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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담가는 길
천담가는 길
  • 김은정
  • 승인 2016.10.14 23: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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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 길가에 피어나는 꽃따라/나도 피어나고/바람이 불면 흔들릴라요/세월이 가면 길가에 지는 꽃따라/나도 질라요/강물은 흐리고/물처럼 가버린/그 흔한 세월//내가 지나온 자리/뒤돌아다보면/고운바람결에/꽃피고 지는/아름다운 강 길에서/많이도 살았다 많이도 살았어/바람에 흔들리며/강물이 모르게 가만히/강물에 떨어져/나는 갈라요-김용택 시인의 <천담가는길>-’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로 가는 길은 오래전 문화관광부가 ‘걷고 싶은 길’로 선정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섬진강은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 자락에서 생명을 얻는다. 옥정호를 거쳐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물줄기는 김용택 시인이 살고 있는 ‘진뫼 ‘ 앞으로 찾아든다. 천담과 구담, 장구목을 거쳐 적성으로 곡성으로 흐르는 물길. 그 길의 끝은 남해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시인은 90년대 초반, 천담분교에 근무했던 꼭 2년 동안 진뫼에서 천담에 이르는 이 길을 걸어 학교를 오갔다. 진뫼마을에서 천담까지는 꼭 4km, 십리길이다. 이 길 옆으로 흐르는 물길은 강이라 할 수 없을 만큼 한껏 몸을 좁히고 있다. 이 강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온갖 들꽃들이 피어나고 진다.

그 시절, 시인은 이 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여겼다. 그는 이 길을 오가며 철철이 피는 들꽃들의 이름을 알아내고 기억했다. 싸리꽃 달맞이꽃 쑥부쟁이 며느리 밑씻개 오이풀 여귀……. 수없이 많은 꽃들이 길을 따라 피고 졌다. 그러나 그가 기억했던 아름다운 들꽃 중에는 다음해에 피지 않는 꽃이 더 많았다. 해가 바뀌면 또 다른 들꽃들이 무리지어 피었다. 시인의 마을을 찾아오는 문학기행단들은 시인과 함께 이 길을 따라 천담과 구담을 거쳐 장구목까지 걸었다.

이 길에는 그 흔한 전봇대 하나 세워지지 않았다. 길과 길의 끝에는 마을과 마을이 있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길을 일상적인 통행로로 사용하지 않았다. 자연 생태의 순정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비결이 거기 있었다.

이 길은 지금 잘 다듬어진 산책길로 모습을 바꾸었다. 자잘 자잘한 돌들이 뒹굴던 흙길 대신 걷기 편한(?) 포장길이 놓였다. 자연의 순정이 훼손된 감이 없지는 않으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가는 길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마음 순해지는 가을이다. 어수선한 시절, 걷고 싶은 길 하나쯤 마음에 넣어두길 원하는 독자들께 이 길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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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6-10-14 15:05:11
강물은 (흐리고>흐르고)
물처럼 가버린
그 흔한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