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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02건)

한국 사람처럼 ‘죽는다’는 말을 잘 쓰는 사람도 없다. 아파서 죽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좋아서 죽겠다”, “예뻐서 죽겠다”, “맛있어서 죽겠다”, “반가워서 죽겠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는 밉고 슬프고 외로울 때만 죽는 것이 아니다. 좋을 때도 죽겠고 기쁠 때도 죽겠다고 한다. 헤어지면 ‘보고 싶어서 죽겠고’ 만나면 또 ‘반가워서 죽겠다’는 등 전천후의 ‘죽겠다’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감정표현만이 아니다. 생명 없는 물건을 놓고서도 죽는다는 말을 잘 쓴다. 풀이 죽고 시계가 죽고 맛이 죽는다. 자기가 죽는다는 것은 그래도 낫다. 아이나 어른이나 조금 화가 나면 아주 쉽게 죽여 버린다는 말을 한다. 물론 정말 죽일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입에 밴 말이다.그러면 ‘죽다’의 어원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살이 빠졌다”, “살이 쪘다”는 말에서 살은 몸의 구성 일부를 뜻한다. 그리고 햇살, 물살도 있는데 여기서 ‘살’은 힘이나 기운을 나타내는 말로 그 기운이 뻗어간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의 ‘살’에 ‘-다’라는 어미를 붙이면 ‘살다’가 되어 힘 또는 목숨을 이어가는 ‘살다’라는 동사가 된다.그런데 몸의 구성 물질인 ‘살’을 오래 끓이면 ‘죽’이 된다. 여기에 ‘-다’라는 어미를 붙이면 ‘죽다’가 되어 무르고 생명력을 잃은 ‘죽다’가 된다. ‘죽다’의 뜻을 가진 말도 많다. 우리 말에서 별세, 운명, 영면, 작고, 타계, 서거, 승하, 선종 등이 있다. 뒈졌다, 뻗었다, 골로 갔다 등 경우에 따라 각기 달리 ‘죽음’을 표현해 왔다. ‘살다’는 말은 새벽바람처럼 신선하다. 아름답고 싱싱하게 들린다. ‘사람’이라는 말 자체가 ‘살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이다. ‘얼다’에 ‘음’을 붙인 것이 ‘얼음’이듯이 ‘살다’에 ‘암’을 붙여 명사형으로 만든 말이 ‘사람’이다. 그리고 ‘죽’에 명사형 ‘음’을 붙인 것이 ‘죽음’이다.

문학·출판 | 기고 | 2017-09-15 23:02

곰팡이는 몸 구조가 간단한 하등 균류의 총칭으로, 동식물에 기생하며 어둡고 습기가 있을 때 음식물이나 옷이나 가구 등에 생겨나는 것으로 그 종류가 많다. 이 곰팡이는 가끔 ‘곰팡 나다’처럼 ‘곰팡’으로도 사용되기도 하는데, ‘팡이’라는 말은 그리 흔히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또한, 곰팡이와 동일하게 사용된 단어가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곰탕’이다. 먹는 음식의 이름이 아니고, 지금도 함경도 방언에서는 곰팡이를 곰탕이라고 하고 있다.곰팡이는 그 원래의 형태가 ‘곰’이었다. 그리고 이 곰이란 단어는 늘 ‘곰피다’, ‘곰이 피다’ 등으로 쓰이었다. 그러면 팡이는 무엇일까? 곰탕이란 단어도 ‘곰탕 피다’처럼 사용되었던 단어이다. 예를 든다면 ‘장마에 곰탕 피다’처럼 쓰이었다. 이때의 ‘탕’은 또 무엇일까? 곰은 곰팡이란 뜻의 단어인데, 탕은 그 어원을 알 수 없는 것이다. 팡이는 ‘피다’의 어간 ‘피-’에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 ‘-앙이’가 붙은 것이다.곰팡이란 말은 누구에게나 매우 친숙한 용어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곰팡이란 뜻을 가진 방언들이 상당히 많다. 이 사실로 미루어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곰팡이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불행히도, 곰팡이란 말은 더러운 것이나 썩은 것들을 연상하게 한다. 놈팡이(건달 같은 사내)나 좀팽이(자질구레하여 보잘것없는 것)란 말을 보면, 팡이라는 말은 어떤 작은 존재를 낮추어 부르기 위하여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문학·출판 | 기고 | 2017-09-08 23:02

‘얼간이’라는 말은 두 가지로 어원을 풀이할 수 있다. 첫째는 채소 등을 소금에 약간 절이는 것을 ‘얼간’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사람을 나타내는 의존명사 ‘이’가 붙어서 ‘얼간이’로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얼간이는 간이 완전히 들지 않고 적당히 들었다는 의미로 모든 일에 확실하지 않고 적당히 부족하게 알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둘째는 ‘얼(정신)’이 나가서 제정신이 아닌 사람으로 말 뿌리를 찾는 경우도 있다. ‘얼빠졌다’든지 ‘얼 나갔다’든지 하는 말과 관련지어서 하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겨레의 얼’처럼 ‘얼’을 ‘넋’이나 ‘정신’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얼’이 홀로 쓰이지 않았다. 오늘의 ‘얼뜨다’는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숙해 보이다’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아마도 ‘얼빠지다’를 ‘넋 빠지다’로 오분석하여 잘 못 쓴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어 사전〉에 ‘얼’이 처음 나타나는데 ‘얼빠지다’를 ‘넋 빠지다’로 유추하여 ‘얼’을 ‘넋’으로 잘못 쓰면서 생긴 낱말로 보인다. 아무튼, 얼간이는 ‘사람 됨됨이가 변변치 못해 모자라고 덜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얼간 망둥이’라고도 한다.서정범 교수는 ‘얼간이’를 ‘간’의 의미로도 볼 가능성을 제시해 두었다. ‘간도 쓸개도 없다. 쓸개 빠진 놈’이라고 할 때의 의미를 고려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무튼 ‘얼’+ ‘가다’+ ‘이’의 형태다.

문학·출판 | 기고 | 2017-09-01 23:02

‘앵벌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 따르면 불량배의 부림을 받는 어린이가 구걸이나 도둑질 따위로 돈벌이하는 짓 또는 그 어린이를 뜻한다.이 말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진 말일까? ‘앵벌이’는 ‘앵-벌-이’로 분석된다. 여기에서 ‘-벌-’과 ‘-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앵’이 어원 해석에서 가장 문제가 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앵’은 일본의 화폐 단위인 ‘엔’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뒤에 붙은 ‘벌이’는 타동사 ‘벌다’의 어근에 ‘사람’이나 ‘행위’를 나타내는 접미사 ‘-이’가 결합해 형성된 것이 확실한 듯하다.그렇다면 ‘벌다’가 타동사이므로 그 앞에는 목적어에 해당하는 것이 결합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앵벌이’의 의미가 ‘돈벌이’에 해당하므로 ‘앵’은 돈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어의 ‘엔’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발음이 변해 ‘앵’이 되었다고 본다.이런 이유로 필자는 ‘앵벌이’를 ‘돈 버는 사람’, ‘돈 버는 행위’의 의미로 해석하고자 한다. 이것이 ‘돈벌이’와 의미적 대립을 이루면서 하나는 속어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앵벌이’의 어원에 대하여 ‘앵앵거리며 구걸한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는데 물론 재미있는 해석이지만, 단어의 구조상 약간의 무리가 따른다. 또 ‘안기다’의 방언형인 ‘앵기다’, 또는 속어라고 여겨지는 ‘앵기다’(귀찮게 굴면서 괴롭히다, 무모하게 덤비다)에서 ‘앵’이란 말을 따온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문학·출판 | 기고 | 2017-08-25 23:02

“어른한테 그 말버릇이 뭐냐?”, “그 어른께서는 올해 춘추가 어떻게 되시는지요?”어른은 다 성장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지위나 항렬이 높은 사람에 대해서도 쓰인다. 물론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도 쓰인다. 그러나 본디의 시작은 장가들거나 시집을 간 사람이었다고 할 것이다. 결혼을 해서 한 집안을 이룬 사람의 일컬음이 시작이었다는 말이다.그런데 어른한테 말버릇이 뭐냐고 하여 사뭇 점잖기만 한 ‘어른’도 그 줄기를 따라 올라가 보면, 옛날 양반들의 ‘점잔’이라는 뜻에서는 조금 꺼림칙한 여운(餘韻)을 갖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중세어에서 ‘얼다’는 말은 교합(交合)하다, 성교(性交)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또 ‘어르다’는 ‘혼인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얼음이 언다는 ‘얼다’도 굳게 합해 있다는 뜻에서 살핀다면 본줄기는 같았던 것이라고 해 볼 수도 있다. ‘어른’의 그때 말은 ‘얼운’ 또는 ‘어룬’이었다. ‘얼다’의 ‘얼’에 ‘운’이라는 발가지(접미어)가 붙었던 형태였다고 생각될 수도 있고, 그대로 ‘어루다’나 ‘어르다’가 주저앉아 ‘얼운’, ‘어른’이라는 말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쨌든 ‘어른’이라는 것은 ‘언(얼은) 사람’이다. 그것이 결국 어른이라는 것이다. 시집보내고 장가보내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었거니와 지금도 아주 높여서 쓰고 있는 말이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8-18 23:02

좌천은 왼쪽(左)으로 옮겼다(遷)는 뜻이다. 그런데 왜 ‘전보다 못한 자리로 쫓겨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을까? 여기서 우리는 선조들의 좌우 관념을 엿볼 수 있다.좌천의 본디 뜻은 ‘왼쪽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좌천은 ‘전보다 못한 자리로 쫓겨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른쪽으로 옮기거나 영전한다는 뜻으로 우천이라는 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말은 없다. 왼손잡이, 여류작가, 처녀작이라는 말은 있어도 그 반대말은 없다.여기서 우리 선조들의 좌우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왼쪽 또는 왼손은 불편, 방해, 비천, 사악의 상징으로 통했다. 좌파라면 예부터 나쁜 부류를 지칭할 때 사용하던 말이다. 반면 오른쪽 또는 오른손은 편리, 도움, 존귀, 정도의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옛날 명문 거족을 ‘우성’, 학문을 숭상하고 진흥시키는 것을 ‘우문’이라고 했다.이런 관념은 실제 행위나 예법에도 나타났다. 광화문에는 세 개의 문이 있는데 그중 가운데 문은 왕이나 중국 사신 전용이었으며, 우측 문은 양반이나 관리, 좌측 문은 중인 이하가 출입했다. 또 옛날 조정에서 고위 관리는 오른쪽에 위치한 반면, 하급 관리는 왼쪽에 서 있도록 했다. 따라서 좌천이라면 서 있는 위치를 좌측으로 옮긴다는 뜻이었다.

문학·출판 | 기고 | 2017-08-11 23:02

희생은 ‘희생 희(犧)’, ‘희생 생(牲)’의 합성어다. 그런데 여기서 희(犧)와 생(牲)은 약간 다르다. 희(犧)는 소(牛)의 기운(羲)이라는 뜻이다. 제사(祭祀)를 지낼 때 소를 바침으로써 신(神)으로 하여금 소의 기운을 누리게 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같은 소일지라도 얼룩소는 금물(禁物)이었다. 곧 희(犧)는 털에 잡색(雜色)이 섞이지 않은 소를 뜻한다. 한편 생(牲)은 소(牛) 중에서도 살아있는(生) 소를 뜻한다. 그것은 제물로 소를 잡아 고기를 바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소를 바쳤다는 뜻이다. 즉 희생(犧牲)은 천지신명이나 종묘(宗廟)에 제사를 올릴 때 제물로 올렸던 소를 의미한다.중국 탕왕은 하나라의 폭군 걸왕을 정벌하고 은나라를 세워 천하를 잘 다스렸지만, 무려 5년간이나 비가 오지 않는 가뭄으로 백성들이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고통을 겪었다. 이에 백성을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탕왕은 자신이 직접 희생의 제물이 되어 기우제를 올렸다. 그는 머리를 깎고 사지를 묶은 다음 희생의 제물이 되어 제단 위에 올랐다. 그런데 이때 그의 정성에 감격한 천신이 큰비를 내려 백성들의 행복을 찾아주었다. 이때부터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는 것도 희생이라고 하게 되었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7-28 23:02

갈등은 칡넝쿨의 갈(葛)과 등나무 덩굴의 등(藤)이 합쳐진 말이다.칡넝쿨과 등나무 덩굴은 둘 다 다른 식물을 감아 오르며 자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칡넝쿨은 왼쪽으로 감으며 올라가지만, 등나무 덩굴은 오른쪽으로 감으며 올라간다는 점에서 다르다. 따라서 칡넝쿨과 등나무 덩굴은 감아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반대이기 때문에 한 번 엉키면 풀기 어렵다. 이런 현상과 같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갈등이라고 한다.갈등에 직면하면 문제를 풀기 어렵다. 한 쪽을 만족하게 하려다 보면 다른 한쪽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마치 시소의 왼쪽을 올리면 반대편인 오른쪽이 내려가 버리는 것과 같다. 반대로 시소의 오른쪽을 올리다 보면 시소 왼쪽이 내려가 버린다. 이처럼 시소의 한 쪽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쉽지만, 양쪽 모두를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갈등은 상충된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기에 창의적으로 해결해야 풀리는 까다로운 문제다.이 시대 최대 과제는 갈등이다. 갈등의 전성시대, 범람하는 갈등의 바다다. 가끔 소통을 부르짖는 소리가 있으나 귓전에 맴돌다 사라진다. 갈등 해소를 위해 정치 지도자, 종교인, 학자들이 끊임없이 부르짖어도 좀체 사라질 기미가 없다. 이것이 이 시대의 과제인 갈등이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7-21 23:02

엊그제 복날이 지났다. 복날의 복(伏)자는 ‘엎드릴 복’ 자인데 사람인(人)+개 견(犬)자가 합쳐진 회의문자로 사람들이 개처럼 엎드려 지낼 만큼 더운 날이라는 뜻일 듯하다. 그런데 그 개 견자를 “복날은 개고기를 먹는 날”라고 곡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늘날 견공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그런데 이날 더위를 이기기 위해 음식을 먹는 것이 일까? 일까? 언뜻 같은 뜻의 말인 것 같으나 약간 그 의미가 다른 말이다. 은 복(伏)이 들어 기후가 지나치게 달아서 더운 철이라는 시기나 때, 세월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은 단오에 수리 취나물로 수레 떡을 해 먹고 창포로 머리를 감으며 보름날은 밤, 은행, 호두를 깨물며 1년 열두 달 무사태평을 비는 등 축수를 한다. 이처럼 세시풍속의 축수를 통칭해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복(伏)을 꺾는다는 뜻으로 펄펄 끓는 음식을 즐기며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하는 것은 넓은 의미로는 일 수도 있지만 이 맞다.삼복(三伏)은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있는 절기다. 하지가 지난 다음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을 중복(中伏), 입추 후 첫 경일을 말복(末伏)이라고 하는데, 이를 삼복이라 한다. 이 시기를 가장 무더운 ‘삼복더위’라 부르기도 한다. 조선 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내라는 의미에서 높은 관리들에게 쇠고기와 얼음을 하사하였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은 귀한 쇠고기 대신 개고기를 끓여 먹었으며 시원한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거나 냇가에서 모래찜질하며 더위를 물리쳤는데, 이를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고 했다. 이때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 과 이었다.

문화일반 | 기고 | 2017-07-14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