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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잘못을 긍정하면 업이 녹는다
[신앙칼럼] 잘못을 긍정하면 업이 녹는다
  • 전북일보
  • 승인 2003.12.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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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전주지역에도 첫눈이 내렸다. 함박눈까지는 아니었지만 드문드문 쌓여있는 눈을 보니 겨울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첫눈 온 날짜를 기념하기 위해 달력을 보니 12월 12일. 그러고보니 올해도 보름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이맘때면 의레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한해를 새로운 마음으로 맞자'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며칠 남지 않은 이 한해를 어떻게 보낼까, 마치 방학동안 빈둥거리다가 개학을 코앞에 두고 숙제를 점검하는 학생의 심정으로 생각하다 머리속에 퍼뜩 떠오른 것이 있으니 바로 '참회'가 그것이다. '참회'로 맞이하는 연말연시이다.

참회라하면 대개 특별히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참회는 그보다 한층 더 폭넓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자신이 알게모르게 지은 업, 이생뿐 아니라 전생에서 지은 한량없는 업까지 모두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침 며칠 전에 읽은 『참회? 참회기도법』(김현준저, 도서출판 효림)이라는 책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책에 의하면 우리가 가족이나 이웃, 친구 등 주위 사람들로부터 받는 괴로움이나 고통은 모두 전생이나 과거에 내가 그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었기 때문에 그 과보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들을 미워하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 얽히고 설힌 원한을 참회하고 또 참회해야 비로소 그 업이 풀리는 것이라고 한다. 잘못을 긍정하면 업이 녹는다는 이치이다.

책을 읽으면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고 과연 맞는 말이구나, 무릎을 쳤는데 정작 문제는 일상생활에 올곧이 실천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누군가로 인하여 화가 나고 고통받을 때면 대개 우리는 그 사람의 잘못이라면서 그 사람을 원망하게 된다. 그런데 위의 논리에 의하면 지금 그 사람이 고통을 주는 것은 바로 과거전생에 내가 그 사람을 무던히도 괴롭히고 못살게 했던 과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그 값을 치른다는 것이다. 그러한 인과응보의 논리로 본다면, 화를 내기는커녕 그 사람에게 지었던 잘못을 뉘우치며 오로지 참회해야 한다.

나 역시, 아직은 업장이 두텁워서인지 그러한 일을 당할때면 억울함과 분함이 먼저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아직 수행이 미천한 까닭이다. 뼈속을 파고드는 뜨거운 참회의 눈물을 흘려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정으로 참회의 기도를 한 사람은 기도를 하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며 뭔가 녹아내리는 듯한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곤 한다. 아직 경험이 없는 나로선 부러울 뿐이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 보건대 참회해야 할 일은 이루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꼭 잘못된 일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가슴아프게 한 일은 없는지 생각만으로도 죄를 짓지 않았는지 하나씩 헤아려볼 때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하기만 하다. 어쩌면 연말에 한해치 참회를 몰아서 하겠다는 생각자체부터가 어리석은 일이다. 날마다 해도 부족한 것이 참회다. 날마다 부지런히 시시때때로 참회하고 닦아야하리. 업덩어리가 쌓이고 쌓여 두터워지기 전에 잘 닦아내고 녹여내야겠다. 내년 이맘때 참으로 잘 살았다는 뿌듯함으로 마지막 달력을 넘길 수 있도록 말이다.

/안소민(전북불교대학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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