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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센서의 명암
레이더 센서의 명암
  • 기고
  • 승인 2016.08.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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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성렬 우석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몇 달 전 우리 학교 가족회사 대표님 한분으로부터 급히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그분 말씀인즉 알고 지내는 어느 소방관이 현재 소방용 랜턴의 문제점을 개선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었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화재 현장의 짙은 연기에 소방용 랜턴 불빛 도달거리가 너무 짧아 인명 구조작업에 지장이 많다고 했다. 소방용 랜턴은 보통 연기 투시형으로 제작되는데 많은 경우 실제로 필요한 투시거리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할 보완책을 강구해달라는 것이 그 대표님의 요구사항이었다.

기술은 평화·안전 지킴이 역할하지만

연구실로 들어와 랜턴의 불빛조차 뚫고 나가지 못할 정도로 짙은 연기에서 어떤 수단으로 장애물이나 계단, 출구 등을 파악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봤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레이더 센서를 랜턴에 부착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처음엔 수 밀리미터 파장의 초음파 센서를 고려해보았으나 그 최대 측정거리가 10미터 정도로 제한되고, 온도·먼지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화재 현장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사용하기에 다소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지만, 음파 대신 비슷한 파장대역의 전자기파를 사용하는 레이더 센서는 훨씬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있으며, 주변 환경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어서 보다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5미터 이하의 비교적 짧은 거리를 측정하는 자동차의 후방 감시용 레이더 센서 장치는 저렴한 가격에 이미 시판하고 있다. 이보다 먼 거리인 20~200미터 까지 감지할 수 있는 전방 충돌 방지를 위한 레이다 센서는 일부 고급 사양의 차량에 탑재되어있으며 보다 폭넓은 보급을 위해 연구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향후 자동 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해선 아주 중요한 핵심 기술 중 하나다.

지난 달 우리 학교에서 수행하고 있는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에서 산학공동기술개발과제를 공모했다. 나는 그 대표님과 상의하여 ‘레이더 센서가 부착된 소방용 랜턴’ 아이디어를 담은 계획서를 제출했고,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현재 감지거리도 20미터 이상되고 가격도 적절한 레이더 센서 모듈을 찾기 위해 열심히 인터넷 쇼핑몰을 서핑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사드배치 문제로 정국이 어수선하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의미하는 사드는 요격용 미사일과 함께 레이더 센서가 핵심 장치로 구성된다. 사드가 경북 성주에 배치된다고 하자 요격용 미사일로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다고 해서 논란이 되었다. 그런데, 이보다 국내외적으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레이더 센서다. 성주 군민들은 레이더 센서에서 방사될 자동차용 센서의 백만배 정도나 높은 출력의 전자기파가 끼칠 피해를 걱정하며 연일 시위 중이다. 외국 열강들은 그 전자기파가 도달할 거리, 즉, 레이더 감지 거리에 대한 판단을 놓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편에서는 사드 레이더 센서 감지 거리가 600킬로미터 정도로 한반도에 국한된다고 말하는데 다른 한편에선 2,000킬로미터나 되어 중국 전체나 러시아 동부까지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진실은 전략적 모호성이란 가면을 쓴 채 이들 주장의 중간 어디쯤인가에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불화 ·위기상황 조장하는 도구되기도

동일한 기술이 평화와 안전 지킴이로 쓰이기도 하지만 불화와 위기상황을 조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 같은 과학기술자들을 항상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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