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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학을 해외에 수출하자
전북문학을 해외에 수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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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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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천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살만 루슈디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작가로 유명하다. 1981년 발표했던 소설 〈한밤의 아이들〉이 그에게 부커상 세 차례 수상 영예를 안겼던 것이다. 소설은 우리보다 만 2년 늦은 1947년 8월 15일 자정,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에 태어난 아이들의 출생기와 인도 파키스탄 갈등의 역사를 병치시키면서 전개되는 사건이 줄거리인데 신화와 환상, 그리고 현실이 교차되는 마술적 사실주의 경향의 아주 멋진 작품이다. 나는 이 소설로 살만 루슈디를 제대로 알았고, 한편으로는 매년 부커상을 주목해왔다. 1988년 〈악마의 시〉라는 작품에서 무함마드에 대한 묘사를 불경하게 했다는 죄목으로 이슬람 최고지도자로부터 처형 명령을 받았던 작가가 바로 그 루슈디다.

도내 작가 작품 번역혜택 못 누려

부커상을 우리나라 작가가 수상했다고 해서 아직도 문단에서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하다. 헌데 이런 얘기가 어떨지 주저되기는 하지만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읽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이런 것 같다. 당신도 쓰고 나도 쓸 만한 소설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한강의 작품을 폄하할 의도가 눈곱만치도 없다. 오히려 한국문학이 재조명받고 있는 현상이 눈물겹도록 고맙다. 나 자신은 그녀의 또 다른 소설인 〈소년이 온다〉처럼 이 작품을 아주 잘 읽었다는 고백도 해야겠다. 다만 그녀 자신이 인터뷰에서 했던 얘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처음 출간 당시 문단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지도 못했을 뿐더러 세상에 나온 지 칠팔년 넘은 작품이 상을 받게 돼서 어리둥절하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렇다. 수상작이 발표된 2007년 이후 한국문학이 내내 캄캄한 암흑기였다면 몰라도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 문단은 그동안 부커상이든 다른 문학상이든 수상할 만한 작품들을 적잖이 생산해왔다고 봐야 한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그새 해외로 소개한 번역 작품들의 상품 선정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주장할만한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북의 문학은 절정에 이르러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좋은 작품들도 적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전북 작가들의 작품이 해외에 자주 번역되는 혜택을 누리지는 못했다. 낙양의 지가를 올렸다거나 메이저 출판사 혹은 번역원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변방의 작가들에게는 언감생심 꿈조차 꾸기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을 우리 전북 문학의 해외 수출 전진기지로 삼으려고 한다.

장편소설 한 권 분량을 영어나 프랑스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하는 데는 일급 번역가의 손을 빌리더라도 500만 원이면 가능하다는 얘기를 출판사 몇 곳으로부터 들었다. 우리는 해마다 시 소설, 동화나 희곡 작품집 네다섯 권을 엄선해서 알찬 번역을 의뢰할 참이다.

다음 절차는 영업비밀이라 여기서는 공개하지 않겠지만 매년 1억에 못 미치는 자금 지원이면 우리 계획이 어렵지 않게 현실화될 수 있다. 참고로 올 한해 도내 화가들의 해외전시 지원 사업으로 소요되는 예산이 1억4000만원, 그보다 적은 지원이면 문학의 해외 진출도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전북문화관광재단 번역 지원 계획

8월부터는 ‘문학진흥법’이 발효될 예정이다. 우리 재단이 시방 꾀하는 비책이 그 법에도 잘 부합할 듯해서 기대가 크고 또한 설렌다. 헌데 다른 지역 문학인들이 앞을 다퉈 우리 전북으로 이주하려고 들면, 그땐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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