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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02건)

굴비의 어원을 찾으려면 굴비(屈非)와 이자겸(李資謙) 이야기부터 알아야 한다. 이자겸은 고려 예종과 인종의 장인인 동시에 인종의 외조부이기도 하다. 예종이 죽자 외손자인 인종을 추대하였으며, 왕위를 찬탈하려던 왕실의 친인척을 숙청하였다. 외손자인 인종이 즉위하자 자신의 두 딸이자 이모가 되는 폐비 이씨 자매를 외손자인 인종에게 시집보내 그 세도가 하늘을 찌르게 권력을 누렸다. 뒤에 인종을 독살하려다가 도리어 인종의 친위 쿠데타에 의해 제거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이자겸은 아들을 7명이나 두었는데 이 중 3남인 이지언의 하인이 척준경의 하인과 싸우다 이지언의 하인이 “네놈 주인은 임금 계신 곳에 화살을 쏘고, 대궐에 불을 질렀으니, 네 주인은 참형을 당하고 너는 관노로 끌려가야 한다!”고 욕한 것이 척준경에게 전해졌다. “주인이 대감이면 하인들도 주인의 위세를 빌어 거들먹거린다더니! 아이고! 하인이 집안을 말아먹네!”라는 말을 전해 들은 척준경은 이자겸의 집으로 찾아와 관복을 벗어 던지며 다 그만두고 낙향하겠다고 펄펄 뛰었고, 이후 척준경과 이자겸의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하였다.이후 인종이 척준경을 회유하였고, 척준경은 인종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글을 올려 화답한다. 이에 인종은 척준경에게 군사를 주어 요샛말로 쿠데타를 시도하였다는 명목으로 이자겸을 붙잡아 오게 한다. 이자겸은 붙잡혔으나 왕의 장인에다 외조부란 이유로 죽이진 못하고 영광으로 귀양 보내진다. 이자겸은 귀양살이하면서도 찬역(簒逆)을 한 일이 없다며 뜻을 굽혀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자겸은 영광의 앞바다에서 잡힌 맛 좋은 조기를 진상하면서 자기가 ‘비굴’ 하지 않다는 뜻으로 굴할 굴(屈), 아닐 비(非)의 굴비(屈非)라고 이름 지어 임금에게 진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자겸은 귀양살이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유배지에서 죽었지만 이후 영광 굴비는 궁중 진상품이 됐으며 이것이 굴비의 원조라고 전해지고 있다.

문학·출판 | 기고 | 2018-02-09 23:02

많은 사람이 기분이 상했을 때 ‘빈정 상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한다. 누군가의 태도나 말에 기분이 상했다는 의미로 쓰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여기서 ‘빈정’은 ‘빈정거리다’와 ‘빈정대다’의 어근이다. 어근에는 의미는 지니고 있지만 의존적이라서 혼자 나타날 수 없는 것들이 있는데, ‘빈정’이 바로 그러한 경우다. ‘빈정 상하다’와 같이 ‘빈정’을 자립적으로 쓸 수 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빈정 상하다’의 ‘빈정’은 ‘빈정거리다’의 ‘빈정’과 의미 면에서도 맞지 않다.그럼 위와 같은 상황에서 기분이 상했다는 의미로 쓸 수 있는 표현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비위 상하다’가 있다. ‘비위 상하다’는 ‘마음에 거슬리어 아니꼽고 속이 상하다’, ‘비위가 좋지 않아 금방 토할 듯하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앞의 의미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비위는 소화액을 분비하는 비장(脾臟)과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위장(胃臟)을 합친 말로, 음식에 대한 기분이나 느낌을 의미한다. 나아가 ‘아니꼽고 싫은 일을 당하여 견디는 힘’의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비위가 당기다. 비위가 좋다. 비위가 상하다. 비위를 맞추다 등으로 쓴다.

문화일반 | 기고 | 2018-02-02 23:02

“개수작 떨지 말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이다. 수작은 남의 말이나 행동을 하찮고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 ‘개’라는 접두어가 붙은 ‘개수작’은 턱없이 둘러대는 말 또는 음흉한 심보가 뻔히 보이는 말이나 행동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수작’의 고전적 어원은 꼭 그러하지 않다.중국 진(秦)나라 때 한자서로 알려진 「창일편」에서는 주인이 손님에게 술을 권하여 건배하는 것을 수(酬)라 하고, 손님이 주인에게 보답하여 건배하는 것을 작(酢)이라고 했다. 이렇게 주인과 손님이 서로 공경의 뜻을 표하면서 술을 주고받는 행위를 일컬어 수작이라고 한다. 중국 고대에서 상대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하는 예의의 형식이며 행위였다.멀리서 그리웠던 친구가 찾아오면 주안상을 마주하고 술부터 권한다.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와주니 정말 고맙네” 이렇게 잔을 주고받는 것을 갚을 수(酬), 술 잔(酌)을 써서 ‘수작(酬酌)’이라고 한다. 왁자지껄한 주막집 마루에 길벗 서넛이 걸터앉아 주안상을 받는다. 이때 연지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게도 한 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잔 할랑가?”하고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치면 주모는 “허튼 수작(酬酌) 말고 술이나 마셔”라고 한다. 수작은 이렇게 잔을 돌리며 친해 보자는 것이고 주모의 말은 친한 척 말라는 뜻이다.술 따를 작(酌)자가 쓰인 말들을 보자. 도자기 병에 술이 담기면 그 양을 가늠하기 어려워 천천히 기울여가며 술을 따르는 것이 짐작(斟酌)이다. 짐(斟)은 ‘머뭇거린다’는 뜻이 있다. 따라서 짐작은 ‘미리 어림잡는 것’이다. 또 무슨 일을 할 때는 우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이것이 작정(酌定)이다. ‘따르는 술의 양을 정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술을 따르다 보면 잔이 넘쳐서 상대방을 무시하는 무례한 짓이 될 수 있는데 이것이 무작정(無酌定)이다. 그리고 아무리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라도 원래 술을 잘못하는 사람이면, 마구잡이로 술을 권할 수는 없다. 이럴 때는 그에게 절반만 따라주며 상대방의 주량을 헤아려 따라주는 것이 참작(參酌)이다. 판사가 피고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서 형량을 정할 때 ‘정상 참작’도 술 따르는 것에서 유래된 것이니 술 한잔에도 여러 의미가 있음을 알고 마시면 좋겠다.

문학·출판 | 기고 | 2018-01-26 23:02

미국을 한자로 표기할 때 우리나라와 중국은 미국(美國)이라 쓰고 일본은 미국(米國)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식민지 의식이니 뭐니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1507년 독일의 지도학자인 마르틴 발트제뮐러가 세계 지도를 만들었는데, 그는 이 지도에서 서반구에 있는 땅을 이탈리아의 탐험가이자 지도학자인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따 ‘아메리카’라고 명명했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에 미국 독립선언서에서 ‘미합중국의 만장일치 선언’(unanimous Declaration of the thirteen 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고 나와 처음으로 이 나라의 현 명칭이 쓰이는데, 이것은 1776년 7월 4일에 ‘아메리카 합중국 대표자’들이 채택한 것이었다.1777년 11월 15일 제2차 대륙 회의에서 연합 규약을 채택하면서 “이 연합의 입구는 ‘미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오늘날의 국호가 확립됐다. 이 국호의 축약형인 ‘United States’도 표준 명칭이다. 그 밖에 흔히 쓰이는 명칭으로는 ‘The U.S.’, ‘The USA’, ‘America’가 있다. 일상 회화에서 쓰이는 이름으로는 ‘The U.S. of A’와 ‘The States’도 있다.영어권에서 미국인을 이를 때 ‘아메리칸’(American)을 사용한다. 또 미국의 정식 형용사는 ‘United States’이지만, ‘America’나 ‘U.S.’가 가장 흔히 미국을 일컫는 형용사다.한편 오늘날 우리나라 등 중화권에서 쓰는 ‘미국’(美國)이라는 명칭은 청나라 시대 중국인들이 ‘아메리칸’을 중국어 발음에 가깝게 적은 음역인 ‘美利堅’에서 왔다. 당시 청나라 시대 중국인들은 ‘아메리칸’을 ‘메리칸’으로 들었고, 가까운 중국어 발음인 ‘메이리지안(美利堅)’이라고 했다. 이를 줄여 ‘메이궈’(美國)로도 표기하였고, 당시 조선인들이 이를 한국어식 한자음으로 읽어 ‘미리견(美利堅)’, ‘미국’(美國)으로 읽고 표기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亞米利加’(아미리가)로 표기했으며, 이를 줄여서 ‘베이코쿠’(米國)로 표기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서도 이 표기를 사용했으며, 북한에서는 현재에도 일본식 음역인 ‘미국’(米國)을 사용한다.

문학·출판 | 기고 | 2018-01-19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