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새벽메아리
한국인의 저력
기고   |  desk@jjan.kr / 등록일 : 2016.09.06  / 최종수정 : 2016.09.06  23:51:41
   
▲ 전선기 전 기아특수강 대표이사
 

1991년 여름, 약 1주일간 몽골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한국의 ‘신아시아연구소’와 몽골 ‘국립사회과학원’이 개최하는 양국의 우호협력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여행은 늘 어떤 설레임을 주곤 하지만, 몽골행은 그 마음이 더했다. 몽골 하면 널다란 사막과 초원의 별빛, 양떼몰이와 ‘게르’라는 독특한 이동식 천막생활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한편으로는 고려 말기 우리를 지배했던 원(元)나라가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들은 우리 민족과 동일한 몽골리안이 아니던가?

700여년 전과 달라진 한국-몽골

당시에는 직항로가 없었고 중국과도 수교 이전이어서, 특별 비자를 받아 홍콩을 거쳐 북경에 들어갔고 거기서 China Air를 이용하는 번잡한 여정이었다. 울란바토르 공항은 제대로 닦아놓은 활주로도 없어 맨땅에 착륙해 걸어서 들어갔다. 몽골인구 약 300만명 중 3분의 1이 거주한다는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단선 전차 외에는 다른 교통수단이나 변변한 호텔도 없었다. 우리 일행은 다행히 VIP대접을 받아 대통령궁 옆에 자리한 영빈관에 투숙할 수 있었다.

세미나를 마친 후 우리 일행은 답사관광에 나섰다. 12~13세기에 세계를 제패한 ‘대원제국(大元帝國)’의 수도였던 카라코름에서 우리는 밀려드는 참담함과 허망함을 어찌할 수 없었다. 돌기둥들만이 당시 위용의 흔적을 보일뿐, 근처에는 민가(民家) 한 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유원지 ‘텔레지’는 아름답게 펼쳐진 초원과 강줄기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간이시설과 식당 하나가 전부였다. 울란바토르 시내에는 백화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상점과 음식점이 있었고, 메뉴는 밀빵과 구운 양고기, 민물고기 튀김 뿐이었다. 거리는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2004년, 같은 목적의 세미나에 참가하기 위해 재차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지난번 동행했던 대한항공 조양호 당시 부사장이 체결했던 MOU가 결실을 맺어 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했고, 동사(同社)가 건설한 활주로로 착륙했다. 시내에는 많은 현대식 아파트와 빌딩, 그리고 대형 백화점도 있었다. 모두가 한국인들이 건설하고 운영한다고 하였다. 코리아타운에는 한국음식점이 수십 개에 달했으며 한국산 자동차, 가전제품 및 상점들의 한글간판이 우리를 반겼다. 텔레지 유원지에는 한국인이 건설하는 휴양시설과 골프장도 보였다. 최근 울란바토르에는 4000여명의 한국인이 상주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몽골 유학생이 5000명에 이르고 대한항공 여객기가 매일 운항하고 있다.

13세기 후반 고려왕실은 원제국(元帝國)의 침략으로 강화도에서 38년간을 저항하다가 결국 항복하고 만다. 그 후 고려는 원의 부마국가(사실상 속국)가 됐고, 왕세자는 볼모로, 고려여인들은 지배층의 후실로, 예능인으로, 기녀로, 노비로 수만 명이 잡혀간다. 700여년이 흘러간 지금 상황은 반전됐으니, 놀라운 한국인의 저력을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몽골과 우호관계 계속 발전시켜야

어떤 역사학자는 우리의 이러한 동력을 삼국통일시대의 백강전투이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사이에 빚어진 임진왜란, 청일전쟁, 노일전쟁, 6·25동란 등의 수난을 겪으며 단련되고 축적된 우리민족의 집단적 한(恨)이 분출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오늘날 한국의 비약적 발전상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래학자 Naisbit는 그의 저서에서 한국의 20세기 후반 30년의 발전상은 18세기 영국 산업혁명 100년의 그것보다 5배에 달한다고 극찬하기도 한다(Megatrend 2000).

몽골은 세계 매장량의 30%를 차지하는 동(銅)을 비롯, 금, 우라늄, 니켈, 몰리브덴, 아연, 철광석, 석탄, 원유 등 세계 10위의 자원부국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3차 산업 뿐 아니라 1·2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몽골과 계속적인 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이 저력의 농도를 더해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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