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0-02-24 09:35 (월)
오목대 (4,725건)

큰 선거든 작은선거든지간에 선거는 돈 잡아 먹은 하마다.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더 그렇다. 후보들이 자기 돈 보다는 남의 돈 갖고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선거자금이 자칫 족쇄가 된다. 세칭 실탄이라는 선거자금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이득을 취할려는 베팅족 돈부터 시작해서 선거 막바지에는 검은 돈까지도 물불 안가리고 쓴다. 법정선거비용이 명시돼 있지만 그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도지사 선거를 빼 놓고서는 경쟁이 붙은 지역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돈을 많이 썼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만 안됐을 뿐이지 검은 돈이 많이 오갔다. 아마추어들은 무서워서 못 쓰지만 그래도 프로들은 그 틈바구니속에서 알게 모르게 돈질을 했다.후보는 선거때 말고도 공천 받을 때까지 많이 쓴다. 그간 지역에도 자칭 선거전문가라고 하는 브로커들이 생겨났다. 이들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냐에 따라 공천이 왔다 갔다하는 경우가 있다. 유권자가 적은 군수선거는 지역에서 몇몇이 좌지우지한다. 이들은 돈 냄새를 맡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라서 어느쪽으로 줄서느냐가 중요하다. 후보의 상품이 좋으면 덜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강투석이다. 유권자들이 민도가 높아져 공약과 정책을 들여다 보고 투표할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자신과의 이해관계나 사소한 인연이 작용해 표를 찍기 때문이다. 한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속을 모르겠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캠프를 차리기 전부터 조직관리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중전화통처럼 흔적없이 돈이 들어간다. 선거판은 움직이면 돈이 들어가게 돼 있다. 영수증 처리도 할 수 없는 돈의 성격 때문에 1억 정도는 금방 사라진다. 5만원짜리 고액권이 나오면서 선거판도 인플레가 일어났다. 통상 단체장 초선때가 돈이 많이 들어가지만 당선 되면 그 이후부터는 순풍에 돛단듯 자기돈 크게 안쓰고 선거운동을 한다. 그래서 현직이 재선에 유리하다. 단체장은 권한이 많다. 산간부는 유권자가 군수로부터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죽어라고 민다. 선거자금은 화약고나 다름 없을 정도로 판도라 상자다. 잘못 열렸다가는 모두가 죽게 돼 있다. 그래서 선거자금을 댄 측근들은 선거 후 수면 아래서 잇속을 챙기려고 바삐 물갈퀴질을 한다. 먹이사슬구조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시장 군수가 독단으로 시 군정을 펼치지 못한다. 공천 준 위원장 눈치와 실탄을 만든 사람 그리고 선거판을 누빈 측근들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선거 때 빌린 본전과 이자까지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선거꾼들이 ‘보이지 않은 손’역할을 한다. 주민을 위한답시고 그럴싸하게 명분을 만들어 사업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주 등 각 지역별로 집사가 누구고 보이지 않은 큰손이 누구인지 소문 나 있다. 선거 때 빚져서 당선된 사람들은 선거자금에 볼모로 잡혀 그래서 발뻗고 편히 못잔다. 지금부터 또 무소불위와 같은 완장을 차려고 법망을 피해 냉 온탕을 넘나든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7-10 23:02

전주시가 어제(7월 6일)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주완판본 서체’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배포하는 선포식을 열었다. ‘완판본’은 조선시대 전주지역에서 출판된 목판본을 이르는데, 전주를 뜻하는 ‘완산(完山)’의 ‘완’자와 목판(木板)의 ‘판’에 책을 나타내는 ‘본(本)’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전라감영에서 제작한 책의 목판본인 감영본과, 민간에서 제작된 목판본인 방각본이 따로 있으니 완판본에도 완판본 감영본(완영판)과 완판본 방각본이 있을 터다. 전주시가 무료 배포한 완판본 서체는 전라감영의 목판본 서체를 바탕으로 제작한 글꼴이다. 완판본의 글꼴을 현대적 서체로 처음 개발한 것은 지난 2014년, 사회적 기업 마당에 의해서다. 컴퓨터 글꼴로 만들어진 ‘완판본 마당체’는 컴퓨터에 탑재되어 일반인이 사용하는 폰트로서의 기능을 위해 원형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글꼴 디자인의 요소를 보완해낸 아름다움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 책이나 인쇄물의 글꼴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일반인 뿐 아니라 전문디자이너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유료로 보급하는 한계 때문에 쓰임은 확산되지 못했다. ‘전주완판본 서체’는 전주시가 이 서체를 다시 여섯 종류의 서체로 확장하고 고어체까지 더해 완결성을 이어낸 글꼴이다. 복원의 의미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무료 배포에 나섰으니 그 가치와 의미가 더 커졌다. 오늘까지 남아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된 ‘완판본’은 모두가 전라감영에서 제작한 감영본이다. 전라감영에서 전주 향교로 옮겨진 이후 완판본은 향교 ‘장판각’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비좁은 공간 안의 습기와 병해충의 공격으로 적지 않은 판본들이 썩거나 훼손되어 원형을 잃었다. 지난 2004년 정리 작업을 위해 전북대 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져 보관되어 있는 판본은 5천여 개에 이른다. 1800년대 각 지역의 감영에서는 책이 제작됐다. 전라감영의 목판본이 남아 있는 것도 그 덕분인데, 전국의 감영에서 제작된 판본 중에서도 전라감영 판본만큼 대량으로 남아 있는 예는 없다. 사료로서의 가치 뿐 아니라 문화유산으로서의 소중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전주시에 앞서 글꼴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무료 배포에 나선 자치단체들은 여럿이다. 서울시나 제주를 비롯한 도시들이 이미 자체 서체를 개발해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브랜드를 강화하는 ‘글꼴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주완판본’은 다른 자치단체들이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서체와는 그 의미와 가치가 다르다. 단순히 미적 기능이나 디자인적 요소만을 강조하여 도시 정체성을 살려낸 글꼴이 아니라 한국 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우리만의 서체인 까닭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7-07 23:02

‘옳거니 그르거니 상관말고 산이든 물이든 그대로 두라. 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세계랴 흰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가시가 돋혀 있고, 유유자적하는 삶을 노래한 이 시는 고려 말기 나옹선사가 지었다고 한다. 작자 미상 설도 있다. 논설위원실에 근무한 선배 누군가가 이 시를 원고지에 써서 한 켠에 붙여 놓았는데, 130자짜리 전용 원고지와 볼펜 글씨가 크게 바랜 것으로 미뤄 볼 때 20년 전으로 추정된다. 나옹선사 작품이 맞다면, 이 시는 700년 정도의 시공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며 전해 오고 있는 명작이다. 원고지에 볼펜을 꾹꾹 눌러 ‘청산은 나를 보고’를 쓴 선배도 이 시를 끔찍이도 사랑한 것이리라. 사실 ‘청산은 나를 보고’는 매일 세상을 비판해야 하는 논객들의 사무실에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1976년 병진년에 강암 송성용 선생이 전북일보 새 출발 3년째에 쓴 논정필직(論正筆直) 같은 작품이 어울린다. 어쩌면 매일 세상을 향해 분노하고, 지적하고, 대안을 말해야 하는 논객이기에 청산이 속삭이는 귓속말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다. 얼마 전 완주군 용진에 있는 완주소목학교에 들렀는데, ‘직업에 귀천없다’는 커다란 플래카드를 걸어두고 있었다. 요즘 온갖 전동공구가 나와 현장에서 사용되지만, 옛날 목수는 나무를 자르고, 켜고, 마름질해서 톱질과 대패질, 끌질 등 모든 과정을 온몸으로 해내야 했다. 고단하고 ‘천’한 직업이었다. 비판적인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인 논객들의 경우, 목수들이 겪는 육체적 고됨은 없지만 불특정한 대상들을 향해 지적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짧은 한세상 살면서 웃고 칭찬하며 살기도 바쁜데, 제 아무리 직업정신이라고 하지만, 숱한 날들 남이 하는 일 비판해야 한다는 것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옳다고 그르다고 다퉈본 들, 그래서 옳다는 세상이 열렸다고 한 들, 오로지 그것만이 참이고 진실인가. 지금은 구름 껴서 우중충하지만, 구름 걷히면 그 어디든 청산이니 세상만사에 성내지 말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아 가게나. 평생 논객으로 살다 지난 주 청산으로 간 김승일 전 전북일보 주필의 명복을 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7-06 23:02

모든 부분에서 전북이 낙후를 면치 못했지만 교육부문에서 하위권에 머물러 더 안타깝다. 가장 큰 원인은 전북의 경제력과 직접적 연관이 깊다. 예전과 달리 교육도 투자를 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구조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부유층 아이들이 주마가편격으로 사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가난한 집 아이들이 학력을 따라 갈 수 없다. 과거에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개천에서 용 나듯 공부를 잘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전반적으로 초 중 고의 학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뒤쳐진다는 것이 문제다.학부모들도 전북교육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70~80년대까지만해도 도민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성원이 남달랐다. 아이들의 미래와 직결돼 있어 애정어린 눈으로 학교를 바라다 봤다. 그러나 교육자치가 부활되면서 전북교육은 발전하기 보다는 오히려 뒷걸음 치기에 바빴다. 더 침몰하게 된 원인은 교육감 선거였다.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이 정치권 힘을 끌어들여 교육감이 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교육철학과 전문성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이 교육감이 되면서 예산과 권한을 갖고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펴는 바람에 교육질 저하를 가져왔다. 매관매직으로 인한 불공정한 인사가 계속되면서 전북교육이 나락으로 빠졌다.전교조와 진보세력의 지지를 받은 김승환 현 교육감은 보수후보 난립으로 운좋게 교육감이 되었다. 전북대 법대 헌법학 교수였던 그는 전임자인 최규호교육감이 전북교육을 망가뜨려 놓은 것이 그를 교육감으로 만들어 놓은 기폭제였다. 당시 교육계 안팍에서는 그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KBS 전주총국에서 진행하는 TV토론진행자가 고작이었다. 행정분야는 거의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도민들이 진보교육감에 대한 기대를 가졌지만 지금까지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MB 박근혜 보수정권으로 이어지는 동안 정부와 누리예산 편성 등으로 대척점에 서 정부로부터 전북이 소외되었다. 김 교육감은 교육감이 된 날부터 ‘어항속의 금붕어’로 감시의 대상이 되면서 한발짝도 제대로 떼지 못했다. 진영논리에 갇혀 소통을 못했다. 본인한테는 영예를 누리기 보다는 고단하고 힘든 자리였을 것이다. 지금도 김교육감은 인사개입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과거에도 두차례나 무죄를 이끌어 냈지만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에 도민들은 우려를 표시한다. 무작정 진보교육감이라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걱정을 한다. 결과적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전북만 각 부분에서 지원을 못 받아 오늘날 전북교육이 피폐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교육감 7년했으면 모든 역량이 드러났다. 임기 중 성과를 못 냈으면 조용히 임기를 마치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또 한번 하겠다고 나선다면 오기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겸손하게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되뇌이며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기는 게 순리다. 그가 양심껏 살아온 법학자로서 도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미덕이길 바란다.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7-03 23:02

동양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몇 가지 체재가 있다. 기전체(紀傳體)와 편년체(編年體),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 강목체(綱目體) 등이 그것이다. 이중에서도 역사를 사건별로 나누고 관련 내용을 모아 서술하는 기사본말체는 가장 발전된 역사편찬 체재로 꼽힌다. 애초 기사본말체는 기왕의 역사편찬 체재였던 기전체와 편년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됐다. 사건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고 그와 관련된 기사를 모두 모아 서술하여 사건의 시말(始末)을 기술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 덕분에 ‘가장 발전된 역사편찬 체재’이자 ‘역사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고자 하는 새로운 역사의식의 소산’으로 꼽힌다. 덧붙이자면 ‘정치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역사 편찬 체재’로도 평가받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긍익의 이 기사본말체로 쓰인 대표적인 역사서다. 얼마 전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다. ‘기사본말체’형식을 앞세운 책 이다. ‘역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건의 시말에 집중할 뿐 어떠한 주관적 평이나 해석을 더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기사본말체의 정신이 충실한 책이다. 은 얼핏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한 책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역사왜곡 논란을 촉발한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역사 왜곡 혐의가 강한 자서전에 대한 일종의 반박인 셈인데,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기사가 그 전말과 진실을 알리는 반박 자료로 작동한다. 당초 이 책을 기획한 이는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다. 집필가이기도 한 김 대표는 그야말로 ‘자기 멋대로’ 회고해 서술한 을 보고 왜곡된 진실을 제대로 알릴 수있는 책을 펴내기로 했다. 김대표와 의기투합한 역사학자들이 정일영 황동하씨다. 책을 엮어낸 편자들은 “그 삼엄한 시대를 거치고도 고작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잊었다. 그 망각의 틈을 이용해 누군가는 제멋대로 과거를 회고한다”며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고 또 기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돌아보면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제 입맛에 맞게 제 멋대로 과거를 기록한’ 거짓 자서전이 적지 않다. 문제는 그런 거짓 자서전이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타서전’의 의미가 더 특별해진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6-30 23:02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희망을 걸지 못한 세력이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창당했다. 2016년 2월에 출범한 국민의당은 합리적 개혁을 추구한다고 했다. 당시 국민의당에 참여한 인사들은 안철수, 김한길, 천정배, 정동영 등이다. 노무현 피가 흐르는 문재인 등 세력 위주의 당 운영에 반발한 세력들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등 당명 교체가 잦았다. 민주당은 뭔가 속시원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새누리당에 계속 밀리고 있었다. 정당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었고, 당 혁신을 진행하는 가운데에서도 문재인 세력이 여전히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소위 비문세력들인 안철수와 김한길 등이 앞장서 국민의 당을 창당했다. 당시 안철수는 개인적으로 박원순 시장에게 밀리고, 문재인에게 밀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대권후보로서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었고, 뭔가 인상적인 플레이를 통해 국민 뇌리에 확실한 각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의 이미지는 깨끗하고 참신한 면이 많았지만 다부지지 못한 인상,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양보하는 행태 때문에 점수가 깎여 있었고, 건곤일척 승부를 걸어야만 정치적 성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게 국민의당 창당이었고, 창당 후 2개월만에 실시된 제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큰 성공을 거두며 국회 캐스팅보트를 거머쥐었다. 2월 창당 무렵 17명에 불과했던 국회의원 수가 총선 결과, 38석으로 늘어나 원내 제3당의 위상을 확보한 것이다. 총선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그 해 6월 김수민 비례대표의원의 리베이트 의혹이 터지며 어려움도 겪었지만 원내 제3당으로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창업주인 안철수 전 대표의 대선출마를 계기로 국민의당이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탄핵이라는 절대적 호기 속에서 치러진 5.9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자유한국당후보 홍준표에게까지 밀리며 패했고, 엊그제 안철수 측근으로 알려진 이유미씨가 소위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혐의로 구속 처지에 놓였다. 검찰 수사는 윗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창당 2개월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민주당의 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 그리고 깨끗한 정치 이미지 때문이다. 그 국민적 믿음은 온데간데 없다. 국민의당은 단독범행으로 결론나기를 바라겠지만, 세상 눈이 시퍼렇게 검찰을 주시하고 있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6-29 23:02

관선시대에도 전주시장 자리는 선망이었다. 도지사 부지사 그 다음 자리인 만큼 행정고시 출신이라도 웬만한 정치적 배경 없이는 시장으로 갈 수 없었다. 민선시대에 들어서면서는 도지사로 갈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되면서 경쟁이 치열했다. 초기에는 중앙정치권 실세들과의 거래에 따라 공천이 이뤄졌지만 김완주 송하진 시장 때부터는 경선이 본선이나 다름 없었다. 김완주 전 지사의 비서로 공직에 입문한후 도 대외협력국장 정무부지사를 거친 현 김승수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이경옥 행안부 차관이 어정쩡하게 스탠스를 취하는 바람에 운좋게 민주당 공천을 받아 가장 어린 나이(1969년생)로 시장 자리를 꿰찼다.내년 전주시장 선거에 김승수 시장을 비롯 자타천 형태로 5~6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방선거는 대선과 성격이 달라서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에 따라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과를 내서 지금처럼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 민주당 후보가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재기를 노리는 국민의당 쪽으로 바통이 넘어갈 수 있다. 김시장이 지난 3년간 의욕적으로 시정을 추진했다는 평을 얻었지만 그 이면에는 재선하기 위한 이벤트 정치가 많았다는 다소 엇갈린 평도 있다. 취임 초부터 종합경기장 건설 문제를 놓고 송하진 지사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 결코 전주 발전에 도움이 안됐다고 평가하는 쪽도 있다. 김 시장이 송 지사가 시장 때 추진했던 롯데와의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을 무산시킨 걸 안타깝게 보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김 시장이 지역영세 상권 보호 보다는 송 시장이 취임 당시 김완주 전 시장이 추진했던 경전철건설 백지화에 대한 앙갚음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김 시장은 종합경기장을 시비를 들여 시민들한테 공원으로 되돌려 주겠다고 공언했지만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정치권에서 김승수 시장 당내 대항마로 심보균 행안부 차관을 지목한다. 김제 출신으로 전주고 서울대를 나온데다 행정부지사를 역임, 행정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송지사가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연초까지만 해도 심 차관이 김제시장 출마 쪽에 관심을 뒀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차관으로 발탁되면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아직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심 차관이 본인 의중과는 상관없이 김 시장의 당내 대항마로 떠오르는 것은 송지사한테 김시장이 협조적이지 않고 대립각을 세워온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간 송지사쪽은 열심히 일하고도 김 시장 때문에 송지사가 빛이 안 났다고 여기고 내심 대항마 물색에 나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송 지사쪽 참모들과 김윤덕 위원장 등이 김 시장과 깊숙한 관계를 맺고 있어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국민의당 쪽에서는 돌발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가 우세하다고 장담하기는 이르다면서 송하진 시장과 일합을 겨뤄 ‘진풍’을 일으켰던 진봉헌 변호사와 지방의회의 백전노장격인 최진호 도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해 시장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6-26 23:02

2005년 11월 어느 날, 소록도 주민들은 편지 한 장을 받았다.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로 시작된 이 편지는 ‘헤어지는 아픔이 클 것이기에 말없이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편지의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출신인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렛 수녀였다. 1960년대 초반,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소록도에 들어온 이들이 소록도에서 보낸 세월은 40여년. 그러나 이들은 ‘이제 오히려 나이든 우리들이 짐이 될 것 같다’며 이별의 슬픔을 대신하는 편지를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갔다.마리안느 수녀는 1962년 소록도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섬의 영아원에서 한센병 환자의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지만 인도로 건너가 한센병 치료 전문교육을 받고 구호단체인 다미안 재단을 통해 다시 소록도로 들어와 한센병 환자들의 치료활동을 했다. 4년 뒤에 들어온 마가렛 수녀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다. 이들의 인연은 깊었다. 둘 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간호학교를 졸업한 것도 그렇지만 이들은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오스트리아 ‘그리스도왕 시녀회’라는 가톨릭 재속회 회원이기도 했다. 이들은 애초 5년 정도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서 외로움과 싸우며 고통을 겪는 한센병 환자들과 지내는 일상은 곧 삶이 되었다. 의사들조차 한센인들과 직접 접촉을 꺼렸다지만 자신의 무릎위에 환자의 발을 올려놓고 약을 바르고 맨손으로 고름을 짜내며 치료하며 고통을 나누었던 이들은 한센병 환자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는 빛과 같은 존재였다. 꽃다운 나이였던 수녀들은 일흔 노인이 됐다. 병까지 얻어 일상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자 자신들이 오히려 짐이 될까 두려워 조용히 떠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병원에 조차 떠나기 하루 전날 귀국 사실을 알렸다는 이들이 떠날때 가져간 것은 낡은 가방이 전부였지만 남기고 간 것은 소록도 주민들을 향한 진정한 사랑, 큰 울림이었다. ‘이 편지를 읽는 당신께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은 외국인인 우리에게 큰 사랑과 존경을 보내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저희의 부족함으로 인해 마음 아팠다면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여러분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아주 큽니다. 그 큰마음에 우리가 보답할 수 없어 하느님께서 우리 대신 감사해주실 겁니다.(책 중에서)’ 지난 주말 다녀온 소록도에서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의 삶을 기리는 기념비를 만났다. 기적과도 같은 이들의 숭고한 삶에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6-23 23:02

국회 청문회장에서 벌어진 이동섭 의원(국민의당, 비례대표)의 돌발적인 태권도 시범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태권도 고단자로 알려진 이 의원은 지난 14일 도종환 문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나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한국말로 준비! 차렷 경례! 경례합니다. 시작! 시작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반칙했으면 그만! 경고 하나! 이렇게 합니다. 이렇게 한국말로 한국의 고유문화유산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의 갑작스런 태권동작이 따분했던 청문회장 분위기를 확 바꾸었다. 태권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낸 효과만점의 몸 개그였다. 이 의원의 태권도 시범은 태권도의 중요성과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한 양념이었다. “태권도를 전 세계에 보급한 수많은 지도자들이 인천공항에 제자들과 함께 방문한다. 그런데 공항 주변에 그 흔한 조형물 하나 없다. 태권도 동작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해서 종주국다운 분위기를 조성해주길 바란다.” “태권도는 전 세계에 1억명의 동호인이 있는 데도 아직까지 종주국에 명인 지정이 안 되고 있다. 태권도를 만들었던 초기 8개관에 각기 다른 기술과 용어가 있다. 각 관의 기술과 용어, 철학을 정립해 전수되도록 ‘명인’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에 세종학당이 운영되고 있는데, 작동이 잘 안 되고 있다. 단 하나만 작동한다. 바로 태권도다. 태권도를 한다고 하면 몰려든다.”태권도 사랑을 절절히 토해낸 이 의원은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국가차원에서 태권도 진흥에 노력하겠다는 장관 후보자의 다짐을 받아냈음은 물론이다.이 의원의 말이 아니더라도 태권도는 한국 스포츠의 자존심이다. 1994년 파리 IOC총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으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당당히 메달 종목에 들어갔다. 2020년 도쿄 장애인 올림픽 정식종목으로도 채택됐다. 스포츠 관련 최대기구인 국제축구협회(FIFA) 209개 회원국에 근접한 206개국이 세계태권도연맹(WTF)에 가입해 있다. 그러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오는 24일부터 우리고장 무주에서 치러짐에도 정작 지역의 관심과 열기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 종목의 세계선수권대회는 올림픽에 버금가는 큰 이벤트다. 더욱이 국립 태권도원을 세계적인 태권도 성지로 발돋움시킬 절호의 기회다. ‘세계는 무주 태권도원으로, 태권도로 하나되는 지구촌’이라건 슬로건이 무색해서야 되겠는가.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6-21 23:02

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특목고 폐지 여부가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교육청의 학교 운영성과 평가를 통과한 대다수 외고, 자사고는 2019년까지 그 지위를 이미 보장받았기 때문에 2019년 이후에야 폐지가 이뤄질 전망이다.찬반 논란도 점차 거세지는 분위기다.“자사고와 외고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면서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양한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제한되고 획일적인 교육으로 과거 평준화 시대의 문제점이 재현된다”는 반론이 맞서면서 향후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새정부 인사 발표가 있을때마다 사람들은 그의 고향이나 출신 고교, 대학 등을 눈여겨 본다.경력이나 능력 못지않게 지연, 학연을 예의주시하는 현실은 아직 우리사회가 연고주의 틀에서 못벗어났음을 의미한다.지금은 자사고, 외고 등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평준화 시절엔 각 지역마다 특목고를 능가하는 뚜렷한 명문고가 있었다.경기고, 경북고, 경남고 등 3부요인(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배출한 학교가 대표적이다.도내에서는 전주고가 오랫동안 전국적인 명문고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유독 두각을 나타낸 기수가 바로 1971년에 졸업한 48회다. 서울대 합격자 수 만을 기준으로 명문학교를 구분하던 당시, 전주고는 경기고, 서울고, 경복고, 경북고, 경남고 , 광주제일고, 대전고, 서울 용산고에 이어 전국 10대 명문고였다.그래서인지 전주고 48회 동기중 송하진 전북지사, 정동영·신경민 국회의원과 장세환 전 국회의원,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장관, 김성중 전 노사정위원장, 김명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황해성 전 한국감정원장 등 장차관급 반열에 오른 이가 10명도 넘는다. 도내에서도 김희수 전 도의장, 박종문 전 정무부지사, 김용무 전북신보재단이사장 등 나름대로 활동하는 이들도 48회 동기들이다.그런데 전주고 48회와 같은 또래인 경북고 1971년 졸업생의 경우, 차관 이상 반열에 오른 이가 무려 30명에 가까운 것을 보면, 같은 명문고라도 어느 지역에 있고, 누가 끌어주는가에 따라 큰 차이가 나는것을 알 수 있다.이제 시대가 바뀌었다.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심보균 행자·권덕철 보건복지부·조현 외교부 2차관을 비롯, 청와대 비서관 등에 도내 인사들이 잇따라 등용되는 것을 보면서 도민들은 희망을 발견하는 것 같다.하지만 아직도 중앙핵심 요직에서 전북 출신 인사를 찾기 어려워 지역 출신 인재를 키우려는 노력이 배가돼야만 한다.발탁하려고 해도 전북 출신은 씨가 말라 후보군을 찾기 어려운 현실속에서 현 정권 이너서클(Inner Circle)에 가감없이 지역 저변의 여론을 전달하는 원로의 역할이 절실한 때다. 위병기=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7-06-20 23:02

유권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 관심이 없는데 입지자들만 부산을 떤다. 군산과 김제시장은 3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더 이상 출마를 못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재선에 강한 의지를 갖는 송하진 지사는 지난 장미대선 때 도내 유권자들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한테 64.8%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낸 관계로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송지사 한테 도민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고마움을 표시해줘 비교적 순탄하게 재선가도를 달리고 있다. 위암 수술한 것도 회복이 잘 돼 예전처럼 활력을 되찾았다는 것. 국민의당에서 정동영이나 유성엽의원이 출마하더라도 현재 민주당 지지세가 워낙 강해 대적하기는 힘들 것처럼 보인다.김승환 교육감이 아직까지 출마여부에 대해 말을 않했지만 10여명 이상이 자·타천 형태로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대학교수, 현장전문가인 교사 출신 그리고 행정전문가로 나눠져 있는데 최근들어 전북대 총장을 두번 역임한 서거석 총장이 전북교육을 살려낼 적임자로 떠올랐다. 김 교육감이 출마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지난 선거에서 2위 한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장은 김 교육감이 재선하는 동안 전북교육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지적, 출마의지를 강하게 불사르고 있다. 하지만 김 교육감이 문재인 정부와 상당부분 코드가 맞고 다자구도가 형성되면 20% 이상의 진보쪽 지지자들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 누리 과정 예산편성 때나 그간 수없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마찰을 빚어오면서 전북이 예산상 불이익을 엄청나게 받아왔기 때문에 그 점이 김 교육감 한테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될 소지가 다분하다.교육감 선거나 단체장 선거에 깜냥도 안되는 어중이떠중이들까지 설치는 바람에 현직들이 유리해졌다. 지역마다 깜냥도 안되는 사람들을 선거브로커들이 부추기는 바람에 선거판이 혼란스럽다. 교육감이나 단체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돈만 있다고 출마해서 당선되는 자리가 아니다. 단체장은 도덕성을 갖추고 전문적인 식견과 올바른 판단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지방의원도 능력이 요구되지만 그 보다는 단체장의 역량이 더 필요하다.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나 이벤트 정치를 하는 단체장은 낙선시켜야 맞다. 알게 모르게 예산만 축내기 때문이다.유권자들은 현직 단체장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펴야 한다. 자기돈 안들이고 날마다 선거운동을 하기 때문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시·군정을 펼쳤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단체장 가운데는 편가르기를 통해 재선에만 온통 신경쓰는 사람과 진정성을 갖고 주민들의 삶의질 향상에 매진하는 형이 있다. 쇼맨십이 강해 표 앞에 굴신거리는 비전없는 단체장은 과감하게 팽(烹)시켜야 한다. 진정성 없는 이벤트 정치는 지역발전에 도움 안되고 임기후에 남는게 없다. 말만 번지르게 하는 앵무새 같은 사람은 경계대상 1호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6-19 23:02

항간에 물고기 지능지수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물고기는 ‘돌대가리’다. 같은 장소에서 드리우는 미끼를 결국은 덥석 물고야 마는 물고기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물 속에서 인간의 낚시 행태를 알 리 없는 물고기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이 던져놓은 미끼는 그저 자연의 수많은 존재물 중 일부일 뿐이다. 인간은 그런 물고기를 낚아내는 방법을 알 뿐이다. 물고기 습성을 알아 내 물고기 잡는 법을 터득한 인간이 영리할 뿐 물고기가 바보스러운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적용되는 방법을 통해 물고기 지능지수를 측정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 본능적으로 행동하는 물고기는 사람이 보기에 지능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생태계 먹이사슬계에 최적화된 틀에서 행동하는 것이고, 그들이 생존 번식해 나가는 것을 보면 그 생존능력이 인간과 다를 것은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자칭 영장류라고 자부하는 인간이야말로 물고기보다 바보스럽다. 물고기는 소위 지능지수가 ‘1’도 안될 만큼 어리석은 미물일 뿐이지만 영장류라고 뽐내는 인간은 지능지수가 100이 넘고, 140이 넘으면 천재 소리 듣는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거지를 보면 물고기와 다를 바 없는 행태들이 더러 있다. 같은 장소에 반복적으로 드리워지는 미끼를 물어 목숨을 인간에게 헌납하는 물고기나, 남이 지게지고 장에 간다고 따라 갔다가 결국 인사청문회장에서 번번이 ‘개망신’당하고 국격 떨어뜨리는 사람들이나 뭐가 다르단 말인가. 비가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는 속담이 있다. 성경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레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It was good for me to be afflicted so that I might learn your decrees.)’ 우리는 촛불시위를 하고, 대통령을 탄핵해 재판에 넘기는 등 일련의 과정 속에서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다. 그 촛불정신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달라야 한다. 적폐청산이 국민 동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70년 전 하지 못했던 적폐청산을 이제라도 제대로 해야 대한민국이 참된 새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를 움직일 장관 등이 청렴결백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새로운 시대가 제대로 열리겠는가.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6-14 23:02

영어에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말이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으로 흔히 풀이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둘은 차이가 있다.동양권에서 본다는 뜻의 볼 견(見) 글자의 주체는 자신이 아니라 물체라고 한다. 즉, 내가 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보여 지는 것’이다. 그래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의 정확한 뜻은 ‘백 번 듣는 것보다 나의 눈에 어떻게 보여 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보이는 것(見)은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의 입장과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진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 홀로 성향보다는 두레 성향을 따르는 동양의 전통문화가 그것이다. ‘Seeing is believing’은 다르다. 먼저 ‘내’가 보아야 믿을 수 있다. 내가 눈으로 보는 것처럼 정확하고 중요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나’ 중심이다. 진리는 오직 하나 뿐이며,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서양의 개인주의 성향과 호흡이 맞다. 요즘엔 우리나라도 많이 달라지고 서양화됐다. ‘우리’보다는 ‘나’가 우선이고, 상대를 배려하기 보다는 나의 주장을 확실히 내세운다. 그래야 대접받고 인정받는다. 어쭙잖게 상대를 봐주려다가는 내 자신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그래서 일까? 세상이 꽤 시끄럽다. 많은 목소리들이 허공에서 어지럽게 부딪치며 온갖 쇳소리를 낸다.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에는 시퍼런 날이 서있다. 문자폭탄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이고 나만 옳기 때문이다.인사 청문회를 놓고도 청와대와 야당이 평행선을 달린다. 절대로 만나지 않는 철도 레일을 달리는 모습이다.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추경예산을 위한 국회연설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다 주요 참모진도 함께 했다. 연설이 끝난 뒤에는 야당석을 찾기도 했다. 대통령이 직접 야당에 협조를 요청하고 협치를 약속하는 제스처다.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의 생각과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여야 모두 나름의 이유와 명분도 있다. 그러나 대립이 길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 눈에는 모두가 정치싸움으로 보이고 정치에 대한 혐오증과 냉소주의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색안경 끼고 보면 한이 없다. 출구를 생각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국민을 의식하고 무서워하는 정치, 그런 정치를 기대한다.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6-13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