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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의 날치기 소탕작전'
'일가족의 날치기 소탕작전'
  • 안태성
  • 승인 2003.12.06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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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쯤이었다.

연쇄 날치기 사건으로 온동네가 떠들썩했던 전주시 중화산동 강당재 마을. 평온했던 이곳에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파출소에서는 밤길 주의를 당부하는 전단까지 배포했고, 경계를 늦추지 않던 주민들 사이에는 날치기 피해가 없었는지가 인삿말이 될 정도였다.

날치기 사건이 첫 접수된 지난달 1일부터 보름동안 이 일대에서만 발생한 사건만 4건. 모두 부녀자를 상대로 벌어진 전형적인 날치기 범행이었다.

11월16일. 한 마을 여성(29)의 '강도야!'라는 마지막 비명소리를 끝으로 강당재 마을은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범행 현장 주변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범인과 피해자 남편(30)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며느리가 날치기를 당하고 아들의 추격전 소식을 들은 임정록씨(61)도 집을 박차고 내의 차림으로 범인 검거에 가세했다.

이미 날치기 사건을 목격하고도 피해자의 항변이 없어 '다툼'정도로 생각해 지나쳐야만 했던, 그래서 평소 긴장을 늦추지 않던 임씨의 가족들이었다.

임씨와 아들은 사력을 다해 범인 검거에 나섰고 골목 곳곳을 뒤졌다. 이 과정에서 임씨는 범인과의 결전을 벌이는 급박한 상황까지 연출됐다.

건장한 10대 범인을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임씨는 그러나 끝까지 옷자락을 붙들고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렸지만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내팽겨진 채 범인을 놓쳐야했다. 임씨 아들이 뒤늦게 합세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사라진 범인은 슬레이트 지붕을 옮겨가며 달아났지만 온동네를 술렁이게 한 범인 검거 소동에 주민과 경찰들이 몰려들었다. 마침 인근 화장실에 숨어있던 범인은 들통났고, 보름간의 '날치기 사건'은 일가족 소탕작전에 힘입어 막을 내렸다.

고등부 운동선수(16)로 밝혀진 10대의 날치기 행각은 임씨 가족의 끈질긴 검거노력에 일단락됐다.

임씨는 범인과 맞닥뜨려 부상을 입고 파출소와 전주중부경찰서, 경찰청 등에 문의했지만 치료비마저 보상받을 길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피해자 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임씨는 "시민으로서 해야할 도리지만, 괜히 치료비 얘기를 꺼내 쑥쓰러울 뿐이다”면서 "차라지 연락을 하지 않았으면 마음이라도 풍족했을 텐데”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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