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09-20 11:09 (목)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02건)

“개수작 떨지 말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이다. 수작은 남의 말이나 행동을 하찮고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 ‘개’라는 접두어가 붙은 ‘개수작’은 턱없이 둘러대는 말 또는 음흉한 심보가 뻔히 보이는 말이나 행동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수작’의 고전적 어원은 꼭 그러하지 않다.중국 진(秦)나라 때 한자서로 알려진 「창일편」에서는 주인이 손님에게 술을 권하여 건배하는 것을 수(酬)라 하고, 손님이 주인에게 보답하여 건배하는 것을 작(酢)이라고 했다. 이렇게 주인과 손님이 서로 공경의 뜻을 표하면서 술을 주고받는 행위를 일컬어 수작이라고 한다. 중국 고대에서 상대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하는 예의의 형식이며 행위였다.멀리서 그리웠던 친구가 찾아오면 주안상을 마주하고 술부터 권한다.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네” 이렇게 잔을 주고받는 것을 갚을 수(酬), 술 잔(酌)을 써서 ‘수작(酬酌)’이라고 한다. 왁자지껄한 주막집 마루에 길벗 서넛이 걸터앉아 주안상을 받는다. 이때 연지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게도 한 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잔 할랑가?”하고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치면 주모는 “허튼 수작(酬酌) 말고 술이나 마셔”라고 한다. 수작은 이렇게 잔을 돌리며 친해 보자는 것이고 주모의 말은 친한 척 말라는 뜻이다.술 따를 작(酌)자가 쓰인 말들을 보자. 도자기 병에 술이 담기면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려워 천천히 기울여가며 술을 따르는 것이 짐작(斟酌)이다. 짐(斟)은 ‘머뭇거린다’는 뜻이 있다. 따라서 짐작은 ‘미리 어림잡는 것’이다. 또 무슨 일을 할 때는 우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이것이 작정(酌定)이다.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술을 따르다 보면 잔이 넘쳐서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이 무작정(無酌定)이다. 그리고 아무리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라도 원래 술을 잘못하는 사람이면, 마구잡이로 술을 권할 수는 없다. 이럴 때는 그에게 절반만 따라주며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 따라주는 것이 참작(參酌)이다. 판사가 피고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할 때 ‘정상 참작’도 술 따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니 술 한잔에도 여러 의미가 있음을 알고 마시면 좋겠다.

문학·출판 | 기고 | 2018-01-26 23:02

미국을 한자로 표기할 때 우리나라와 중국은 미국(美國)이라 쓰고 일본은 미국(米國)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식민지 의식이니 뭐니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1507년 독일의 지도학자인 마르틴 발트제뮐러가 세계 지도를 만들었는데, 그는 이 지도에서 서반구에 있는 땅을 이탈리아의 탐험가이자 지도학자인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 ‘아메리카’라고 명명했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에 미국 독립선언서에서 ‘미합중국의 만장일치 선언’(unanimous Declaration of the thirteen 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고 나와 처음으로 이 나라의 현 명칭이 쓰이는데, 이것은 1776년 7월 4일에 ‘아메리카 합중국 대표자’들이 채택한 것이었다.1777년 11월 15일 제2차 대륙 회의에서 연합 규약을 채택하면서 “이 연합의 입구는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오늘날의 국호가 확립됐다. 이 국호의 축약형인 ‘United States’도 표준 명칭이다. 그 밖에 흔히 쓰이는 명칭으로는 ‘The U.S.’, ‘The USA’, ‘America’가 있다. 일상 회화에서 쓰이는 이름으로는 ‘The U.S. of A’와 ‘The States’도 있다.영어권에서 미국인을 이를 때 ‘아메리칸’(American)을 사용한다. 또 미국의 정식 형용사는 ‘United States’이지만, ‘America’나 ‘U.S.’가 가장 흔히 미국을 일컫는 형용사다.한편 오늘날 우리나라 등 중화권에서 쓰는 ‘미국’(美國)이라는 명칭은 청나라 시대 중국인들이 ‘아메리칸’을 중국어 발음에 가깝게 적은 음역인 ‘美利堅’에서 왔다. 당시 청나라 시대 중국인들은 ‘아메리칸’을 ‘메리칸’으로 들었고, 가까운 중국어 발음인 ‘메이리지안(美利堅)’이라고 했다. 이를 줄여 ‘메이궈’(美國)로도 표기하였고, 당시 조선인들이 이를 한국어식 한자음으로 읽어 ‘미리견(美利堅)’, ‘미국’(美國)으로 읽고 표기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亞米利加’(아미리가)로 표기했으며, 이를 줄여서 ‘베이코쿠’(米國)로 표기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서도 이 표기를 사용했으며, 북한에서는 현재에도 일본식 음역인 ‘미국’(米國)을 사용한다.

문학·출판 | 기고 | 2018-01-19 23:02

지금은 비록 무속화 되었지만, 서낭당은 처음부터 무속이 아니라 부족 국가시대에 석전(돌 전쟁)으로 마을을 방어하던 무기의 저장소였고 일종의 병참기지였다. 서낭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한자의 성황(城隍)이 음운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성(城)이라 함은 글자 그대로 성이며 황(隍)이라 함은 성을 쌓고서도 미덥지 못해 그 주변에 팠던 물길을 의미한다. 따라서 서낭은 본시 촌락방어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왜 이곳에 돌멩이를 모아두고 산성을 만들었는가 하면 한강 바닥에는 모래언덕이 형성되어 한강 하류 중에서 깊이가 가장 얕아 임진왜란 당시의 왜군이나 한국전쟁 당시의 북한군도 이 강을 건너던 지점으로 삼은 바 있다.서낭의 군사적 기능은 화약과 총포의 발명과 함께 사라지고 민속놀이로 흔적이 남아 있는데 196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정월 대보름날의 행사로 볼 수 있었던 돌싸움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서낭신을 마을과 토지를 지켜주는 신으로 믿고 섬겨왔는데, 마을 어귀 큰 고목이나 바위에 새끼줄을 매어 놓거나 울긋불긋한 천을 찢어 달아 놓고 그 옆 작은 집에 서낭신을 모셔놓은 당집을 서낭당이라 했다.때로는 당집 없이 큰 고목에 울긋불긋한 천이나 새끼가 매어 있는 것만도 서낭당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람들이 서낭당 앞을 지날 때는 서낭신에게 행운을 빌며 돌을 하나씩 쌓아놓기도 하고, 잡귀가 달라붙지 말라는 뜻에서 침을 뱉고 가기도 한다.

문학·출판 | 기고 | 2018-01-12 23:02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으로 시작하는 윤극영의 동요 ‘반달’에는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서 나오는 삿대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상앗대의 준말이라고 나와 있다. 상앗대는 ‘물가에서 배를 떼거나, 또는 물이 얕은 곳에서 밀어 갈 때 쓰는 장대’다.1970년대까지만 해도 도시 근교나 시골에서 다리가 놓이지 않은 개울이나 얕은 강물을 건너기 위해서는 나룻배를 이용했다. 그런데 돛을 달아 바람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좁고 얕은 강에서는 노를 젓거나 기다란 막대기로 배를 밀며 건너곤 했는데, 이때 배에서 강바닥을 밀기 위해 사용하는 긴 막대기가 바로 상앗대다. ‘질’은 ‘장난질’에서 보이듯이 어떤 행위를 하는 ‘짓’과 같은 의미이지만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접미사이다. 그래서 ‘삿대질’은 배를 강에 띄우기 위해 배 위에서 긴 막대기인 상앗대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처럼, ‘말다툼을 할 때 주먹, 손가락, 막대기 따위로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내지르는 짓’을 말하는 것이다.사람들이 싸울 때 손가락으로 상대방을 향해 내지르는 품이 뱃사공이 삿대를 이리저리 놀리는 품과 비슷하다 하여, 오늘날에는 상대방을 향해 함부로 손가락질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문학·출판 | 기고 | 2018-01-05 23:02

‘늦깎이’는 ‘늦다’와 ‘깎다’가 합쳐져 ‘늦깎다’가 된 후 다시 의존 명사 ‘이’가 붙어 이루어진 합성어다. ‘머리나 털 따위를 잘라 내다’라는 의미를 가진 말은 ‘깍다’가 아니라 ‘깎다’이다. ‘깍다’가 아니라 ‘깎다’인 이유를 알아보겠다.어간 뒤에 모음 어미를 붙여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깎다’는 규칙적으로 활용을 하는 규칙 용언이다. 규칙 용언은 받침 있는 어간 뒤에 어미를 붙였을 때 어간의 받침이 그대로 모음의 첫소리로 연음되어 발음된다.예를 들어 웃+어>우서, 솟+아>솟아, 깎+아>까까, 깍+아>까가 즉 규칙 용언 ‘깎다’는 어간 뒤에 모음 어미를 붙였을 때 ‘까가’라고 발음되지 않고 ‘까까’라고 발음된다. 만약 ‘깍다’가 기본형이라면 ‘까가’라고 발음되어야 한다. 이것으로 볼 때 ‘깎다’는 ’깍다’가 아니라 ‘깎다’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형태소 분석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늦깎이’는 말 그대로 ‘늦게 머리를 깎은 사람’ 즉, ‘늦은 나이에 중이 된 사람’을 지칭하던 말이다. 요즈음은 의미가 확대되어 ‘사리를 남보다 늦게 깨달은 사람, 또는 채소나 과실 등이 늦게 익은 것’을 가리킬 때도 사용하는 말이 되었다.

문학·출판 | 기고 | 2017-12-22 23:02

감기에 걸리면 예외 없이 열이 나고 기침이 나고 콧물이 난다. 코에 손을 갖다 대 보면 열이 느껴진다. 이러면 옛날에는 ‘고뿔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요즈음은 ‘감기 걸렸다’거나 더 심하면 ‘독감 걸렸다’고 한다. ‘기침’은 옛말 ‘깃다’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이 ‘깃다’란 단어는 ‘기침하다’란 뜻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 ‘깃다’는 동족목적어를 취하는 동사이다. 즉 ‘울음을 울다, 잠을 자다, 꿈을 꾸다’처럼 ‘기침을 깃다’로 사용되던 것이었다. 물론 ‘울음을 울다, 잠을 자다, 꿈을 꾸다’에서 ‘울음, 꿈, 잠’ 없이 ‘울다, 꾸다, 자다’ 등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깃다’도 목적어 없이 사용되기도 하였다. ‘기침’은 ‘깃다’의 어간 ‘깃-’에 명사형 접미사 ‘-으’ 나 ‘-아’(아래 아)가 붙어서 ‘기츰’이나 ‘기참’( ‘참’자는 아래 아)으로 사용되다가, 그 음이 변화하여 ‘기침’이 되었다. 그래서 ‘기츰을 깃다’로 사용되다가 17세기에서부터 ‘기츰하다’ 등으로 사용되어 오늘날과 같이 ‘기침하다’나 ‘기침을 하다’ 등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동사는 사라지고 명사만 남은 셈이다.그런데 옛날에는 ‘감기’를 ‘고뿔’이라고 했었다. ‘고뿔 들었다’고 해서 ‘고뿔’이 감기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로 흔히 사용되었던 것이다. ‘고뿔’은 옛말에서는 ‘곳블’로 ‘고鼻+ㅅ(속격 조사) + 블(火)’의 구성이었는데, 이것이 ‘곳불’로 원순 모음화 되었다가 뒤의 음절 초성이 앞 음절의 ‘ㅅ’ 때문에 된소리로 된 것이다. 곧 이 말은 비염에 걸려 코에 불이 난다는 의미 때문에 생긴, 정말 재미있게 표현된 단어로 16세기부터 출현한다. 일찍부터 한 단어로 굳어진 것이다. 그래서 ‘고’가 ‘코’로 유기음화되었어도 표준어에서는 ‘코뿔’이라고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고뿔은 코와 불이 합쳐져서 된 말로, 감기가 들면 코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더운 김이 나온다고 하여 감기를 고뿔이라 일렀다.

문학·출판 | 기고 | 2017-12-01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