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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악기 이야기
우리 악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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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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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엽 국립 민속국악원 학예연구관

근래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가 먹방이다. ‘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단연코 미각은 오감 중 가장 원초적 감각이지 싶다. 달고 짜고 시고 쓴 맛을 구분하는 미각과 식재료로부터 느껴지는 식감의 조화는 생존을 위한 음식물 섭취를 음식문화로 발전시켰다. 미각을 통해 단맛, 짠맛 등을 구분하여 인지하는 것처럼 청각은 소리의 성격을 구분하여 사물을 인지한다. 소리의 성격은 세기(강약), 높이, 음색의 세 가지 요소로 구분된다. 그림에 있어 구도나 형태를 소리의 세기와 높이에 비교한다면 빛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색채는 음색이라 할 수 있으니 음악에서 음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지역과 민족 또는 국가마다 독특한 색채의 악기와 목소리를 선호하고 이를 통해 그들만의 음악문화를 만들어왔다.

서양 악기는 주로 금속 재료 많이 사용

악기의 음색은 악기를 만드는 주요 재료에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악기의 재료는 나무와 금속이다. 서양의 악기는 주로 금속 재료를 많이 사용하는데 관악기를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 구분하는 것, 현악기를 몸통은 나무, 줄은 금속으로 만드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서양음악은 금속성 음색이 주를 이룬다.

이에 비해 우리의 악기는 대부분이 식물성 재료이다. 대금·피리·단소 등의 관악기는 대나무를 재료로 만들고 가야금·거문고·해금·아쟁 등의 현악기는 몸통은 나무, 줄은 명주실을 재료로 만든다. 물론 징과 꽹과리 같은 타악기들이 금속으로 만들어지지만 대부분의 관악기와 현악기는 자연으로부터 얻는 식물성 재료를 그대로 악기에 사용한다.

오랜 과거에 팔음(八音)이라 하여 악기를 만드는 여덟 가지의 재료에 따라 금(쇠)·석(돌)·사(실)·죽(대나무)·포(바가지)·토(흙)·혁(가죽)·목(나무)부로 구분하였다.

그런가 하면 「삼국사기」에는 통일신라를 대표하는 악기 삼현삼죽(三絃三竹, 세 현악기와 세 관악기)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이 악기들은 모두 식물성 재료를 그대로 사용한 악기들이다. 삼현은 가야금, 거문고, 향비파를 삼죽은 대금, 중금, 소금을 말하며 가야금, 거문고, 대금은 천년을 훨씬 넘어 지금도 연주되고 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재료로 악기를 만들었지만 우리 민족이 주로 즐겼던 악기는 식물성 재료를 그대로 사용한 악기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떤 학자는 식물성 재질로 만든 악기의 성정은 유순하고 부드러우며, 따듯해서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적 예술을 잉태시켰다고 했는데 이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우리민족의 삶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자연으로부터 얻는 재료의 속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우리의 음악문화와 음식문화는 유사한 점이 많다. 우리 음식문화를 대표하는 발효음식은 자연 속에서 오랜 시간 정성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얻어 왔다.

우리 민족, 식물성 재료로 악기 만들어

대금에는 청공이라고 하는 구멍이 있는데 여기에 단오를 전후로 채취한 갈대의 속청을 말려 붙인다. 갈대의 속청은 연주 방법에 따라 대금의 음색을 다양하게 하는데 이 울림은 우리나라의 발효음식과 같은 느낌을 준다. 아삭한 식감의 채소를 곰삭은 김치로 만들어 깊은 풍미를 즐기는 음식문화와 음악문화는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청의 울림은 맑고 고운 대금 소리를 발효시켜 맛있게 묵힌 소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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