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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시골 쥐와 도시 쥐
2016년, 시골 쥐와 도시 쥐
  • 기고
  • 승인 2016.07.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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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숙 한국문화기획평가연구소 소장
모두 알고 있는 이솝우화 ‘시골 쥐와 도시 쥐 ‘의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잭 자입스(Jack Zipes)가 편집한 우화집에서 발견한 쥐들의 대화는 의외로 자로 잰 듯 논리정연했다. 역시 우화나 동화의 일차적인 독자는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었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가 통제 곤란한 과시욕과 지배욕의 함정에서 늘 일희일비하며 자맥질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듯이 이솝도 당시 어른들에게 할 말이 많았던 듯하다.

경제선진국 자기중심적 모델 반성을

도시 쥐는 시골 쥐를 도시로 초청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도시로 가자!’라고 구호를 외치거나, 손을 낚아채는 등 행동을 앞세워 윽박지르지 않는다. 시골 쥐의 현재 처지를 동정하며 귀가 솔깃해지도록 권유한다. 유혹적 논리를 삼 단계로 배치한 것이다. 첫 번째 논리는 시골 쥐가 그의 귀중한 삶을 누추한 곳에서 낭비하고 있다는 상황 진단이다. 둘째, 쥐는 생명이 붙어있는 한 최고의 삶을 성취해야 한다는 삶의 목적을 제시하고, 쥐가 영원히 살 수 없는 존재이므로 어서 도시로 가야한다고 좀이 쑤시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셋째, 도시에 가면 도시를 보여주고 삶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구체적인 처방으로써 도시의 삶을 이상적 모델로 던져준다. 상황진단과 지향 목표와 구체적인 처방이라는 종합 세트형 탄탄한 논리구조로 시골 쥐를 돕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시골 쥐는 불안과 공포를 매개로 한 도시의 물질적 풍요를 선택하지 않고, 귀향한다. 이 ‘안분지족(安分知足)’의 해피엔딩 우화 속에 등장한 도시 쥐의 논리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기획 시 필독해야할 주의사항이 내장되어 있다. 파트너 국가인 개발도상국 지역 주민들의 가치관 등 문화에 대한 이해 자체를 누락한 비문화적 상황판단, 그들의 적응력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목표의 반강제적 권유, 그리고 공여국들이 자칫 방심하면 저지르기 십상인 자기모델에 대한 일방적 확신이다.

시골 쥐의 삶을 개선시켜보려는 자신의 선의에 도취되어, 시골 쥐의 생활문화와 정서 및 문화자원과 문화권에 대한 독해력이 마비된 도시 쥐의 상대적 우월감은 자신의 판단에 매몰되고, 자기중심적 모델을 반성 없이 추앙하기 일쑤인 경제선진국들의 민낯에서 나타날 수 있다. 물론 경제선진국의 일원인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문화영역의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파트너 국가 주민들의 자긍심 증대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성취할 문화재 보존과 활용, 강제된 발전목표가 아닌 스스로 목표를 발견할 수 있도록 표현력과 꿈과 감성을 키워줄 생활문화 활성화와 예술교육, 문화향유 공간인 작은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 문화시설 건립, 문화행정 및 예술연수, 문화상품 개발, 관광개발계획 수립, 스포츠 전문가 연수 등 그들의 수요에 따라 다각적으로 전개된다. 이 사업들은 우리의 한류가 아닌 그들 국가의 문화 류(流)를 형성하여 그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인류공동의 자산인 지구 위의 문화다양성을 증진시킨다.

문화영역 공적개발원조 확대해야

2017년의 무상원조 예산 약 1조 5199억 중 적정규모가 문화영역에 안착되어, 특정 영역에의 예산편중 폐해가 해소되고 파트너 국가의 발전과 주민들의 삶에 균형의 회복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정정숙 소장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문화경제학회 이사·한국문화의집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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