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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은 프랑스·독일과 맞닿아 있는 국경도시다. 인구 26만 명. 크지 않은 도시지만 이곳에는 의미 있고 아름다운 뮤지엄이 26개나 있다. 인구 1만 명당 뮤지엄이 하나 꼴인 셈이니 스위스 문화를 상징하는 도시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들 26개 뮤지엄 중에는 유럽 어느 도시도 갖지 못한 뮤지엄이 있다. 하나의 캠퍼스로 평가받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다. 디자인 전공자들이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꼽는다는 이곳은 이제 대중들에게도 인기 있는 공간이 되어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투어’ 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디자인의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 전시는 물론이고, 뮤지엄의 넓은 공간에 세계적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이 모여 있어 이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장소가 되었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설립 배경은 단순했다. 1940년대 바젤에서 출발한 가구회사 비트라(Vitra)는 회사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비트라 컬렉션을 정리하기 위한 공간을 구상했다. ‘임스 체어’로 널리 알려진 가구디자이너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 미국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조지 넬슨, 핀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 알토,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실용주의 디자이너 장 푸르베 같은 전설적인 디자이너부터 로낭과 에르완 부훌렉 형제, 론 아라드 같은 주목 받는 현대의 산업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제작한 가구를 보급해왔던 비트라 컬렉션은 사실상 그 자체로 디자인의 역사였다. 1980년대, 비트라는 바젤 근처에 위치한 독일의 마지막 도시 베일 암 라인에 전시장을 건립하고 1천 6백여 점의 가구들을 전시했다. 그러나 뮤지엄의 구성은 단순히 가구 전시에만 그치지 않았다. 가구공장에 불이 난 것을 계기로 이 일대에 다양한 건축물을 들여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를 조성한 것이다. 그 결실은 놀라웠다. 프랭크 게리의 ‘비트라박물관’을 비롯, 영국 테이트모던 설계자이기도 한 헤르조그와 드 뫼론의 ‘비트라 하우스’, 안도다다오의 ‘컨퍼런스 파빌리온’, 버크민스터 풀러의 ‘비트라 돔’, 장 푸르베의 ‘패트롤 스테이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해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자하 하디드의 ‘비트라 소방서’, 알바로 시자나 니콜라스 그림쇼의 ‘비트라 팩토리’ 등 현대건축 거장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한 가구회사의 혁신적 발상이 가져온 결실, 우리에게는 큰 선물이 됐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9-09 23:02

의료 관련 사고가 터지면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주목받는다. 의료인이 선서를 지키면 존경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탄받을 것이다. 의료인으로 첫 발을 대딛는 의료인으로서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치겠다고 맹세하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460~377) 선서의 대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 환자가 알려준 모든 내정의 비밀을 지키겠다. 의사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지키겠다. 인종과 종교, 국적, 정당정파,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게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다. 나는 인간의 생명을 수태된 때로부터 존중하겠다. 위협 받는 상황에서도 인도에 어긋나게 않겠다.”물론 대다수 의료인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키고 있지만 일부는 재정적 이유 등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최악의 경우 환자의 생명을 앗는 일이 발생해 문제다. 의사의 실수, 간호사의 실수, 과잉 진료 및 수술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 사망자는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일반인은 증명할 수 없는 영역이 많기 때문에, 제도적 문제 때문에 알기 힘든 탓이다. 아마 2,300년 전 히포크라테스 시대에도 의료사고가 많았을 것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 항의, 분쟁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를 해소 하기 위한 히포크라테스의 간절함이 ‘선서’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정부가 지난 6일 국무회의를 열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을 심의·의결했다. 오는 28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2년 8월 처음 발표한 지 4년1개월 만에 법적절차가 마무리 됐다. 김영란법은 공무원과 교사, 언론인 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공직사회의 승진 등 인사 청탁, 사업권 등 이권 청탁, 법조 청탁 등은 한국사회의 강점인 인맥에서 출발한다. 우리 사회는 소위 인정, 얼굴 한 뼘, 말 한 마디를 법보다 중시하곤 하는 경향이 있다. 술·밥 먹고, 골프치고, 선물주고, 경조사비를 낸다. 일상이지만 과도한 게 문제다. 그게 원칙을 무너뜨리고, 결국 불특정 타인들을 침해한다. 영리한 사람들이니까, 김영란법에 대응하는 편법 매뉴얼은 물론 그에 따른 란파라치, 내부고발, 함정뇌물 등도 예상할 수 있다. 새로운 출발선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9-08 23:02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를 놓고 파행이 빚어졌다. 야당출신 국회의장으로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사드배치 결정 등 현안을 거론한 것과 관련, 새누리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이틀간 국회 운영이 마비되었다. 정 의장은 이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촉구했다. 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서도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없었고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고 적시했다.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수장으로서 청와대와 행정부에 대한 입장 표명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 19대 국회 때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청와대와 여당의 노동3법 등 경제선진화법 직권상정 요구에 “내가 성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직권상정은 없다”고 거부했다. 그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요구 때는 “직권상정은 내 사전에 없다”며 못박았다.수개월째 논란이 증폭되는 우병우 민정수석 파문과 정부의 일방적 발표로 지역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사드 배치문제를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우병우 수석 사퇴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제기되었고 사드 문제도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장 개회사는 이미 1일 오전 중에 국회 내에 배포가 되었기에 오후에 열리는 개회식에서 정 의장의 발언 내용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고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채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16대 국회 때인 2002년 3월 국회법 20조2항 개정을 통해 의장의 당적보유 금지를 명시했다. 이는 의장에게 불편부당과 중립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정권에서 추진한 법안의 직권상정, 날치기 통과 등 정권 거수기 노릇이나 하던 국회를 바로세우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다. 당시 회의록과 본회의 제안 설명에 이 같은 국회의장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는게 나와 있다. 정권으로부터 국회의장의 독립성을 보장한 국회법을 근거로 새누리당이 정세균 의장을 공박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장은 영문으로 The Speaker of the National Assembly로 표기한다. 국민과 국회를 대표해서 할 말은 해야하는게 국회의장이다. 정권을 향해 쓴소리도 못한다면 어찌 국회의장이라 할 수 있을까.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9-07 23:02

국회 인재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새(2011~2015년) 벌 쏘임 환자 발생 건수가 5만6천288건, 뱀 물림 건수가 2만775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4년간(2011~2014년) 뱀물림 9명, 벌쏘임 133명이 목숨을 잃었다. 벌초와 성묘를 하는 8~10월 사이 전체의 63%인 3만6497명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전북에서만 5년간 벌 쏘임 사고가 5061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벌초하다 벌에 쏘이거나 예취기에 다치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단다. 추석 풍속도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주말 전국의 도로마다 ‘벌초정체’가 빚어진 걸 보면 조상의 묘소를 잘 관리하려는 마음은 아직 여전한 것 같다. 벌초는 처서 이후에 하는 게 일반적이다. 처서가 되면 풀이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이때 벌초를 하면 비교적 오랫동안 산소를 깨끗이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음력 팔월 초하루를 벌초일로 정해 벌초를 하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이날 일가가 모여 벌초하는 일을 두고 ‘소분(掃墳)한다’ ‘모듬벌초한다’고 부른단다. 벌초는 우리만의 풍습은 아니다. 중화권에서는 4월5일 청명절(Tomb Sweeping Day)을 기해 우리와 같이 묘소를 관리하고 성묘하는 풍습이 있다.벌초의 형태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보통 3대 이상이 함께 사는 대가족인 경우가 많아 벌초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친척들도 전국으로 흩어져 살면서 벌초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에 남아있던 문중의 사람들이 벌초를 책임지고, 일가친척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벌초비를 주는 형태가 많았다. 농촌의 고령화에 따라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되면서 벌초 대행업자에게 맡기는 게 대세가 됐다. 매년 ‘벌초정체’가 반복되고 있으나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벌초도 옛풍속이 될지 모르겠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기준 ‘전국 17개 시·도별 화장률 추이’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화장률은 72.1%로 집계됐다. 2001년 화장률 20.8%에 비해 격세지감이 있다. 봉분 대신 이렇게 납골당이나 수목장으로 모시는 장례문화의 변화에 따라 벌초를 추억으로 떠올리는 날이 멀지 않을 것 같다. ‘처삼촌 무덤에 벌초하듯’한다거나 ‘핑계 없는 무덤 없다’ ‘굽은 솔이 선산 지킨다’ ‘산소등에 꽃이 피었다’는 속담도 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될 성 싶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9-06 23:02

불명예스럽게도 전북이 자살률 이혼률 투서 고소 고발 건수 등 안 좋은면에서 타 시·도를 앞선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경제적 낙후에서 비롯됐다. 살림살이가 어렵고 쪼들려서 생긴 것들이다. 농업사회가 중심이 되고 근간이 됐던 때만 해도 전북은 그렇지 않았다. 70년대 전후만해도 전북으로 전입해 오는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80년대 이후부터는 먹고 살기가 어려워지면서 차츰 수도권이나 공업화가 된 지역으로 인구가 유출됐다. 60년대 300만을 바라보던 인구가 지금은 187만대에 머물러 있다.이혼률이 급증한건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전북이 유독 높다. 최근에는 황혼이혼자가 늘지만 주로 경제적 사유로 부부가 갈라선다. 급격한 서구화로 가치관이 변모하면서 예전처럼 자식들을 위해 희생해 가면서 살려고 하지 않는다. 한번 부모가 맺어주면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 것으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성격 차이와 심각한 경제적 사유가 생기면 헤어진다. 예전에는 남편이 실직하거나 돈벌이를 못하면 아내들이 자신을 희생해가며 집안을 꾸려 갔지만 지금은 이같은 현상이 퇴색해졌다. 젊은층일수록 더한다.이혼하더라도 여자들은 할일이 많아 남자들에 비해 혼자 잘 산다. 남자들은 한번 일자리를 잃으면 쉽게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 경제적인 문제로 부부간에 불화가 생기면 결국 이혼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요즘 전주에는 여성들의 일자리가 많다. 본인만 부지런하면 얼마든지 돈벌이하면서 누구 구애 받지 않고 산다. 남자들 사정은 다르다. 나이 들어서는 마땅하게 일할 곳이 없다. 아파트 경비 자리도 없다. 막노동 판으로 뛰어 들어 가지 않는 한 남자들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 이혼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자식들이 성인인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고 청소년일 경우에는 의외로 문제가 심각하다. 이혼이 한 가정의 파탄으로만 끝나지 않는다.경제력이 약화되면서 전북에서 안좋은 면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경제력 약화는 외부 탓이 크지만 내부 탓도 간과할 수 없다. 역대 정권들이 산업화 공업화 전략을 짜면서 전북을 소외시킨 면이 결정적이다. 사회간접시설이 확충되지 않아 공장들이 들어서지 않았던 것. 일자리가 없어 결국 외지로 떠나는 신세가 됐다. 경제력 약화의 원인이 다양하지만 도민들이 정치적으로 전략적 선택을 못한 것도 한 원인일 수 있다. 특히 소극적인 성격과 비판력이 약한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말로만 형님 동생하는 문화만 판치지 의리가 약하다. 남 죽여 달라고 고소 고발건이 난무하는 것은 건강치 못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앞에 나서지 못하면서 비열하게 뒤에다가 총질하는 측면도 몹쓸병이다. 지금부터라도 도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강단있게 적극적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9-05 23:02

30년 가까운 동안 판소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발로 찾아다니며 온갖 자료를 수집하고 섭렵해온 사람이 있다. 학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리꾼도 아닌 그는 지방자치단체 6급 공무원이자 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용근소장이다. 그로부터 판소리북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이 또한 그가 발로 찾아다닌 수많은 소리꾼과 노인들로부터 듣고 온갖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한 것이니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학문적인 검증(?)을 거친 것이 아니니 ‘김용근의 북이야기’ 쯤으로 해두자. 조선시대, 우리나라에서 북을 만들었던 곳은 경남의 하동과 전남의 담양, 서울의 동숭동과 남원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남원은 판소리북으로 이름을 알렸다. 판소리북의 전통은 수많은 소리꾼들이 남원을 거쳐 갔던 배경과 맞닿아 있다. 게다가 당시 남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소시장과 도축장이 있어 북을 만드는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초기까지도 남원 운봉의 만석꾼 별장인 운악정에는 소리꾼들이 머물면서 소리를 가르치고 공연을 했다. 그들 소리꾼들은 운악정을 떠날 때면 어김없이 남원 판소리북을 하나씩 마련해가곤 했다. 그만큼 남원 북은 소리꾼들이 갖고 싶어 하는 명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원 판소리북은 내놓고 판매하는 북이 아니라 북을 필요로 하는 소리꾼의 주문에 의해 그의 소리에 맞추어 제작되는 맞춤북이었다. 사실 남원 북을 갖게 되는 과정은 까다로웠다. 북을 주문하면 북을 만드는 장인은 소리꾼의 소리를 들어보고 체격과 앉은키를 고려해 북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소리꾼의 성음과 성량을 고려해 북통과 가죽의 두께를 정하고 다시 그 소리꾼의 소리와 맞추어가며 북을 만들었다.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제작시간도 길어져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렸다. 옛 소리꾼들은 가르치던 제자를 독립시킬 때 그 징표로 소리북을 맞추어 주었다. 가장 최고의 북 선물은 역시 남원 북이었음은 물론이다. 북을 만드는 장인들은 하나같이 소리를 잘 구별해내는 귀명창들이었다. 소리꾼은 북이 만들어지는 동안 여러 번 찾아와 소리를 해야했는데, 장인이 그 소리를 듣고 가죽의 두께를 조절하는 등 일종의 ‘튜닝’과정을 꼼꼼히 거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북이 완성되면 스승은 붓으로 징표를 써넣었다. ‘이제 내 소리가 너한테로 간다’는 뜻이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의미 있는 대물림이 멋스럽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9-02 23:02

현대차 포니는 한국 첫 고유모델 승용차, 한국을 대표하는 승용차였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생산된 장수 모델이다. 포니가 세상에 나온 지 40년이 지난 2016년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2,146만대를 넘어섰다. 마이카 시대가 현실이 된 지는 오래전 일이다. 포니2가 출시된 1985년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는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1992년 500만대, 1997년 1000만대, 2014년 2000만대를 넘어섰다.수입차도 7%가량 된다. 152만 대쯤 된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 미국산이 주종인데, 수입차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 폴크스바겐처럼 고객과 국가를 속이는 비양심적인 철면피 기업도 등장했다.국민소득 3만 불 시대라는 말은 캠핑차 등록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2007년 346대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6768대다. 약 10년 만에 20배가 증가했으니, 관광 레저산업의 열기를 추정할 수 있다.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성장한 것이 자동차 영업이다. 영업을 잘하려면 고객의 요구를 잘 알아야 한다.한때 고객 최고 선호 넘버는 ‘7’자 였다. 대중 사이에 행운의 숫자인 탓이다. 권위적인 자들은 1111등을 선호했다.대체로 4자는 싫어하는 분위기다. ‘죽을 사(死)’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아파트 호수나 호텔 객실, 엘리베이터 층수 등을 표시하면서 4를 건너뛰거나 4를 F로 표시, 부정의 숫자 4를 피하는 것과 마찬가지 심리다.기독교 신자 중에서는 6자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6이 사탄, 악마를 뜻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진다. 7을 좋아하는 것은 7일째 교회에 가고, 쉬기 때문이다.사업가들은 사업번창 심리로 4개의 숫자가 오름차순이 되는 번호를 선호한다. 1663은 끝자리 수가 6보다 낮으니 당연히 비선호 넘버다. 그러나 1669는 선호하는 넘버에 속한다. 1234나 3579 등은 당연히 선호 넘버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이들은 외우기 쉽지 않은 번호, 눈에 잘 띄지 않는 숫자 구성을 좋아한다. 1111보다는 4791을 선호하는 식이다.고객은 어떤 번호를 원할까. 신차 등록서비스를 해 주는 일이 잦은 영업사원으로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채 차량등록사업소 컴퓨터가 내놓은 10개 번호 중 4444를 선택했다면, 그는 차량 인도를 거부당할 수 있다고 한다.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9-01 23:02

지난 주말 무주 반딧불 행사장을 찾았다. 무주읍 내도리 앞섬마을 앞 금강 상류 천변을 따라 우거진 수풀은 반딧불이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었다. 해가 진 뒤 어둠이 깔리면서 마을 가로등을 모두 불을 끈 채 반딧불이를 맞이했다. 주위가 컴컴해지자 수풀 속에서 작은 불빛들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수십,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 무리가 영롱한 빛을 발하며 아름다운 군무를 그려냈다. 환상 그 자체였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700여 명에 달하는 탐방객들은 탄성과 환호를 그칠 줄 몰랐다.한 탐방객은 말레이시아 만타나니섬 나나문 반딧불투어도 환상적이지만 무주 반딧불이는 더 멋지다고 전했다. 이날 무주 앞섬(전도)마을과 뒷섬(후도)마을, 적상면 갈골 등 3곳에서 진행한 반딧불투어에는 서울과 대전 전주 등 전국 각 지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온 관광객 등 2000여 명에 달하는 탐방객이 찾았다. 무주 반딧불이 투어가 워낙 인기를 끌다 보니 예약하지 않으면 표를 구하기 어렵다는 게 행사관계자의 귀띔이다.환경 오염과 생태계 변화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개체 수가 격감하면서 동심 속 추억으로 남아있던 반딧불이는 이젠 환경지표 곤충으로 꼽는다. 개똥벌레로도 불리는 반딧불이는 전 세계에 약 2000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애반딧불이와 늦반딧불이 파파리반딧불이 등 7~8종류가 산다.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1982년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는 무주 설천면 일원 반딧불이와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됐고 2002년 1월에는 무주읍과 무풍면 일원으로 확대 지정됐다. 국내에서 곤충과 관련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장수하늘소와 반딧불이 서식지 둘뿐이다. 무주 애반딧불이는 6월 중순~7월에, 늦반딧불이는 8월 중순~9월 중순에 볼 수 있다.반딧불이는 배 끝에 있는 발광기 세포에서 만들어진 루시페린(luciferin)이라는 물질이 루시페라아제에 의해 산화되어 빛을 내며 교미를 하기 위해 암·수 모두 또는 암컷이 빛을 내어 유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무주군에서는 지난 1997년부터 반딧불축제를 개최해 오고 있으며 올해로 20회째를 맞았다. 지난 1999년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이래 2012년까지 정부지정 우수축제, 2013년부터 4년 연속 정부지정 최우수축제로 꼽힌 환경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부대 행사로는 전통 불꽃놀이인 안성 낙화놀이를 비롯해 전통 섶다리 공연 전라좌도 무주굿 무주아리랑 비보이댄스경연 태권도 혼 공연 등이 다음 달 4일까지 다채롭게 열린다. 이번 주말엔 가족과 함께 무주 반딧불축제와 반딧불이 투어에 가보면 좋을 듯싶다.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8-31 23:02

세끼 밥 먹고 살기가 여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이 말은 인간답게 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간 앞만 보고 죽어라고 일만 하다 보니까 물질은 어느 정도 충족된 듯 싶지만 정신 세계는 오히려 공허한 느낌이다. 인간답게 사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예전에는 잘 사는 사람이나 못 사는 사람이나 밥 먹고 사는 게 비슷했지만 요즘은 그게 아니다. 양극화가 이를 잘 말해준다. 농업이 근간을 이뤘을 때만해도 개천에서 용 나는 출세의 사다리가 마련돼 있었지만 지금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흙수저로 나눠져 있을 정도로 계층 구분이 심하다. 교육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의 국민을 개 돼지라고 한 망언이 공분을 샀던 것도 다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요즘 워낙 생존경쟁이 치열한 탓인지 인간미가 갈수록 사라져 가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불과 한 세대전만해도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 오직 나와 내 가족만 잘 살면 그만이다는 이기주의만 팽배해졌다. 자본주의 발달로 개인주의가 심화되지만 너무도 빠른 템포로 사회가 변해가는 바람에 가치혼돈 현상마저 나타난다. 양심과 선악의 구분도 흐려졌다. 경제상황이 안 좋다보니까 생계형 범죄자만 늘어간다. 먹고 살기가 어려운 사람 가운데는 교도소 가려고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까지 있다.세상 살기가 힘들다 보니까 남 카드만 먼저 훔쳐 보려는 잔머리들꾼들로 넘쳐 난다. 자연히 조직이나 사회에서 간만 보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신이 그 조직을 위해 열심이 헌신해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기 보다는 뒤통수를 쳐서라도 이익만 취하려는 사람이 있다. 습관적으로 간만 보려는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 항상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좁은 지역사회라 알게 모르게 서로를 잘 알고 있어 잔머리 굴려가며 세상 살기가 쉽지 않다. 한 두번은 속아 줄지 모르지만 영원할 수는 없다. 근본과 원칙을 지키며 진정성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영원한 승자가 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삶이 값지고 멋진 것이다.비우면 가볍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알면서도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왼손이 한일 오른손 조차도 모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 보시(布施)는 신앙인들만 하는 게 아니다. 남에게 줬다는 사실 조차도 머리속에서 잃어버려야 한다. 그게 바로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다. 우리가 땀흘려 이 만큼 살고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한번쯤은 뒤를 돌아다 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올 여름 모두가 더위를 이겨 내느라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에 맘의 여유를 갖기 위해서라도 보시를 했으면 좋겠다. 가장 계절의 변화가 심한 금화교역(金火交易)철을 맞아 심신건강을 위해 맘을 비우면 어떨까. 세상 이치가 진정으로 비우면 채워지는 법이라서 그렇다. 말로만 비운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보여주기식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8-29 23:02

22일 중계된 리우 올림픽 폐막식은 화려했다. 폐막식의 주제는 ‘A New World’.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었지만 폐막식의 축제 분위기는 온전히 살아났다. 100여 년 전 회중시계 대신 세계 최초로 손목시계를 차 이름을 알린 브라질 발명가 아우베르투 산투스두몽으로 분장한 배우가 등장해 시계를 들여다보며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린 폐막식은 그 자체로 삼바축제의 현장이 되었다. 축제는 폭우 속에서도 삼바 리듬을 즐기며 입장하는 선수들의 웃음과 춤, 환희로 절정을 이루었다. 승자와 패자가 따로 없는 인류의 아름다운 축제. 올림픽 정신이 거기 있었다. 리우 올림픽은 불안한 정치상황과 경제위기를 맞은 브라질의 상황과 맞물려 개최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국민들의 무관심과 열악한 경기장 환경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만큼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 큰 사건 없이 22일 동안의 열전을 무사히 마친 것만으로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때문에 성공적 올림픽으로 평가를 받지는 못했으나 리우 올림픽이 준 교훈은 따로 있다. 개폐막식에서 보여준 브라질만의 문화적 감성과 발현이다. 리우 올림픽은 개막식과 폐막식을 저예산으로 치러냈다. 개막식은 55억 원, 폐막식 예산은 14억 원 규모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이 개막식에만 460억 원, 폐막식에 700억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자했던 것을 고려하면 상상할 수 없는 예산이다. 첨단 시설이나 장치가 없이도 축제의 열기를 그래도 살려냈던 리우올림픽 개폐막식은 그래서 더욱 돋보였다. 개막식이 아마존을 화두로 광활한 자연과 역사를 담아낸 장대한 서사시였다면 폐막식은 축제의 나라 브라질의 독창적 문화를 전파하는 살아있는 공간이었다. 폐막식 공연을 만들어낸 로사 마젤란 총감독은 ‘임페라트리스 카니발 스쿨’의 책임자답게 성공적인 무대를 확신했다. “브라질을 상징하는 카니발이야말로 폐회식 행사로 제격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리우와 같은 축제를 하는 곳은 없다. 카니발은 이번 올림픽 대회의 방점을 확실히 찍어줄 것이다.” 그의 말대로 세계는 적은 예산으로도 훌륭하게 치러낸 리우올림픽 폐막식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의 20분의 1, 2012 런던올림픽의 12분의 1의 예산만으로도 축제의 나라 브라질의 열정과 자연과 환경,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제대로 전했으니 그럴만하다. 저예산 개폐막식의 울림이 크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8-26 23:02

어제 집권 여당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가 전북도청에서 열렸다. 재작년 전남, 지난해 광주에 이어 올해는 전북 개최 차례이었지만 도민들의 기대감이 남달랐다. 지난 9년 동안 정부 여당의 무관심과 푸대접에 변방으로 전락했던 전북에서 호남출신 첫 여당 대표가 주재하는 예산정책협의회가 열린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앞서 지난 3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도 전주에서 열렸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행사가 전주에서 열린 것은 32년 만에 처음이었다.이 같은 변화의 단초는 지난 4·13 총선에서 비롯됐다. 전주을과 순천에서 새누리당으로 출마했던 정운천 의원과 이정현 대표가 당선되면서 호남의 정치 지형이 바뀌었고 새누리당도 서진(西進)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문제는 새누리당의 이 같은 정치 이벤트가 보여주기식 일과성 행사에 그쳐선 안된다. 도민들은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준 쇼 이벤트에 너무 식상해 있다. 선거철만 되면 장밋빛 청사진을 내걸어 표심을 흔들어놓고 선거 후에는 공염불로 그친 전례가 수두룩하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총출동, 새만금 현장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고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명박 후보는 “새만금에 국제 투자자를 유치해 세계에서 가장 큰 단지로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임기 5년 내내 이행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8대 대선 당시 “새만금사업을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며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를 비롯 동서2축과 남북2축 도로 건설, 새만금∼김천 동서횡단철도 조기 착공, 신항만 배후 물류산업복합단지 조성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특별회계 설치는 물 건너 갔고 남북2축 도로건설은 내년 예산에서 빠졌으며 동서횡단철도는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추가 검토사업으로 밀려나고 말았다.이정현 대표는 지난 3일 합동유세 때 새만금사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과 탕평인사를 내걸었다. 어제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새누리당이 호남 발전에 앞장서겠다”면서 지역 숙원사업 예산과 현안을 적극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호남 출신인 이정현 대표는 그동안 립 서비스에 불과했던 당 대표들의 언행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그의 약속이 말의 성찬으로 그친다면 그의 정치생명도 끝나기 때문이다.호남의 정치 변화에 이젠 새누리당과 이정현 대표가 응답해야 할 때다.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8-24 23:02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인기가 없었지만 퇴임 후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는 1981년 퇴임 후 고향 조지아주로 돌아가 세계 평화의 전도사로, 집 없고 헐벗은 사람들의 후원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200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임 때보다 더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처음부터 전직 대통령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우스갯말이 나왔다.카터는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중요한 정책을 폈다. 취임 후 계속해서 도덕정치를 내세웠던 카터는 한국의 인권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한 때 박정희 정부와 불편한 관계로 지냈다. 제1차 북핵위기 당시인 1994년 미국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북한을 방문,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갖고 교착상태이던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도 했다. 퇴임 후 해비타트에서 펼치는 사랑의 집짓기운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카터는 2001년 한국을 방문, 군산 등에 집을 짓기도 했다.전북대가 카터의 이런 국제적 명성과 한국과의 각별한 인연 속에 이를 활용한 대학 마케팅을 펼쳐 관심을 끌고 있다. 전북대는 올해부터 카터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지미카터 국제학부’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전북대의 카터 국제학부 설치는 작은 인연이 계기가 됐다. 전북대 국제개발협력 창의인재양성사업단이 지난해 카터센터를 방문, 카터 전 대통령과 간담회를 갖게 된 게 출발점이었다. 카터는 사업단 학생 50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남북분단 상황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평소 관심을 표명했고, 세계적 수준의 관련 전문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요청한 전북대에 협조를 약속하면서 이뤄졌다고 한다. 전북대는 ‘인권과 평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비정부기구인 카터센터와 손을 잡은 것만으로 대학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며칠 전 카터센터 실무자들이 전북대를 방문, 학부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발전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대학측은 아프리카와 남미 등 저개발 국가 농업기술을 지원하는 카터센터의 활동에 참여하고, 한반도평화 교양과목을 신설해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내년 개교 70주년에 맞춰 카터 전 대통령을 직접 대학에 초청해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대규모 국제학술 심포지엄도 가질 계획이란다. 카터 미국 전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가 없었던 전북대가 작은 인연을 씨앗 삼아 대학의 위상을 높일 계기로 삼으려는 발상이 돋보인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8-23 23:02

요즘 도민들은 박근혜 정부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개각 때마다 전북 출신을 기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장 차관 없이 잘 살아왔는데 그걸 견디지 못하겠냐는 것이다. 더 이상 애걸복걸 하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다. 구걸해서 장차관 임명 받아봤자 무슨 좋은 일이 생기겠냐는 것. 호남 출신으로 첫 새누리당 대표가 된 이정현의원이 박 대통령에게 호남 출신을 중용해 달라고 건의한 사항이라 내심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아니올씨다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를 거는 것은 자존심 상할 노릇이다. 지금부터는 우리 스스로가 정신 똑바로 차려 살길을 찾아야 한다.4·13 총선 때 전북 정치판을 확 바꿔 버리는 것 처럼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지금은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들 한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19대 국회의원들 처럼 존재감 없이 여의도나 왔다 갔다 하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 의정활동을 잘 하면 힘찬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못 한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혼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길이 없다. 국회의원들도 생각을 잘 해야 할 것이다. 이 정권서 전북이 차별 받고 찬밥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므로 어떻게 의정 활동을 해야 할 것인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운천 의원은 집권 여당 소속이기 때문에 정부측과 가교역할을 하면 된다. 국민의당이나 민주당은 야당이므로 정권교체를 위해 현 정권의 실정을 낱낱히 공개해야 한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본연의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 개원한지가 2개월여 밖에 안돼 아직은 현황 파악에 주력하겠지만 정기 국회가 열리면 그 때부터 포문을 열어야 한다.문제는 3당이 협치(協治)를 할 것으로 기대를 가졌지만 서서히 균열 조짐이 나타난다. 은연중 총부리를 내부로 돌리고 있다는 사실에서 감지할 수 있다. 선거가 끝났으면 선거 때 있었던 불미스런 일들은 승자가 안고 가는 도량을 발휘해야 한다. 진정성을 갖고 도정을 열심히 이끌고 있는 송하진 도정을 어떻게 해서든지 흠집내려고 해선 안된다. 설령 잘못한 일이 있으면 잘 하도록 지적해서 고쳐 나가도록 하면 된다. 국민의당이 7석을 차지해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특정 국회의원이 송 지사가 세계 잼버리 대회를 새만금으로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습까지 평가절하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일은 숫적으로 열세인 전북정치권의 존재감을 중앙정치 무대에서 새롭게 각인시켜 나가는 길 밖에 없다. 밖에 나가서는 큰 소리 못치고 안에서만 분란을 일으키면 졸장부 국회의원 밖에 안된다.국회의원은 입법 활동에도 충실해야겠지만 그 보다도 국가예산 확보가 더 중요하다. 내년도 국가 예산 확보하는 걸 보면 국회의원들의 대략적인 능력을 알 수 있다. 쥐 못 잡는 고양이는 도태시켜야 하듯 국가예산 제대로 확보 못하는 국회의원은 팽시키는 게 낫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8-22 23:02

‘우리는 학문연구와 신체단련을 위한 수많은 지침들을 갈고 다듬는다. 그런데 ‘생각하는 기술’ ‘말 잘하는 기법’ ‘기하학 입문’ ‘지리학 개론’ 등 온갖 유용한 가르침들로 넘쳐나는 세상에 왜 ‘침묵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이는 없는가? 그것이야말로 그 중요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푸대접을 받아온 삶의 기술이 아니던가? ’ 18세기의 세속사제인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가 고전 을 쓰게 된 이유다. 말과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은 제목만으로도 흥미롭다. 이 책이 발간된 것이 1771년, 300년 전에도 말과 글이 차고 넘쳤던 모양이다. 세속사제이면서 사회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문필가이자 논객이었던 저자는 종교문제와 사회윤리, 문학을 주제로 수많은 글을 썼다. 이 책에 담아낸 종교적 주장들 역시 비단 종교에 국한된 문제라기보다는 참여적 논객으로서의 정치적 사회적 발언으로 이해되는 것들이다. 디누아르가 정리한 침묵의 유형이 있다. 신중한 침묵, 교활한 침묵, 아부형 침묵, 조롱형 침묵, 감각적인 침묵, 아둔한 침묵, 동조의 침묵, 무시의 침묵, 정치적 침묵이다. 그는 이러한 침묵의 유형을 각종 담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신중한 담화, 교활한 담화, 아부형 담화, 무시의 담화 같은 예다. 침묵의 유형을 담화의 유형으로 적용해보니 ‘무시의 담화’는 이렇게 설명된다. ‘자존심과 오만함을 전제로 하며 상대를 일고의 주목할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하기에 가능한 담화다. -중략- 문제는 그가 침묵함으로써 무시하는 상대가 실은 중요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각종 비리 의혹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퇴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보도로는 외레 한 발 더나가 이번 개각의 인사검증까지 그에게 맡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디누아르의 유형 분류로 보자면 일종의 ‘무시의 침묵’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중요한 것은 그 침묵의 대상이 국민이라는 점이다. 300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부활하여 재해석되고 있는’ 고전 은 침묵의 가치와 미덕을 설파하지만 무조건 침묵의 절제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디누아르는 열네 가지 침묵의 원칙을 제시하면서도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있다’며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기 때문이다’고 분명하게 비판한다. 지금이 침묵해야 할 때인가 묻고 싶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8-19 23:02

새만금사업이 1991년 착공됐을 때 30년 내 완공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1991년 착공, 방조제 공사가 진행됐지만 불과 5년만인 1996년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로 변하면서 공사 중단과 재개, 법정소송 등이 이어지며 하대백년 처지가 됐다. 군산 비응도에서 신시도를 거쳐 부안 대항리까지 잇는 33㎞ 방조제 건설로 만들어지는 118㎢ 규모의 인공 새만금호수에 더러운 만경강과 동진강물이 유입되면 악취가 진동하는 죽음의 호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1999년 1월부터 2년간 공사가 중단됐고, 2006년 3월까지 5년 가깝게 새만금사업 중단 소송이 벌어졌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사가 계속됐지만 방조제가 완공된 것은 19년만인 2010년 4월이었다. 3년 전에는 새만금개발 및 투자 유치 등을 전담하는 정부기관인 새만금개발청이 출범했고, 정부는 2020년까지 전체 72.7%를 매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 동서 2축도로를 착공했고, 남북 2축도로도 추진하고 있다. 관건은 예산이다. 정부는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예산 배정에 매우 인색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매립 계획공정 72%는 현재 예산배정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새만금투자에 나서겠는가. 정부는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7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면서 헛발질만 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 도레이사가 새만금에 입주,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등 일부가 새만금산단에 입주했지만 기대했던 대다수 기업들이 새만금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OCI, 삼성이 투자를 철회했고 외국 자본들은 이제 눈길도 주지 않는 분위기다. 바닷물이 일렁거리는 수면이 언제 ‘상전벽해’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넋나간 자본가가 거액을 내놓겠는가. 삼척동자도 배꼽잡을 노릇이다. 국회 김관영의원(군산·국민의당)이 17일 새만금 내국인 카지노 건설을 골자로 하는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서 그가 ‘총대를 멨다’. 내국인 카지노는 안팎으로 뜨거운 감자다. 당장 외부에서는 강원랜드를 보유한 강원도가 반발하고, 전북지역에서도 ‘도박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만금카지노는 어제 오늘 제안이 아니다. 그동안 틈만 나면 거론됐다. 이제 제대로 공론화 해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8-18 23:02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계기로 건국절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지난 2013년과 지난해에 이어 경축사에서 또다시 ‘건국’이란 단어를 언급함에 따라 그동안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에서 제기해 온 건국절 제정론에 힘을 실어 주려한다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당장 야권과 진보 진영측에선 “반역사적·반헌법적”이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광복 71주년을 맞아 열린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도 김영관 전 광복군동지회 회장은 “건국절 주장은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반면 보수단체들은 15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한민국 건국 68주년 기념 국민대회’를 열고 “오늘은 해방 71주년이지만 동시에 건국 68주년 기념일”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건국절을 지정하고 광복절과 함께 기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들은 건국의 기점을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1948년 정부 수립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는 국민과 주권 영토 등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주권과 영토를 빼앗겼기 때문에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광복절 행사 이름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및 광복 63주년 경축식’으로 하려다 광복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취소했었다. 2008년 한나라당과 2014년 새누리당 소속 일부 의원들도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는 법안을 추진했지만 헌법 위배 논란으로 중단되기도 했다.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건국절 제정 사업을 추진하는 대한민국사랑회와 대한민국건국회에 매년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정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4년씩 지원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대한민국의 뿌리와 법통이 임시 정부에서 시작됨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1948년 정부수립 기념사와 1948년 국회 개회사에도 대한민국 30년 8월 15일로 기록돼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을 1919년 4월 11일 임시 정부 수립일로 인정한 것이다.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헌법 66조 2항에 규정해 놓고 있다.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8-17 23:02

모든 게 ‘스마트’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다. 농업도 첨단기술과 융합해 ‘스마트 농업’으로 변신 중에 있다. ‘스마트 팜’은 농사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여 만들어진 혁신형 농장을 말한다.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농작물 재배시설의 온도·습도·토양 등을 측정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최적 환경으로 제어한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농업을 미래 유망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2012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스마트 전문화 전략을 도입해 경쟁력 향상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구글의 토양 데이터 분석기법을 적용해 농업생산성 개선에 나섰으며, 일본의 경우 스마트 영농시스템 구축에서 나아가 영농관련 플랜트 및 설비 수출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농 선진국들이 로봇과 지능형 농기계 도입 IoT 기반의 3세대 모델까지 보급됐으나 우리의 경우 ICT 위주의 원격감시와 제어가 가능한 1세대 수준을 갓 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해 2014년부터 스마트 팜 보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농식품부는 2년 전 민간기업과 협업으로 세종시와 청학동에 창조마을을 출범시킨 후 스마트 팜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 팜 도입 후 생산량 증가와 수입 증가가 이뤄지고 있고, 농업인 평균 연령이 8세 낮아졌다는 게 농식품부의 효과분석이다. 스마트 팜이 농업의 대세인 상황에서 LG CNS가 최근 새만금 산업단지에 대규모 스마트 팜 단지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LG는 총 사업비 3800억원을 투자해 76.2ha(23만 평) 규모로 첨단온실, 식물공장, R&D센터, 가공 및 유통시설, 체험 단지 등을 갖춘 복합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전국 농민단체들이“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막겠다”고 반발하면서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북도의회가 ‘LG의 농업진출 저지 결의안’을 채택했고, 전북도는 수수방관이다. 농업단체의 입장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집행부와 의회가 막연한 삼성의 새만금 MOU에 대해 목을 매면서 정작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LG에 대해 이렇게 냉담한 지 이해하기 어렵다. 농업과 새만금의 미래를 위해 LG의 투자가 필요하다면 도의회와 집행부가 나서 농업인들과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새만금에서 한국농업의 미래가 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8-16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