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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는 마야, 아즈테크, 톨테크 등 인디오의 문명이 발생한 땅이다. 1521년부터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기 시작해 독립한 1821년까지 서구문명이 유입되어 토착문명과 혼합되긴 했지만 피라미드 조각이나 미술품을 비롯해 고대의 찬란한 문화유산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중남미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듯 멕시코 국민들 역시 음악과 춤을 즐긴다. 스페인의 문화가 혼합되어 있긴 하지만 멕시코 특유의 낭만과 열정이 만들어낸 음악과 춤은 중남미 국가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독창성으로 빛난다. 멕시코에는 전통으로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즐기며 오늘의 문화로 다시 살려낸 축제가 있다. 멕시코의 중요한 축제로 꼽히는 ‘죽은 자들의 날(Day of the Dead)’이다. 원주민 공동체의 풍속을 그대로 이어낸 이 축제는 멕시코의 주곡식인 옥수수의 한해 농사가 마무리 되는 10월말부터 11월 초에 즐겼던 전통축제다. 멕시코 국민들은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라 부르는 이 축제의 날에 산자는 죽은 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며 죽은 자들은 이승을 찾아와 산자들의 삶을 축복한다고 믿는다. 삶과 죽음이 하나 되는 시간을 맞이하기 위해 산자들은 묘지에서 집에 이르는 길에 꽃과 촛불 등을 놓아 죽은 자들이 이승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고, 집안에는 그들을 기리는 제단을 만들어 꽃과 공예품으로 장식해 죽은 자들을 맞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시공간의 의미는 특별하다. 실제로 해마다 축제가 열리는 날, 멕시코 전역에서는 죽은 자들을 기리는 제단이 차려진다. 디즈니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가 화제다. 최첨단 기술이 구사해내는 환상적인 기법도 빼어나지만 이 영화가 주는 감동적인 메시지 덕분이다.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의 모험을 그린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죽은 자들의 날’이다. 이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이승과 저승의 공간을 그려낸다. 영화가 그려낸 죽은 자들의 세상은 이승보다도 훨씬 더 화려한 꿈의 세계다. 그러나 죽은 자들이 이 세계에서 남아있으려면 산자들이 그를 잊지 않고 제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억해야만 가능하다. 산자들로부터 잊혀지면 ‘죽은 자들의 날’에도 이승으로 건너갈 수 없고 소멸되어버리는 영화 속 저승의 현실(?)은 안타깝고 애절하다. 돌아보면 우리 시대, 살아남은 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죽음이 적지 않다. 미구엘이 부르는 노래 ‘Remember me(기억해줘)’는 어쩌면 우리를 향한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전주 시내 거리 곳곳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색 깃발들이 아직 남아 펄럭인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무심히 지나쳤던 그 깃발들이 다시 새롭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2-09 23:02

굶주림에 지치고 행색이 꾀죄죄한 아이들은 한 손을 쭉 내밀고선 미군 지프를 뒤따라가며 ‘기브 미 초콜릿’을 외쳤다. 미군부대 주변 굶주린 서민들은 ‘부대찌개’를 만들어 먹었다. 그 재료가 부대에서 흘러나온 잔밥이었다는 말이 많았다. 73년 전 일본제국 치하에서 독립한 대한민국 현실이 그랬다. 1988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대한민국이 이번엔 동계올림픽까지 치르며 세계 만방에 ‘우리 잘 살고 있어!’라고 외치고 있다. 오는 9일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에 미국이 사상 최대 규모의 선수단을 출전시키는 등 역대 최고의 대회 위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북한도 막판에 출전을 결정,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의도야 어떻든, 북한의 출전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고, 한반도 평화 정착의 신호탄이 되기를 모두가 염원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시험발사가 계속되면서 한반도에는 피바다, 선제공격 등 금방이라도 전면전이 일어날 듯한 살벌함이 존재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잠시 전운을 가려주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일부 강경파들은 북한을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 주민 뿐만 아니라 남쪽,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피해가 심각할 것이다. 미국 국방부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이 최근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제거를 위해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전략을 펴는 것은 도박”이라고 비판한 것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그의 말처럼 한국인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 중 3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 과거 한국전쟁 때 이익을 본 일본도 그 재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등의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선제공격이 성공할지라도 피아간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전쟁은 그야말로 ‘하수’들이나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전쟁의 참상을 겪었다. 이후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시리아 전쟁, 탈레반과 IS 등에 의한 테러 등을 통해 전쟁 결과물이 어떠한 것인지 잘 학습해 왔다.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각국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올림픽 신기록도 세우고, 또 대회 운영 전 과정이 차질없이 잘 진행돼야 할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평화 정착의 출발선이 된 위대한 겨울스포츠 제전이었다’는 말이 역사에 기록되기를 염원한다.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2-08 23:02

퇴직자들이 몇 년 사이 바짝 늙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본다.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입에 달고 다녔던 이들에게서 막상 직장을 그만둔 뒤 그래도 직장 다닐 때가 좋았다고도 곧잘 듣는다. 나이든 세대에게 직장은 곧 나와 동일시 됐다. 퇴직은 곧 나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며, 급속한 노화도 이 때문이지 싶다. 그러나 요즘 직장 생활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니 언제고 직장 생활이 만만한 적이 있었나. 업무에 치이고, 상사에 혼나고, 인사와 임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껄끄러운 동료가 있고, 조직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두렵고…. 직장이 즐거워 휘파람을 불며 출근하는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 직장이 아마 ‘신의 직장’일 것이다.직장의 현실은 정글인 데, 직장인은 낙원을 꿈꾼다. 그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직무환경과 직무내용에 적응해야 하고, 이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능력개발을 요구 받는다. 이런 압박 속에 개인은 삶의 질을 중시하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갈망한다. 직장과 직원간 욕구 불일치가 직무 스트레스로 이어지면서 각종 질병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가뜩이나 힘든 직장 생활에서 설상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은 ‘울고 싶은 사람의 뺨을 때리는 격’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최근 사회문제로 급부상했다. 여검사에 의해 폭로된 검찰 내 성추행 의혹 사건도 큰 테두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다. 익산 고교교사의 투신자살과 관련해서도 학교 교직원들의 따돌림이 원인이라는 유족과 학생들의 주장이 제기된 상황이다. 선망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과 학교에서 조차 이런 괴롭힘 문제가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사회적 반향이 클 수밖에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의 인권이 발달한 선진 여러 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됐다. 스웨덴·프랑스·노르웨이·벨기에·캐나다·호주 등의 경우 법까지 만들었다. 1994년 최초의 직장 괴롭힘 방지법을 만든 스웨덴의 경우 근로자 개인 및 가족비방, 업무와 관련된 정보의 비공유, 업무성과 방해, 고립 유발, 부적절한 처벌 및 공격, 모욕 및 비꼼 등 8가지를 명시해 처벌하고 있단다. 우리의 경우도 직장 괴롭힘을 방지하는 법안이 몇 차례 제출됐으나 국회에 잠자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가족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괴롭힘’문제를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2-07 23:02

며칠전 주택건설업계에 경천동지 할만한 소식이 들렸다.시공능력평가 13위 업체로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다. 대우건설은 삼성물산, 현대건설에 이어 업계 3위의 초대형 건설사다. 2016년 기준 매출액은 호반건설이 1조2000억원, 대우건설이 10조9857억원이니 한마디로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다.광주전남에서 1989년 직원 5명의 임대주택사업자로 출발한지 30년도 안돼 재벌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간 것은 빚이 없는 탄탄한 자금동원력, 우수한 경영시스템과 더불어 정치권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관측이 많다. 인천 청라, 고양 삼송, 광교, 판교를 비롯, 세종시, 동탄2신도시, 전북혁신도시 등 인기 택지지구에서 성공적인 분양을 이어가면서 지금까지 12만 가구 이상을 공급했다.호반건설은 원래 보유하고 있던 광주방송과 여수 스카이밸리 골프장 외에도 제주 퍼시픽랜드, 리솜리조트를 인수하는 등 레저사업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차여서 이번 대우건설 인수는 호랑이등에 날개를 단 격이다.호반건설의 도약을 지켜보는 도민들은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에선 초라한 도내 업체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전남광주에 기반을 둔 주택업체 중 호반건설, 중흥건설, 우미건설, 제일풍경채, 모아주택산업, 부영건설 등은 이미 지역을 벗어나 전국단위 굴지의 회사로 성장했다.전북혁신도시, 만성지구, 에코시티, 효천지구 등 최근 10년이내 개발된 전주권 중심 주요 택지개발지 4곳의 주택은 무려 2만세대가 넘는다. 한 세대당 분양가를 2억원만 잡아도 무려 4조에 달하는데 유감스럽게도 도내 업체 브랜드는 단 한채도 없다. 서울 업체가 일부를 잠식했으나 대부분 광주전남 업체들이 지은 아파트다. 일례로 전북혁신도시를 보자. 전북혁신도시 민간건설 공동주택은 우미건설 2개, 중흥토건 1개, 호반건설 5개 블록인데, 호반건설이 분양한 것만해도 무려 3100세대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어갔으나 호반건설이 지역에 뭘 특별히 공헌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초대형 건설사 호반건설이 부영처럼 인색하게 굴다가 화를 자초하지 않기를 바란다.그러면 도내 업체는 어떨까.거성건설, 비사벌, 성원건설, 중앙건설, 신일건설, 동도건설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있었으나 부도 등으로 인해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은 제일건설, 계성건설 정도가 도내 주택시장에서 명함을 내미는 정도며 중앙무대 진출은 언감생심이다.35사단 이전후 에코시티를 조성하면서 한백건설이 14%, 성전건설과 부강건설이 각 4%씩 도내 업체는 겨우 22% 지분을 가졌을뿐이다.동도건설과 광진건설이 부도나면서 이 지분(8%) 또한 광주전남 업체로 넘어갔다.도내 업체 관계자들은 “문전옥답 다 팔아먹고 화전민 신세가 된 것이 오늘날 전북 주택건설업계의 현실”이라고 진단했다.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2-06 23:02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재판을 받고 있다. 그건 한마디로 국민들이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발생한 일이었다.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능력을 사전에 충분하게 검증했더라면 이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렀던 박근혜를 뭘 보고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 탄생을 위해 보수세력을 결집, 박정희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고 맹목적인 영남권의 지역주의를 작동시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대통령을 잘못 뽑으면 나라가 절단난다는 걸 보았다. 국민들이 피땀흘려 건설한 나라가 그녀의 엉터리 통치행위로 무기력하게 설산처럼 녹아 내렸다. 그간 세계속의 코리아란 명성이 하루 아침에 망가졌다. 국가나 기업이나 사회나 똑같다. 엉터리가 맡아 운영하면 망하게 돼 있다. 그래서 대표를 잘 선출해야 한다. 대표는 고집으로 하는 게 아니다. 민주적 리더십을 갖고 중의를 모아서 이끌어야 한다. 단체장들은 촌음을 다퉈가며 판단해서 결정해야 할 경우가 많다. 선공후사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즐겨 쓰지만 자신을 선거 때 밀어준 후원자부터 챙기는 나쁜 습성이 있다. 버릇처럼 다음 선거를 챙기려고 그렇게 한다.그간 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잘못 뽑았다고 개탄하는 소리가 많았다. 심지어 찍었던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다는 말도 나왔다. 얼마나 속 상하고 실망했으면 그같은 말을 하였겠는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선거를 통해 발전해 가는 정치 시스템이다. 국민이 주인되는 길은 오직 선거 때다. 선거 때만 주인으로 대접해주는 척하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식으로 잊는다. 선출직들이 거의 그런 맘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현직자에 대한 비판이 잦아진다. 임기중 해놓은 일이 별 것 없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역량이 떨어지고 정치력이 없다는 말들이 수없이 나온다. 유권자들은 특별히 잘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바꿔 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새술을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로 바꾸자는 여론을 확대재생산한다.주민들이 어렵고 힘들게 사는 것은 선출직들의 무능력 탓이 한몫한다. 정치인들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전북몫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우는 아이 젖준다는 말처럼 정치력이 좋고 논리가 강하고 설득력이 강하면 국가예산도 많이 확보한다. 올 선거부터는 의례적으로 선거를 할 게 아니라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발전은 백년하청격이 된다. 말만 번지르게 잘하고 쇼만 잘 하는 빈깡통은 한번으로 족하다. 지금은 열정을 갖고 지역을 역동적으로 살려낼 사람이 필요하다. 교육도 똑같다.전주는 밤 10시만 지나면 적막강산이다. 우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천년전주를 깨워야 한다. 도종환의 시 ‘담쟁이’속에 답이 있다. ‘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처럼 강인한 생명력과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그 누구 없소.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2-05 23:02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이 지난달 31일 영면했다. 향년 82세. 온 생애를 우리 음악에 바쳤던 선생의 별세 소식에 슬픔이 크다. 선생을 인터뷰로 두 번 만났다. 한번은 선생이 가장 왕성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던 90년대 후반이고, 또 한 번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을 때였다. 두 번의 인터뷰 모두 창작음악이 주제였다. 선생은 창작음악으로 우리 음악사를 새롭게 썼지만 그 때문에 누구보다도 깊은 고통의 창작 과정을 거쳐야 했다. 작곡을 할 때면 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욕구에 시달렸던 선생은 전통적인 틀을 부수어 내는 고단한 과정을 거치고도 대중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두려워했다. 선생은 그렇다고 전통에만 머무르기는 더 싫었다. 그래서 찾아낸 해결책이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 이를테면 조선 후기 음악을 넘어 신라시대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1974년에 발표한 ‘침향무’가 바로 그 과정에서 나온 작품이었다. 침향무는 새로운 가야금 주법을 만들어냈다. 장구 반주도 양쪽 가죽 말고도 나무통을 치거나 채를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연주하기도 하는 새로운 기법이 동원됐다. 선생에게 창작은 가야금을 연주하는 그 모든 것의 이유이고 목표였다. 선생은 전통과 창작의 관계를 이렇게 정리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것과 전통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것, 이 두 가지는 항상 긴장관계인데 그 긴장 속에서 창작품이 태어난다. 그런데 전통에만 너무 치중하다 보면 고루해지고, 전통에서 너무 벗어나려고 하면 허무해진다. 그러나 전통과 새로운 것, 그 사이에서의 갈등과 딜레마에서 창작이 나온다. 그것을 해내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예술성이다.”중학교 3학년이던 1951년 부산 피난 중에 가야금을 시작한 선생은 김철옥 선생을 거쳐 국립국악원 김영윤 선생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가야금을 공부했다. 김윤덕 심상건 김영제 등 당대 최고 명인들에게 궁중음악 정악과 민속음악 산조를 두루 사사했다. 영화사 대표, 출판사 대표 등을 지내기도 했으나 1974년 이화여대 국악과 교수로 임용되면서 그의 삶은 온전히 가야금에 놓였다.1974년 창작곡 ‘침향무’로 세계가 인정하는 음악가가 됐으며, 1975년 발표한 ‘미궁’은 이 곡을 들으면 죽는다는 헛소문이 돌 정도로 이슈가 됐다. 초기 연주집을 제외한 5개의 창작 앨범을 발표했고 동시에 현재 연주되는 유명한 가야금 산조 10여 곡 중 최대 규모인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를 완성했다.선생의 치열했던 창작 정신 덕분에 가야금은 온전히 우리 시대 우리의 음악이 됐다. 깊이 감사해야할 선물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2-02 23:02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던 준희는 숨지기 전 수포가 온몸에 퍼졌고 다리가 붓는가하면, 상처부위에서 고름이 나오는 등 스스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태였다. 등쪽 갈비뼈 3대가 부러지고 왼쪽 무릎 연골 사이에선 출혈 흔적이 발견됐다. ’고준희 학대치사와 암매장 사건에 관한 엊그제 검찰의 수사발표 내용이다. 검찰이 브리핑과 함께 공개한 생전의 준희 모습이 너무 순진무구해 더 아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이리 예쁜 아이를 그리 비참하게 죽게 한 게 친부와 내연녀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준희양 사망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문제가 지역사회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2016년 전북에서 발생한 아동학대가 1446건으로, 서울과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인구 대비로 볼 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아동학대를 가한 오명을 안았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아동학대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 흔히 친부모가 맞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친부모라면 도저히 그리 잔혹하게 아이를 대하지 않았을 것이란 선입관에서다. 그러나 2016년 전국에서 발생한 1만8700건의 아동학대를 분석한 결과 가해자의 80.5%가 부모였다. 자식을 소유물처럼 여기는 부모들의 잘못된 인식의 산물이지 싶다. 아이도 엄연한 인격체며,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한 인격체로 여긴다면 결코 못할 짓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을 읽고 저자 김희경씨(문화관광부 차관보)에게 직접 격려편지를 보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는 전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아동구호 NGO인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활동했다. 대통령이 편지를 보내기 위해 비서실을 통해 출판사에 저자의 주소를 문의했다는 걸 보면 차관보로 임용될 것임을 몰랐나 보다. 문의 전화와 차관보 임용이 지난 19일 같은 날 이뤄졌다.대통령이 특정 책의 저자를 격려했다는 것은 책에서 말하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어서였을 게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를 보면,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한 한국의 가족주의와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면서 이러한 가족을 둘러싼 문제로 아이들 또한 고통 받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거나 포장되어온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중심으로 가족의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그 기저에 한국의 가족주의가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소개가 곁들여졌다. “국가가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해버린 탓에 가족이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에서 가장 약한 자인 아이들이 늘 피해자가 된다”는 저자의 지적이 따갑다. 준희의 죽음에 우리 사회의 책임이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1-31 23:02

단체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판단력이 좋아야 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 단체장은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만 제공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향도역할을 해야 한다. 지식산업이 본류인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기업마인드가 접목된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이 강한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사돈네 팔촌까지 인맥을 총 결집시켜 당선된 사람들이라서 변화와 혁신에 둔감한 면이 있다. 소통과 통섭을 잘 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경우가 많다.단체장은 지방의원들과 달라 열정이 중요하다. 열정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진정성을 갖고 오랜 고민을 해야 생긴다. 우선 체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단체장은 한가롭게 결재서류에 도장이나 찍는 자리가 더더욱 아니다. 현장에서 답을 찾아 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찾아 다니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게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중앙부처 공직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번 갖고 안되면 수시로 찾아 다니면서 설득해야 한다. 체력과 열정이 뒷받침 안되면 할 수 없다.단체장은 아이디어가 생명이다. 공직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면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축적돼야 한다. 공직생활을 했거나 기업경영을 한 사람은 아이디어가 돈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둔감하다. 지금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아이디어는 샘물처럼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단체장을 한 두번 하다보면 본인 스스로가 아이디어가 고갈돼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디어가 고갈돼 열정이 떨어지면 그때 그만 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체장이 권력맛에 심취해 그만 안둔다. 일 하다 보면 4년 임기가 짧을 수 있다. 최소 2번은 해야 자기 컬러를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다. 4년이나 길게 8년안에 성과를 못내면 그건 단체장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국회의원들이 단체장을 3연임하도록 규정한 것은 경쟁자가 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의 단체장을 50대 때 하다보면 나이 때문에 국회의원 출마를 못한다. 그 점을 약삭 빠르게 국회의원들이 노렸다. 지사나 교육감도 똑같다. 위기관리능력이 고도로 요구되는 자리라서 잠시도 한가할 겨를이 없다. 솔직히 단체장 두번 하면 그 사람의 모든 능력이 다 드러나게 돼 있다. 김승환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그 능력으로 3번하겠다는 것이 욕심으로 비춰진다. 임기중 김 교육감이 청빈하게 했다. 전임 최규호 교육감이 정실인사를 밥 먹듯이 한 것을 바로 잡은 것만해도 성과다. 매관매직을 없앤 것 만으로도 할일 다했다. 그러나 학부형들과 편가르기 소통, 학력저하 그리고 학생인권만 강조했지 교사들의 교권은 신경쓰지 않은 점이 잘못이다. 김 교육감이 3선하면 더 잘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달이 차면 기울듯 지금 내려 놓는 게 자신의 명예를 지키고 전북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1-29 23:02

입자의 크기가 지름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대기오염물질 중의 하나. 미세먼지를 이른다. 1㎛는 1000분의 1㎜의 단위.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이 대략 50~70㎛이니 미세먼지가 얼마나 미세한 존재인지를 알 수 있다.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 유해성의 정도를 실감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놀랍다. 빛을 산란시켜 대기를 혼탁하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식물의 표면에 쌓여 신진대사를 방해하니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심각하다. 기관지에도 걸러지지 않고 인체에 축적되어 여러 가지 질병을 유발하며 특히 초미세먼지는 폐포까지 침투하거나 혈관으로 들어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목했다니 그 유해성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사실 대기오염이 인간의 일상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지는 이미 오래다. 대기오염 규제는 1300년경 영국의 에드워드 1세가 석탄연소 금지를 선언했던 것이 첫 번째다. 1800년대에 이르러서는 에너지 소비 각국이 앞 다투어 대기오염에 관한 법을 만들기 시작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이루어진 본격적인 경제성장이 대기오염을 가속화 시킨 탓이다. 여기에 미세먼지 오염의 유해성이 더해지면서 대기오염은 인간 생존의 과제가 되었다. 미세먼지는 자연적인 요인으로도 발생하지만 일상생활, 교통, 산업 등 인위적 요인으로 배출되는 오염도의 증가가 더 심각하다. 지난주 서울시가 파격적인(?) 미세먼지 저감조치 대책을 시행했다. 출퇴근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었다.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무료로 운행하는데 쓰인 예산은 하루 50억 원. 3일 동안 150억 원이 투자됐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 교통량을 감소시키겠다는 취지였지만 적지 않은 예산에 논쟁이 일었다. ‘혈세낭비’ ‘포퓰리즘’ 등 정치권의 날선 비판이 가세했다. 대부분 예산의 효율성, 이른바 ‘가성비’를 앞세운 것들이다. 예산낭비만을 부각한 비판에 고개 끄덕이게 하는 주장도 있다. ‘하루 50억 원이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 두 채 가격 정도. 더구나 이 돈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시민들의 교통카드에 고스란히 적립되어 있다.(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연구원)’ 논쟁의 진위를 당장 가리기 어렵지만 서울시의 파격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가져온 확실한 성과가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였다는 것이다. 청정하다는 전북도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놓여있다. 미세먼지는 경고 없이 찾아온다. 대책이 더 이상 탁상위에 놓여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1-26 23:02

정치판에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정치 행위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유연하다는 의미가 배어 있다. 정치인이나 정당의 언행이 지나치게 유연하면 신의가 위협받는다. 무책임을 회피하고자 할 때, 언행을 합리화하기 위해 ‘정치는 생물이다’를 내세울 때가 많다.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에는 생존 본능이 있다. 이익이 우선한다. 김대중은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지만, 그의 최종 정치목적은 대통령의 꿈을 이루는 것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평민당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지만 대권가도는 너무나 험난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그의 새정치국민회의는 고작 79석을 얻었을 뿐이다. 호남의 지지만으로 대선 승리는 요원했다. 그는 적과의 동침으로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충청 기반의 자유민주연합 김종필에게 국무총리를 주는 등 조건 등을 내걸고, 또 TK지역의 박태준까지를 끌어들여 ‘DJP연합’을 이끌어 냈고, 결국 1997년 제 15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충청지역은 물론 경상지역에서도 김대중 후보의 표가 크게 늘어난 결과였으니, 그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이익을 거래하는 동침은 오래 가지 못한다. 동업자가 해피엔딩한 사례는 거의 없다.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한 후 새천년민주당이 자민련에 의원을 꿔줘가며 자민련의 국회 교섭단체 등록을 지원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내각제 개헌 합의가 깨지자 자민련 측이 크게 반발했고, 김종필 국무총리의 세력 확대에 김대중 측이 반발했다. 이런 저런 충돌이 이어지다가 결국 DJP연합은 깨졌다.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 것이 세상의 냉엄한 이치, 그게 정치는 생물이다의 종착점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정치적 굴곡이 있을 때면 헤쳐모였다를 반복해 왔다. 공화당은 민자당, 신한국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변신을 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훨씬 더 복잡하다. 자유한국당 쪽은 당명이 바뀌는 수준일 뿐이었지만 민주당 쪽은 사생결단식 헤쳐모여가 많았다. 근래의 가장 대표적인 게 노무현 집권후 열린우리당 창당, 문재인과 안철수 등판 후의 지각변동, 그리고 안철수를 주축으로 한 국민의당 창당이다. 어제의 동지들이 핏대를 세우며 등을 돌렸다. 집권욕 앞에서 안면몰수다. 내 쪽 주장만 있을 뿐이다. 요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작업이 일사천리다. 반발세력은 딴 살림 차리겠다고 나섰다. ‘해불양수’보다는 ‘정치는 생물이다’가 앞선다. 이익과 감정이 앞서고, 그때 그때 헤쳐모여가 일상이니, 그저 생존욕구만 있을 뿐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1-25 23:02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는 그간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과 달리 정당공천 후보가 아닌 데다 정치권에서 활동하지 않았던 교육전문가들이 후보군을 이루면서다. 첫 직선제로 치러졌던 2008년 전북교육감 선거의 경우 투표율이 고작 21%였다. 이런 낮은 투표율은 교육감만의 단일 선거여서 공휴일 지정이 안 되고, 후보자 소견발표회 자리도 없는 등의 배경이 있었다. 2010년부터 동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후에도 교육감 선거는 ‘깜깜이’선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후보간의 경쟁이 치열했을 뿐 교육감이 갖는 중요한 역할 만큼의 유권자 관심도가 따르지 않았다. 후보들 역시 본인의 능력만 과신한 채 선거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교육계에서 존경받았던 교육장 출신의 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옥살이를 했다. 선거 과정에서 후보를 도왔던 주변의 50여명이 법정에 서는 불행을 겪었다. 또 다른 교육장 출신으로, 덕장이라는 평을 받았던 후보는 선거 후 많은 어려움을 겪다가 1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직전 2014년 교육감 선거 역시 후보간 경쟁은 파란만장 했다. 현직 교육감에 맞서기 위해 난립 후보간의 단일화가 최대 이슈였다. 이 때 교육감 선거 역시 판만 요란했을 뿐 기초단체장 선거만큼도 흥행을 이루지 못했다. 역대 교육감 선거에서 어떤 후보가 무슨 공약을 냈는지, 아니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대다수 일 게다.올 교육감 선거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일찌감치 선거에 불이 붙으면서다. 잘하면 올 지방선거를 이끌어갈 힘이 교육감 선거에서 나올 법도 하다. 벌써부터 후보 예정자간 신경전이 날카롭다. 출마 여부를 미뤘던 김 교육감은 3선 출마와 관련해“전북교육이 흔들리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거나 최소한 현상 유지가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감 입지자들이 전북교육을 잘 이끌어갈 수 없다고 사실상 공격한 셈이다. 반면, 김 교육감과 호흡을 맞췄던 황호진 전 부교육감이 불통행정의 청산을 외쳤고, 유광찬 전 전주교대 총장은 8년간 정부와의 갈등을 꼬집으며 김 교육감을 겨눴다.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과 이미영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가 지난주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출판기념회를 연 것도 예사롭지 않다. 서로 날짜를 잡다보니 우연일 수도 있겠으나 세 대결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누가 교육감이 될 것 같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이제 전북교육을 이끌 적임자가 누구냐로 질문을 바꿀 때도 됐다. 교육감 선거가 후끈 달아오른 만큼 선거 과정을 잘 지켜보면 그런 후보를 찾기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1-24 23:02

MB 측근이었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MB청와대 상납 의혹’과 관련해 입을 열면서 MB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구속됐다. 익산 출신인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안일을 40년 넘게 챙겨 와 특활비 외에도 ‘다스 실소유주’ 사건과도 깊게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다. 결국 MB의 검찰 출두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돈다.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재판을 받고 있기에 사람들은 권력자의 집사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원래 집사는 예루살렘 교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주는 봉사자를 지칭했다. 한국 개신교회에서는 교회에서 봉사하는 직분을 일컫는다. 요즘엔 집사(執事)라고 하면 고위 인사 주변에서 일반 사무는 물론, 집안일까지 챙기는 사람을 말한다. 권력자와 가깝고 두터운 후광을 받기에 집사는 단순한 심부름꾼을 넘어 2인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권력은 영원하지 않기에 한때 나는새도 떨어뜨리던 집사는 대부분 험한 말로를 걸었다.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도 집사들은 때로는 막강한 힘을 휘둘렀으나 그 끝은 언제나 불행하기 마련이었다. 조선의 설계자라고 하는 정도전은 살육됐고, 최고 참모로 꼽히는 한명회는 한때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부관참시를 당하는 운명에 처했다.현대사를 봐도 마찬가지다. 이승만의 집사였던 이기붕은 집단자살에 의해 대가 끊겼고, 박정희의 최측근이었던 김종필, 이후락, 차지철, 김재규 또한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된다.서슬퍼런 전두환 정권때 3허로 일컬어지던 허문도, 허삼수, 허화평 또한 일찌감치 내쳐지거나 수모를 겪게된다. 노태우때 박철언이나 김대중 정권때 실세였던 권노갑, 박지원도 참으로 지난한 질곡의 세월을 겪는다.작은 지역사회에서도 집사들은 때로는 오해를 받거나 힘든 세월을 지내야 한다.1995년 민선시대가 개막하면서 지역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유종근 전북지사가 등장하자 그의 동창인 김대열씨가 집사로 등장했다. 도의회 안팎에서 ‘지사 장학생’이란 말이 나돌만큼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으나 상당 시간 곱지않은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덕인이란 평판을 받았던 강현욱 전 지사는 특별히 집사를 두지는 않았으나 핵심참모 하나 잘못쓴 죄로 인해 재선 출마를 접어야 했다. 지사후보 경선과정에서 한 참모의 후보 바꿔치기로 인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김완주 지사때는 정자영 비서실장이 집사였다. 극도로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했으나 퇴임후에도 그의 이름이 종종 입방아에 올랐다.송하진 현 지사는 과거의 일을 반면교사 삼아 아직은 특정 집사에게 전권을 주지않고 정책적인 부분은 관료들의 판단을, 정무적인 부분은 선거 참모의 의견을 중시하는 편이다.지방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각 후보들의 집사들은 과연 어떤 운명에 직면하게 될까.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1-23 23:02

해가 바뀌면서 지방선거에 나설 선수들의 면면이 속속 드러난다. 애초 지사 선거가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김춘진 전 의원이 민주당 경선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송하진 지사와 자웅을 겨루게 됐다. 다른 당도 후보를 내겠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민주당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 경선 승리자가 꽃가마를 탈 것이다. 송지사는 전주시장 2번 지사를 한번 해 인지도와 지지도면에서 김 전 의원을 크게 앞서지만 그래도 자만하지 않고 경선준비를 알차게 하겠다는 각오다. 김 전의원은 도당위원장을 맡은 점을 십분활용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당심을 모으겠다는 입장이다.지사선거 보다도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 오히려 관심이 많다. 그 이유는 최근 김승환 교육감이 3선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7명이 출판기념회를 통해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두자리 수의 2강체제로 굳어져 가고 있다. 김 교육감이냐 아니면 전북대 총장을 두번 역임한 서거석이냐로 표심이 갈린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너들은 설 전후해서 지지도가 두자리수로 올라가지 않으면 인위적인 합종연횡 보다는 스스로가 포기선언을 할 것 같다. 당선 가능성이 낮아 유권자들로부터 후보난립에 따른 여론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다자구도가 만들어진 원인은 현 김 교육감을 바꿔야하는데 모두가 동의한 탓이 크다. 하지만 김 교육감은 보수정권으로부터 탄압 받은 점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을 부각시키면서 다자구도로 가길 바라는 눈치다. 지방선거가 정당 영향을 받지만 단체장은 후보의 인물 됨됨이가 중요하다. 큰 틀에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아 민주당이 유리할 것처럼 보이지만 다를 경우도 예상된다. 과거처럼 민주당 공천이 당선으로 연결되는 싹쓸이 선거가 될 수도 있지만 인물에서 밀리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 민주당 시장 군수 경선도 지역에 살지 않고 철새처럼 왔다갔다 하는 사람은 경선 통과가 어려울 것이다. 유권자들은 주민과 애환을 함께 한 사람이나 박근혜를 축출하려고 촛불혁명을 함께 한 사람인지를 살핀다. 민주당의 낙하산과 전략공천은 없다.눈 여겨 볼 대목은 전주 군산 정읍 김제시장과 고창 장수 무주군수 선거다. 전주시장 선거는 연초에 전북도 이현웅 도민안전실장이 사즉생의 각오로 김승수 현시장한테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을 끌었다. 이 실장이 알게 모르게 송지사의 엄호(?)를 받을 것으로 보여 공직내부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어떤 여론을 만들어 낼지가 관심거리다. 무주공산인 군산 정읍 김제시장 선거가 당내 경선을 앞두고 혈투를 벌이지만 본선에서 승부를 다시 가려야 하므로 피마른 선거가 예상된다. 아무튼 누가 더 진정성을 갖고 유권자 가슴을 깊게 파고 드느냐가 당락을 가를 것이다.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말만 번지르하게 잘 하는 사람 보다는 겸손하며 콘텐츠가 강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여론에서 거부감을 덜 탄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

오피니언 | 백성일 | 2018-01-22 23:02

199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열린 괴테 탄생 250주년 기념 축제에서 이제 막 창단된 한 오케스트라에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졌다. 이름도 특별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였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이 오케스트라의 단원은 이스라엘과 스페인 시리아 이집트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 서로 다른 종교와 언어 문화 정치적 신념을 가진 젊은 연주자들. 여전히 진행 중인 분쟁의 역사위에 놓여 있는 국가의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파울 슈마츠니 감독의 영화 는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져 2005년 팔레스타인의 임시수도 라말라에서 연주회를 갖기까지 7년동안의 대장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음악을 통해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과 반목을 극복하고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바렌보임의 ‘용기’를 전하는 이 영화는 예술이 궁극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서동시집오케스트라’는 이스라엘 출신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출신인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의 우정과 신뢰가 빚어낸 결실이다. 이들은 분쟁과 갈등속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중동의 청년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온갖 적대감과 비난, 단절된 소통의 높은 장벽을 무릅쓰고 꿈을 이루어낸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적대감과 서로에 대한 편견으로 화해가 불가능하게 보였던 젊은 연주자들이 결국은 서로를 존중하는 화합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원천은 역사의 폭력을 무너뜨리는 예술이지만 소통과 화해가 가져온 힘이기도 하다. 서동시집오케스트라의 대장정을 상징하는 2005년 라말라 연주회에서 바렌보임은 이렇게 말한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선 것은 함께 하려는 삶의 중요성을 전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분쟁엔 군사적 해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두 민족의 운명은 질긴 끈으로 엮여 있으니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일 것이다. 으르렁대지만 말고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오늘밤 우리의 메시지다.”남북이 갈라진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메시지의 울림이 더 커진다. 마침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평화와 화합을 향한 걸음을 떼고 있다. 금강산에서 합동 문화행사를 열고 한반도기를 앞세워 개막식에 공동입장을 하며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단일팀을 구성해 경기를 치르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차는 일이다. ‘바렌보임의 용기’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8-01-19 23:02

오늘의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시민들의 촛불혁명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촛불혁명에 아른거렸던 게 동학농민혁명이다. 실제 전주지역 촛불집회장에는 으레 동학농민군의 봉기 격문이 붙었고, ‘새야 새야 파랑새야’가 울려 퍼졌다. 서울 광화문 집회에 트랙터를 몰고 상경했던 전국농민회의 서군 이름은 ‘전봉준 투쟁단’이었다. 수백만 시민들이 촛불을 든 배경에는 정권의 적폐가 컸기 때문이었다. 동학농민혁명 역시 관료들의 적폐가 도화선이 됐다. 동학농민군이 집강소를 통해 ‘폐정개혁’에 나선 것과, 새 정부가 촛불의 민심을 받들어 적폐 청산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봉준투쟁단은 촛불집회 당시 폐정개혁안을 재구성한 ‘2016 새나라 건설 폐정개혁안’을 선포하기도 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추구했던 민중들의 가치가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어서도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보여준 것이다.올 한 해 개헌이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개헌 시기나 권력구조 등을 놓고 여야간 대립하고 있으나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지방분권의 강화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본다. 전국적으로 ‘지방분권 개헌 천만인서명운동’이 힘 있게 추진되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약화될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지방분권 강화의 시대적 흐름은 거스르지 못할 것으로 본다.지방분권과 맞닿아 있는 것이 동학농민혁명이기도 하다. 전주화약을 통해 설치된 집강소를 두고서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동학농민군 대표가 집강이 되어 지방행정을 꾸려갔다는 점에서 풀뿌리민주주의인 지방자치의 출발로 평가받는다. 헌법 전문에 이런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담기 위한 노력이 별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는 헌법 전문의 손질 여부조차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가치와 현대사의 중요한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역사적 사실의 선정에서 불필요한 국론분열의 우려 등을 고려해서 개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맞서면서다. 새로운 역사적 사실 역시 5.18 민주화운동, 6월 민주화 항쟁, 부마민주항쟁 정도가 거론됐을 뿐이다.동학농민혁명은 새로운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인 현대사와 구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건 자체가 전국에 걸쳐 있어 불필요한 국론분열을 일으킬 소지도 적다. 현행 헌법 전문에 수록된 3.1운동에 큰 영향을 줬고, 혁명이 추구한 정신 역시 인류가 추구하는 생명존중·복지·평등의 가치를 담고 있다. 동학농민혁명 정신이 헌법에 담긴다면 누가 감히 촛불정신을 끌어내릴 수 있겠는가.

오피니언 | 김원용 | 2018-01-18 23:02

1991년 지방의원에 이어 1995년 단체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주민들은 지역이 마치 손오공 여의봉처럼 쑥쑥 성장할 수 있다는 큰 기대를 가졌다. 전북 입장에서 보면, 적어도 그 기대는 아직 헛물 켠 측면이 강하다. ‘만일에’는 무의미 하긴 해도, 전북의 경제규모나 낙후도 및 그간 추진돼 온 주요 핵심 사업들의 진척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관선 단체장 체제가 유지 됐어도 지금 정도는 살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민선 초대 유종근 도지사 시절 전북 인구는 180만 명 대 였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 수준이다. 전주 역시 신도시 명분으로 외형을 잔뜩 키웠지만 인구는 여전히 60만 명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군산과 익산은 오히려 감소다. 소위 ‘2%’ 전북경제는 ‘3% 전후’ 이니, 한국경제의 성장세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후퇴한 셈이다. 청년 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30% 가량 타지로 빠져나갔다. 전북에서 비전을 찾을 수 없다고 여기는 청년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런 원인은 수도권 집중에서 찾을 수도 있겠지만, 내부적으로는 싸움판을 벌이고, 제이익만 앞세워 온 정치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체장들은 집권하면 전임 단체장의 치적을 무너뜨리고 제 치적 쌓기에 급급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뇌물 단체장, 부정인사 단체장들이 수두룩했다. 지방의원 상당수는 집행부 견제는켜녕 거수기, 하수인 노릇 하면서 푼돈 받아 챙기기 일쑤였고, 일부는 쇠고랑까지 찼다. 교육계도 마찬가지였다. 백지수표로 투표권을 가진 교육위원을 매수하는 사건이 터졌고, 뇌물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자 지금까지 잠적한 교육감도 있다. 지방자치시대 들어 전북에 치적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낙후된 전북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머리를 맞대어도 모자랄 상황에서 퇴보적 싸움과, 선거비리가 판치는 전북이 ‘확’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은 제 잘난 맛에 산다. 그런 자긍심이 나쁜 게 아니다. 다만 능력이 부족하면 스스로 물러날 줄 알고, 아무리 적이라 해도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지원할 줄 알아야 한다. 그걸 거부하는 자는 이전투구나 일삼는 패거리 선거꾼일 뿐이다. 그런 자들이 당선돼 분탕질하니, 지역 발전이 더딘 것이다. 그들 주변에서 영혼없는 언변으로 부추기고, 이익이나 챙기는 뚜쟁이 선거꾼도 전북이 살기 위해 근절 할 최대 적폐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8-01-17 23:02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첫 공식일정으로 현충원을 찾아 “국민이 주인인 나라, 건국 백년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썼다.단순한 듯 보여도 이 문구에는 건국절 문제로 더 이상 이념논쟁을 벌이지 말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 충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우리는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본다”며 “2019년은 3·1 운동 100주년이면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고, 그것은 곧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일부 보수진영에서는 여전히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주장하는 등 건국절 논란이 일고있는데 이제 방점을 찍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올해 화두를 ‘건국 백년’에 두면서 정부에서는 행안부가 주축을 이뤄 관련 위원회를 이달말 출범시키는 등 준비를 진행중이다. 1919년 3.1운동과 곧 이어진 임시정부 수립은 2천년 가까이 왕에 의해 다스려지던 관행에서 벗어나 민초(=국민)가 주인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지역 차원에서도 해야할 많은 일이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전라도 천년을 맞은 올해 전북도와 전남도, 광주시 등은 종합적인 행사를 준비중이다.도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열등감과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당당한 일원으로 우뚝서기 위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얼핏보면 전라도 천년과 건국 백년은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인다.하지만 이들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정체성을 제대로 찾고 자긍심을 갖자는 맥락에서 관통하기 때문이다. 전라도 천년은 결국 전라도의 역사와 문화, 정신, 인물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다.그동안 부정적 평가와 홀대를 받아온 이미지를 바꾸는 것 또한 중요하다.건국 백년도 마찬가지다.전북에서 진행된 3·1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만 한다. 사실 도민들조차 3·1운동이 전북에서 어떻게 일어났고 어떤 사람들이 주도하고 참여했는지 알지 못한다. 독립운동에 참여해 순국하거나 체포돼 옥고를 치른 상황조차 파악되지 않았고, 몇몇 분들이 국가에 등록 되어 애국지사로 추앙받을 뿐이다.내 고장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독립운동이 일어났고 어떤 사람들이 목숨을 던져가며 지켜 왔는지 정리해야 한다. ‘임시’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나 임시정부는 국제적으로는 국민의 대표기관, 대내적으로는 국권회복을 위한 독립운동 통합기구로 역할을 다했다.전북 출신으로 임시정부 활동과 관련해 우선 떠오르는 이를 보면 박정석, 이길선, 기원필 등이 있는데 많은 이들의 활동을 더 많이 밝혀내야 한다.3·1운동이나 임시정부 활동에서 전북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고증해야만 건국 백년을 거론할때 지역민들이 할 말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오피니언 | 위병기 | 2018-01-16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