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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김영란법과 교각살우
이성원  |  leesw@jjan.kr / 등록일 : 2016.10.17  / 최종수정 : 2016.10.17  23:10:49
   
어떤 기관장을 만났더니 불쑥 김영란법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전 다른 기관과 MOU를 체결했는데, 점심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처하더라는 것이다. 업무적으로 서로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갑을 관계는 더더욱 아니지만,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봐 조심스러웠다는 것이다.

‘꼭 그래야 했느냐’는 질문은 여기서 별 의미가 없다. 행여라도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개인적인 모임도 뒤로 미루고 눈치만 살피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시범케이스’는 군대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다. 시범케이스에 걸리면 사소한 잘못에도 가혹한 처벌과 모욕이 뒤따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경고를 보내기 위해 일부러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군 복무를 해본 사람이라면 그 공포감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안다.

그러나 김영란법은 사람들 간의 건강한 교유(交友)를 가로막고 우리 사회를 꽁꽁 얼어붙게 하기 위해 만든 법률이 아니다. 본래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부정과 부조리, 불의를 뽑아내고 그 자리를 공정과 정의로 채우자는 취지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부패정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 27위에 그치고 있다. 점수도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OECD 평균 69.9점에 비해 크게 낮다. 아시아권에서도 싱가포르(85점)이나 일본(75점), 홍콩(75점), 부탄(65점), 대만(62점) 등에 비해 떨어진다.

이처럼 만연한 부패를 추방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있었기에 국민들의 박수 속에서 김영란법이 탄생할 수 있었고, 국민들도 다소의 불편은 기꺼이 감수하려는 마음이다.

그러나 현재 김영란법을 대하는 우리의 사회 분위기는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 썩은 부분을 도려내자는데 건강한 부분이 긴장하고 있다. 큰 도둑들은 여전한데 서민들은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법이 잘못된게 아니라 권익위의 해석이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방해야 할 것은 연줄에 의존한 부정한 관계이지, 신뢰에 바탕을 둔 건강한 사회관계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주도 돼서 국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물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어떨까? 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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