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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현대무용단 사포 30주년 기념 공연 '겨울 숲'춤으로 불러낸 지나친 기억들
기타  |  desk@jjan.kr / 등록일 : 2016.10.17  / 최종수정 : 2016.10.17  23:10:47
   
▲ 지난 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김화숙 현대무용단 사포의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겨울 숲’.
 

보고, 듣고, 즐길 것들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면서 굳이 동굴 같이 어둡고, 무거운 기운이 감도는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간의 동지애는 아마도 서로 다른 외모와는 무관하게 그들 각자에게 내재하고 있는 섬세한 감정들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특별히 지난 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마주한 30년 경력 현대무용단 사포의 ‘겨울 숲’은 우리가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이 위로가 되는, 그래서 이제 사포와의 다음 만남을 위해 각자의 삶과 그 뒤에 있을 고단함을 견뎌내기를 소망하게 한다.

우리들 모두 살면서 길을 잃을 때가 있지만 그 때 비로소 대면하게 되는 낯설고 두려움에 가득찬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기 위해서 필요한 용기를 주는 사포의 작품세계는 생명 공동체에서의 사랑과 헤어짐 혹은 생성과 소멸의 순간들의 기록이다.

물리적 시간으로는 오래 되어 기억하기 힘든 감정들 그리고 때로는 순간 지나간 것인데 오래 마음에 남아 형상 없는 마음의 흔적이 상처로 자리 잡는 과정을 사포의 ‘겨울 숲’은 사랑(혹은 생명력)과 헤어짐(혹은 소멸)으로 풀어낸다. 겨울과 숲에 가려져 있는 아무리 조그맣고 앳되어 여린 것이라도 자연과 우리가 마주보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없듯이 한 번도 꺼내어 보지 않은 기억도,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마음의 결들을 같은 굵기들로 볼 수 있게 해준다.

60년대 대학에서 무용을 익히고 70년대 공연활동을 시작한 한국 현대무용계의 1세대로 분류되는 김화숙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사포는 고유의 움직임 원리를 가지고 있는 아카데믹한 무용단으로 현대무용단사포의 작품은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무용수들의 움직임 패턴과 무대 구성 그리고 이미지 플롯 만으로도 식별이 가능하다.

30주년 기념 신작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 ‘겨울 숲’도 다른 무용 작품과의 비교보다는 사포의 전작들과의 비교(혹은 변화)가 더 자연스러운 이유이다.

민족분단 ‘그들은 꿈꾸고 있었다’(1993), 그리고 동학 ‘사라진 것에 대한 진혼곡’(1994), ‘다시핀 그대에게’(1996), ‘그대여 돌아오라’(2005)와 1980년 5월의 광주를 다룬 작품인 ‘그해오월’(1995), ‘편애의 땅’(1996), ‘그들의 결혼’(1997)을 춤으로 기록하여 역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던 사포의 2016년 신작 ‘겨울 숲’은 우리에게 인류 생명 공동체 일원으로 우리 모습을 마주보자고 한다. 작고, 여리고, 앳되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게 되는 것들, 그리고 순간 지나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을 응시하라고 한다.

사포 11명의 춤으로 불러낸 기억들이 섬세한 모습으로 우리들 각자의 눈앞에 현현할 때 연지홀 깊은 무대 위에는 서늘한 겨울 숲의 나무 형상이 영상으로 비추어져 무대를 감싸고 있었고 애써 보여주려는 그 무엇은 박진경의 자주 빛 스카프의 흔들림으로 그리고 나목 같은 여자 무용수들이 굽이치듯 공중에 그렸다 지우는 수많은 선들이 춤으로 완성되고 있었다. ·

한혜리(무용비평가·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무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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