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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되어가던 출판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얻었다. 소설가 한강의 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다. 지난 2007년에 출간된 는 수상하기 전 10년 동안 2만부가 팔렸지만, 수상 직후 하루만에 1만여 권이 팔린 것을 시작으로 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의 여세는 다른 소설에도 영향을 미쳐 전반적으로 소설 분야 판매 신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는 소식이다. 열풍은 해외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영국에서는 수상 당일에만 2만부가 팔려나갔고, 27개국이 출판 계약을 마친 상태다. 문학상 수상이 가져온 효과다. 노벨문학상, 콩코드문학상과 함께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맨부커상은 영국연방 국가에서 영어로 쓰인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한다. 지난 5월, 소설가 한강이 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우리에게 다소 낯선 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강이 수상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1969년부터 제정되어 시행되어온 맨부커상과 함께 2005년 비연방국가의 영어 번역소설을 대상으로 새롭게 제정됐다. 2015년까지 격년으로 운영되어 오다가 올해부터 해마다 영어번역소설을 출간한 작가와 번역가가 공동으로 수상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는데, 그 첫 수상자가 한강이다. 주목되는 것이 있다. 작가와 함께 번역자를 공동수상자로 시상하는 형식이다. 한강과 함께 공동 수상한 이는 영국의 20대 젊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다. 영문학을 전공, 직업으로 번역을 택한 그는 한국 문학 번역자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해 런던대학에서 한국학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애초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를 최종 후보로 올리면서 데보라 스미스가 한글을 배운지 6년 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하며 번역의 우수함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는 그의 첫 번째 출판 번역 작품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초청을 받아 한국에 온 그의 이야기가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더 많은 한국 문학이 좋은 번역으로 해외에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그러나 “노벨문학상에 대한 한국사회의 집착은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사실 좋은 번역으로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 문학작품은 찾기 어렵다. 상황이 이러하니 ‘한국사회의 노벨문학상 집착’이란 지적에도 달리 항변할 수 없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6-17 23:02

지난 20여 년을 돌이켜보면 새만금방조제를 쌓느냐 마느냐, 해수를 유통시키느냐 차단하느냐를 둘러싼 논쟁을 비롯해 지리멸렬한 새만금 예산 배정, 새만금특별법 제정·개정, 무주 동계올림픽과 태권도공원 유치, 프로야구단 창단, LH공사 유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이전, 탄소산업, 호남선 KTX 등을 둘러싼 갖가지 핫이슈가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요즘은 지역사회가 너무 조용하다. 호남선 KTX는 김제역을 그대로 통과, 이 일대 주민들 불만이 팽배하다. 전라선 KTX의 경우 ‘노선 증편’ 문제가 확실치 않다. 제19대국회가 막판에 탄소법을 통과시켰지만 고급기술과 응용기술 시현을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얼마전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 전북혁신도시 이전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기금운용본부 전북 이전에 따른 금융허브화 청사진은 어떻게 돼 가는지 아직 오리무중이다. 제대로 된 야구경기장도 없이 프로야구단 창설을 추진했던 전북이 지금까지 야구장을 건설하지 않고 있다. 1000만 관중 돌파를 눈 앞에 둔 프로야구를 전북인들만 즐기지 못하고 있지만 전북의 리더들은 손놓고 있다. 빙상경기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빙상대회를 타지역에 빼앗기는 수치도 있었다. 무주에 태권도공원을 유치했지만 전북에서마저 체감도가 낮다. 동계올림픽을 가져간 강원도가 코앞에 닥친 올림픽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전북은 태권도공원 유치를 통해 얻고자 했던 전후방 연관 효과들을 얼마나 만들고 있는지 궁금한 일이다. 호구와 도복 관련 산업은 어떠하고, 기 수련 산업화는 어떠한가. 태권도공원까지 이르는 진입도로조차 제 때 개설하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년까지 조기 완공하겠다고 약속한 새만금 1단계 사업도 속도가 느리다. 내년까지 전체 간척토지의 45%에 대해 기반공사를 끝내겠다고 했지만 올 4월 현재 34% 정도다. 민간투자도 크게 저조하다. 최근의 희소식은 지난 5월 고시된 국토부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6~2020)’에 전북국제공항이, 도 2월의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전주-김천간 동서횡단철도가 포함된 정도다. 사업 확정도 아니다. 그런 전북에 최근 화폐수급과 군산항 자동차 환적 화물이 던져졌다. 지역 이익과 발전에 중요한 사안인데 정치권은 어떻게 뛰고 있는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6-16 23:02

지난 2013년 6월 무산된 전주·완주 통합 추진 후유증이 3년 만에 다시 도지고 있다. 전주시의회가 완주군과의 통합 추진을 위해 그동안 완주군민들에게 각종 시설 이용 혜택을 제공해 온 관련 조례들을 폐지하겠다고 나서면서 완주군의회와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지난 3월에 전주월드컵골프장의 완주군민 할인 혜택을 없앤데 이어 오는 24일 열리는 본회의에 전주승화원 이용요금 감면과 6개 노인복지센터 이용 혜택을 폐지하는 조례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이미 전주·완주 상생협력 사업으로 추진했던 전주 효자동 로컬푸드 직매장은 전주시의회의 요구로 완주군에서 인근에 새로 직매장을 지어서 이전했다. 전주·완주 시내버스단일요금제도 통합무산 직후 폐지됐다가 완주군민의 반발로 완주군과 전주시와의 예산분담을 통해 지난해 2월부터 다시 단일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 전주·완주 통합을 위해 추진했던 11개 상생협력 사업들이 줄줄이 좌초되거나 중단될 상황에 처해 있다.논리적으로 보면 전주시의회의 주장이 맞다. 전주·완주 통합이 무산된 마당에 전주시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시설들을 완주군민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은 부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전주시의회가 이것만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주·완주 상생협력 사업들이 폐기되는 순간 다시는 전주·완주 통합을 거론해선 안된다. 사실 지난 2013년 전주시의회에서 전주·완주 상생협력 조례를 제정할 때에도 진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일각에선 통합 성사를 위한 사탕발림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또 하나 잊어서는 안될 것이 전주·완주 통합을 전주시의회에서 먼저 추진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92년 9월 2일 전주시의회 제88회 임시회에서 전주직할시 건의안을 채택하면서 전주·완주 통합을 처음 거론했다. 이후 1997년 11월 24일 전주시의회에서 통합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찬성 의견이 전주시민 83.1%, 완주군민 66.1%로 나왔다. 그러나 1998년 1월 완주군의회가 전주·완주 통합 반대를 결의하면서 무산됐다. 그 후 2009년 9월과 2012년 4월 전주·완주 통합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2차례에 걸쳐 주민여론조사와 완주군민 사전투표를 실시했지만 완주군민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전주·완주 통합을 먼저 제안하고 스스로 상생협력 조례를 제정했던 전주시의회가 이제 와서 관련 조례를 모두 폐기하겠다는 발상은 완주군 흔들기에 불과하다. 통합 추진의 진정성을 갖추려면 상생협력을 통한 여건과 분위기 조성이 먼저다.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이 4차례 만에 성사된 사례를 전주시의회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6-15 23:02

수천 년 역사를 거치며 만고풍상을 겪은 도시를 두고 대표 단어로 나타내려 한다면 언어도단일 것이다. 그럼에도 도시의 정체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현실적으로 상징적인 브랜드가 필요하다. 도시별 랜드마크를 만들거나 슬로건 등을 만드는 것은 보편적 추세다. 전주시 브랜드 슬로건은 2009년 정한 ‘한바탕 전주 세계를 비빈다’(영문 ‘Asiart Jeonju’)다. 공식 슬로건은 아니지만,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통문화도시’등 여러 별칭을 붙여 전주를 상징화 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전주시가 이번에는 전주정신으로 ‘한국의 꽃심’을 치켜들었다. 각 분야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전주정신정립위원회를 꾸린 뒤 1년 여 논의와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전주를 대표하는 정신으로 결정한 단어가 바로 ‘꽃심’이다. ‘꽃심’에는 대동과 풍류, 올곧음, 창신 등 4개 정신을 담고 있다. 모두가 조화롭게 어울리며 삶의 여유와 멋을 잃지 않고, 사람의 도리와 의로움을 추구하며, 창의적 미래를 열어가자는 뜻이 담겼단다. 전주의 역사성과 고유성, 미래성 등을 고려해 정했다는 전주정신의 ‘꽃심’은 국어사전에 없는, 신조어에 가깝다. 일반에게 생소한 ‘꽃심’이 보통명사처럼 전주의 정신으로 받들어진 데는 최명희 선생(1947~1998)의 소설 이 바탕이 됐다. ‘차현 땅 이남의 수모 능욕을 다 당한 이 땅에서 꽃씨 같은 몸 받은 조선왕조 개국시조 전주 이씨 이성계. 천 년이 지나도 이천 년이 지나도 또 천 년이 가도, 끝끝내 그 이름 완산이라 부르며 꽃심 하나 깊은 자리 심어 놓은 땅.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꿈꾸는 나라.’(최명희의 중에서)“아름다운 것들은 왜 그렇게 수난이 많지요? 아름다워서 수난을 겪어야 한다면 그것처럼 더 큰 비극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나 그 수난을 꿋꿋하게 이겨내는 힘이 있어 아름다움은 생명력이 있지요. 그 힘을 나는 ‘꽃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태어난 이 땅 전라도는 바로 그 꽃심이 있는 생명의 땅이에요.” 최명희 선생이 세상과 작별하기 직전 호암상 수상강연을 통해 밝힌 ‘꽃심’에 대한 생각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이렇게 숭고한 ‘꽃심’이 전주정신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질 법 하다. 오히려 그 정신에 못미칠까 걱정이다. 전주정신이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고 명실공히 시민의 삶에 스며들도록 꽃심을 내야지 않겠는가.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6-14 23:02

새만금사업이 정권적으로 이해관계가 없어 지금껏 성과를 못 냈다. 노태우 전대통령이 김대중 총재와 정치적 담판을 통해 착공은 했으나 25년이 지나는 동안 별반 성과를 내지 못한 건 정권적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인 이 사업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6개 정권이 추진했지만 아직도 개발은 물론 기업유치가 별로다. 대통령은 임기 5년동안 치적을 쌓기 위해 청사진을 마련, 주로 공약사업 추진에 매진한다. 대표적인 것이 MB때 4대강사업이고 YS나 DJ도 자신을 정치적으로 키워준 고향 숙원사업 추진하기에 바빴다. 관선 시절 강상원 이강년 조남조 지사 때부터 추진해왔던 이 사업이 민선지사로 넘어오면서 유종근 강현욱 김완주 지사가 마치 새만금교 교주인양 신주단지처럼 모셨다.유종근 김완주 전지사 때 그렇게 많이 체결했던 양해각서(MOU)는 한낱 휴지조각이 됐다. 96년 유 전지사가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인 다우코닝사를 유치하겠다고 떠들어댔지만 결국 말레이시아에 세워졌다. 가장 황당무계한 것은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겠다고 2011년 4월 27일 정부 종합청사에서 MOU를 체결한 것이다. 지금 보면 정권이 철저하게 국민을 속인 것이다. MB정권이 LH를 경남 진주로 일괄 배치키로 정하고서 벌인 일종의 정치 사기극이다. 이 쇼의 주연은 MB고 조연은 김완주 전 지사를 비롯 임채민국무총리실장,김순택 삼성 전략미래실장,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등이다. A4용지 2장 분량의 MOU에는 삼성이 2021~2040년까지 3단계로 나눠 23조를 투입,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화를 추진키로 했었다. 일자리가 무려 5만개나 만들어진다고 허풍을 떨었다.당시 전주 완산을 장세환 국회의원은 삼성이 투자협약 양해각서에서 ‘새만금 용지에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노력한다’고만 했다면서 ‘삼성의 투자 노력이 정부 발표 과정에서 투자 계획으로 둔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도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나 다름 없는 권력구조 하에서 정권의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도 당시 성난 전북 민심을 달래려고 위무책으로 새만금 삼성 투자 카드를 꺼낸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1등 위주로 구조조정하고 이미 평택에 15조원을 투자키로 한 상황에서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 당시 주역들 모두가 물러났다. 김 전지사는 MOU체결 때 파악했던 모든 사항을 도민들에게 석고대죄하듯 낱낱히 공개해야 한다. 삭발투쟁까지 했던 김 전지사가 삼성이 투자할 줄 알고 서명했는지 아니면 정부 들러리인 줄 뻔히 알면서도 힘에 부쳐 서명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김 지사가 알고 했으면 더 문제고 모르고 했어도 잘못이다. 지금이라도 김 전지사가 진실을 공개하는 게 전임지사로 해야 할 일이고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6-13 23:02

복분자가 남아돈다는 보도가 있다. 농가소득을 보장하는 작목으로 인기를 끌었던 복분자 재고 물량이 쌓여 수급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6월 복분자 수확철이 바로 코앞이니 농가나 기관의 근심이 깊을 것 같다. 전북은 ‘복분자의 고장’인 고창을 비롯해 인근의 정읍과 순창에도 생산농가가 많다. 자치단체가 밝힌 자료를 보니 이들 지역 모두 엄청난 양의 재고 물량이 농협의 저온창고에 쌓여있다. 원인이야 여럿이겠지만 복분자가 소득을 보장해주는 작목으로 알려지면서 너도 나도 생산에 나선 이유가 가장 클 터다. 수요를 넘어선 과잉생산의 부작용이 넘쳐나는 시대, 눈길을 끄는 사례가 있다. 일본 오이타현 벳푸의 도자기를 만드는 마을 이야기다. 이 마을은 전통적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들이 모여 살았다. 장인들이 만드는 이곳의 도자기는 일본 전역에서 인기가 높았다. 인기가 높으면 수요 또한 높을 터이니 자연스럽게 도자기 생산양은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이 마을의 장인들은 수요의 한계와 변화를 고려해 마을 단위의 도자기 생산량을 수요에 맞게 조절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장인이 여럿 있는 마을이라 하더라도 수요가 한정되어 있으니 서로 욕심을 내어 생산을 늘려 경쟁을 하다보면 재고가 쌓이고, 그렇다보면 빚이 늘어 결국은 도자기를 만드는 역량까지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선택하기까지는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었다. 도자기 생산으로 얻는 수입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경제적 여건을 충당해야 하는 과제였다. 이들은 ‘반농반도 ‘(半農半陶)’의 가치를 선택했다. ’반농반도 ‘는 말 그대로 농사를 지으면서 도자기를 함께 굽는 일이다. 마을 사람들은 일 년에 필요한 도자기 수요를 미리 측정해 그것보다 상회하는 생산능력을 다른 부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농사를 짓고 도자기를 만드는 일에 노동력과 역량을 나누어 쓰면서 자급자족의 환경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이 마을 사람들의 고유한 삶이 되었다. 주목되는 것이 있다. 이들의 선택이 단순히 노동력을 분할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마을 사람들은 생태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며 얻은 가치와 지혜를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도자기에 응용했다. 식기를 비롯한 일상에서 쓰이는 그릇들이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형태로 개발되면서 이 마을의 도자기는 더 특별한 가치를 갖게 되었다. 수요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게 생산량을 스스로 조절하는 지혜가 가져온 결실이었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6-10 23:02

천하통일을 꿈꾸는 야망가들이 세력을 키워가던 중국 후한 말기, 삼국지 속 유비는 관우·장비와 ‘도원결의’를 맺고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하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전쟁터에선 맹장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장병들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군사(軍師)가 절실했다. 제갈량의 존재를 알게 된 유비는 관우·장비와 함께 제갈량의 초가집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몇 일 후 다시 찾았지만 역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찾아가 만난 제갈량을 군사로 얻을 수 있었다. 제갈량은 유비의 인물됨을 시험했고, 그의 열정에 끝내 감동해 유비를 따라 나섰다. 비록 유비가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루진 못했지만 반드시 확보해야 할 인재를 향해 삼고초려했기에 촉한의 황제가 될 수 있었다.요즘 전라북도를 보면 유비의 삼고초려하는 인내심과 절실함이 아쉽다. 예로부터 삼성그룹의 전북에 대한 투자는 전무할 만큼 인색하기 짝이 없다.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 삼성의 기업가치를 따져볼 때 전북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이 지난해 평택에 15조원을 투자,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라인을 구축한다고 밝혔을 때 전북은 허탈했고, 배도 아팠다. 5년 전 새만금에 2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며 국무조정실장, 전북도지사와 함께 MOU를 체결했던 삼성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 삼성이 얼마전엔 전북도를 방문, 5년 전 MOU를 지킬 수 없을 것같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전북 민심은 아쉬우면서, 한편으로는 ’삼성 제품 불매운동’ 소리가 나올만큼 매우 불편하다. 정부와 삼성이 전북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이냐는 격앙된 목소리도 높다. 제갈량은 유비를 처음엔 외면하고 침묵했지만 그렇다고 싫다고도 안했다. 유비의 진심, 절실함을 보고 결정했다. 삼성의 새만금투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투자 가능성은 약해 보이지만 공식적인 투자 철회는 하지 않았다. 전북은 삼성 투자가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 삼성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MOU는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각서에 불과하다. 경우에 따라선 공수표나 다름없다. 전북이 먼저 삼성투자 철회를 공식화할 필요가 없다. 정부와 삼성이 만천하에 약속한 ‘삼성의 새만금투자’를 계속 유효한 카드로 남겨야 한다. 삼고초려 심정으로 삼성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6-09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