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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451건)

자연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지금도 산과 강 주위로 문화가 피어오른다. 도시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산과 강의 그 깊은 맛을 잊었지만, 나는 일부로 서울에서 떨어져서 산과 강 주위에서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영감들의 흔적들을 만나기 시작한다.산과 강을 찾아 예술 영감을 얻어매화 향기를 따라 봄날의 섬진강을 찾아가 본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 조영남의 ‘화개장터’라는 아버지 시절부터 이어져온 이 익숙한 노래 덕분에 나는 섬진강의 존재가 나에게 항상 친근하면서도 미지의 그 무엇이었다. 진안에 발원지를 두고 있는 이 소박한 강으로 인해 누군가는 시인이 되었고 또 누군가는 화가가 되었다. 오늘날에는 그저 개발해야 될 미 개척지의 한 공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는 이 강에서 사회를 보았고 인생을 보았다. 강과 같은 사람이 되길 바랐고 평생을 지금과 같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길 원한다. 전통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깊은 영감의 흔적들을 찾기를 바라며 무턱대고 내려온 이곳, 그렇다면 그 자연속 삶은 어떤 것일까? 상선약수(上善若水).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으로 물처럼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법이라는 이야기다. 노자의 도덕경 8장에 나오는 이 구절에서 노자는 세상을 물처럼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남과 다투거나 경쟁하지 않는다는 부쟁(不爭)의 철학이다. 언뜻 보면 소극적인 삶의 방식인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은 만물을 길러주고 키워주지만 자신의 공을 남과 다투려 하지 않는다.’ 물은 내가 길러주었다고 일일이 말하지 않는다. 둘째,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겸손의 철학이다. 물은 낮은 곳으로 임하기에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이 뻔한 이치가 이다지도 어려워 내 공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존재를 부각하려고 난리고 권력을 이용해 아랫사람을 하인 부리듯 주무른다. ‘자연(自然)스럽다’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1.억지로 꾸미지 아니하여 이상함이 없다. 2. 순리에 맞고 당연하다. 3. 힘들이거나 애쓰지 아니하고 저절로 된 듯하다.자연은 그냥 자연스럽게 두면 된다. 순리에 맞게 그 모습 그대로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애써 힘들이지 않고 가만 두면 되는 것이다. 무상히 흘러가는 강물의 흐름 속에서 조상들은 이 깨달음을 얻었고, 나는 그 섬진강을 몇 시간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서른세 살에 여전히 붓을 잡고 있는 나에게도 예술을 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비우는 중요한 과정 중에 하나다. 자기 자신의 욕심이 들어가는 순간 예술의 흔적들은 사라지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심만이 작품을 가득 메우게 된다. 내가 서울 한 복판에서 전주행 티켓을 끊었을 때, 사람들은 내가 주류에서 멀어진다고 많은 걱정을 했지만, 나에게는 이렇게 나를 비워내는 과정들이 필요했다.수천 년 간 여전히 꿋꿋하게 서 있는 위대한 자연 경관들을 홀로 여행하면서 나는 상선약수와 같은 삶의 소중함을 배워간다. 자연과 더불어 더 단단한 예술가로이제 나는 다시 나를 비우려 한다. 종이를 다시 펼쳐 본다. 나의 눈에 비친 섬진강의 아름다운 자태를 따라 그리면서 나는 순리에 맞고 당연한 그 자연의 긴 호흡에 맞춰 간다. 자연과 더불어 나는 더 단단한 예술가가 되어갈 것이다. 그렇게 나를 물처럼 채워 갈 것이다.

오피니언 | 기고 | 2017-03-27 23:02

탄핵이 되었다. 선고요지를 침착하게 읽던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그러나’를 말할 때마다 얼마나 심장이 내려 앉았는지 모른다. ‘탄핵을 인용한다’는 말에는 나도 모르게 우와! 하고 소리 지르며 붕붕 뛰었다. 결과적으로 탄핵은 되었고, 그 사람은 내려왔다. 이번 탄핵이 매우 만족스러웠던 것만은 아니다. 우병우를 구속시키지 못했고, 그 사람은 세월호의 책임자로서 탄핵되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번 탄핵과 특검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고생하셨다는 박수를 치고 싶다.탄핵됐다고 모든게 변하는 건 아냐 ‘12345678’이라는 기가 막힌 숫자(퇴장 1명, 찬성 234명, 반대 56명, 무효 7표, 8명의 헌법 재판관 인용)를 이야기하면 웃을 수 있지만, 그 웃음은 한바탕 신나게 웃을 수 많은 없는 웃음이었다. ‘과연 탄핵으로 우리의 삶이 변할 수 있을까?’, ‘정말 이제는 바뀔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드는 한편 분명 ‘이제는 분명 바뀌어야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웃음이 나다가도 멎고, 나다가도 멎고를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 이제는 바뀌어야한다.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의 문제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다고 해서 나의 삶이, 모든 사람의 삶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최저임금 6470원에 허덕이고, 장애인들을 위한 학교는 설립되지 못하고, 성소수자는 지정성별 이성애자라고 말해야하고, 출산휴가를 낸 선배는 출산휴가가 끝나고 복직할 수 있을 지 걱정한다. 우리의 삶이 바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이제 대선이 다가온다. 많은 정당에서 후보를 내세우고 있고 이미 여러 정치인들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지 꽤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가 말했다. 선거는 ‘최선을 뽑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것이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우리는 최선을 뽑아야 한다. 그리고 최선의 후보가 나와야한다.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는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차악은 차’악’이지, 선이 아니다. 대선후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그동안 우리나라의 문제를 민주적이고 윤리적으로 풀어나아가야한다. 부끄럽게도 그동안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최악’이었다. 최악에서 벗어나는 길은 차악이 아니라 ‘선’이다. 같은 악이라면 우리는 변하지 못한 것이다.하지만 우리의 삶이 더욱 확실히 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통령을 잘 뽑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변해야한다. 대통령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그의 감수성이지만 어쨌든 우리의 삶은 우리가 선택해야만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 감수성이 우리의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각 개인이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야하는가. 어떤 삶을 만들어야하는가. 우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내려왔다는 것에 안도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우리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한창 백남기 농민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평화시위와 관련해 한창 논쟁이 뜨겁던 와중 인터넷에서 한 시를 보게 되었다. 송경동 시인의 ‘우리 안의 폴리스라인’이라는 시로, 마지막 구절을 인용하며 마친다. ‘위만 나쁘다고/위만 바뀌면 된다고도 말하지 말아주세요/나도 바꿔야할 게 많아요/그렇게 내가 비로소 말할 수 있을 때/내가 나로부터 변할 때/그 때가 진짜 혁명이니까요’

오피니언 | 기고 | 2017-03-13 23:02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한 택견은 이렇다 할 정도로 고수는 아니지만 오래 한 만큼은 기본적인 실력은 있다 자부할 수 있다. 흔하지 않은 특기인데, 어떻게 시작했냐고 묻는다면 조금 웃기지만 택견복 때문이었다. 어릴 적 본 애니메이션 〈홍길동〉이 떠오르는 검은 조끼와 붉은 끈이 어찌나 예뻐보여서 검도도, 태권도도 아닌 택견을 선택했고 나는 현재까지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질문이 ‘택견을 왜 해?’라면 나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한다.단순한 운동이나 무술이 아닌택견복이 예뻐서 택견을 시작했지만, 내가 택견을 지금까지 하는 이유는 택견 속에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대회를 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모습, 택견을 향한 사람들의 열정 같은 것도 있지만 택견을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이다.택견에서 서로의 실력을 뽐내며 경쟁하는 것을 ‘견주기’라고 한다. 견주기처럼 상대를 때릴 수 있고 때려야하는 상황이 온다면 누구나 쉽게 몸을 움직일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대치도 아니고 뚜렷한 규칙도 있고, 보호구도 있음에도 이러한 상황을 처음 마주치게 되면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말 때려야하는 것이 맞는지, 내가 누군가를 상처줘도 괜찮은 것인지 망설이는 동안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를 제대로 차지 못하는 나에게 당시 택견을 가르쳐주던 선생님께서 알려주셨던 것이 있었다. 견주기에서 이기고 싶을 때 제일 중요하게 삼아야하는 것은 ‘깡’이라고. 선생님께서는 ‘깡’이라고 표현했지만 상대와 대치할 수 있는 ‘용기’를 의미한 것이겠다. 상대방을 공격할 준비가 되어있고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상태를 누구보다 빨리 준비하는 것. 그것이 ‘깡’이었다. 이 용기가 준비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밀려 자신의 자리를 잃게 된다. 제 아무리 자신이 연습 때 빠르고 강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해도, 용기가 없으면 견주기에서 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선생님은 나에게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라고. 내가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눈을 뜨고 앞에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용기를 가지라고.깨달음은 얻었지만 경기에서는 졌다. 선생님은 경기를 보시고는 나에게 경기를 왜 이렇게 연습보다 못했냐며 한참을 나무라셨다. 져서 시무룩할 나를 생각하셔서 더 그러신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이후에도 택견을 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상대와 나의 거리를 재는 방법, 무게 중심 유지하기, 때로는 앞이 아닌 옆이나 뒤에서 상대하는 법,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가끔은 정직하지 않더라도 페인팅 하기…. 택견은 나에게 단순한 운동이나 무술이 아니었다. 나에게 살아가는 용기를 주고 살아가는 방법을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살아가는 용기와 방법을 준 경험사람들은 택견을 할 줄 안다는 나에게 자주 묻는다. 너는 택견을 왜 해? 사람들은 잘 안찾는 무예잖아. 구구절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항상 말을 잘 하지 못했다. 택견을 좋아하는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놀림거리가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말하자면, 그래도 멋쩍게 웃어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싶다. 단지 누군가의 입에 쉽게 오르내리락 하는 것이 두려웠을 뿐이다. 그만큼 소중한 경험이니까.

오피니언 | 기고 | 2017-02-13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