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김재호 칼럼
전북대병원 성숙한가병원·의료진은 환자에 새 삶을 불어 넣어주고 가정의 행복을 지켜줘야
김재호  |  jhkim@jjan.kr / 등록일 : 2016.10.18  / 최종수정 : 2016.10.18  23:51:16
   
▲ 수석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전북대병원은 전북 최대 종합병원으로 전북인의 건강을 책임진 주요 의료시설이다. 또 전북 유일의 권역 응급의료센터다. 전북대병원 권역 응급의료센터는 지금까지 교통사고 등으로 찾은 중증 응급환자 3만4000여 명을 치료했을만큼 그 위상이 크고 중하다.

그런데 요즘 전북대병원이 이상하다. 급기야 내일 열리는 중앙응급의료위원회에서 권역 응급의료센터 지정이 취소될지도 모를 위기에 처했다. 지난 9월 30일 교통사고를 당해 긴급 수술을 받아야 했던 두 살배기 남자아이에 대한 병원측 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사건을 두차례 조사한 뒤 전북대병원의 비상진료체계, 환자 다른병원 이송 및 진료과정의 적정성 등에서 병원측의 과실을 문제삼은 것이다.

아기는 헬기 이송 전 전북대병원에 5시간 가량 머물렀다. 그러나 병원에 가면, 국가 지정 권역 응급의료센터에 가면 아기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란 보호자들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아기는 병원에 5시간 가량 머물렀지만 전북대병원과 타지역 병원들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쳤고, 사고발생 7시간이 지난 뒤에야 200㎞ 이상 떨어진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전북대병원의 응급환자 부실 대응은 이번 뿐 만이 아니다.

지난 7월2일 새벽 전북대병원에 실려간 10세 여아를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헬기를 기다리던 중 병원측이 준비한 산소통의 산소가 떨어졌고, 설상가상 헬기에 설치된 산소공급장치마저 작동이 안돼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어처구니없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소방응급헬기의 산소공급장치 불능도 문제였지만, 응급환자의 목숨이 달린 산소통을 허술하게 관리한, 권역 응급의료센터 병원 책임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병원측이 중증 응급환자 대응에 만전을 기하고 있겠지만, 지역 간판 종합병원에서 큰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극히 위험한 것이다. 병원의 이미지 타격과 손실은 자업자득이겠지만, 생명을 앗길 수 있다는 도민들의 불안감은 어쩌나. 이런 식이라면 또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것 아닌가. 이 때문에 20일 예정된 중앙응급의료위원회가 전북대병원 권역 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전북지역 유일의 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취소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한다. 이번 사고에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꼭 전북대병원만의 책임이라고 하기엔 억울한 측면이 있고, 이번 기회에 국가 응급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말도 한다.

아마, 오는 2018년 개원 예정인 원광대병원 권역 응급의료센터가 현재 가동 중이라면 이런 얘기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어린이, 청소년이 병을 얻으면 꿈을 잃을 수 있고, 성인이 일을 하지 못하면 가정이 파탄에 이를 수 있다. 질병을 고치지 못하면 장애를 얻어 고생하거나 결국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의료진이, 병원이 환자들에게 새 삶을 불어넣고, 가정에 행복을 꽃피워 준다.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하지만 건강지킴이, 생명지킴이가 실수를 잇따라 저지른다면 사람들은 불안하다. 언젠가는 내 이웃이, 내 가족이, 내 자신이 그 실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병원에 신뢰감이 떨어지면, 불안의 장막이 드리워지면 결국 상호피해만 있을 뿐이다.

약20년 전 일이다. 셋째 아이 출산을 눈앞에 두고 분만실에서 대기 중이던 산모가 의료진 잘못으로 양수가 터졌다. 산모는 졸지에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받아야 했고, 수술 직후 세상 빛을 본 아이가 한동안 울지 않아 뇌손상 장애까지 걱정해야 했고, 몸에 매우 크고 흉측한 수술흉터를 가져야 했다. 하지만 병원측은 어떠한 잘못도 인정하지 않았다.

20년이 지났다. 의료진이 많이 바뀌고, 수천억원대 시설과 장비를 갖췄다. 그렇다고 사고 발생이 없는 것은 아니니 그야말로 아이러니하다. 내가, 우리가 없으면 너희는 위험에 빠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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