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08-21 21:24 (화)
문화&공감 (57건)

요즘,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의 이주를 시도한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결과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한 귀농·귀촌인이 5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귀농·귀촌은 가족단위의 이주가 많았다. 은퇴시기를 맞이한 50~60대의 장년층이 제2의 삶을 시작하기 위해 선택하거나, 30~40대 중년층이 아이들의 교육이나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성장 시대에 제일 타격을 많이 받은 세대부터 차근히 대안적 삶을 위해 이주를 택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지금, 그 타격의 마지막 세대인 청년들이 점차 농촌으로의 이주를 시작하고 있다.△나 홀로 귀농·귀촌 하는 여성 증가 50만명에 육박하는 귀농·귀촌인중 30대 이하 젊은 층이 절반이 넘는다. 귀촌 가구의 가구 원수는 1인 가구가 70.0%, 2인 가구가 18.1%를 차지해 1~2인 가구의 비율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2015년 대비 2016년 전체 귀촌인의 성별 분석 결과 남성이 1.4%증가 했고, 여성이 2.4% 증가해 여성의 증가율이 다소 높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청년, 그중에서도 가족을 구성하지 않은 여성들의 귀농·귀촌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느슨하게 연결된 조직 완주숙녀회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의 가치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진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어려웠던 때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으레 당연한 것이라 여겨졌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남편과 자식을 뒷바라지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여성이 굳이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지 않아도, 독립적 주체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도시가 싫어서 왔어요. 도시는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일도 너무 많아요. 굳이 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일을 하는 것이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었어요.” 완주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두 여성 청년을 만났다. 완주숙녀회의 회원 이지정, 이보현씨다. 둘 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완주로 귀촌했다. 특별히 완주인 이유는 없었다. 다만, 귀촌을 하고 싶어 하는 순간에 여러 가지 상황이 완주로 정착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들이 지역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시간과 경험이 쌓아올린 기준의 경계를 허무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이다.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성역할과, 때가 되면 으레 당연히 해야 할 것들(결혼, 출산 등)을 하지 않고 있음에 대한 걱정을 빙자한 잔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그러면서, 소위 정상가족이라 불리는 커뮤니티에 끼지 못함에 불편함을 느꼈던 비슷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자주 모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모이게 된 모임체를 통해 완주숙녀회(이하 완숙회)가 만들어졌다. 청년회, 부녀회, 노인회도 있으니 숙녀회도 만들자고 했다. 정체성 없음이 곧 완숙회의 정체성이며, 각자 독립된 주체로 삶을 살다 서로가 필요하면 함께 하는 지지대 역할을 서로 해 나가고자 했다. “우리는 여자라고 무시당하고 결혼 안(못)한다고 혼나고, 애 (더) 안 낳는다고 혼나고 억울한 일 종종 당하면서 시골에 삽니다. 그래도 완주에서 재미나게 살아보려고 모여서 뭐라도 합니다. 함께 기술을 배우고, 재능을 나누며 서로 돕고, 같이 놀면서 서로와 스스로를 돌봅니다” 완숙회는 위와 같은 고민과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 회원일 수 있다고 말한다. 가족중심의 이주에서 1인 가구 여성 청년들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정상’이라 불리던 기준에 경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드러나고, 문제제기를 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연대를 이루면서 차츰 그것이 문제임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여성 스스로가 독립된 주체로 당사자성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한 그들의 연대는 앞으로 귀농·귀촌을 꿈꾸며 발을 한걸음 내딛으려는 여성청년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 한다. △여성, 진정한 독립을 위한 자립 기술전등이 어두워 다른 것으로 교체해야 된다는 아내의 요청에 남편은 차일피일 일을 미룬다. 업체에 맡기자니 너무 작은 일인데다 수리비용도 아깝다. 직접 하자니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차일피일 일을 미루는 남편이 치사하기만 하다. 문고리가 고장 났다.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은데 이리보고 저리 봐도 모르겠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니, 그러니까 집에 남자가 있어야 된다는 핀잔이 돌아온다. 문고리 고치려고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나?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언제나 기승 전 결혼으로 끝나니 불편하다. 여자라면 한번쯤 겪어봤을 일이다. 그리고 이 문제 있어서 결혼을 한 여성이든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든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자유를 찾을 길은 단 하나. 그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귀농·귀촌 교육이 여전히 남성중심에 머물러 있었어요. 가르쳐 주는 과정에 여자들은 모르면 너무 위축되는 교육이었고, 잘하면 잘하는대로 희한하게 보더라고요. 그런 문제에 있어 불편함을 느꼈고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우리가 초보자 여성을 위한 여성기술 워크숍을 만들어 보자 기획하게 된 이유가 된 거죠 ”적정기술 관련 해 일을 했고,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은 이지정씨와 이보현씨는 여성들의 자립생활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당사자성을 가지고,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고자 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생활기술캠프를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여성 스스로의 힘 기르기 하늘에 가을이 담겼다. 드릴소리, 망치소리, 톱질소리. 공구 쓰는 소리로 한적한 완주 시골동네가 시끌시끌하다. 11명의 여성들이 여성생활기술캠프에 모였다. “여기 왜 왔어요?”“자기 손으로 밥 떠먹듯, 조금 고장 나고 상한 것들 스스로 고치려고요. 남편한테 해달라고하기 치사해서.”각자 다른 이유가 있어 이곳에 왔겠지만, 공통된 하나는 본인 스스로가 독립적 주체가 되어 살아가고 싶어 했다. 자기 손으로 밥 떠먹듯,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가 해내고 싶어 했다. 1박2일로 진행한 기술캠프 첫날은 완주 한적한 시골동네 친구집을 방문해 망가진 창문을 바꾸는 일정이었다. 창문을 바꿔 달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알아본다. 드릴에 대한 기본적인 사용방법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방법들을 배운다. 두꺼비집이 어떻게 기능하는가도 배우고 전기가 나갔을 때의 대처법도 배운다.“해보니 별거 아니네” 참여자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중 제일 많이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그 별거 아닌 것 때문에 치사한 상황에 놓였던 자기 스스로가 한심스럽기도 했다. 둘째 날은 공동부엌을 함께 고쳤다. 빛이 약한 전등을 다시 갈아 끼우거나, 환풍기를 고쳤다. 두 조로 나누어 직접 실습하고 실행하니 신기하고 재미있어 했다. 앞으로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척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듬더듬 더듬어 보면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라 스스로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이번 캠프에는 기술에 관심이 있어서 온 여성들도 있고, 또 다른 여성들은 완주와 완숙회를 탐색하러 온 사람들도 있다. 굳이 기술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여성’,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교집합 될 부분들이 많았다. 당사자들이 겪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보고,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도모해 가는 과정은 뜻깊은 일이다. 캠프를 통해 이어지고 연결된 힘들은 연대의 힘이되어 여성 스스로가 각 지역에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문성희(문화파출소 덕진 문화보안관)※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기획 | 기고 | 2017-11-01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