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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구조적 뇌물 관행이 문제
[딱따구리] 구조적 뇌물 관행이 문제
  • 전북일보
  • 승인 2003.12.0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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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와 관련된 공무원의 뇌물수수는 사라지기 어려운 관행인가. 또 뇌물수수는 구조적인 문제인가, 아니면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인가.

도청 직원이 지난 27일 구내식당에서 4백70만원의 뇌물을 받다가 적발된 사건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사건의 시·공간적 배경. 사건이 발생한 것은 부패방지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전주에서 호남지역 순회행사를 갖는 기간이었다. 또 전북도의 업무 전반에 대한 중앙 8개 부처의 합동감사가 실시되는 기간이기도 했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뇌물의 유혹을 물리쳐야 할 이유가 충분한 2가지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던 것.

사건이 근무시간에 구내식당(매점과 겸한)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아무리 등잔밑이 어둡다고는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시간과 장소에서 뇌물을 주고 받았다는 사실은 주고 받는 사람 모두 금품수수에 대해 감정이 무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또 공무원과 업자가 아닌 공무원과 관련기관 직원 사이에서 벌여졌다는 점에서도 이야기 거리가 된다. 관과 관 사이의 뇌물이 이 정도라면 관과 업자 사이의 뇌물은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사건 당사자에 대해 도청내 많은 동료들이 동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미꾸라지 한 마리가 방죽을 흐린다'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그를 아는 상당수 직원들은 유능하고 성실한 직원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사실 건설업계의 설계변경에 대해서는 그동안에도 '공무원과 업자가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근거를 알 수 없는 말들이 난무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혹시 그가 '재수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까.

이남주 부패방지위원장은 "부패가 척결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며 "부패척결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틀림없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위반자 적발보다도 구조적 관행을 씻어낼 제도적 장치가 완벽하게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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