년 순교자 묘 바로 밑에 성당이 건립돼 매일 미사를 올리고 있다. 2014년 복자의 품위에 오른 5분이 이곳에 모셔져 있어 전주를 찾는 천주교 신자들의 성지순례 코스가 됐다.전북도와 세계종교평화협의회가 오늘부터 5일간 2016 세계종교문화축제를 연다. 4대 종단(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이 참여하는 축제다. 그러나 배타성이 강한 각기 다른 색깔의 종교가 한마당에서 어울린다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실제 2012년 세계순례대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할 당시 4개 종단이 참여했으나 그 후 불교계가 2년 연속 불참했다. 지난해 ‘순례’대신 종교문화축제로 이름을 바꿔 불교계가 다시 참여하게 됐다. ‘순례’가 특정 종교에 치우치는 뉘앙스를 주는데 대한 불교교단의 거부감을 다른 종단에서 이해하면서다. 종교문화축제의 모태와 핵심이 ‘순례’였으나 올 축제에서는 ‘이웃종교 돌아보기’라는 이름으로 ‘종교문화탐방’이 소박하게(?) 진행된다. 축제 주최측이 제작한 팸플릿상 주차장이 치명자산이 아니라 승암산으로 표기한 것에도 눈길이 갔다. 일반 혹은 관광객들의 눈높이가 아닌, 종단 상호간의 입장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미덕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축제의 모양새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종교간 벽을 넘어 진정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축제의 취지를 살렸으면 좋겠다. 종교계가 새만금 반대를 위해 불교 용어인 ‘삼보일배’ 아래 뭉친 것이 아주 오래 전의 일만은 아니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기타 | 2016-09-20 23:02

가을이 오면서 어느새 여름에 맴맴하고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가 자취를 감췄다. 매미는 7년간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내다가 매미가 되어 짝지은 후 1주일간 살다 죽는다. 느티나무에서 구슬피 우는 매미는 수컷으로 암컷과 짝짓기 위해 5분간 운다. 짝짓기 확률은 30%에 불과하다. 매미의 생명주기가 5, 7, 13, 17년으로 소수(素數)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천적으로부터 종족보존을 위해서라는 것. 생명주기가 점차 17년까지 늘어난 것도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다.고려때 이규보(李奎報)가 지은 방선부(放蟬賦)를 보자.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는 매미를 날려 주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둘다 똑같은 동물이고 매미를 살려주면 거미는 굶는데 왜 놓아 주었느냐”고 힐난하자 이렇게 답하고 있다. ‘거미는 성질이 탐욕스럽고/매미는 심성이 맑을세라/배 부려드는 욕심은 채워지기 어려우나/이슬먹는 창자야 무슨 욕심이 있을 것인가/욕심 많고 더러운 놈이 맑은 놈을 박해하니/내 어찌 동정이 없을 소냐’라고 답했다.중국 진나라 육운(陸雲)은 매미를 보고 다섯 가지 덕을 갖춘 곤충이라 했다. 그의 한선부(寒蟬賦)에 나온다. “두상유관대,시문(頭上有冠帶,是文) 머리에 관대가 있으니 문인의 기상을 갖춘 것이요/함기음로, 시청(含氣飮露,是淸) 천지의 기운을 품고 이슬을 마시니 청정함을 갖춘 것이요/불식서직, 시렴(不食黍稷,是廉)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춘 것이며/처부소거,시검(處不巢居, 是儉) 거처함에 둥지를 만들지 아니하니 검소함을 갖춘 것이요/ 응시수절이명, 시신(應時守節而鳴, 是信) 때에 응하여 자신의 할 도리를 지키어 울어대니 신의를 갖춘 것이다.그래서 옛 임금은 매미의 양 날개를 위로 향하게 형상화 한 익선관(翼蟬冠)을 쓰고 국정을 돌보았다. 매미의 성덕과 날개처럼 투명하게 선정을 펼치라는 뜻이다. 조정의 문무백관도 양 날개를 옆으로 행하게 한 관모를 썼다. 그 이유는 매미의 오덕을 망각하지 말고 공직자로서 품격을 지켜 나가라는 뜻이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공직자의 덕목으로 염결(廉潔)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했다. 오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된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그간 부정을 눈감아준 측면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게 통하지 않게 돼 있다. 요즘 고위공직자들의 대형 부정 부패가 잇달아 터지는 바람에 서민들이 살맛을 잃어 간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게 돼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 된다. 우리가 선진사회로 가려면 법 질서 확립이 중요하다. 국민을 개 돼지 정도로 보고 갑질이나 하는 공직자가 있어서는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추석을 쇤 이 가을에 모든 공직자가 매미의 5덕을 떠올렸으면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9-19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