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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298건)

아프리카 별들은 죽어 바다에서 다시 태어난다물보라처럼 솟아오르는 것은 하늘의 영혼동그란 똥 덩어리 하나면 평생을 먹을 수 있는쇠똥구리가 제 몸보다 큰 먹이를 지고서 간다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길을 재촉하지만 끝내 모래밭에 갇히고 말았다시지프스처럼 모래 언덕을 오르다 미끄러지고다시 일어서 굴려도 보는데 먹이는 그새 말라버렸다먹이를 짊어지고 있을 때에는 앞을 볼 수 없었던 그는먹이를 버렸을 때 비로소 하늘을 올려다볼 수도사막을 바로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별들은 바다에 떨어져 새로 태어나고쇠똥구리는 편안한 잠을 청하였다△아프리카의 밤은 온천지가 다 별 밭이다. 낮 동안 하늘을 우러러본 모든 것들이 바다에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이다. 주린 배를 밤새 달래는 아이의 눈동자도, 그런 아이를 우두커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유칼립투스 이파리도, 그걸 밤새 채록하는 시인의 눈도 모두 모두 별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목전에 두고 끝내 굴러떨어진 쇠똥구리가, 최소한의 먹이조차 말라 비틀어져 버린 쇠똥구리가, 사막을 건너간다. 갈증이 비구름 쪽으로 길을 잡는다. 밤하늘의 별들이 왜 그렇게 그렁거리는지 아프리카는 안다.

오피니언 | 기고 | 2017-12-18 23:02

눈을 감고 바라보았다 지렁이의 시간 속에서 두더지의 뾰족한 털이 자라나길 기대하면서 거꾸로 박힌 털을 하나씩 길러내며 역모(逆謀)를 꿈꾸듯 더듬거려보았다 삶을 자꾸만 실험하면서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떤 가설도 정설로 받아주지 않는 암실에서 이 실험실의 각성제와 수면제의 틈에서 썩지 않는 화학공식을 깨면서 희미하지만 더듬거리는 손가락들에게 램프를 쥐어준다면 지렁이의 눈에 안대를 씌어준다면 삶도 자꾸 닳아져서 희미해지겠지 살을 닮아가면서 몸의 털들이 일어서며 삶을 살아가겠지 삶이나 살이나 화살을 뒤쫓아가겠지. 두더지의 시간이나 지렁이의 시간이나 텅텅 울리는 암실에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텅 빈 교실에서△시를 쓰는 사람은 항상 사물들과 암중모색 중이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텅 빈 교실에서, 혼자만의 암실에서 고독한 모색을 한다. 어둠에 익숙한 두더지가 되어 역모를 꿈꾸듯, 기존의 시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참신한 시를 꿈꾼다. 그런 시를 무럭무럭 기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시에는 정설이 없다. 모든 가설은 그냥 가설인 채 존재할 뿐이다. 훗날, 과거를 토막 내는 시대 안에 하나의 사조로 군말 없이 엮일 뿐이다.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 끝에 램프를 켜들고 자꾸 닳아가는 시인이여, 생은 실패를 실패라고 기록하지 않는 법이다.

오피니언 | 기고 | 2017-12-11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