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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대기환경의 가장 큰 문제는 황사였다. 날이 풀리고 들판이 기지개를 켜는 봄이 오면 중국이나 몽골 쪽에서 불어오는 황토먼지가 어김없이 하늘을 뿌옇게 뒤덮곤 했다.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 황토가 그 원인으로 지목됐고, 대륙의 사막이 더 확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사막으로 날아가 나무를 심는 일도 적지 않았다.요즘에는 황사보다 미세먼지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니거나 흩날리는 매우 작은 입자상 물질(직경 10㎛ 이하)로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황사도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보다는 자동차나 공장, 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주요 원인이다.미세먼지라고 하니 심각성을 덜 느끼지만, 실상은 주요 성분이 스모그다. 스모그는 18세기 유럽에서 석탄소비량이 증가하면서 심각해지기 시작했으며, 자연발생적인 황사에 비해 그 해로움이 훨씬 심하다. 특히 디젤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입자크기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는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혈관으로 흘러들어가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준다. 스모그로 인한 폐해는 역사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런던에서는 1872년에 243명, 그리고 1952년에 수 천명이 사망했으며, 미국 펜실베니아 도노라에서도 1948년에 20명의 사망자를 냈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의 스모그가 매우 심해 외국인들의 탈 베이징 현상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외국 언론들은 베이징을 ‘대기오염으로 인한 종말’이라는 뜻의 ‘에어포칼립스’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에어포칼립스는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을 합친 신조어다.엊그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마스크 없는 봄날’을 만들겠다며 미세먼지 6대 공약을 발표했다. 화력발전소 신규승인을 취소하고, 기존의 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미세먼지가 많은 계절의 가동률을 낮추며, IOT(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동네수준의 미세먼지 예보체계를 구축하고, 중국 베이징처럼 ‘스모그 프리타워’ 시범설치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측은 곧바로 ‘스모그 프리타워’가 현실성이 없는 선거용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근거없는 공격은 아니겠지만, ‘뭔이 중헌지’도 함께 따져봤으면 좋겠다. 단순하게 정치적인 공방에서 그치지 말고 대기오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정책대결이 시작됐으면 좋겠다.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4-11 23:02

5월9일 실시하는 장미대선이 문재인 대 안철수 양강구도로 가고 있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깨끗하고 역량있는 후보를 뽑으면 그만이다. 깨끗한 후보는 정치적으로 빚을 지지 않은 후보를 지칭한다. 정치적으로 많은 빚을 진 후보는 국정운영을 소신있게 할 수 없다. 선거때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을 일일이 자리라도 만들어서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맘 먹은대로 국정을 운영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권 때 비서실장을 지냈기 때문에 국정운영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장점이다. 이 장점이 대세론으로 작용하면서 친노 친문세력이 패권을 형성하고 있다.시중에는 문재인이 집권하면 박근혜정권의 친박세력 보다 더 강한 친문세력이 국정을 장악해 좌지우지할 것이란 말들이 나돈다. 한번 권력을 잡아봤고 그 권력 맛을 본 사람들이라서 배타성이 강하다는 것. 반면 간철수라는 유약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긴 안철수는 강철수를 거쳐 독철수로 탈바꿈하면서 집권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안 지지자 쪽에서는 안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 오바마와 독일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김종인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서 3D를 쓰리 디라고 읽지 않고 삼디라고 읽었다면서 혹평한 것만 봐도 다음 대통령은 정보통신에 능한 4차산업혁명을 이끌 인물을 뽑아야 한다.안랩을 창립해 무료로 백신을 제공했던 안 후보는 다른 후보보다 4차산업혁명 쪽에서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KAIST와 서울대 교수를 거쳤기 때문에 교육개혁에 관해서도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공약으로 내세운 학제개편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다음 대통령은 두 동강난 민심을 통합하면서 위기관리를 잘 해야 하기 때문에 통섭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국정을 운영하면서 풀고 나가야할 일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성과 순발력이 극도로 요구된다. 박 전대통령처럼 불통하거나 먹통이 돼선 안된다.지금 국민들이 왜 조기대선이 치러지게 됐는가를 생각하면 답을 쉽게 풀수 있다. 박 전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조기대선을 실시하기 때문에 법치주의 정착과 희망찬 미래사회를 열어 젖힐 인물을 뽑으면 된다.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할 때 헌법을 준수하고란 대목이 있기 때문에 그걸 금과옥조로 여겨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은 각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하면서 판단해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박 전대통령을 탄핵한 국민들인 만큼 자부심을 갖고 깨끗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된다.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낸 것은 세계사적으로도 자랑할만한 일이다. 구한말 때처럼 한반도에 격변이 예상되는 만큼 안보를 굳건하게 다져갈 인물이 필요하다. 이번에 대통령을 잘 뽑으면 국운이 상승해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이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4-10 23:02

한국의 대표적 고전인 춘향전은 판소리뿐 아니라 창극·연극·뮤지컬·오페라·드라마·영화 등의 다양한 장르를 통해 국민적 사랑을 받아왔다. 시대를 초월해 춘향전이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춘향과 이도령의 사랑이 위대한 것은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분제 사회의 시대적 상황에 맞서 춘향이 자기실현을 이루는 데서 독자와 관객은 카타르시스를 맛본다.춘향전의 주인공은 물론 춘향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춘향이 사랑을 이루는 데 촉매제 혹은 장애물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인물들의 역할이 하찮다는 말은 아니다. 방자와 향단이 있기에 스토리가 풍성해지고 해학이 넘친다. 변사또가 없다면 갈등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며, 춘향을 옥바라지 하는 월매의 애틋한 모정은 긴장감을 놓치 못하게 하는 기제다.춘향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이렇게 뚜렷하고,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인 까닭에 종종 정치권에 불려 나온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대표에 선출된 후 “향단이가 춘향이 돼부렀다”고 으쓱했다. 그러나 그의 춘향이 시절은 총선 패배와 대통령 탄핵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춘향인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더라”고 한 것이 강렬했다. 홍 지사는 “우파 대표를 뽑아서 대통령을 만들어놓으니까 허접한 여자하고 국정을 운영했다. 그래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고, 그래서 탄핵당해도 싸다”고 곁들였다. 홍 지사는 지난해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 가보면 방자 주제에 이도령 행세하는 사람도 있고, 향단이 주제에 춘향이 행세하는 사람도 있다”고 올렸다. 이에 대해“촛불은 바람에 꺼진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던 김진태 의원은 홍 지사를 향해“그가 이몽룡인 줄 알았는데 방자였다”고 비꼬았다. 정치적 수사라고는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춘향 역할은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홍 지사의 말대로라면 춘향이는 최순실씨다. 춘향을 사랑하는 국민들이 최씨를 과연 춘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춘향과 향단이로 비유된 두 사람 모두 옥중에 있다. 춘향의 억울함은 이도령이 풀어줬지만, 두 사람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처지다. 부패 관료 앞에 희생된 춘향과 가장 큰 힘을 가진 부패 세력의 장본인을 동일시하는 것도 맞지 않다. 이걸 두고 ‘억지 춘향’이라고 해야 하나. 잘못된 비유에 춘향과 향단이가 촛불을 들지도 모르겠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4-05 23:02

4일은 청명, 5일은 한식(寒食)이다.청명은 하늘이 차츰 맑아져 푸르게 되는 날이고, 한식은 찬 음식을 먹는 날이다.청명은 24절기 중 5번째로 춘분(春分)과 곡우(穀雨) 사이에 든다. 우수·경칩을 지나 춘분이 오면 절기상으로는 봄이지만, 아직 농사 등 바깥일을 하기는 이르다. 청명이 되어 날씨가 풀려야 농사준비를 하고 겨우내 묵혀 두었던 일을 챙긴다. 농경사회에서 청명은 사실상의 봄의 시작을 알린다.한식은 중국 진(晉)나라의 충신 개자추를 추모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개자추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잘라 먹여 망명 중인 문공을 구했지만, 문공은 왕이 된 뒤 그를 잊었다. 늙은 어미와 함께 산에 들어가 살았고, 왕이 뒤늦게 후회하고 불렀지만 나오지 않았다. 산불을 놓아 유인했지만 끝내 버드나무 아래서 타 죽었다.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우리나라에서도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전통적인 4대 명절이었다. 한식에는 임금이 백성들에게 불을 나눠주는 ‘사화(賜火)’풍습이 있었다. 불씨를 오래 두고 바꾸지 않으며 불꽃이 거세지고, 양기가 지나쳐서 역질(疫疾)이 생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서 만든 새로운 불씨를 임금이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개 고을 수령에게 나눠줬다. 수령들은 이를 다시 백성들에게 전달하는데 이 때 묵은 불(舊火)을 끄고 새 불(新火)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수 없어서 찬밥을 먹었다.이처럼 청명과 한식은 서로 다른 날이지만, 오늘날에는 흔히 구분하지 않는다. 청명이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속담도 여기서 나왔다. 도긴개긴과 비슷한 뜻이지만, 굳이 ‘죽기 좋은 계절’을 주저없이 입 밖에 내는 조상들의 심정에서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초연함과 곤궁했던 살림살이가 읽혀지는 듯하다.청명과 한식은 귀민날(귀신이 하늘로 올라가 매인 날)이라고 하여 지팡이를 거꾸로 꽂아도 손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농삿일 준비와 함게 이장이나 묘자리 손보기, 비석세우기, 집 고치기 등을 하고 있다. 농경사회를 벗어난 현대에는 청명과 한식이 봄나들이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남쪽에서부터 꽃 소식이 들려오고 들판은 점차 초록색 옷을 입는다. 그러나 항상 주의해야 한다. 바람이 유난히 심한 때여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조상들이 찬밥을 먹고 새로운 불씨를 나눈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4-04 23:02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탄핵 21일만에 구속됐다. 탄핵 때와 똑같이 국민 대다수는 박 전대통령이 구속될 것이라고 믿었다. 법원이 박 전대통령을 구속함으로써 국민적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 법치가 살아 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일부 박근혜 지지세력은 박 전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이 부당하다고 강력하게 맞섰지만 결국 무위로 끝났다. 대법원 판결이 나야 유무죄가 최종적으로 가려지겠지만 일단 그가 구속됨으로해서 폭풍드라마 제1막은 내려졌다. 민심을 거역하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도 망가진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그녀가 사법적 판단에 따라 구속되면서 영어의 몸이 됐지만 촛불민심은 오래전부터 그를 탄핵하고 구속했다.이제 나락으로 떨어진 국가운명이 되살려 지게 됐다. 망가진 국정운영이 정상을 되찾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간 수없이 박근혜 정권한테 차별과 냉대를 받았던 전북도 기사회생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전북은 이 시간 이후 더 특별하게 나빠질 게 없다.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마냥 민심을 거스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정권을 잡았다고해서 과거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박근혜 정권처럼 전북을 업신 여긴적이 없다.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정권 시절에도 이렇게 전북을 홀대하고 망가뜨리고 썰렁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권에서 전북은 아예 없었다. MB 때보다 표를 더 줬지만 그녀의 수첩에는 전북이 철저하게 배척됐다. 무장관 무차관만이 아니라 아예 인재의 씨를 말려버렸다. 국가예산 배분때도 똑 같았다. 지금 전북이 무력증에 빠져 강원 제주 세종시 위에서 허우적 대고 있다.장미대선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것 같다. 이번 대선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전북으로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한층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대세는 잡혔다. 민주당 문재인이냐 국민의당 안철수이냐만 남았다. 전북으로도 퍽 다행이다.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상당 부분 잘못된 부분이 고쳐질 수 있다. 인재등용은 말할 것 없고 국가예산 배분도 지금 같이는 안될 것이다. 두 후보를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문재인 후보를 미워도 다시한번 정도로만 떠올리면 안된다. 인수위원회 없이 가기 때문에 그의 공약을 잘 살펴야 한다. 청춘콘서트 당시 50% 지지를 받았던 안철수 교수가 5% 지지를 받았던 박원순씨를 서울시장으로 밀었던 대목부터 떠올리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누가 더 정치적으로 빚을 많이 졌는지부터 시작해서 북핵문제 해결능력, 사드배치 문제, 양극화, 재벌해체문제 등 공약을 비교 검토해봐야 한다. 친노 친문 패권주의의 병폐는 뭣이고 금수저인 안철수가 사회에 2500억원을 환원했는데도 리더십이 약해 보이는 이유가 뭣인가도 살펴야 한다. 전북몫 찾기는 그냥 앉아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될 사람한테 표를 몰아주는 전략적 선택이 그래서 필요하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4-03 23:02

1905년, 러시아는 혼탁한 사회상황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횡포로 민중들의 사회적 불만은 극에 달했다. 러일전쟁 이전부터 감지되고 있던 혁명의 기운은 마침내 러시아 혁명으로 이어졌다. 평화적 시위에 나선 노동자들을 향해 군대가 발포하면서 ‘피의 일요일’로 명명된 사건 이후 군중의 폭동은 더 거세져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됐다. 그 와중에 흑해 함대에 속해있던 전함 포템킨 호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수병들에게 배식된 쇠고기에서 구더기가 발견됐기 때문이었다. 썩은 쇠고기 배식은 예상치 못한 폭동으로 이어졌다. 쇠고기에서 살아 꿈틀대는 구더기를 발견한 수병에게 군의관이 ‘전혀 문제가 없다’며 ‘묻어 있는 구더기를 식초로 닦아내면 될 일 ‘이라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수백 명의 수병들이 불만을 터뜨리며 항의하자 지휘관은 오히려 쇠고기 수프를 먹기를 강요해 거부하는 수병들은 총살에 처하겠다고 협박했다. 수병들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권이 없었다. 봉기를 일으켜 전함 포템킨을 장악한 수병들은 마침내 혁명군이 되었다. 이들의 봉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템킨 호가 정박해있던 오데사 항의 민중들이 포템킨호의 봉기에 용기를 얻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포템킨호의 봉기나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오데사 항 민중들의 봉기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러시아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전함 포템킨의 봉기는 사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사건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로 만들어진 은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이름을 알렸다. 러시아 영화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1958년 브뤼셀 박람회의 ‘평론가 117명이 뽑은 세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학도들의 교과서가 된 이 영화는 ‘몽타주이론’을 확립해 고전 영화이론의 기술적, 예술적 토대를 구축한 세르게이 감독의 예술적 성과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세르게이 감독의 을 상영했다. 1925년에 개봉한 이 흑백 무성영화는 오늘의 관객들에게 낯선 영역이었지만 영화의 힘을 새롭게 깨우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사실은 대개가 널리 알려진 것들이다. 그래서 처럼 사실보다 영화가 더 알려진 경우는 흔치 않다. 역사적 사실을 온전히 영화의 힘으로 기록하고 후대에 전할 수 있다는 것. 의 울림이 크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31 23:02

임실 오수초등학교가 오는 4월1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 전 일제 치하에서 오수공립보통학교란 교명으로 문을 연 오수초교도 급박했던 근현대사 속에서 수많은 인재를 길러냈고, 지역사회를 견인하는 큰 힘이었다. 그 고난과 희열의 100년 역사에서 오수초교를 가장 자랑스럽게 비춰주는 사건이 하나 있다. 98년 전인 1919년 3월10일 이 학교 학생들이 오수 역전으로 몰려가 독립만세운동을 벌인 사건이다. 오수보통학교 학생들의 만세운동은 이 학교에서 근무하던 이광수 선생의 은밀한 지도 아래 일사분란하게 이뤄졌고, 일본인 교장과 순사들을 놀라게 했다. 또 3월15일 오수면 지역 독립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쳐진 독립만세운동에 무슨 경중이 있겠는가. 그 중 임실의 독립만세운동이 주목되는 것은 오수보통학교 학생들의 독립만세운동, 그리고 독립선언문 민족대표 33인 중에 청웅면 출신의 박준승 선생이 참여했다는 사실 등 몇가지 특기할 사건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민족대표 33인 중 전북 출신은 임실의 박준승(천도교)과 장수의 백용성(불교) 2 명이다. 그런 연유로 국립호국원이 임실군 청웅면에 자리잡게 됐을 터이다. 임실은 호국보훈의 달인 3월과 6월이 되면 만세운동 재현, 학술대회 등을 통해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분연히 일어나 싸운 선인들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한말 이석용 의병장을 기리는 학술대회를 열었고, 지난 15일에는 자암 박준승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독립선언서 민족대표 33인 중 최린, 정춘수, 박희도 등 친일파로 변절한 인물도 있었지만 박준승 선생을 비롯해 한용운, 이승훈 등 나머지 30명의 민족대표는 끝까지 종교활동 등을 통해 그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독립선언 낭독 후 일경에 체포된 박준승 선생은 조국의 독립을 확신하며 가혹한 취조에 굴하지 않았다. 결국 2년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른 뒤 고향 임실에서 천도교 활동에 전력했다. 갑오년에 동학농민전쟁에도 참여했던 박준승 선생은 1927년 사망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관심은 크게 부족하다. 지난 3월15일 임실 청웅에서 열린 3.1만세운동과 박준승 학술대회에 대한 군과 의회 등의 관심이 저조하자 ‘×새끼 축제에는 수백억을 쏟아부으면서 목숨바쳐 싸운 독립운동엔 …’이란 비난이 나왔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30 23:02

먹고 살기 힘들었던 옛날에는 동물의 복지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집에서 키우던 개도 여름철 복날이 되면 잡아먹었다. 기력을 보충할 다른 방법도 딱히 없었다. 그만큼 각박했다.이러한 역사는 보신탕 풍습으로 이어지면서 논란을 낳았다. 1994년, 프랑스 영화배우 브리지도 바르도는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를 ‘야만’이라고 비난했다. ‘개고기를 먹는 것이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애완견과 식용견은 다르다’는 반발을 샀고, ‘이제 개고기를 그만 먹을 때도 됐다’며 옹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한동안 잠잠했던 개고기 문제가 다시 수면에 떠오른 것은 지난해 리우올림픽 기간이었다. 여자양궁 종목에 출전한 기보배 선수가 개고기를 먹었다며 배우 최여진의 어머니 정모씨가 과격한 욕설을 섞어 기보배 선수와 부모를 심하게 비판한 것이 계기가 됐다.개고기 먹는 풍습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 같다.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사육환경이 언론에 자주 노출된 것도 한 원인이고, 반려동물이 증가한 것도 한 몫 거들었다.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다. 식용견의 사육환경 못지 않게 심각하고 비인도적인 강아지 공장과 동물 학대 및 유기의 증가 등이다. 동물보호법이 새롭게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동물보호법에는 반려동물만이 아니라 식용으로 키우는 가축에 관한 규정도 있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가 그 것이다. A4용지 한 장도 안되는 좁은 면적에서 사육되는 닭, 알을 더 낳도록 24시간 불을 켜두는 사육장, 움직이지 못하도록 폐쇄형 케이지에 갇혀 있는 돼지 등으로 인해 가축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항생제가 남용되는 현실을 개선해보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그러나 동물복지 농장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닭과 돼지, 소 등을 모두 합쳐도 인증받은 곳이 전국적으로 100개 남짓이다. 동물들이 ‘배고프지 않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좁은 공간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등의 사육환경’을 갖추려면 적잖은 돈이 들지만, 혜택은 별로 없는 까닭이다.익산 망성면에서 산란계 복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임희춘씨가 전주지방법원을 상대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신의 농장과 2.1km 떨어진 곳에서 AI가 발생해 키우고 있는 닭에 대한 살처분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법 집행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고, 임씨는 무조건적인 살처분만이 정답은 아니며 복지농장의 가축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궁금하다.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3-28 23:02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누군가를 선택해야 할 대선일이 다가 오지만 전북인들은 맘이 썰렁하기 그지없다. 도내 출신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MB한테 대패했지만 정동영이 출마했을 때는 걱정도 많았지만 자부심도 컸다. 정동영이 그간 잦은 선거판에 끼어들지 않고 몽골 기병처럼 꿋꿋하게 인고의 세월을 보냈더라면 오늘과 같은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귀중한 정치적 자산이었던 정동영이 친노 친문 패권세력들 한테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는 바람에 존재감이 없어졌다. 지금은 예전의 이름값 하기도 벅차고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됐다.도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교체의 맛만 느끼게 생겼다. 민주당 아니면 국민의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힐 가능성이 한층 명약관화해졌기 때문이다. 두 정당의 지지도가 3분의2를 차지한다.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문재인 대 안철수 싸움으로 끝날 것이다. 새누리를 자유한국당이라고 이름만 바꾼 사람들과 바른정당은 정치적으로 박근혜 전대통령의 공범들이나 다름없어 대선에 나올 자격도 없다.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후안무치하게 나섰겠는가. 좌파한테 정권이 넘어가면 나라가 망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번 만큼은 자숙하는 의미에서 빠지는 게 도리다.상당수 도민들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고민스러워 한다. 전북 몫을 찾으려면 누구를 뽑아야 가능할 것인가를 놓고 목하 고민중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의 문재인이냐 아니면 깨끗한 정치적 이미지와 콘텐츠가 강한 안철수를 놓고 고민한다. 지난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민주당 지지로 많이 바꿔졌다. 그 이유는 민주당이 제1당으로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군의원등이 민주당적을 그대로 유지한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각개약진하면서 정치적으로 두각을 못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당 지지가 약화됐다.도민들도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를 탄핵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정권교체에 큰 의미를 두는 것으로 만족해야할 것 같다. 현재 전북은 모든면에서 가장 저점에 놓여 있기 때문에 문이나 안 중에서 누가 정권을 잡아도 전북몫을 찾을 수 있다. 전북몫 찾기는 정치인들만 하는 게 아니다. 도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가능하다. 그간 낙후라는 오명을 지우지 못한 것도 우리 잘못이 크다. 광주 전남사람들처럼 비판적이면서 적극적이어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점잔만 빼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회의원이나 선출직 단체장이 잘못하면 갈아 치워야 한다. 그럴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백년하청이 될 수 있다. 앞으로 40여일 동안 누구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활발하게 의견개진토록 하자. 백성일 부사장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7-03-27 23:02

전북은 서예의 명맥이 탄탄하다. 굳이 멀리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당대의 명필 추사 김정희가 인정했던 창암 이삼만이 있고, 그 뒤를 이어 현대 서예사에 굵은 족적을 남긴 석전 황욱과 강암 송성용이 있다. 오늘에 이르러서도 전북은 서예가들의 역량과 활동이 빛난다. 격년제로 열리는 서예비엔날레의 궤적도 전북 서예의 명맥을 이어주는 귀한 통로다. 전주는 서예의 전통, 그 중심에 있다. 종이의 고장으로 이름을 알렸던 전주의 전통은 한지와 서예와 출판이라는 조화로운 문화유산을 이어냈다. 현대의 기술에 밀려 조선시대 꽃을 피웠던 출판의 전통은 미미해졌으나 한지와 서예의 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서예와 함께 이어졌어야 할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 있다. 모필, 붓이다. 한 시절, 전주에서 만들어지는 붓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서예의 근본이 붓으로부터 시작되니 전주붓이 성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서예의 전통이 꿋꿋하게 이어지는 동안 전주붓은 그 이름을 잃었다. 손으로 쓰는 글씨가 사라져가면서 붓으로 쓰는 글씨의 존재는 더 미약해졌을 뿐 아니라 그나마도 값싸게 들여오는 중국붓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재작년 말, 전주에서 대물림으로 붓을 만들어온 장인이 무형문화재기능보유자로 등록됐다. 삼 대째 붓을 만들어온 곽종찬 명장이다. 전주붓의 명맥이 그를 통해 이어지게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해 나이 예순 여섯. 50여 년 동안 한길을 걸어온 그는 예나 지금이나 손에서 붓을 떼어놓지 않는다. 한 개의 붓이 완성되기까지 150번의 손길이 닿는다고 하지만 일상의 대부분이 붓을 만들어내는 일에 닿아 있어 만들어지는 붓의 양이 적지 않다. 그런데 현실은 안타깝다. 붓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사가는 사람은 없다. ‘한 달에 서너 개 팔리면 그나마 다행’이고, ‘서예를 하는 사람들까지도 중국 붓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전주붓의 미래는 암울하다. 그래서 명장이 찾은 자구책이 있다. 붓을 장식용 액자에 넣어 판매하는 방법이다. 제 쓰임 대신 ‘장식’이라는 다른 쓰임을 얻어 액자 안에 갇힌 전주붓의 존재. 그러나 명장의 바람은 이렇게라도 전주붓이 맥을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쓰임이 발굴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전주붓의 분투’는 쓰임을 잃은 전통 공예 유산이 안고 있는 현실이다. 전주붓 살리기가 명장의 고군분투로만 이어지는 일은 안타깝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24 23:02

봄이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쭉 펴고 있다. 산야에 푸릇한 기운이 시나브로 강해지고 매화, 산수화, 목련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조금 있으면 초록으로 물든 산야를 산벚이며 진달래, 철쭉이 울긋불긋 수놓을 것이다. 겉으로 자연은 매우 평화롭다. 하지만 작은 수풀에서조차 생명을 건 숨가쁜 전쟁이 치열하다. 뱀은 개구리 등을 사낭하지만 매나 너구리의 사냥감일 뿐이다. 이런 생태계에서 정의란 없다. 그저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을 뿐이다. 오직 생존 본능이 작용할 뿐이다. 최근 전주에서 핫 이슈 중 하나가 된 아파트 고분양가 논란도 그런 생태계의 먹이사슬 체계에서 접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고분양가 논란의 핵심은 우미건설이 지난 20일 ‘전주 효천지구 우미린’ 아파트 단지를 분양하기 위한 입주자 모집 공고 승인 신청서를 전주시에 접수했는데, 분양가가 3.3㎡당 917만 원으로 책정돼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이에 전주시는 896만원으로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나마 건설사는 요지부동이다. 이 문제는 택지개발사의 토지 매각, 아파트 업자의 분양, 소비자의 매수 과정에서 누가 이익을 더 챙겨야 하느냐가 본질이다. 효천지구를 개발한 LH공사는 주민 등 부동산 소유자들로부터 싸게 토지를 매입했고,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할 때는 최고가낙찰방식을 써 큰 이익을 남겼다. 공동택지를 매입한 우미건설은 입찰에서 원래 공급예정가인 3.3㎡당 377만원보다 훨씬 비싼 551만원을 써내 택지를 낙찰받았다. 그 무리한 매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우미건설은 국토부 건축비가 상승했다는 이유를 대며 917만 원이라는 최고가를 제시하고 있다. 건설사는 속으로 주판알을 굴린다. 어차피 건설사가 한 발 물러서 분양가를 800만 원으로 낮추면 순수 소비자 뿐만 아니라 투기꾼들까지 그 이익을 차지한다. 아파트 가격은 분양과 동시에 주변시세에 맞춰 900만 원대로 뛸 것이 뻔하다. 손해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미 상위 포식자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LH공사는 큰 이익을 남기고 빠졌다. 이제 중간 포식자인 건설사가 남겨진 고기를 좀 먹자는 데 주변에서 아우성이다. 계속 이런 먹이사슬 구조가 이어졌고, 이번에도 결국 순수 소비자는 봉이 될 공산이 크다. 정치와 행정이 잘해야 약자도 산다. 그래야 뱀·독수리 관계와 다른 인간 먹이사슬 구조가 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23 23:02

양아치나 시정잡배들이 쓰는 말은 일반 사람들의 말과 다르다. 사용하는 용어나 억양은 물론 감정의 농도에도 차이가 있다. 과잉감정이다. 그들의 말투에서는 항상 폭발 직전의 긴장감이 묻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그들이 노리는 것도 그 것일 거다.정치인들의 말투도 일반인과는 다르다. 말 한마디마다 분명한 노림이 있기 때문이다. 내 편을 부추기고 상대편을 억누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명분을 내세우고 ‘점잖음’으로 포장한다. 일반 국민을 의식하는 것이다.그런데 정치가 노골적으로 충돌하는 마당에는 국민이 설 자리가 없다. 정치인들이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풀어 버린다. ‘핵 사이다’ 발언을 기대하는 열성 팬들도 한 몫을 거든다. 결국은 시정잡배의 말투와 다를 바 없게 된다.대권 도전에 나선 홍준표 경남지사의 막말로 정치마당이 시끄럽다. “민주당에서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그의 막말 퍼레이드야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종편 방송사 경비원에게 “니들 면상 보러온 거 아니다. 네까짓게”(2012), 청년위원장에게 돈을 받은 일이 있느냐고 질문하는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2011), 무상급식 문제로 단식하는 도의원에게 “한 2년간 단식해봐.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냐.(…)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2016),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2015) 등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원래부터 거칠었던 그의 입이 걱정인 것은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득표를 위한 선거전략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려 들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본보기이다.그러나 국가에는 국격이 있고, 사람에는 인격이 있고, 하물며 물건에도 품격이 있다. 격을 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편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을 험지에 몰아넣는 일뿐이다. 트럼프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자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가 9명이나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홍준표 지사가 가장 유력하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나의 코미디는 아닐까?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7-03-21 23:02

‘일일이일만기(一日二日萬機)’. ‘하루 이틀 사이에 만 가지 일의 기틀이 싹트므로 군주는 조금이라도 정사를 태만히 하여서는 안된다’는 이 말은 국가통치의 거울이 되어온 ‘서경’에 실려 있다.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핀다’는 이 말 역시 ‘일일이일만기’로부터 비롯되었을 터다. 오랫동안 군주들의 책무 중 중요한 덕목이 되어왔던 만기친람은 환경이 변한 현대에 이르러서도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고금을 막론하고 만기친람형 왕이나 대통령이 적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개혁형 군주로 꼽히는 정조는 대표적인 만기친람형 왕이었다. 정조는 스스로 ‘군주는 조금이라도 정사를 태만히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았던지 큰 일 작은 일 가리지 않고 모든 정사를 챙겼다. 대신들 중에는 정조의 이런 통치 스타일을 못마땅하게 여겨 ‘작은 일에 너무 신경을 쓰면 큰일에 소홀하기 쉽다’는 상소문을 올리기도 했으나 정조는 ‘작은 것을 통해 큰 것으로 나갈 수 있다’며 이런 지적을 신경 쓰지 않았다. 정조는 천성적으로 책읽기를 즐겼으나 모든 일을 직접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품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하자, 책으로 채워진 장식장 그림을 일월오봉도 대신 어좌 뒤에 놓아두어 책읽기의 아쉬움을 대신했을 정도로 정사에 몰두했다. 그는 8도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읽는 것이 취미라고 했을 정도로 일에 빠져 지냈다. 요샛말로 표현하자면 일벌레였던 셈이다. 중국의 진시황 역시 대표적인 만기친람형 군주로 꼽힌다. ‘일중독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진시황은 하루에 결재한 서류를 직접 저울에 달아 120석이 되지 않으면 정량에 이를 때까지 일을 만들어 처리했다고 전한다. 결재문서의 무게로 일의 양을 판단했다니 이쯤 되면 ‘만기친람’이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이 되기에는 문제가 있을 듯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만기친람형 군주였지만 정조와 진시황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리더십’ 덕목이 새삼 주목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 리더십이 왜곡되었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나 박근혜정부에서처럼 왜곡된 예는 없었기 때문이다. 왜곡된 리더십 중에 ‘만기친람’이 들어가 있다. 덕분에 ‘만기친람’은 원래의 어원이나 의미, 시대적 상황과 관계없이 부정적인 이미지의 용어가 됐다. 오로지 개인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만기친람’이 가져온 결과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7-03-17 23:02

문학은 삶과 정신의 산물이다. 때로는 거대한 산맥이 흐르고, 때로는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실개천처럼 아기자기하다. 디지털시대가 됐지만 시와 소설, 수필 등 문학작품에는 여전히 사람 냄새 가득하고, 문화 콘텐츠 경쟁력의 원천이다.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에서 사람들은 용기를 얻고, 세익스피어의 ‘햄릿’에서 결단의 힘을 발견한다.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이순신의 위대함을 가슴에 되새기고,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외우면서 나라 잃고 광야에 외롭게 선 시인의 고뇌를 생각한다. 동서고금의 문학 작품은 용기를 북돋워 주고, 슬픔을 정화해 주고, 나아가야 할 인생의 좌표를 가늠케 해 준다. 전북을 일컬어 예향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로부터 문학적 토양이 단단했기 때문이리라. 판소리 등 기예를 갖춘 예술인들이 많았다. 고창의 동리 신재효는 판소리 다섯바탕을 정리했고, 송만갑 김소희 등 출중한 소리꾼들이 대거 활동했다. 정읍사 여인의 애절함이 배어 있고, 서정주의 질마재 고갯길엔 황토빛 정서가 서렸다. 채만식은 일제 수탈 창구군산 앞바다의 탁류를 보며 시대를 이야기 했다. 연극인 박동화는 전북 현대 연극의 초석을 놓았고, 그런 예술적 분위기 속에서 전주는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시가 됐다. 예술가들 사이에서 가장 빛나는 명예로 알려지는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도 다수 배출됐다. 시 부문에서 서정주와 고은, 희극 부문에서 노경식, 서양화 부문에서 박남재 등 4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뿐 만이 아니다. 혼불의 최명희,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 등 걸출한 소설가들이 다수 배출됐다.문학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그 작가에 대한 흠모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문학작품이 사람의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적으로도 작가의 고장, 작가의 저택 등을 소중히 여기고 관리하는데 무척 신경을 쓴다. 작가의 향기가 배어 있는 가람 이병기 생가, 최명희 문학관 등이 그것들이다. 전주시가 오는 9월1~3일 예정된 ‘2017 대한민국독서대전’ 개최지로 확정됐다는 소식이다. 문학의 도시, 책 읽는 도시 이미지 확산이 기대된다. 최근 정부의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전북이 유치하면 문학의 도시 이미지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지난해 16개 시도 24개 지자체가 유치의사를 밝힐만큼 관심이 컸었다. 그런데 요즘 전북의 움직임은 찾기 힘들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7-03-16 23:02

“서울 남산에 안중근·김구 동상이 있습니다. 여기에 동상 하나를 더 세우고 싶은 데, 그게 전봉준 입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보람 있는 일로 꼭 이루고 싶습니다. 그것은 서울 남산에 또 하나의 동상이 아니라, 동학농민혁명이 국민적 정신으로 우뚝 서는 것을 의미합니다.”역사학자 이이화씨(80)가 동학2주갑 때인 3년 전 본보와 인터뷰에서 밝힌 소망이었다. 이씨는 ‘녹두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동학농민혁명에 천착했다. 30대 때부터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관심과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1989년 역사문제연구소 부설로 ‘동학농민혁명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고, 관련 여러 저서를 냈으며,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서울에 전봉준 장군의 동상을 건립하고자 했던 그의 소망과 의지가 결실을 보게 됐다. 지난해 10월 동상건립준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오는 22일 창립총회를 갖게 되면서다. 물론 그가 위원회의 중심에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조로 동상이 설 입지가 남산공원은 아니지만, 서울 중심부인 종로여서 결코 서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곳은 전봉준 장군이 심문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진 감옥 터라는 역사성이 있다. 또 사형 전 “나를 죽일진대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내 피를 뿌려주는 것이 옳거늘 어찌 남몰래 죽이느냐”고 전해지는 이야기 속 장소이기도 하다. 전봉준 장군(1855~1895)을 기리는 시설물들이 그의 행적을 따라 정읍과 고창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 설치돼 있기는 하다. 동상 혹은 부조 등으로 그를 형상화 한 조형물도 10여 곳에 이르며, ‘전봉준공원’(정읍 내장산 입구)까지 조성됐다. 그러나 녹두장군을 상징할 흡족한 동상을 찾기는 힘들다. 정읍에 설치된 동상과 관련해서 미술평론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한눈에 로댕작품의 전형적인 아류인 기념조각 같다”고 1988년 에 기고했다. 녹두장군의 옷주름이 마치 인천 맥아더동상의 날선 군복바지 주름과 비슷하다고도 꼬집었다.서울의 동상은 국민모금과 디자인 공모를 거쳐 내년 4~5월 중 건립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제대로 된 동상이 만들어져야 한다. 동상이 설 부지가 5평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람이 중심인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혁명의 기치가 서울 한복판에 우뚝 서길 기대한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7-03-15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