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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1996년 출판한 그의 대표적 저서 ‘신뢰(Trust)에서 건전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회적 신뢰가 클수록 경제활동의 거래비용이 줄어들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는 당시 한국사회를 저 신뢰 사회로 분류했다. 최근 영남권 신공항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아직도 저 신뢰사회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지역 구성원 간의 신뢰가 없으니 거래비용이 증가함은 물론 천문학적 갈등 조정비용만 소요된다.원인이 뭘까?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성장지상주의다. 절차와 과정은 무시해도 목표만 달성하면 되고 내실보다는 외형을 지향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해온 성장지상주의가 오늘날 우리 국가를 저 신뢰 구조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이다.성장지상주의는 경제는 물론 정치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국회의원, 단체장, 지방의원 등 정치인들은 4년간의 짧은 임기 동안 국민에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 줘야 한다.정치인들에게 다음 선거 승리를 담보해 줄 외형적 성장지상주의 유혹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그래서 기본을 가꾸는 일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성과에 매달리게 된다.물론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민선 6기 발효문화투자 선도지구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 성과도 있었지만 그보다 애착이 가는 성과가 두 가지 있다.첫 번째는 클린순창의 성공적 추진이고 둘째는 지역문화지수 향상이다.클린순창운동은 취임 초기인 2012년부터 추진한 농촌환경 개선운동이다. 클린순창 운동을 처음 추진할 때 반대 의견이 많았다. 농촌 환경개선보다는 대규모 개발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하지만 각종 폐기물의 방치와 환경오염, 농지의 폐허화는 우리 생활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또 소비자들이 깨끗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농산물을 선택할 리 없다.관광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농지에 폐비닐이 수북하고 쓰레기 오염이 심각한 지역을 다시 찾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즉 클린순창 운동은 농산물 판매와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했던 사업인 셈이다.클린순창 운동을 본격 추진한 지 4년 차를 맞는다. 지난해 매립장 반입 쓰레기가 급감하고 농촌 들녘에 폐비닐이 눈에 띄게 줄었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정착 단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민의식이 변하다. 이제 순창지역 행사에서는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찾기 힘들다. 처음에는 불편해 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또 자발적 클린순창 운동 추진단체들이 생겨 읍면 시가지에 꽃을 심고 도로변에 있었던 불법 소각장을 퇴출했다. 주민의식 변화가 순창의 미래를 바꾸고 있다.문화지수 향상도 마찬가지다.순창은 얼마 전 문체부에서 발표한 군 단위 문화지수 전국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성과를 거뒀다. 문화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 군에는 큰 의미가 있다. 취임 초기부터 노력해 순창에 군립도서관 작은 영화관과 미술관, 청소년문화의 집, 일품공원 등이 생겼다. 중요한 것은 미술관에서 아이들이 미술을 배우고 주말이면 일품공원에서 주민들이 꾸미는 작은 예술공연도 열린다. 또 군립도서관에서는 인문학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등 문화향유 기회가 많아진 점이다.문화향유 없이 진정한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아이들이 건전한 문화 향유를 통해 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고 미래를 바꿔 갈 수 있다.클린순창 운동과 문화융성 사업은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면서 기본을 튼튼히 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애착이 간다. 덕건명립 형단표정(德建名立, 形端表正)이라는 논어의 한 구절이 있다. 덕은 알맹이를 뜻하니 속이 알차면 이름은 저절로 드러난다는 뜻이다. 민선 6기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알맹이가 튼튼한 순창을 만들면 순창은 절로 드러날 것이다.

오피니언 | 기고 | 2016-07-15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