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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캐비넷(kitchen cabinet)’이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들의 입줄에 오르내렸다. 박근혜 대통령측이 헌재에 낸 답변서에 최순실과의 만남을 ‘키친 캐비넷’으로 표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SNS 등에는 비아냥이 넘쳐 흘렀다.키친 캐비넷은 미국식 정치문화이다. 대통령이 백악관에만 갇혀 살다보면 일반 국민들의 여론이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을 초청해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 듯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비슷하게 우리나라 왕들도 예부터 미행(微行)을 해왔다. 평복을 하고 신분을 숨긴 채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 들어가서 국민들의 살림을 살피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을 바로잡았다. 구중궁궐에 살고 있는 임금에게 이러한 민정시찰은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그러나 이번 일은 미행이나 키친 캐비넷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이러한 전통과 문화를 모욕한 사례다. 키친 캐비넷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참석자들이 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고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과 최순실의 만남은 사적 이익과 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주를 이뤘고, 국민여론에 대한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 주요 기능이었다. 국정운영을 걱정하기 보다는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둑질과 강탈, 그리고 공갈과 협박 등의 모의가 주로 이뤄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와 청문회를 앞두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서고 말 맞추기를 시도한 것 등이 바로 그 증거이다.사실 처음에는 ‘키친 캐비넷’을 ‘치킨 케이지(chicken cage)’로 잘못 이해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20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고도, 아직 그 끝을 모르는 정책의 대실패에 대한 해명과 대책을 기대했다. 닭장을 잘못 관리해서 AI가 이 꼴이 됐으니 앞으로는 닭장 관리를 잘하고 방역에 철저를 기하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검찰수사와 청문회를 통해서 이미 상당부분이 범죄행위로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이를 선의로 포장하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자 후안무치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변호인단이 국민의 정서를 배신하면서까지 언어를 혼탁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라도 언어가 마술을 부려서 현실을 바꿔주기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2-20 23:02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대선 시계가 빨라졌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헌법재판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본다. 그 이유는 촛불집회를 거듭하면서 국민 80% 가까이가 탄핵 인용 결정이 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된 것은 당시 국민여론 다수가 기각쪽으로 기운 게 영향을 미쳤다. 헌재가 본격적으로 심리에 나서겠지만 국민여론을 외면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조기 대선이 점쳐지면서 대권 주자들의 전북 발길이 잦아졌다. 안철수 이재명 문재인 손학규 등이 차례로 전북을 방문, 대권주자로서 비전을 제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문 전대표가 1위를 달리지만 전북에서의 반응은 별로다. 그 이유는 지난 총선 때 자신이 한 발언이 정략적이었다고 얼버무리면서 넘기려하기 때문이다. 문 전대표는 지난 총선 때 호남에서 패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실천은 커녕 변명하기에 급급했다.전북 출신 대선 주자가 없어서인지 전북을 공략하려는 대선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 같다. 하지만 도민들의 관심과 지지열기는 느낄 수 없다. 대선 정국이 조기에 형성돼 가고 있지만 도민들은 전북 출신 주자가 없는 것에 아쉬워 한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지고 존재감이 약해 별다르게 거론이 안된다. 본인이야 큰 그림을 그리고 싶겠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뒷받침 되지 않아 대권주자의 반열에 끼지 못하고 있다.정 의원은 안철수가 만든 국민의당에서도 정치적 비중이 약해 보인다. 오너가 아닌데다 박지원 대표한테도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어렵게 입성한 정의원의 입지가 약해진 것은 자업자득이다. 진정성 없이 앵무새처럼 말로만 정치를 한 사람으로 각인된 탓이 크다. MB한테 대선에서 패한 후 인고의 세월을 보냈더라면 현재 그의 입지는 달라졌을 것이다. 오래 참지 못한 게 그의 약점이다. 매스컴의 조명을 받지 못하면 발병이 날 정도로 조급증 같은 게 있다. 한때 권력을 쥐락펴락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요즘 그는 존재감을 부각시키려고 매스컴 노출 빈도가 잦다. 노무현 정권 때 대권주자였기 때문에 뭔가 큰 역할을 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비친다. 지역에서조차 그의 행보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 이유는 가능성이 작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부터 전주 김제통합을 들고 나온 것도 생뚱 맞다. 김제시민들 분란만 일으켰다. 전주 완주도 통합을 못하고 있는 판에 웬 전주 김제 통합이냐는 것이다. 왜 그가 이 시점에서 전주와 김제를 통합시켜야 한다고 주창하는지 그 저의에 의심을 갖는다. 혹시 그걸 명분 삼아 도지사 선거에 나서려는 것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인 정의원은 전주시민들이 왜 그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줬는지 다시금 헤아려 봐야할 때다.·백성일 상무이사·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2-19 23:02

‘책가도(冊架圖)’는 책과 벼루, 붓 등이 놓인 격자형 장식장을 그린 그림으로 ‘책거리’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 번성한 책가도는 중국의 다보각경(多寶各景)과 다보격경(多寶格景)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중세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독서와 명상을 위한 작은 서재 ‘스투디올로(Studiolo)’가 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책가도와 관련해서는 학문을 통해 세상을 이끌고자했던 정조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개혁과 대통합을 실현코자 했던 정조는 탁월한 정치로 한 시대를 통치한 군주였지만 당대 최고의 학자이자 저술가이기도 했다. 천성적으로 책읽기를 즐겼으나 바쁜 정사에 밀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던 정조는 그러한 아쉬움을 그림으로라도 채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책으로 채워진 장식장을 그리게 해 어좌 뒤에 놓인 ‘일월오봉도’ 대신 놓아두게 했다. 정조는 ‘이것은 책이 아니고 그림일 뿐이다’고 강조했다지만 이 책가도 병풍을 보며 학문으로 세상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굳게 다졌을 것이다. 정조의 책가도 사랑은 특별했다. 왕권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대신 책가도를 놓게 한 것도 그렇거니와 내로라하는 당대의 화원들에게 책가도 그림을 그리게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자 이들을 귀양 보내고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할 정도였다. 물론 정조의 책가도 안에 놓인 책들은 그가 읽었던 책들이거나 자신의 사상과 세계관을 반영한 책들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조가 애용했던 책가도 그림은 전하지 않는다. 책가도는 조선후기에 접어들면서 사대부 뿐 아니라 서민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달라져 책가도 안에 놓인 물건들은 책 뿐 아니라 일상용구나 골동품 등 책과는 관련 없는 다양한 물품이 등장하게 되었다. 사실 책가도를 탄생시킨 중국의 다보각경이나 다보격경은 장식장을 그린 그림이란 점에서는 성격이 같지만 그 안에 놓인 물건들이 도자기나 청동기 보석 등 귀한 물건이었던데 비해 조선시대 책가도는 귀한 물건보다는 책이 중심이었으니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정조의 책가도 사랑을 들여다보면 한 나라를 이끄는 통치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더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여전히 미궁이다.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지만 그 드러나는 실체를 마주하는 국민들의 심경은 더 참담해지고 있다. 기막힌 현실이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2-16 23:02

물론 연애수첩에 등장하는 명구 ‘신발 거꾸로 신다’가 최근 개봉한 영화 라라랜드의 결말 메시지는 아니다. 감독은 영화적 반전을 통해 사랑은 현실과 공존하기 힘들다는 등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영화 라라랜드에는 음악이 있고, 춤이 있고, 꿈이 있고, 사랑이 있고, 성공이 있다. 리듬감이 있고, 재미 있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딛고 성공했을 때, 현실적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에 아름다운 사랑조차 상처받을 수 있음을 속삭인다.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멋지고 실력있는 재즈 피아니스트다. 오직 정통 재즈만을 추구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재즈는 돈벌이가 안되는 흘러간 물이다. 세바스찬처럼 재즈하는 연주가들은 배가 고프다. 세바스찬은 결국 재즈를 포기하고 세류에 휩쓸려 그에게는 그저 ‘영혼없는 음악’일 뿐 판에서 건반을 두드리며 무료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여자주인공 미아(엠마 스톤)는 배우 지망생이다. 헐리우드가 그녀의 목표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매번 고배를 마시고 시름에 잠긴다. 시골 마을 출신인 미아는 도회지의 카페에서 점원으로 일하지만 연속되는 오디션 탈락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우연히,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하고 갈등도 겪는다. 꿈을 포기하고자 하는 우여곡절이 있다. 그 때마다 서로의 도움으로 꿈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서로에게 항상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5년 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 삶을 산 두 사람은 결국 재즈 피아니스트와 스타 배우로 크게 성공해 있다. 하지만 그들이 꿈꾸었던 라라랜드에 비즈니스 성공은 있었지만 사랑은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들은 인생의 성공을 위해 평생을 질주한다. 세바스찬은 진정한 재즈 연주가, 미아는 화려한 명배우를 꿈꿨다. 그들은 라라랜드에서 그 꿈을 이뤘다.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실제로 이루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요즘 젊은이들은 영화 라라랜드 속 주인공들이 얻은 성공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가수 인순이의 가요 ‘거위의 꿈’은 말한다.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누군가가 등 뒤에서 뜻 모를 비웃음을 지어도 참고 견뎌낸 꿈. 그 꿈이 있기에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할 수 있고, 그 벽을 넘어 하늘 높이 날을 수 있지요.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2-15 23:02

연말이 되면 한자권의 나라들은 한 해를 대표하는 한자를 선정한다.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는 올해 일본 사회를 상징하는 한자로 돈과 황금을 뜻하는 ‘金(금)’을 선정했다. 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선전한 선수들의 금메달,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의 정치자금 사적 유용,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금발과 부호 이미지 등으로 인해 ‘金’이 선정됐다고 협회는 설명했다. 대만은 2016년을 상징하는 한자로 ‘괴로울 고(苦)’를 선정했다. 올 자연재해가 잇따랐고, 양안관계가 악화하면서 관광 관련 산업이 크게 타격을 받았으며, 저소득 젊은층이 증대하는 것 등이 그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2001년부터 교수신문에서 매년 사자성어로 한 해의 세태를 꼬집어 왔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이합집산(離合集散) 우왕좌왕(右往左往) 당동벌이(黨同伐異-잘잘못에 관계없이 같은 무리끼리 뭉치고 다른 무리는 공격함), 상화하택(上火下澤-서로 이반하고 분열함),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은 끼었으나 비가 오지 않음), 자기기인(自欺欺人-자기도 속이고 남도 속임), 호질기의(護疾忌醫-병을 숨겨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림), 방기곡경(旁岐曲逕-샛길과 굽은 길), 장두노미(藏頭露尾-머리는 감췄으나 꼬리가 드러남), 엄이도종(掩耳盜鐘-귀를 막고 종을 훔침), 거세개탁(擧世皆濁-세상이 온통 혼탁) 등이 현 정부 전까지 선정됐던 사자성어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매년 비판의 강도가 세졌고. 그에 걸맞은 말을 찾기 위해 어려운 고사성어도 동원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2013년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선정됐으며, 2014년은 윗사람과 아랫사람들을 농락하여 권세를 휘두르는 것을 비유한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지난해는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극단적인 상황을 꼬집는 사자성어들이 이미 다 등장한 마당에 올 세태를 나타낼 사자성어가 궁금하다. 얼룩진 국정농락에 맞서 수백만명이 촛불을 든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사자성어가 나올수나 있을까. 교수신문은 올 처음 사자성어가 아닌 한글 ‘곶 됴코 여름 하나니’를 새해 소망으로 정했다. 춘향전에 등장하는 ‘촉루낙시민루낙(燭漏落時民漏落,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가성고처원성고(歌聲高處怨聲高,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소리 높았더라)’로 화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2-14 23:02

이번 최순실 청문회에는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국회의원보다는 오히려 증인이나 참고인들이 스타로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대통령의 전화 지시 하나로 문화창조융합벨트 본부장에서 물러났다는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은 참고인으로 나와 문화창조 사업을 ‘그 끝을 알 수 없는 비리의 온상이자 문화계의 4대강 사업’으로 표현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참고인인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박을 받았다’는 점을 핵 사이다처럼 소신 있게 표현해 박수를 받았다.한때 최순실의 최측근이었던 고영태씨는 증인으로 나와 최순실씨와 관련한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을 작심 발언해서 스타반열에 올랐다. 물론 그의 진술 일부를 두고 위증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디시인사이드에 고영태 팬카페가 만들어졌을 정도니 스타임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는 ‘최순실을 모른다’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위증을 밝혀낼 자료를 제공한 곳이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인증샷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협동과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해 잠적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행방을 쫓는 등 또 다른 한 건을 준비하고 있다.그런데 이 곳에서는 최근 ‘댕댕이가 나라를 구했다’는 이상한 말이 많이 나돌았다. 고영태씨가 최순실과 멀어지게 된 동기가 정유라의 강아지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강아지가 없었더라면 둘 사이가 틀어지지 않았고, 청문회에서 작심발언도 없었을 것이라는 서글픈 평가를 담고 있다.그런데 왜 댕댕이일까? 댕댕이는 멍멍이를 뜻한다. 손글씨로 쓰면 댕댕이와 멍멍이가 서로 구분이 안될 정도로 비슷해서 헷갈린다. 그래서 유저들이 유희적으로 쓰는 말이며,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의 인터넷 신조어 목록인 야민정음에도 등재돼 있다. ‘댕댕이가 나라를 구했다’는 것은 장난삼은 표현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너무 씁쓸하다. 강아지 때문에 사이가 틀어질 정도라면 그들 사이는 ”양야치들의 의리’처럼 애초부터 뻔한 관계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 통속이 되어 한때나마 나라를 주물렀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영국의 BBC 방송에서 조차 이를 두고 ‘강아지가 대통령을 끌어내렸나?’라는 표현과 함께 ‘강아지 게이트’라고 이름 지었으니 국민들은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2-13 23:02

국민들이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외형상으로 국회가 탄핵을 가결했지만 탄핵의 공로자는 국민이다. 국민들이 첫 촛불집회 때부터 박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기 때문에 지난 9일 국회에서 234표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탄핵이 가결됐다. 이번 탄핵안 가결은 노무현 전대통령 때와는 본질이 다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이라는 개인으로 하여금 국정을 농단케 해 사익을 취하도록 협조 내지는 묵인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사법적 탄핵도 가능할 것이다.전국민이 함께 한 7차례의 촛불집회 때마다 도민들의 열의와 성원이 빛났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주말만 되면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당연시 할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성미가 급한 도민들 가운데는 가족과 삼삼오오 짝을 이뤄 광화문까지 가서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열의를 보였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민주주의를 지키고 바로 세우는데 반드시 동참해야 할 것 아니냐’며 의지를 다졌다. 도민들이 촛불집회에 자발적으로 대거 참가했던 것은 이명박 박근혜정권으로부터 너무 차별을 심하게 받아온 탓이 크다. 특히 동학혁명의 후예답게 국가가 이처럼 처참하게 망가져 가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분연히 일어났던 것이다.그간 전북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 부분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소극적이다는 부정적 평가를 떨쳐 낼 수 있었다. 전북인도 하면 할 수 있다는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줬다. 다시 한번 국가를 위해 정의감이 강한 도민들이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불의에 항거하는 도민들의 기개는 하늘을 찔렀다. 특히 청소년들이 대거 촛불 현장에 참가한 것을 봤을 때 전북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화가 미진해 일자리 창출이 잘 안되었지만 촛불집회 때 보여준 의지만 모아진다면 지역발전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박 대통령의 탄핵은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첫 걸음마다. 일제잔재청산이 전혀 안된 상태에서 박정희 군사독재 18년이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진 만큼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도 구악을 척결해야 한다. 4대강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해 국가경제를 힘들게 한 이명박 정권도 청문회에 세워야 한다. 정경유착을 통해 이익을 도모해온 재벌도 공범자인 만큼 해체시켜야 한다. 도민들이 시민명예혁명을 이뤄낸 만큼 전북사회를 병들게 하는 모든 악의 씨앗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전북도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큰 힘을 얻었기 때문에 갑질하는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관청의 거수기 노릇이나 하는 상공회의소도 새롭게 태어 나도록 해야 한다. 단체장과 관의 비위나 적당히 맞춰주면서 이익을 챙기는 관변단체도 탄핵해야 한다. 도민들이 이번 경험을 통해 동학의 후예답게 민주사회를 건설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 이유는 도민이 주인이라서 그렇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2-12 23:02

문정왕후는 조선 11대 왕 중종의 왕비이자 13대 왕 명종의 어머니다. 문정왕후가 역사 속 수많은 왕비들 중에서도 그 이름을 후대에까지 알리게 된 것은 아들 명종 대에 수렴청정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수렴청정은 말 그대로 풀이하면 ‘발을 드리우고 뒤에서 정치에 대해 듣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나이 어린 왕이 즉위했을 때 성인이 될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왕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대신 국정을 처리하는, 일종의 대리정치를 이른다. 우리 역사 속에서 수렴청정으로 대리정치를 해온 왕실의 여인은 의외로 많다. 기록으로 보자면 수렴청정이 시작된 것은 일곱 살 어린 나이로 즉위한 고구려 6대왕 태조왕, 그의 어머니가 대리정치로 나섰을 때다. 신라시대에는 진흥왕과 혜공왕이 수렴청정을 겪었고, 고려시대에는 헌종과 충목왕, 충정왕, 우왕 등이 수렴청정을 거쳤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수렴청정이 더 많이 이루어졌다. 세조의 왕비 정희왕후는 아들 예종과 조카인 성종 등 2대를 걸쳐 수렴청정 했으며 명종과 선조, 순조, 헌종, 철종, 고종이 어머니나 할머니의 수렴청정을 받았다. 한 시대를 지나오면서 거의 모든 왕들이 수렴청정을 받아야 했던 것은 그만큼 조정의 문란과 부정부패, 매관매직 등 정쟁에 휩쓸려 국가가 안정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 수렴청정은 어린 왕을 대신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대리정치였지만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컸다. 문정왕후는 그중에서도 가장 부정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의붓아들을 죽이고 당시 국시였던 숭유억불정책을 무시하고 불교를 장려했으며 성리학의 기본이념을 개의치 않고 강력한 독재로 권력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그는 이 때문에 조선시대 남성 지배층의 가장 강력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한편으로 문정왕후의 뛰어난 정치적 감각과 지적 능력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기도 한다. 남존여비 인식이 견고했던 시대에 남성 관료들을 쥐락펴락하면서 한 나라의 국정을 이끌었던 탁월한 전략가이자 정치가로서의 그의 존재를 주목하기 때문이다. ‘현대판 수렴청정’으로 온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는 지금, 옛 시대 수렴청정을 했던 왕후들의 능력을 들여다보게 된다. 대부분 정쟁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지만 어찌됐든 개인적으로는 지적 능력과 탁월한 정치력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수렴청정’도 그만한 자격이 있었어야 했다는 증거다. 그래서다. 오늘의 우리 상황을 들여다보니 더 수치스럽다. 우리 국민은 대체 ‘어떤 사람’에게 휘둘렸는가.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2-09 23:02

‘무주군 공무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그동안의 노고를 서로 격려했다. 군청 광장에 1000여명의 주민들이 나와 태권도공원 무주를 연호하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시가지에는 시민·사회단체가 준비한 환영 현수막이 일제히 내걸렸다.’2004년 12월 30일 태권도공원 조성지로 무주군이 선정됐을 당시 주민들의 반응과 분위기를 전한 본보 기사다. 바덴바덴에서 서울 올림픽 유치가 결정됐을 당시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태권도공원 무주유치는 전북의 큰 경사였다.현재의 태권도원이 무주에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곡절이 있었다. 97년 국기원이 태권도성전 사업을 계획을 발표한 후 2000년도 문광부 공모에 20여개 시군이 나설 만큼 유치전이 치열했다. 문광부는 과열경쟁을 이유로 입지 선정을 유보했고, 4년 후에서야 무주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무주는 국토의 균형발전·부지의 적합성·지역 역량 등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후보경쟁지인 경주와 춘천을 따돌렸다. 태권도원 무주유치에는 동계올림픽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무주군은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으나 강원도 평창과의 경쟁에서 밀렸고, 올림픽 유치에 실패할 경우 무주에 양보키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무주군민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당시 김세웅 군수와 무주군민들이 항의 표시로 강원도청까지 도보행진을 벌였던 상황이 지금도 생생하다. 태권도원의 무주 선정에는 객관적 평가 이외에 이런 분위기도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돌이켜보면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것이 그리 낙담할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기반시설 확충과 국제적으로 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등 올림픽 유치에 따른 여러 효과를 몰라서가 아니다. 태권도원이 있는 무주에서 동계올림픽이 치러질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이는 욕심이다. 올림픽은 1회성 이벤트지만, 태권도원은 지역의 영원한 자산이다. 태권도 종주국의 자부심을 담아낸 세계 유일의 태권도 전문 공간인 태권도원에서 내년도 세계선수권대회가 치러지면 세계 5000만 태권도인들의 성지로 더욱 가깝게 설 것이다. 태권도인의들의 숙원이자 성지화의 상징인 태권전과 명인관 건립에 필요한 사업비가 내년 예산에 반영됐다. 마침 대한태권도협회장에 익산 출신의 최창신 세계태권도연맹 상임고문이 선출됐다.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올림피아처럼 태권도의 성지인 무주 태권도원이 ‘태권도피아’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 좋겠다.·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2-07 23:02

촛불집회가 연일 전국을 뜨겁게 달구면서 새로운 스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촛불집회에서의 발언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 발언들이 유튜브 등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조회수가 적게는 몇 만에서 많게는 몇 십만에 이르고 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생, 대학생,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연령층도 다양하고 성별과 지역에 한계도 없다. 입심대결이라고 할 만큼 풍자가 넘치고 열기도 뜨겁다. 그들의 이름은 몰라도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웬만하면 다 안다. ‘아침에 눈떠보니 유명한 사람이 된’ 그들은 분명히 촛불집회가 낳은 스타다.자영업자라는 어떤 분은 ‘콜라를 샀는데 환타를 더주고, 콜라한테 결정하라고 했더니 환타에게 컨펌받고 오라고 한다’며 ‘우리나라가 대통령까지도 1+1로 판매하는 편의점 국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어떤 아주머니는 ‘우리 집 개새끼도 고양이 밥그릇은 안 빼앗는다’며 앞뒤 안가리고 닥치는대로 챙겨온 최순실 무리들의 비열한 작태를 겨냥했고, 대구의 어떤 분은 ‘일본에 견마지로(犬馬之勞) 충성을 약속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 말(馬)이 오늘날 정유라의 그 말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대묘사로, 또는 대통령의 말투를 흉내낸 재치로 청중들을 들었다 놨다 웃기고 울리고 있다.흔히 대중스타라고 불리는 연예인들도 촛불바람에 흔들린다. 촛불집회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대중의 가슴속에서 다시 살아난 연예인이 있는가 하면, 부적절한 표현으로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도 있다.이런 가운데 6일부터는 최순실 게이트 진상특위의 청문회가 시작된다. 삼성, 롯데 등 대기업 총수 8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벌써부터 많은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답답하게 막힌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줄 새로운 스타가 이번 청문회를 통해 탄생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88년 5공 청문회에서 날카롭고 논리정연한 질문으로 일약 스타가 되지 않았던가?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죽 쑤는 정치인이 나올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지난 88년 청문회에서는 재벌총수의 비위만 맞추다가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은 사람, 또 내용도 없이 목소리만 높이다가 본전이 들통나서 국민들로부터 멀어졌던 정치인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2-06 23:02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발표 때문에 더 분노했다. 그 결과가 6차국민촛불집회에 232만명이 모여든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박 대통령 한테 퇴진 말고는 더 이상도 더 이하도 바라지 않고 있다. 즉각 퇴진하라는 것이다. 그게 국민의 명령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명령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계속 꼼수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민들을 바지 저고리 정도로 보고 있다. 그건 박 대통령이 왜 광화문 광장을 비롯 전국에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너나할 것 없이 들불처럼 들고 일어나는지를 아직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시위 현장에서는 또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도 하늘을 찔렀다. 박 대통령은 사퇴냐 탄핵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워낙 그가 한 행동이 국민감정을 격화시켰고 국격을 떨어 뜨려 놓았기 때문에 동정 받을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장본인이요 나라를 망친 당사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몸이 아파 촛불집회에 동참하지 못하는 국민들 가운데는 무척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맘 만으로는 참가하고 있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고 생각한다. 직접 촛불집회에 참가한 숫자만 232만이지 간접적으로 뜻을 합한 국민수를 합하면 박사모를 빼고 전부다. 박 대통령의 4% 지지도가 이를 잘 말해준다. 박사모를 중심으로 맞불집회를 열었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이다.국민들이 이처럼 분노하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을 하지않고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권의 탄핵작업이 일사분란하게 처리되지 못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 자칫 탄핵정국이 안갯속으로 치달으면 국민들이 정치권을 갈아 엎을 태세다. 국민들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놓겠다는 의지다. 국민들은 또 박영수 특검에 기대를 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동안 무엇을 했는지부터 시작해서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을 속 시원하게 파헤쳐주길 바란다.다른 지역 못지 않게 도민들이 연거푸 개최된 촛불집회에 참가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박 대통령이 전북을 집권한 이후 너무 업신여겨왔기 때문에 그렇다. 장 차관 인사를 비롯 정부 공기업 요로에 전북 출신들을 철저하게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국가예산도 주는 것인지 안주는 것인가 모를 정도로 찔끔찔끔 배정했다. 그래서인지 송하진 도지사도 연거푸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사약(賜藥)을 받은 만큼 사퇴하라는 것. 송지사가 발표한 준엄한 사약은 정치권에서 사용한 메시지 중 가장 강력한 어조다. 그간 응어리진 도민들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노출시켰다.아무튼 도민들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정치권도 9일 탄핵안을 꼭 가결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회의원도 끝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의 말대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가 필요한 때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2-05 23:02

에스파냐의 식민지였던 쿠바가 독립을 이룬 것은 1902년, 미국과 에스파냐의 전쟁 이후다. 그러나 독립을 한 이후 쿠바의 대미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됐다. 자본은 미국에 종속되었고, 정치는 소수 특권층의 집단 체제속에 갇혔으며 권력층은 미국 자본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데 급급했다. 실질적으로는 주권이 상실된 상태였던 셈이다. 1953년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로부터 쿠바를 구하려는 민중운동이 시작됐다. 그 중심에 피델 카스트로가 있었다. 카스트로는 그해 7월 26일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거국적인 궐기를 주도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정부군에 붙잡혀 투옥됐던 그는 1955년 5월 사면된 후 멕시코로 망명하지만, 그곳에서 체 게바라를 만나 다시 혁명을 도모한다. 1956년 12월에 시작된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게릴라 운동은 1959년 1월 1일 바티스타 정권을 축출하고 민주주의 혁명을 이루어내는데 성공한다. 정치적으로 억압받고 경제적 궁핍함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혁명, 쿠바 혁명이다. 정치가이자 혁명가인 피델 카스트로가 90세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민중들을 위해 싸운 혁명가로 추앙받았지만 혁명에 성공해 권력을 잡은 후에는 쿠바인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자로 50여년을 살아왔다. 때문에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사실 쿠바가 지금까지도 경제적으로 회생하지 못한 채 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보면 혁명가로서의 그가 내세웠던 꿈과 가치는 권력을 잡은 그 순간부터 사라진 것일지 모른다. 혁명 동지였던 체 게바라가 사망했을 때 “가장 위대한 것은 도덕적 가치와 양심이다. 체는 가장 고귀한 인간적 가치를 상징한다” 며 추모했던 혁명가, 정치적 억압과 사회적 소외와 가난으로 부터 민중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혁명가의 배신은 안타깝다. 미국으로 망명한 그의 여동생 후아니타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오빠가 ‘자유와 빵’이라는 구호를 외쳤을 때 나는 이를 굳게 믿었고, 쿠바에서 실현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이후 나는 많은 쿠바인들처럼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모든 권력을 손에 거머쥔 채 사소한 부분도 놓지 않으려고 했다.” 지금 전국의 광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100만 명, 200만 명……. 도덕적 가치와 양심을 잃어버린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국민들의 절박한 함성이 만들어내는 진정한 ‘권력’의 힘이 커지고 있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2-02 23:02

배우 공유, 마동석 등이 주연한 영화 ‘부산행’은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가 습격, 평온한 일상이 아비규환으로 돌변한 극단 상황에서 인간의 내면을 비췄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순식간에 흉측한 모습의 좀비로 변해 다른 사람을 공격, 바이러스를 전염시킨다.서울을 출발, 부산으로 향하는 KTX 열차에 바이러스 감염 소녀가 올라타면서 시작되는 영화 부산행에서 승객들은 좀비들의 무차별적 공격에 혼비백산, 그저 앞다퉈 도망칠 뿐이다. 좀비 공격으로 인체 어디든 물렸다 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돼 곧바로 좀비가 되고, 일단 좀비가 되면 친구든, 가족이든 가리지 않고 마구 공격해 바이러스를 감염시킨다. 시속 300㎞를 넘나드는 초고속 열차의 폐쇄된 공간 안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들과 승객들이 쫓고 쫓기며 벌이는 치열한 사투에 관객들은 몸서리친다. 영화에서 배우 공유와 마동석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동료 승객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부산행이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좀비에 쫓기는 절체절명의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 내면의 전쟁, 그리고 그 곳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인간성을 관객들이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글로벌 세상에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독감, 사스, 메르스, AI 뿐만이 아니다. 부산행에 출현한 바이러스처럼 정체불명인 바이러스도 많다. 현대 의학으로 대처하기 힘든 바이러스도 있고, 항생제 내성이 커진 바이러스에 희생되는 사람도 많다. 70억을 돌파한 인간이 지구촌을 점령, 마치 생태계 절대 강자가 된 것 같지만 의학과 기술 등의 급격한 발전 속도에도 불구, 인간의 바이러스 전쟁 승산이 묘한 게 현실이다. 영화 부산행도 말했지만, 인간에게 진짜 무서운 바이러스는 누구나 알고 있는 미생물체 바이러스가 아니다. 인간 내면에 깊숙이 꽈리를 틀고 있다가 느닷없이 뛰쳐나와 인간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다. 미생물인 바이러스는 현미경에 보이지만, 인간의 그것은 보이지도 않는다.겉보기엔 미남미녀, 선남선녀지만 누군가의 속에는 그 바이러스가 꿈틀거리고 있다. 옛 말에 산에서 마주친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이다. 바이러스 때문이다. 옛 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하며 살아간다. 개인과 패거리의 극단적 이기주의, 음모, 영혼없는 충성은 내성을 더해간다. 겉은 멀쩡하지만 부산행 속 좀비보다 더 추악하고 공포스럽다.·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2-01 23:02

촛불정국이 120여년 전의 동학농민혁명을 불러냈다. 전주지역 5차 촛불집회장 연단 옆에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의 봉기 격문이 붙었고, 전봉준 장군을 기리는 구전민요인 ‘새야 새야 파랑새야’가 집회장인 관통로 사거리에 울려 퍼졌다. 서울 광화문 집회에 트랙터를 몰고 상경했던 전국농민회의 서군 이름은 ‘전봉준 투쟁단’이었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민중들은 관아를 점령해 총을 손에 넣기 전까지 처음에는 낫과 삽, 곡괭이, 죽창을 들었다. 전남 장흥에서 벌어진 흥룡촌 전투에서는 대나무를 엮어 닭장같이 만든 ‘장태’를 이용해 정부군에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총과 대포 등 신식무기로 무장한 일본군과 정부군의 화력을 넘지 못했지만, 재래식 무기와 농기구를 들고 1년 넘게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이 민중의 힘과 정신이었다. 촛불정국에서 ‘촛불의 힘’을 과소평가한 인사가 뭇매를 맞았다. 국회 법사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이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 불면 다 꺼진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사실이 잘못 알려졌다는 해명이 나오기는 했지만, 검찰이 정호성씨의 녹음 파일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이 횃불이 된다고도 했다. 실제 5차 촛불집회 때 횃불이 등장했으며, 비바람에 끄떡없는 ‘LED촛불’이 집회장을 밝히기도 했다.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들의 최대 무기는 농기구였다. 생계 수단의 모든 것이 농기구였던 시대다. 촛불집회에 등장하는 트랙터 역시 오늘날 농민들의 생존 도구다. 그만큼 농민들의 절실함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촛불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들이 들었던 횃불이다. 200만개의 촛불이 합쳐져 하나의 횃불이 되는 게 아니라 한 개 한 개가 다 횃불이다. 100년 전처럼 농기계를 들지 않더라도 촛불 하나하나에 민심이 담긴 것이다.5차 집회에서 가진 ‘저항의 1분 소등’ 퍼포먼스가 촛불이 그저 물리적인 것이 아님을 확인시켰다. 국민들이 스스로 촛불을 끌 수 있지만, 언제든 다시 켤 수 있다는 것을. 불면 꺼지거나 시간이 지나면 다 타버리는 존재로 촛불을 잘못 생각하고 5주 넘도록 버텼던 박근혜 대통령도 일단 촛불 앞에 손을 들었다. 고립이 아닌 연대, 절망이 아닌 희망, 폭력이 아닌 평화, 슬픔이 아닌 축제로 승화시킨 촛불의 힘이었다. 박 대통령이 탄핵정국을 넘기 위한 꼼수라면 촛불은 더 매섭게 타오를 것이며, 그 때는 촛불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촛불은 이미 민심과 한 몸이기 때문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1-30 23:02

50번째 생일을 맞아 이름을 바꿨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으로 50년을 살았으니, 앞으로는 자신이 지은 이름으로 삶을 살고 싶었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부끄럽고 부러웠던 생각이 난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왜 그렇게 느꼈었는지 모르겠다. 이름을 바꾼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이름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정체성을 확인하는 언어적 상징이다.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이름 때문에 삶에 불편이 있다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일반 사람들이 이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악용을 우려해서 법원이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해왔기 때문이다. 2005년 11월 대법원이 ‘개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지금도 개명을 하려면 신청인이 상당한 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범죄와 관련 있거나 법령을 회피하거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한 번도 어려운데 이름을 7번이나 바꾼 사람도 있다. 요즘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최태민이다. 최도원, 최상훈, 원자경, 최봉수, 최퇴운, 공해남, 방민, 최태민 등 무려 8개의 이름으로 살다갔다고 한다. 그의 딸 최순실은 최필녀로 시작해서 최순실을 거쳐 지금은 최서원으로 개명했고,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원래 이름이 정유연이었다. 이쯤 되면 집안이 이름 바꾸기에 천부적인 소질과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반인들의 개명과는 분명 이유와 차원이 다를 것이다.요즘 소란한 시국 속에 SNS 등을 타고 새로운 이름이 하나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식 이름으로 ‘하야하라꼬끼오’란다. 국민들의 절실한 염원이 만들어 낸 이름일 게다.그런데 국민들의 100만 촛불을 폄훼하는 이름도 있다. 바람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등의 억설로 국민들의 지고한 뜻을 왜곡 폄훼하는 사람들이다. 개명해야 할 만큼 이름이 이상하지는 않은데, 하는 짓은 영 딴판이다.잘못을 감싸는 맹목적인 충성은 큰 죄를 짓는 일이다. 국민의 손에 의해 선택된 위정자라면 먼저 국민을 무섭게 알아야 한다. 그들의 이름과 거룩한 어록(?)을 돌판에 새겨 오래오래 보존하면 어떨까? 역사와 후손들이 그들이 한 짓을 똑똑히 기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세상이 하도 어수선하니 별의 별 생각을 다해본다. 이성원 논설위원

오피니언 | 이성원 | 2016-11-29 23:02

언제부턴가 전북 사회가 무기력해져 활력을 잃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왜 그럴까. 산업화 과정에서 뒤처진데다 이농인구 증가로 인구감소가 계속된 탓일 수 있다. 특히 30년간 특정 정당에 매몰돼 경쟁관계가 아닌 끼리끼리 해먹는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되었던 것도 한 원인일 수 있다. 남의 탓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내탓도 크다. 직장 때문에 전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돈 많은 유지들까지도 주말만 되면 익명성이 보장되고 사생활 간섭이 안되는 서울로 올라가서 생활해 지역공동화현상이 발생했다. 여기에 힘을 모을 수 있는 구심체가 약하고 리더그룹이 연로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탓이 컸다.돈 나올만한 기업이 거의 없고 산업구조도 취약해 상당수 리더들이 자치단체에 의지하며 매달려 있다. 지방자치가 확대 실시되면서 민선단체장은 새로운 실력자로 부각됐다. 자연히 돈과 정보를 움켜쥔 단체장 주변에 부나방 마냥 이너서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관계의 틀이 만들어졌다. 단체장들은 승자독식주의에 입각, 모든 것을 쥐락펴락할 수 있어 리더들을 자신의 보호막으로 쳤고 연임하는 동안에는 호가호위하도록 해줬다.이 같은 일이 반복되니까 지역은 편가르기 양상으로 치달았다. 단체장들이 편가르기 하면서 자연히 좁은 지역사회가 온통 먹이사슬구조로 얽히고 설키게 됐다. 시민사회단체들도 해를 거듭할수록 애초 설립 목적과는 거리감이 생겼고 관변단체만 늘었다. 언론도 숫자만 늘었지 비판과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은 소홀한채 공생관계의 틀을 벗지 못했다. 정치권과 단체장들은 기업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외쳐왔지만 성과를 못냈다. 산토끼도 못잡고 집토끼도 못 키웠다. 단체장들이 자랑삼았던 MOU가 한낱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 대표적인 게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키로 한 MOU였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유사 공공기관을 하나로 묶는 판인데 김완주 전지사는 그와 정반대로 LH를 나눠서 머리부분은 전주로 나머지는 경남 진주로 가도 된다는 식으로 유치운동을 펼쳤으니 결과가 어떠했겠는가. 그가 사즉생의 각오로 유치운동을 펼치겠다고 나서자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죽기살기식으로 나서 국회까지 가서 유치운동을 펼쳤다. 지난 77년 이리역 폭발사고로 태동한 애향운동본부는 지금까지 LH운동을 펴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거듭,성과를 거둔 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전임 총재가 15년, 현 총재가 12년을 해오는 동안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한 사람이 조직을 오래 이끌다 보니까 매너리즘에 빠졌다. 총재가 자신한테 충성심이 강한 사람들로 조직을 꾸려가다 보니까 좋은 뜻을 가진 후배들이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60이 넘는 기업인들도 물당번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번 촛불집회는 무능한 범법자 박근혜대통령을 퇴진시키는 게 주 목적이다. 다음으로 비정상적인 것과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가는 계기로 삼자는 뜻이 강하다. 그런 뜻에서 무기력한 전북을 역동성 있게 만들려면 장기간 애향운동본부를 이끈 임병찬 총재부터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11-28 23:02

마리오네트는 나무로 만든 인형의 관절 마디마디에 줄을 매달아 사람이 그 줄을 조종해 움직이는 인형극이다. 기원전 이집트나 그리스의 아이 무덤에 끈이 연결된 인형이 함께 묻혔다는 기록이나 고대 로마 시절 비슷한 형태의 인형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기록으로 보면 마리오네트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마리오네트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형태의 무대다. 당시 이탈리아의 마리오네트는 대부분 교회에서 어린이 교육을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마리오네트는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반면, 교회 밖으로 나온 마리오네트 공연은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다루는 주제나 소재가 대중들의 삶과 밀착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종교적 색채를 벗은 마리오네트는 유럽전역으로 확산되어 17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유럽의 여러 나라가 마리오네트를 받아들이고 발전시켰다.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 등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오늘에 이르러 이름을 널리 알린 마리오네트 전용극장을 갖게 된 배경이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도 마리오네트 극장이 있다. 잘츠부르크 축제와 함께 세계의 관광객을 부르는 이 극장은 오스트리아 빈의 쇤부르궁 마리오네트, 체코 프라하의 마리오네트와 더불어 2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잘츠부르크 마리오네트 극장의 인형극 오페라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본적이 있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나무인형들의 연기(?)는 놀라웠다. 인형 머리위로 몇 개의 가느다란 줄들이 드러나 보이지만 인형들의 섬세한 몸짓에 줄의 존재는 금세 익숙해지고 환상적인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더 큰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은 공연이 끝나고 암막이 걷히면서 무대 위에서 나타나는 극단 단원들의 표정이다. 섬세하고 치밀한 손동작과 움직임으로 나무인형들의 완벽한 연기를 이끌어낸 단원들의 환한 웃음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잘츠부르크 극장은 같은 이름을 가진 극단이 3대째 상설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1913년 조각가인 안톤 아이처가 취미로 시작한 인형극을 아들인 헤르만이 이어받았는데, 그는 1927년부터 1977년 사망할 때까지 극단을 이끌면서 마리오네트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마리오네트’가 등장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진짜 ‘마리오네트’로서는 이런 수치스러운 일에 비유되는 자체가 얼마나 억울한 일일까 싶다.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11-25 23:02

명장과 무형문화재는 특정 산업과 예능 등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하지만 명장은 산업 사회의 산물이고, 무형문화재는 전통문화의 산물이다. 명장은 실력이 탁월하고, 창의적이어서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거나 기여할 수 있는 장인이다. 그래서 문화재청이 아닌 고용노동부가 선정한다. ‘대한민국 명장’은 1986년 이후 616명 정도가 지정돼 있다. 매년 전국적으로 20명 정도 선발되는 데 그만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만 그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전통 가구 장인 소병진씨의 사례를 보자. 그는 1992년 명장이 됐지만 무형문화재 신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명장 타이틀을 디딤돌 삼아 곧바로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지도 못했다. 그는 무려 20년 후인 2012년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그리고 2014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소목장 보유자가 됐다. 명장이 무형문화재가 되는데 무려 20년이 걸렸다는 것은 탁월한 기능과 실력을 갖췄다고 해서 곧 무형문화재가 될 수 없는 까다로움 때문이다. 무형문화재는 전통 기능, 예능의 원형을 최대한 고스란히 보전해 전승하는 작업의 주인공을 일컫는다. 실력이 뛰어나고 더불어 원형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무형문화재가 된다. 전승 기능 실력과 함께 스승이 존재해야 한다. 상감청자, 대장경과 함께 고려 최고 업적인 사경은 30℃ 이상 환경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아교를 금니, 은니와 섞어 경전 필사와 탱화 작업을 하는 고난도 기술을 요구한다. 이 소중한 문화유산은 유교를 중시한 조선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그 명맥이 끊겼다. 문화재청이 전통 사경을 복원해 국내외에 확산시키고 있는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명예회장의 실력과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하지 않는 것은 국내에 전통 사경을 이어온 스승이 부재한 탓이다. 전북도가 지난달 28일 지정 예고한 무형문화재 중 한지공예 지승장 대상자에 대한 이의 제기가 나와 설왕설래한다. 색지장 분야도 자유롭지 못한 모양이다. 전통은 한 번 왜곡되면 훗날 진짜 전통이 된다. 심각하다. 적기에 바로 잡아야 한다. 전북도는 올해 예고된 8명 등 무려 42명에 달하는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게 된다. 엄청난 숫자다. 전북이 이 숫자를 자랑스러워 하려면 이번 기회에 보유자들의 기능은 물론 전승활동을 냉철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형문화재는 ‘질’이 먼저다. ·김재호 수석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11-24 23:02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산교육장이 되고 있다. 재단설립 과정, 승마, 대학입학 특례, 대통령 연설문 작성, 예산편성 과정, 탄핵절차, 줄기세포, 청와대 구조까지 관심을 갖게 하면서다.상식을 넓혀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라나. 상식적이지 않는, 결코 풀릴 것 같지 않은 문제들도 비선만 통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런 별천지 세상에도 전북이나 전북인은 없는 것 같다. 전북승마협회장이 유탄을 맞았다거나, 전북 출신 중 재단 이사로 ‘꼽사리’하나 낀 정도만 알려져 있다. 아쉬워해야 하나 다행이라야 하나.이 사태의 와중에서 적어도 삼성그룹을 다시 알 수 있었던 것은 수확인 것 같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했고, 승마협회 회장사라는 명분으로 최순실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회사에 35억원을 내놓았다. 대통령 측근들도 잘 몰랐다는 비선 실세를 일찍이 간파한 삼성의 정보력에 감탄해야 하나. 그런 정보들을 일찍이 국민들에게 알렸다면 최소한 이런 혼란 상황은 막았을 텐데 안타까워해야 하나. 정경유착의 선봉에 설 수 있는 기회와 고급 정보를 바꾸길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이다.뒤집어보면 삼성이 전북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만금투자 MOU가 왜 체결됐으며, 사실상 MOU를 거둬들이면서 아무런 사과 한마디 들을 수 없었던 행간도 여기서 읽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시절 정권에 잘 보이기 위한 제스처였을 뿐이었던 셈이다. 지금에 와서 ‘최순실’도 없는 전북을 위해 회사의 미래를 걸 필요성은 더더욱 못 느낄 것이다. 삼성이 그동안 통틀어 전북에 도움을 준 것이라면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건립 때 60억원을 지원한 정도다. 초대 전북 민선 도지사의 유종근 지사 시절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맡았던 유 지사 재임 때 삼성은 전북 투자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창구는 삼성그룹 2인자였던 이학수 총괄부회장이었다. 새만금MOU체결과 철회 과정에서 등장한, 그룹내 어떤 존재인지 조차 모르는 그런 임원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삼성의 전북투자가 없다고 우는 소리를 안 해도 될 희소식이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본사가 전북에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무릅쓰고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힘도 있고, 혜택도 준 전북의 국민연금공단을 응원하면 답이 나오지 않겠나.·김원용 논설위원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11-23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