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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02건)

요즘 방송을 보고 있으면 저질 출연자 때문에 한심할 때가 많다. 방송 출연자의 다리를 보고 ‘얇다’고 한다. ‘가는’ 다리를 종이처럼 두께로 표현했다. 발음 문제도 지나칠 수 없다. 국민 누구나 아는 중견 탤런트와 아나운서 및 방송인들이 프로그램 내내 ‘다글(닭을)’ ‘흐글(흙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달글’과 ‘흘글’로 발음해야 옳다.지명도 높은 방송인일수록 파급력도 크다. 출연자들의 자질 문제를 떠나 제작진의 관심과 노력도 부족했을 것이다. ‘고난도’를 ‘고난이도’로, ‘풍비박산’을 ‘풍지박산’으로, ‘절체절명’을 ‘절대절명’으로, ‘바람’을 ‘바램’으로 “내로라 ‘를 ’내노라 ‘라고 잘못 말한다. 이를 자막으로까지 표기하는 상황을 보면서 할 말을 잃게 된다. 방송국은 물론 국민적 망신이다. 자국 언어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나라가 프랑스라고 한다. 특정 계층에 국한된 관심이 아니라, 온 국민에게 녹아든 사랑이다. 우리도 세종대왕 동상만 세울 게 아니라,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생활 속에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 특히 방송인은 인기에 걸맞은 자기 수양과 노력이 필요하다. 스스로 ‘바른 말, 바른 글 지킴이’여야 함을 잊어선 안 된다.사업에 망했거나 어떤 상황으로 인해서 가족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듯 뿔뿔이 흩어짐’을 뜻할 때 이를 흔히 ‘풍지박산’으로 쓰는데 ‘풍비박산’이 옳다. 그 한자어를 잘 헤아려 보면 ‘풍비박산(風飛雹散)’, 즉 바람에 날려 우박이 흩어진다는 뜻으로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날아가거나 흩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6-09 23:02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가화만사가 되려면 우선 부부 사이가 좋아야 한다. 이러한 부부 사이를 우리는 “금슬이 좋다”고 한다. 여기서 금(琴)은 보통의 거문고이고 슬(瑟)은 크기가 큰 거문고로써 서로 크기가 다른 두 개의 거문고라는 뜻이다. 그런데 시경에서 큰 거문고와 작은 거문고의 가락으로 한 집안의 화합을 노래하고 있는데 가락이 잘 맞는다 하여 부부간의 정을 금슬로 표현하게 된 것이 유래가 되었다.그런데 우리말에서는 한자 말을 한글로 적으면서 한자 말의 원래 소리와 달리 적는 것이 적지 않다. ‘금슬(琴瑟)’도 그중 하나이다. “부부간의 화목한 즐거움”을 뜻하는 말은 ‘금슬지락(琴瑟之樂)’이고 이의 준말은 ‘금슬(琴瑟)’이라 한다. 이때의 ‘琴’은 ‘거문고 금’이고, ‘瑟’은 ‘큰 거문고(비파) 슬’이다. 즉 거문고와 비파가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것처럼, 그렇게 알콩달콩하게 사는 부부 사이를 일컬을 때 쓴다.그런데 이 금슬(琴瑟)을 한글로 쓸 때는 ‘금슬’이 아니라 ‘금실’로 적어야 한다. 금슬지락도 ‘금실지락’이지 ‘금슬지락’이 아님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렇게 소리가 나는 것은 전설모음화의 영향이다. ‘금슬’보다는 ‘금실’로 발음하기가 편해 그렇게 소리 내는 것이다. 우리 말법에서는 본래 전설모음화를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실’은 사람들이 하도 그렇게 쓰고 있어 ‘금실’을 표준어로 삼도록 했다. 그러나 악기 거문고와 비파를 뜻할 때는 ‘금슬’로 적어야 한다. ‘알콩달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전에 없던 말이다. 하지만 최근 국립국어원에서 “아기자기하고 사이좋게 사는 모양”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로 등재했다. 이제 금슬이 좋은 부부가 아니라 금실이 좋은 부부가 되자.

문화일반 | 기고 | 2017-06-02 23:02

김치는 예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의 주식이다. 그런데 김치라는 말은 어떤 뜻인가? 그 어원을 거슬러 가면 ‘침채(沈菜)’가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침채→딤채→김채→김치로 변화하면서 김치가 되었다.김치를 ‘지’라고도 하는데 이는 김치를 뜻하는 ‘저(菹)’에서 나온 말로 조선 성종 때 인수대비가 부녀 교육을 위해 엮어낸 내훈에 보면 「저(菹)」가 「딤(딤채)」이었다. 그리고 성종 때에 간행된 두시언해에서 「저」를 「디히」라는 말로 번역하였다. 그 후 중종 때 최세진이 한자 교육을 위하여 편찬한 훈몽자회에 「저」를 「딤조」라고 하였다.「딤」가 구개음화하여 「짐」를 거쳐 「김」 또는 「김치」로 되었다고 한다. 구개음화는 ‘디→지→기’로 변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대옥편에서도 「저」가 김치로 풀이되어 있다. 「디히」는 김치를 뜻하는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디히」는 「지」로 변하여 현재도 쓰고 있는 말로써 예를 들면 오이지, 짠지 등을 들 수 있다. ‘동치미’는 통째 또는 크게 썬 무를 잠깐 절여 국물을 흥건하게 해 심심하게 담근 김치다. 어원은 ‘동침(冬沈)’으로 여기에 접미사 ‘이’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본래 김치의 어원인 침채(沈菜)에 ‘겨울 동(冬)’ 자와 김치를 나타내는 ‘침(沈)’ 자를 써 ‘겨울에 먹는 김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부르기 편한 동치미로 말이 바뀌어 오늘날처럼 ‘동치미’로 부르게 됐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5-26 23:02

우리말은 한자어 70%와 고유어 30%로 꾸며졌다. 그런데 우리가 즐겨 먹는 ‘수육’은 익힌다는 한자 ‘숙(熟)’을 붙인 ‘숙육(熟肉)’이 변해서 고유어처럼 굳어진 말이다. 이 말의 뜻은 최근의 국어사전에 보면 ‘삶아 내어 물기를 뺀 고기’라고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육’은 ‘삶아 익힌 쇠고기’로 설명됐었다. 그러다 보니 ‘돼지고기 편육’ 같은 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편육(片肉)’이란 ‘얇게 저민 수육’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육이 ‘삶아 익힌 쇠고기’로 풀이되는 한 현실적으로 많이 쓰이는 ‘돼지고기 편육’이란 말은 성립되지 않는 표현이 되는 것이다.국립국어원에서 ‘수육’의 풀이를 바꾼 데는 이와 같은 현실 언어의 흐름을 반영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육볶음’은 돼지고기에 갖은 양념을 넣어 볶다가 다시 부추와 함께 볶은 음식을 말한다. 에서는 이를 ‘돼지고기 볶음’으로 순화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여전히 ‘제육볶음’의 쓰임새가 훨씬 더 활발하다. ‘제육’은 돼지고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도 ‘돼지고기’로 순화했는데 ‘제육’은 ‘저육(猪肉)’에서 온 말이다.지금은 어원 의식이 거의 없어져 우리 고유어처럼 느껴지는 김치, 배추, 고추, 후추 따위의 말도 모두 한자어가 바뀐 것이다. 김치는 ‘침채(沈菜)’에서, 배추는 ‘백채(白菜)’에서, 고추는 ‘고초(苦椒)’에서, 후추는 ‘호초(胡椒)’에서 형태가 변한 것이다. 구황작물로 가꾸었던 감자 역시 ‘감저(甘藷)’가 원말이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5-19 23:02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참, 철딱서니 없는 철부지들이 참 많다. 그러면 우리는 흔히 “도대체 너는 언제나 철이 들까?”라고 한다. 여기서 ‘철부지’는 무슨 뜻일까? 우리말에는 알고 보면 참 재미있는 말이 많다. 그런데 흔히 쓰고 있으면서도 그 말의 본래 뜻이 무엇인지 모르고 쓸 때가 많다. ‘철부지’라는 말도 그렇다. ‘철부지’의 어원을 보면 계절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 ‘철’인데 그 변화를 알고 사리를 헤아릴 줄 아는 힘, 곧 지혜를 뜻하는 말이다. 이 같은 변화를 알지 못한다는 한자 말 ‘부지(不知)’가 붙어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지 못하는 어린애 같은 사람을 일컬어 철부지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달력에 24절기를 표시하여 태양의 움직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우리의 전통력인 태음 태양력이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은 24절기를 모르면 ‘철부지’라고 했다. ‘철을 모른다’는 것은 지금이 어느 때인지,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 모른다는 말이다. 씨를 뿌려야 할 때인지 추수를 해야 할 때인지 김치를 담가야할 때인지 모른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때를 모른다는 의미였으나 현대에 와서 때와 장소를 모른다는 의미로 확장됐다. 예를 들면 여름에 털옷을 입거나 겨울에 짧은 치마를 입으면 철부지가 된다. 그리고 조심해야 할 자리에서 함부로 지껄이면 철부지 소리를 듣는다. 옛날의 철부지들은 대개 어린아이들이었는데 요즈음은 나이 많은 철부지들도 많다. 우리 사회에서도 하루빨리 철부지가 없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5-12 23:02

노다지의 어원에는 우리 민족의 비애가 서려 있다.금광을 흔히 노다지라고 한다. 구한말, 서구 열강의 이권 침탈이 본격화되면서 미국도 광산 채굴권을 넘겨받아 금광 개발에 나섰다. 미국의 이권 쟁탈에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은 광혜원의 설립자 알렌이었는데, 그는 조선 왕실 사정을 잘 알았기에 이를 이용해 조선의 중요한 이권들을 미국에 넘기는 데 앞장섰다. 그중 하나가 조광권이었다. 당시 평북 운산은 조선 최대의 금광이었는데 알렌은 왕실과의 교분을 이용해 운산금광 채굴권을 미국인 자본가에게 독점적으로 넘겨주었다.미국인들은 이미 이곳에서 광산을 개발하던 조선인 광산주와 노동자들을 강제로 쫓아내고 독점적으로 관할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 지역은 조선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이 되었다. 미국인 광산 관리인이 조선인 농민을 살해하는 일도 몇 차례 있었지만 힘없는 나라였던지라 그래도 그들은 아무런 법적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 미국인 금광 관리자들은 조선인이 광산에 접근하면 금을 훔친다고 생각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이때 ‘No Touch’라고 외치던 말이 변해 ‘노다지’가 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노다지는 이제 우리말로 굳어져 금광을 뜻하는 말이 되었고 국어사전에도 어엿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5-05 23:02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그 표현을 꼼꼼히 따지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말들이 더러 있다. ‘분리수거’도 그중 하나이다. 아마 여러분 중에서도 오늘 집 안의 쓰레기를 열심히 분리수거한 한 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말이다. 집 안의 쓰레기는 절대로 분리수거를 할 수 없다. 아니, 해 주지 않는다. 무슨 소리냐고?수거(收去)의 뜻이 무엇인가? ‘거두어 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분리수거(分離收去)는 말 그대로 ‘쓰레기 따위를 종류별로 나누어서 늘어놓은 것을 거두어 감’을 뜻하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해 다른 국어사전에도 그렇게 올라 있다. ‘따로 거두기’나 ‘따로 거두어 가기’로 순화해 쓰는 것이 좋겠다는 설명도 덧붙여 있다. 따라서 분리수거는 오늘도 새벽부터 구슬땀을 흘린 환경미화원들이 하는 것이지, 집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 또 환경미화원들이 집 안까지 들어와 분리수거를 해 가지는 않는다.그러면 집에서 재활용품이나 음식 쓰레기를 구분해 내놓는 일을 뜻하는 말은 뭘까? 그것은 바로 ‘안에서 밖으로 밀어 내보냄’이라는 뜻을 가진 배출(排出)이다. 아울러 분리(分離)는 ‘서로 나뉘어 떨어짐 또는 그렇게 되게 함’을 뜻하는 말로, 쓰레기나 재활용품 등을 종류에 따라 가르는 일에는 ‘종류에 따라서 가름’을 뜻하는 분류(分類)를 쓰는 것이 백번 옳다. 결론적으로 주부(물론 남편도 도와야 하지만)가 집에서 쓰레기 등을 밖에 내놓는 일은 ‘분리수거’가 아니라 ‘분류 배출’이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4-14 23:02

무엇을 내놓으라는 말인가? 어떤 분야를 대표할 만하다를 뜻하는 말 ‘내로라하다’를 ‘내노라’ 따위로 쓰는 사람이 많다. 아마 ‘내놓으라’가 변한 것쯤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쓰는 듯하다. 뜬금없이 내놓으라니 대체 뭘 내놓으라는 소리인가?바른말 내로라하다는 나+이+로다+하다로 이뤄진 말이다. 여기서 ‘나’는 바로 나를 가리키고 ‘이’는 서술격조사 이다의 이다. ‘로다’는 “장군감이로다”의 로다쯤으로 생각하면 된다.그러니까 ‘나이로다’는 (그중에 최고는 바로) 나다라는 의미다. 여기서 ‘나’와 ‘이’가 결합해 ‘내’가 되고, ‘로다’가 ‘로라’로 활용하면서 ‘하다’가 붙어 ‘내로라하다’가 됐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예전에는 ‘내로라 하다’처럼 띄어 썼는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내로라하다를 하나의 말로 올려놓았다. 그러니 띄어 쓰면 안 된다.이 내로라하다는 우리가 흔히 쓰는 일본 한자말 ‘기라성’을 대신하기에도 아주 적합한 말이다. ‘기라(綺羅)’는 아름답고 고운 비단이나 그런 옷을 뜻하는 말로 여기에 별을 뜻하는 ‘성(星)’을 합성해 ‘밤하늘에 반짝이는 뭇 별’을 뜻하는 말로 만든 것이다. 여기서 기라는 반짝반짝을 뜻하는 기라키라(きらきら)의 어근이다. 우리가 한글이 없을 때 한자를 빌려 썼듯이 일본도 한자를 빌려 ‘기라’를 쓴 것이다.일본에서조차 이 말은 바람직하지 않은 구조라고 평가한다. 우리나라 국어학자들도 마찬가지다.그래서 이 말을 순화해서 쓰라고 하는데 그 순화어가 ‘빛나는 별’이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빛나는 별’ 같은 선배들을 모시고 행사를 갖게 돼 기쁩니다” 따위로 쓰는 사람은 없다. 이때 좋은 말이 ‘내로라하다’다. “오늘 이 자리에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모시고 행사를 갖게 돼 기쁩니다”로 말하면 아주 자연스럽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4-07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