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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광장]전주를 국악의 성지로 만들자
[전북광장]전주를 국악의 성지로 만들자
  • 전북일보
  • 승인 2004.01.1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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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네스코는 2003년에 판소리를 인류구전 및 세계무형유산의 걸작으로 선정하였다. 지금은 판소리를 전국 어디서나 부르고 듣고 배울수 있지만, 옛날에는 전라도에서만 들을수 있는 소리였다. 그래서 판소리는 전라도소리라 할 수 있다. 판소리의 소리맛은 역시 전라도 사투리 맛이다. 그런데 정작 전라도인에게 판소리의 중심이 어디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판소리의 본산지가 전주라는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음에도, 전주가 판소리의 발상지로서 역할을 다하였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이 궁색해진다. 아직도 전주인들은 판소리에 자신감이 없는게 아닌가.

전국적인 명성의 전주대사습놀이가 매년 전주에서 열리지만, 판소리 전국대회는 다른 지역에서도 더 화려하고 웅장하게 개최되는 현실이어서 그마저 위상이 뚝 떨어진 상태이다. 남원에 국립민속국악원, 고창에 판소리박물관, 전주에 도립국악원이 있지만 전국적이지 못하고 전라북도적 수준에서 자족하고 있어야 하는지. 이런 상태로 판소리를 우리소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전북인 가운데 전라북도가 판소리문화의 본고장이라는 확신을 갖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라남도에서는 남도소리, 보성소리라 하여 판소리의 중심이 마치 전라남도인 것처럼 욕심내거나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편제 영화도 그에 일조한 면이 있다.

판소리의 중심은 전라북도가 분명하다. 그렇다면 왜 전라북도가 판소리의 본산지인가. 판소리의 발생지는 전주와 남원(운봉 포함)이 역사적 무대요 배경이다. 판소리는 18세기말부터 전주와 남원?순창 고을사람들이 즐겨들었다. 판소리는 전라도인의 품격과 학문의 수준을 말해주는 가늠자이다. 지금은 소리꾼이 판소리의 중심에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판소리의 중심은 귀명창에 있었다. 판소리의 생산은 광대가 담당하고, 소비는 사서삼경을 뗀 선비들이 즐겼다. 실제 전주와 남원은 조선시대 전라도에서 과거급제자 배출 3위안에 든 도시였다. 판소리의 중심이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이와같이 학문적 수준이 높았기에 가능하였다.

한마디로 판소리는 수준높은 한국형 오페라이다. 그만큼 전주와 남원, 순창에는 지적인 귀명창이 많았다. 귀명창은 생원?진사시험에 합격한 조선 후기의 지식인 그룹이었다. 조선 후기에 사설에 나오는 사자성어를 듣고 추임새를 넣을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그래서 판소리사설 교습본이 완판본으로 출판되었는데, 그 완판본은 전주에서 한글판 목판 활자로 찍어낸 책을 말한다. 광대는 완판본으로 소리를 외우고, 양반들은 그들을 불러 경치좋은 곳에서 소리듣기를 즐겨하였다. 그래서 판소리는 중심이 어디에 따라 양반음악 또는 민속음악으로 갈래가 전혀 달라진다. 판소리를 스스로 낮은 음악으로 만들지 말자. 서양의 오페라는 훌륭하고 판소리는 창극이라고 천하게 인식하고 있는게 아닌지. 전북인은 세계무형유산 판소리의 주체로서 당당한 자부심을 갖어야 한다. 전북이 판소리의 본고장이라는 사실은 춘향전?흥부전 등 고전문학의 배경지요, 판소리 교본인 완판본 제작처요, 수준높은 판소리 사설을 알아듣는 지식인 고을이라는 점으로 분명해졌다. 한미디로 전라북도는 판소리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곳이다.

2004년은 판소리를 세계화하는 원년으로 삼자. 그리고 전라북도는 세계 판소리의 성지로 조성하는 사업에 즉각 착수하여야 한다. 그동안 소리꾼들은 공연예술에 치중해왔고, 학자들은 판소리연구에 몰두해와 판소리의 원형보존과 이론적 토대를 구축되었다고 본다. 앞으로의 과제는 세계무형유산에 걸맞는 세계화와 산업화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언제까지 원형 보존의 판소리 공연에만 치중할 수는 없지 않는가. 태권도를 세계에 보급하듯이, 판소리도 전 세계에 보급하고, 파란 눈동자의 외국인이 승복을 입고 사찰에서 수행하듯이, 외국인들이 판소리를 배우러 전주를 찾아오게 만들자. 판소리의 세계무형유산 선정을 계기로 우수한 인재도 양성하고, 전라북도가 판소리의 발상지라는 사실도 확실하게 해두자.

이제 전주가 판소리의 본산지로서 주인행세를 할 적기이다. 오늘날은 무대가 판이지만 옛날에는 마당이 판이었다. 판소리는 판에서 불러야 맛이 난다. 전주에는 유난히 판소리를 즐겨듣는 풍광좋은 소리판이 많았다. 오목대, 이목대, 가락대, 추천대, 천경대, 만경대 등이 풍류를 즐기는 곳이었다. 이 가운데 가락대(嘉樂臺)는 한자표기 그대로 가장 유명한 소리판이었던 듯하다. 실제 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는 전주고지도를 보면 도포입은 선비들이 가락대에서 모여서 소리를 듣고 풍류를 즐기는 그림이 있다. 이 그림으로 전주사람들이 얼마나 소리와 풍류를 즐겼는지 알만하다. 가락대(구.영생대학터)는 판소리 성지로 최적지이다. 그 곳에 소리문화콘텐츠센터를 건립하자. 그리고 소리의 문화콘텐츠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지혜를 모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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