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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광장] 이쯤되면 막 가자는 것 아닙니까
[전북광장] 이쯤되면 막 가자는 것 아닙니까
  • 전북일보
  • 승인 2003.12.3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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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이 17대 총선을 위해 퇴임하는 청와대 비서진들을 앞에 놓고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돕는 것”이라고 한 말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파문이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제정신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또는 "그런 말을 했을리가 없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분분하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변인 발표를 통해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을 기정사실화 했다.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옛부터 남아일언(男兒一言)은 중천금(重千金)이라는 말에 익숙해 온 우리의 가치관에 비추어 볼 때, 항차 지엄한 대통령의 신분에 계신 분의 그와 같은 상식이하의 발언을 놓고 충격에 빠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것이다.

자, 기억나는 일을 하나 실례로 들어보기로 하겠다. 노대통령은 일찍이 대통령 취임 이후 보통사람의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만든 이벤트 행사로서 일선 검사들과의 대화를 가진 적이 있엇다. 그때 당찬 검사 한 명이 노대통령이 과거 지방의 ○○검찰청에 청탁한 사실이 있음을 지적한 질문을 한 바 있었다. 이에 당황한 노대통령의 반응은 단번에 "이쯤되면 막가자는 것 아닙니까?”라는 노기 딘 모습이었다.

그렇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 대통령의 반응과 며칠전의 '민주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돕는다'는 언론 보도를 놓고 똑같은 생각을 감출 길이 없었다. 아니 나 뿐이겠는가? 민주당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은 물론 대통령의 상식을 초월한 편향성(偏向性)과 협심성(狹心性)에 놀라는 모든 국민들의 반응이 아니겠는가 생각했다.

도대체 민주당이 어떤 정당인가. 우선 노무현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자기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주고 또 당선까지 시켜준 정당이 아닌가. 그 뿐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정권의 부침(浮沈)에 따라서 잠시 생겼다가 물거품처럼 사라진 포말(泡沫)정당이 아니라 50년 한결같이 반독재, 민주, 개혁정책을 추진해 온 이 나라 정통세력들의 결사정당이 아닌가. 그리고 IMF환련을 극복해서 경제기틀을다시 세우고 그 기초 위에 국가의 안보를 튼튼하게 갖출 수 있도록 한 것은 어느 정당의 몫이었는가. IAEA사찰을 거부하고 끝내는 NPT조약을 탈티하면서까지 핵무기를 개발하여 세계 평화에 위협을 일삼던 김정일 정권을 6.15 공동선언으로 붙잡아 놓고 미치광이 같은 전쟁의 불장난을 막아 온 정당은 또 어느 정당의 몫이었던가.

이와 같이 민족사적으로나 세계사적인 업적을 남기고 또한 그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우리 민주당을 부패 수구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면서 총선 바람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들은 한없이 분노와 처절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상식적인 생각 같으면 어떻게 하다보니가 민주당을 떠났고 급기야는 신당까지 만들어 버리고 말았지만, 그것은 결코 정치적 정도가 아니었다는 뼈아픈 반성을 가슴애 새긴 채, 17대 총선 이후에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민주당과 힘을 합쳐서 민족사적인 과업들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는 다짐을 그들 동지들에게 심어 주었어야 마땅한 도리가 아니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껏 우리끼리 안방에서 한 이야기를 갖고 무슨 선거법위반이니 하면서 대변인 성명이나 내는 대통령님이여! "지금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선거법 위반이라는 팩트(Fact)차원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민족적 대의와 국민통합의 정치에 얼마나 혼신의 정력을 쏟고 있느냐”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나는 배신의 정치, 패륜의 정치가 이 땅에서 사라질 때만이 한국정치의 건강한 장래가 있을 뿐이라고 확신을 새기고 싶다.

/김태식(국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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