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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네 사람이 도시의 한 여숙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선택을 했다. 고독하지 않으려고 동반자를 불러들였지만, 죽음 앞에서 인간은 모두가 고독하다는 숙명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들의 선택은 엄연한 현실이 되어 각자의 몫으로 돌아갔다.“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햄릿의 유명한 독백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 한 지식인의 우유부단한 내적 고백을 드러낸 것이다. 이 경구는 햄릿의 친구인 철학자 이름을 따 호레이쇼 철학이라고 명명된 바 있지만, 지금은 선택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즐겨 사용하는 흔한 말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좀 더 깊은 곳에 있다. 햄릿이 제기한 ‘선택’의 문제는 단순히 일상적인 삶 속에서 만나는 그런 선택과는 성격을 달리한다. 그것은 목숨을 건 ‘죽느냐’ ‘사느냐’ 사이의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고층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어느 중년 가장의 이야기나, 수험생의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들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죽음을 택한 것이다. 햄릿식 독백은 그들에게는 사치스런 넋두리가 되었을 줄도 모른다. 죽음을 선택하기까지의 결단이 그들을 얼마나 고독하고 절망스럽게 했을까? 그러나 운명의 갈림길에서 인생을 회의하는 우유부단한 햄릿식 독백이 때로는 죽음에서 삶으로 선택을 달리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팡세’의 저자였던 파스칼은 인간의 삶이란 궁극적으로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도박 앞에 직면한 가련한 삶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 결과 그는 기독교적 신앙을 진실의 길로 나아가는 ‘선택’의 문제로 보았고, 그 ‘선택’에 따라 자신의 신앙 고백록인 ‘팡세’를 썼다.키에르케고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선택’ 그 자체가 인간 삶의 구체적 내용을 결정한다는 관점에서 이를 삶의 본질적인 형식으로 보았다. “결혼할 것인가? 만일 한다면 후회할 것이요, 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역시 후회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날의 삶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한 무수한 선택을 통하여 삶의 내용을 메워 나갈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 길을 가다가 갈림길을 만난다.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우리는 그 갈림길에서 망설인 기억이 있다. 갈림길을 만났다고 해서 되돌아 올 수는 없다. 미지의 길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서도 한 길을 택하여야 한다. 그것이 운명이다. 오늘도 사람들은 인생행로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 길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될 운명의 갈등을 겪고 있다. 로버트 프르스트의 시 ‘택하지 않은 길’이 있다. 어느 날 그는 숲 속을 걷다가 두 갈래 길을 만난다. 망설이다가 그는 한 길을 택한다. 그가 택한 길은 사람들이 적게 다닌 풀이 무성하게 자란 험난한 길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훤히 트인 편한 길보다 내 힘으로 개척하고 싶은 욕망으로 험난한 길을 택한다. 길을 가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크지만, 내가 택한 길로 인하여 인생은 달라질 것이라는 신념으로 그 길을 간다.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오늘도 우리는 선택의 연속선상에 놓여있다. 신에게 묻기도 하지만, 신도 모르는 고독한 운명과 동거하며 우리는 살고 있다.

오피니언 | 기고 | 2017-09-12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